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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지막으로 차에 탄 사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8 08:37:22

“그 차에 누군가 더 타고 있었다면?”

내 말에 강무겸이 차량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출차 기록에는 운전자 이름만 남아 있어.”

“그렇다고 혼자 탔다는 뜻은 아니잖아.”

“맞아.”

나는 곧바로 담당 형사에게 전화했다.

“박연호 씨 차량이 미술관을 빠져나갈 때 동승자가 있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형사는 잠시 기록을 살폈다.

“출입 관리 자료를 추가로 확인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무겸이 나를 바라봤다.

“설주야, 많이 달라졌네.”

“뭐가?”

“처음에는 나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했잖아. 지금은 작은 기록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어.”

나는 웃었다.

“그동안 무겸이한테 배웠지.”

“뭘?”

“의심만 하지 말고 확인하라는 거.”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건 내가 배워야겠는데.”

“뭘?”

“좋아하는 사람을 믿고 기다리는 법.”

나는 그의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기댔다.

◇

오후 3시.

담당 형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채설주 씨, 당시 차량 출입 관리 기록을 찾았습니다.”

“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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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은 네가 전시실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 있었어.”채설주는 강무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박연호 차에 타고 있었다면서 어떻게 알았을까?”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무겸아?”“설주야.”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사실 너한테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어.”설주의 표정이 굳었다.“뭔데?”“그날 오정민과 통화했어.”“언제?”“태광 씨를 발견하기 직전.”설주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오후 10시 23분쯤이었어. 오정민이 먼저 전화했어.”“그럼 그 사람이 네가 도착한 걸 알고 있었던 이유가…….”“내가 통화하면서 미술관에 도착했다고 말했으니까.”설주는 믿기 어렵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그런 중요한 걸 왜 이제 말해?”“경찰에는 처음부터 진술했어.”“경찰 말고 나한테!”목소리가 높아졌다.“우리 서로 숨기지 않기로 했잖아.”무겸은 고개를 숙였다.“미안해.”“또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설주는 한 걸음 물러났다.“나한테 더 숨긴 거 있어?”무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에 설주의 가슴이 내려앉았다.“있구나.”◇“전부 이야기해.”설주는 소파에 앉았다.무겸은 맞은편에 앉지 않고 잠시 창가에 서 있었다.“태광 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하나 더 있어.”“그림 이야기는 들었잖아.”“그전에 했던 말이야.”무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자기가 설주를 그 거래에 끌어들였다고 했어.”설주의 눈빛이 흔들렸다.“무슨 뜻이야?”“처음에 네 사진을 오정민에게 건넨 사람이 자기라고 했어.”“태광이가?”“응.”설주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림 속 붉은 드레스.태광이 직접 골라 줬던 옷이었다.거울 앞에 서 보라며 사진을 찍어 줬던 사람도 태광이었다.“그럼 그 그림도…….”“태광 씨가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어.”설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왜 그런 짓을 했을까?”“그 이유까지는 듣지 못했어.”“그런데 왜 나한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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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차에 누군가 더 타고 있었다면?”내 말에 강무겸이 차량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출차 기록에는 운전자 이름만 남아 있어.”“그렇다고 혼자 탔다는 뜻은 아니잖아.”“맞아.”나는 곧바로 담당 형사에게 전화했다.“박연호 씨 차량이 미술관을 빠져나갈 때 동승자가 있었는지 확인해 주세요.”형사는 잠시 기록을 살폈다.“출입 관리 자료를 추가로 확인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 무겸이 나를 바라봤다.“설주야, 많이 달라졌네.”“뭐가?”“처음에는 나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했잖아. 지금은 작은 기록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어.”나는 웃었다.“그동안 무겸이한테 배웠지.”“뭘?”“의심만 하지 말고 확인하라는 거.”그가 내 손을 잡았다.“그건 내가 배워야겠는데.”“뭘?”“좋아하는 사람을 믿고 기다리는 법.”나는 그의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기댔다.◇오후 3시.담당 형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채설주 씨, 당시 차량 출입 관리 기록을 찾았습니다.”“뭔가 나왔나요?”“진입 당시에는 운전자 1명으로 기록됐는데, 출차 기록에는 탑승 인원이 2명으로 적혀 있습니다.”나는 벌떡 일어났다.“그럼 정말 누군가 같이 나간 거네요?”“기록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재 박연호 씨의 진술과 대조하고 있습니다.”무겸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동승자가 누구인지 확인됐습니까?”“박연호 씨에게 직접 확인하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나는 무겸을 바라봤다.“내 생각이 맞았어.”“응. 중요한 기록을 찾았네.”“그런데 왜 1년 동안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을까?”“출입 자료가 여러 곳에 나뉘어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나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태광이 사건이 얼마나 제대로 조사됐는지 모르겠어.”무겸의 표정도 무거워졌다.“이제라도 빠진 부분을 확인해야지.”◇다음 날 경찰서에서 박연호의 추가 진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는 결국 동승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오정민이었다.“그 사람이 왜 박연호 차를 탔대요?”내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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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주야, 이거 확인해 봐.”강무겸이 노트북을 내 쪽으로 돌렸다.화면에는 박연호의 차량 출입 기록이 정리되어 있었다.오후 10시 4분 미술관 진입.오후 10시 29분 미술관 출차.“차량 무게가 증가했다는 건 확인됐는데, 정확히 뭘 실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나는 화면을 자세히 살폈다.“박연호는 그림이 든 상자를 실었다고 했잖아.”“응. 하지만 그 상자가 언제,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해야 해.”“그럼 직접 물어보자.”무겸이 나를 바라봤다.“박연호를 다시 만나려고?”“응. 이번에는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자료도 있잖아.”나는 노트북을 닫았다.“그리고 더 이상 그 사람한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무겸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대신 확보한 기록은 경찰과도 공유하자.”“당연하지.”◇오후 2시.세온아트컨설팅 사무실에서 박연호를 다시 만났다.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에는 또 뭡니까?”나는 차량 출입 기록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이태광이 죽던 날, 오후 10시 4분에 미술관에 들어가셨죠?”“그건 이미 설명했습니다.”“그림이 든 상자를 실었다고 했고요.”“맞습니다.”“그런데 왜 출입 기록에는 지하 수장고에서 작품을 반출한 내역이 없어요?”박연호의 표정이 굳었다.무겸이 말을 이었다.“당시 차량 적재량이 증가한 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정식 반출 승인은 없었습니다.”박연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어디서 상자를 가져왔어요?”“지하 수장고 앞에서 받았습니다.”“누구한테요?”그가 대답을 망설였다.“오정민 씨입니까?”“……맞습니다.”나는 곧바로 물었다.“그럼 그날 오정민 씨를 직접 만났다는 거네요?”“네.”“몇 시쯤이었어요?”“10시 20분쯤 됐을 겁니다.”무겸이 차량 기록을 가리켰다.“그 시간에는 204호 전시실 출입문이 잠겨 있었습니다.”박연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게 저랑 무슨 관계입니까?”나는 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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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무겸 감정사 입회하에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습니다.”나는 이태광이 남긴 답변을 다시 읽었다.“무겸아.”“응?”“태광이는 처음부터 너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던 것 같아.”무겸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내가 거래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수도 있어.”“그런데 왜 하필 너였을까?”“서원미술관 작품을 감정한 기록이 있었으니까.”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태광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던 그날 밤.태광은 단순히 그림을 감정받으려던 게 아니었다.“그럼 태광이가 너를 부른 건 자기 잘못을 밝히기 위해서였겠네.”“그럴 가능성이 높아.”나는 노트북을 닫았다.“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뭔데?”“태광이가 너를 만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무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그렇다면 만남을 막으려 했을 수도 있겠지.”◇다음 날 오전.우리는 담당 형사를 찾아갔다.형사는 태광이 남긴 전자문서의 수정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이태광 씨가 감정사 입회하에 거래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답변한 건 맞습니다.”“그 답변을 누가 확인했나요?”내 질문에 형사가 화면을 돌렸다.“오정민 씨와 박연호 씨 계정에서 열람했습니다.”나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적어도 해당 답변을 열람한 기록은 있습니다.”무겸이 물었다.“이후 거래를 중단하려는 조치가 있었습니까?”“오히려 반대입니다.”형사는 새로운 자료를 펼쳤다.태광이 이의를 제기한 다음 날, 박연호의 회사에서 작품 반출을 요청한 기록이었다.“작품을 급하게 옮기려고 했군요.”“네. 그런데 이태광 씨가 반출 승인을 거절했습니다.”나는 고개를 들었다.“태광이가 직접요?”“그렇습니다.”작품을 반출하려던 사람들.그 거래를 막으려던 태광.그리고 그날 밤 벌어진 살인 사건.이제 사건의 흐름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다.◇경찰서를 나온 나는 무겸과 나란히 걸었다.“무겸아, 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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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인 조항을 추가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이태광 씨였다고 합니다.”담당 형사의 말에 나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어젯밤 강무겸과 함께 보낸 시간이 아직 생생했다.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서 편안하게 잠들었고, 아침에는 웃으며 눈을 떴다.그런데 다시 태광의 이름이 나왔다.“그 말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나요?”“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직접 오셔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네. 오늘 갈게요.”통화를 끝내자 무겸이 내 어깨를 감쌌다.“설주야. 괜찮아?”“괜찮다고 하고 싶은데 거짓말일 것 같아.”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어젯밤에는 정말 행복했거든.”무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나도.”“그런데 행복해지려고 할 때마다 태광이 일이 생겨.”“그 일 때문에 네가 행복하면 안 되는 건 아니잖아.”나는 고개를 들었다.“무겸아.”“응.”“오늘도 같이 가줄래?”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당연하지.”◇오후 2시.경찰서에서 오정민과 마주 앉았다.그는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제 이름을 누가 계약서에 넣었는지 확인하면 그만할게요.”담당 형사가 서류를 펼쳤다.“오정민 씨는 이태광 씨의 요청으로 보증인 조항을 추가했다고 진술했습니다.”“맞습니다.”“요청을 받은 기록이 있습니까?”오정민은 잠시 망설였다.“구두로 전달받았습니다.”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결국 증거는 없다는 거네요.”“이태광 씨가 직접 요청한 건 사실입니다.”“그럼 제 동의도 받았다고 하던가요?”“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나는 계약서 사본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여기에는 제가 미술관에서 직접 본인 확인을 했다고 적혀 있어요.”오정민의 표정이 굳었다.“그건 업무상 처리한 겁니다.”“저는 그날 미술관에 간 적 없어요.”“서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그러니까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확인했다고 기록한 거잖아요.”그는 대답하지 못했다.나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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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겸씨...”“응?”“나 오늘 집에 가기 싫어.”강무겸은 내 손에 들린 서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왜?”“집에 가면 또 생각할 것 같아. 태광이가 죽었던 날도, 내 이름으로 작성된 서류도.”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정말 미칠 것 같아.”누군가 내 얼굴을 그림으로 만들고, 내 서명을 위조하고, 심지어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내가 있었던 것처럼 기록했다.그런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내 인생인데 왜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걸까?”무겸이 내 옆에 앉았다.“설주야.”“응.”“오늘은 그만 생각하자.”“생각하기 싫은데 자꾸 생각나.”그는 잠시 내 손을 잡았다.“그럼 오늘은 나랑 있어.”나는 고개를 들었다.“술 한잔할래?”“술?”“응.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하고 싶어.”무겸은 내 얼굴을 살폈다.“좋아. 대신 저녁부터 먹자.”“또 밥이야?”“빈속에 마시면 금방 취하잖아.”나는 그제야 희미하게 웃었다.“알았어. 오늘은 무겸이 말 들을게.”◇저녁 8시.우리는 무겸의 집에 있었다.그가 간단하게 준비한 저녁을 먹고, 거실 테이블에 와인과 잔 2개를 올려놓았다.“집에 와인은 항상 있어?”“가끔 마셔.”“혼자?”“응.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네.”나는 잔을 들어 올렸다.“그럼 우리 첫 술자리네.”무겸이 자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그러네.”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달콤하면서도 끝맛이 쌉싸름했다.“맛있다.”“마음에 들어?”“응. 무겸이 취향 괜찮네.”그가 웃었다.“그동안은 별로였어?”“아니. 남자 보는 눈은 내가 좀 있나 봐.”“그 말은 마음에 드는데.”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웃었다.오랜만이었다.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고 편하게 웃는 시간이.하지만 와인잔을 내려놓자 다시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무겸아.”“응.”“나 이상한 여자 같지 않아?”“왜 그렇게 생각해?”“약혼자가 죽었는데 그 사람을 죽인 용의자였던 남자랑 연애하고 있잖아.”무겸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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