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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화 청하의 겨울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2 22:19:12

청하의 오후는 햇빛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차갑게 내려앉아 있던 공기는 여전히 겨울의 기운을 품고 있었지만, 하늘 높이 떠오른 햇살이 지붕과 돌길을 비추면서 거리는 한결 따뜻해 보였다.

세린은 천천히 시장을 벗어나 다른 골목으로 향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오갔고, 가게 앞에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수레를 끌고 지나갔고, 누군가는 품에 장을 본 물건을 안은 채 집으로 향했다.

그 평범한 모습이 세린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주변에 신경 쓸 일이 많았던 탓인지, 이렇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좋았다.

세린은 골목 끝에 있는 작은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무로 만든 작은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새 모양의 장식도 있었고, 꽃잎을 닮은 조각도 있었다. 솜씨 좋은 사람이 하나하나 깎아 만든 듯한 것들이었다.

세린은 그중 작은 나무 토끼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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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를 떠난 세린은 두 마리의 말과 함께 익숙한 길을 따라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한 마리는 세린이 직접 올라탄 말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고삐를 잡아 이끌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 청하의 마구간에서 치료를 받던 말은 이제 제법 편안한 걸음을 되찾았고, 세린이 청하로 올 때 타고 왔던 말 역시 충분히 쉬어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따라왔다.세린은 두 말의 상태를 번갈아 살폈다.“조금만 더 가면 쉬게 해줄게.”말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세린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작게 웃었다.청하에서 보낸 며칠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처음에는 다친 말의 상태만 확인하고 곧장 돌아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둘러본 청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골목마다 작은 가게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가득했다.낡은 기와지붕 위에는 겨울 햇빛이 내려앉아 있었고, 시장에서는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 작은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차가운 빛을 머금은 채 조용히 흘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처마 끝에 매달린 작은 풍경이 맑은 소리를 냈다.세린은 그 모습을 떠올리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돌아가면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청하가 얼마나 넓었는지.시장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마구간에서 오랜만에 만난 말이 자신을 알아본 듯 고개를 내밀었던 일도.그리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았던 작은 다리와 겨울빛으로 물든 골목의 모습도.세린은 무심코 앞을 바라보았다.“진안도 그런 곳을 좋아하려나…….”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세린은 조금 멋쩍은 듯 입을 다물었다.왜 하필 진안이 먼저 떠올랐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그저 집에 돌아가면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세린은 고삐를 살짝 움직였다.말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타박. 타박.말발굽이 겨울의 마른 길을 밟을 때마다 낮고 규칙적인 소리가 울렸다.주변은 한낮보다 조용해져 있었다.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웠고, 나뭇가지에 남아 있던 희미한 눈가루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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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의 오후는 햇빛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었다.아침부터 차갑게 내려앉아 있던 공기는 여전히 겨울의 기운을 품고 있었지만, 하늘 높이 떠오른 햇살이 지붕과 돌길을 비추면서 거리는 한결 따뜻해 보였다.세린은 천천히 시장을 벗어나 다른 골목으로 향했다.어제와 오늘 사이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오갔고, 가게 앞에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수레를 끌고 지나갔고, 누군가는 품에 장을 본 물건을 안은 채 집으로 향했다.그 평범한 모습이 세린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한동안 주변에 신경 쓸 일이 많았던 탓인지, 이렇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좋았다.세린은 골목 끝에 있는 작은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나무로 만든 작은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새 모양의 장식도 있었고, 꽃잎을 닮은 조각도 있었다. 솜씨 좋은 사람이 하나하나 깎아 만든 듯한 것들이었다.세린은 그중 작은 나무 토끼를 집어 들었다.“귀엽네.”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니 생각보다 정교했다.귀 끝에는 작은 무늬까지 새겨져 있었다.가게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드나?”“네. 잘 만드셨어요.”“직접 만든 거라네.”세린은 다시 토끼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다음에 하나 사야겠어요.”“다음에 오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구먼.”세린은 웃으며 가게를 나왔다.그렇게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조금 물어나 있었다.건물 사이로 작은 물길이 보였다.청하를 가로지르는 물길이었다.겨울이라 물의 흐름은 여름보다 느려 보였지만, 햇빛을 받은 물결은 반짝이며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세린은 다리 위에 올라섰다.난간에 손을 올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물 위에는 작은 나뭇잎 하나가 떠 있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천천히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다시 물살을 따라 흘러갔다. 세린은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참 조용하네.”혼잣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집에 있을 때는 조용함이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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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겨울,나는 그를 기다리게 되었다   제 26화 청하

    넓은 마을, 청하.세린은 말의 고삐를 느슨하게 잡은 채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길게 이어진 기와지붕이었다.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듯 기와에는 옅은 빛이 내려앉아 있었고, 처마 끝에는 작은 풍경이 매달려 있었다. 겨울바람이 스칠 때마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그 소리가 마을의 소란스러운 기척 사이로 조용히 흘러갔다.청하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큰길 하나를 중심으로 여러 골목이 갈라져 있었고, 골목마다 크고 작은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단을 파는 가게도 있었고, 약재를 내놓은 가게도 있었다. 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는 말린 과일과 곡식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고, 겨울에 입는 두꺼운 옷과 털가죽도 가게 앞에 걸려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짐을 가득 실은 수레가 돌로 다져진 길을 지나갈 때마다 바퀴가 덜컹거렸고, 상인들은 손님을 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쪽으로 와 보시오! 먼 곳에서 가져온 비단이오!”“따뜻한 만두가 막 나왔습니다!”곳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따뜻한 음식 냄새도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세린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낯선 곳이었다.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청하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가 가득했다.아이들이 어른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고, 나이 든 노인은 가게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젊은 상인은 수레에 쌓인 물건을 하나씩 내려놓았고, 어느 집 앞에서는 여인이 빨래를 걷으며 옆집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평범한 하루였다.그러나 세린에게는 그 평범한 모습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졌다. “여기는 여전히 북적거리네.”세린이 작게 중얼거렸다.그때 길가에서 장작을 옮기던 노인이 세린을 알아보았다. “어머, 세린 아니니?”세린이 고개를 돌렸다.“아, 안녕하세요.”노인은 반갑게 웃었다.“오랜만이구나.”“네. 잘 지내셨어요?”“그럼. 너는 잘 지냈고?”“저도 잘 지냈어요.”짧은 인사였다.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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