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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네가 눌렀잖아.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3 05:01:43

“이번에는 당신이 내 이름을 훔쳤네요.”

하진의 말이 생중계로 그대로 흘렀다.

조사실의 서우가 화면 앞으로 다가왔다.

“방금 승인한 건 내가 아니다.”

“그런데 승인자는 당신이에요.”

“육 년 전 내가 만든 권리 보관 계약이 실행된 거다.”

하진은 표지에서 지워진 자기 이름을 바라봤다.

“왜 강태겸 이름으로 보관했어요?”

“당시 네 작품이 등록된 유통 계정이 태겸 명의뿐이었다.”

“훔친 사람 계정에 내 작품을 맡겼다고요?”

“소유권은 넘기지 않았다.”

“내 허락은요?”

서우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받지 못했다.”

“어젯밤에는 손 하나 올리는 것도 물었잖아요.”

“그때는 왜 안 물었어요?”

“네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선택할 수 없는 사람 대신 당신이 골랐어요?”

“살아 돌아오게 할 방법이라고 믿었다.”

“믿은 건 당신이고, 잃은 건 나였어요.”

하진이 생중계 화면을 돌려 서우의 얼굴을 비췄다.

“그럼 이번 일과 상관없이 당신도 내 선택을 빼앗았네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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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8화. 내 이름으로 올려요.

    “이 원고, 오늘 공개하겠습니다.”회의실 문이 닫히기 직전 하진의 말이 안으로 들어갔다.의장이 표결 자료를 확인했다.해임 안건의 부속 자료에는 하진의 미공개 원고에 대한 공개 금지 검토 요청이 포함돼 있었다.“원고 당사자에게 삼 분간 참고인 진술을 허가합니다.”하진은 서우의 뒤가 아니라 빈 옆자리를 지나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재가 태블릿을 회의실 공유 화면에 연결했다.오혜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원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회사 미공개 자료와 수사 기록이 포함됐는지 확인하려는 거다.”하진은 원본 파일의 생성 내역을 띄웠다.최초 작성자 윤하진.무단 복제 기록 한 건.원본 변조 기록 없음.“강태겸이 가져간 건 복제본입니다.”“제가 공개하려는 건 포렌식 검증을 마친 원본이고요.”“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와 다른 피해자의 실명은 제외했습니다.”하진은 공개본과 증거 제출본을 나란히 보여줬다.“업무 자료를 복사해 쓴 것도 아닙니다.”“제가 직접 겪은 일과 이미 공개된 기록을 제 문장으로 썼어요.”오혜련이 원고실 열쇠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그 공간은 회사 명의로 임차했다.”“강서우의 해임이 확정되면 오늘 자정에 지원과 출입 권한도 끝난다.”“개인 물품과 증거를 회수할 시간은 그때까지 주마.”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의자 다리가 바닥을 밀었다.그가 열쇠를 향해 움직이자 하진이 손목을 잡았다.“서우 씨.”서우가 하진을 봤다.“멈춰요.”그의 손이 내려갔다.하진은 자기 손 하나에 멈춘 남자를 보며 숨을 삼켰다.잘못 말하면 이 사람은 자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또 모든 것을 부술 수도 있었다.그래도 손을 놓지는 않았다.“열쇠는 내가 받을게요.”오혜련이 하진 앞으로 열쇠를 밀었다.“그 원고에는 네가 강서우를 찾아간 밤도 들어 있겠지.”“네.”“사람들은 작품보다 네 침실부터 읽을 거다.”“그 밤을 먼저 훔쳐 판 건 당신들이에요.”하진은 열쇠를 쥐었다.“이번에는 내가 남긴 문장으로 읽게 할 겁니다.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7화. 붙잡지 않아도 남아요.

    “대표님, 내일이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자정 직전에 도착한 변호인의 음성 메시지가 다시 재생됐다.대표직을 잃은 뒤에도 오래된 호칭은 바뀌지 않았다.날짜가 넘어간 지금, 등기이사 해임과 그룹 내 모든 직무 배제 표결까지 아홉 시간도 남지 않았다.과반 찬성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서우는 메시지를 끝까지 듣고 휴대전화를 뒤집었다.하진은 그의 팔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정말 전부 잃어요?”“보유 주식은 남는다.”“그럼 전부는 아니네요.”“향후 배당금과 퇴직 보상금은 피해 보상용 별도 계정에 예치할 생각이다.”침대 옆에는 스물아홉 작품의 권리 확인과 보상이 끝날 때까지해당 금액을 인출하지 않겠다는 신청서가 놓여 있었다.“그것까지 내놓으면 당신한테 뭐가 남아요?”“책임질 일과 네가 오늘 허락한 자리.”하진의 얼굴이 굳자 서우가 덧붙였다.“네가 남아야 내가 버틴다는 뜻은 아니다.”“네가 떠나도 내 책임은 내가 진다.”그 말이 오히려 하진을 문 쪽으로 밀었다.“가고 싶어?”“조금요.”“왜?”“지금 당신과 끝났다고 발표하면 표 하나쯤 돌아올 것 같아서요.”“그 거짓말로 얻는 표는 필요 없다.”“사람들은 내가 당신 약점이라고 하잖아요.”“그건 그들이 네게 붙인 이름이다.”하진은 현관문 앞에 섰다.서우는 따라왔지만 길을 막지 않았다.“문 열어줄까?”“붙잡지 않아요?”“네가 남는 선택까지 빼앗고 싶지 않다.”문이 열리자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서우는 한 걸음 물러나 길을 비웠다.“나가도 된다.”하진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뒤에서 붙드는 손도, 가지 말라는 말도 없었다.“나 아직도 도망치고 싶어요.”“알아.”“당신이 다 잃는 걸 보면 내 탓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네 탓이 아니다.”“그 말을 믿는 것도 무서워요.”“오늘은 믿지 않아도 된다.”하진은 열린 문보다 서우의 빈손을 바라봤다.자신을 붙잡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접고 있었다.“손 내밀어도 돼요?”서우가 손바닥을 폈다.하진이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6화. 오늘이 쌓이면

    “내일 아침에도 오늘만 하자고 말해줘요.”임시 숙소로 돌아온 하진은 현관문 앞에서 서우를 붙잡았다.서우는 문을 닫지 않은 채 물었다.“내일 마음이 달라져도?”“그러면 내가 달라졌다고 말할게요.”“오늘 한 약속 때문에 남지는 마.”“오늘 떠날 이유도 당신이 대신 만들지 마요.”서우가 열린 문 안쪽을 가리켰다.“들어올래?”하진은 직접 문턱을 넘었다.“오늘은요.”거울 앞에 선 하진은 손등을 덮은 셔츠 소매를 접었다.소매 끝에는 서우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번 드러냈던 이니셜 자수가 남아 있었다.서우는 그의 뒤에 섰지만 먼저 손을 대지 않았다.“갈아입을 옷을 구해주겠다.”“이게 불편해요?”“내가 불편한 것과 네가 입을지는 다른 문제다.”하진은 거울 속 서우를 바라봤다.“그럼 원하는 걸 말해요.”서우의 시선이 셔츠 단추에 머물렀다.“내가 벗기고 싶다.”하진의 손끝이 단추 위에서 멈췄다.“말한 건 허락이 아니에요.”“안다.”“기다릴 수 있어요?”“네가 먼저 고를 때까지.”하진이 돌아서려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피해 작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던 사진이 기사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확대된 사진에는 서우의 이니셜까지 선명했다.[강서우의 셔츠를 입은 피해자 측 연락책.][한성그룹 윤리위원회, 이해충돌 확인 요청.]첨부된 확인서에는 한 문장이 굵게 표시돼 있었다.두 사람의 동행은 사적 관계가 아닌 일시적 보호 조치였음을 확인한다.해당 문구에 서명하면 서우의 등기이사 해임 사유에서 사적 이해충돌 항목을 재검토하겠다는 조건이었다.하진이 확인서를 끝까지 읽었다.“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쓰면 마지막 자리라도 지킬 수 있대요.”“쓰지 마.”“자리보다 내 대답이 먼저예요?”“네가 하지 않은 말을 하게 만들면서 지킬 자리는 없다.”“그럼 전부 잃어도요?”“그건 내가 감당한다.”하진은 확인서의 거부란을 눌렀다.강서우와 동행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그러나 사적 관계를 부인할 의무는 없으며, 강서우의 업무상 책임은 객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5화. 오늘만 사랑해요.

    “오늘만 사랑한다고 하면, 내일도 듣고 싶어질 텐데요.”하진은 거울 속 서우를 바라봤다.빌려 입은 셔츠의 소매가 손등까지 내려와 있었다.서우는 그의 뒤에 서 있었지만 먼저 손을 대지 않았다.“듣고 싶으면 내일 다시 물어.”“오늘 대답부터 해요.”“사랑한다.”하진의 손가락이 단추 위에서 멈췄다.“오늘만요?”“네가 허락한 오늘까지.”“더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싶다.”서우의 시선이 거울 속 하진에게 머물렀다.“그래서 참는 게 아니라 묻는 거다.”“뭘요?”“가까이 가도 되나?”하진은 몸을 돌려 서우의 손을 끌어 자기 허리에 올렸다.“여기까지요.”서우의 손이 셔츠 위에서 멈췄다.“더 가까이 가고 싶다.”“원하는 걸 말한 건 허락이 아니에요.”“그럼 허락은?”하진이 그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았다.“오늘 밤 다시 물어요.”입술이 가까워지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두 사람이 임시 숙소로 들어가는 사진이 기사 첫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해임된 강서우, 핵심 피해자와 한밤 동행.][한성그룹, 윤하진을 공동 보상 협의 창구에서 제외 요청.]이유는 강서우와의 사적 관계로 인한 이해충돌이었다.서우가 허리에서 손을 뗐다.“회의에는 혼자 가.”하진이 떨어진 손을 다시 가져왔다.“방금까지 묻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면서요.”“내가 같이 가면 네 말보다 우리 관계가 먼저 보일 거다.”“같은 문까지는 같이 들어가요.”“회의실은?”“거기부터는 혼자 갈게요.”서우는 더 막지 않았다.“밖에서 기다리겠다.”피해 작가 공동대응단 회의가 열리는 건물 앞에는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서우가 별도 출입구를 가리켰다.“원하면 피할 수 있다.”하진은 정문 계단을 올랐다.“숨지 않을래요.”“내가 어디에 서면 되지?”하진은 걸음을 멈췄다.“내 앞에도, 뒤에도 서지 마요.”“그럼?”“옆에요.”두 사람은 같은 높이에서 계단을 올랐다.카메라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강서우 씨에게 회유당한 겁니까?”“보상 협의에서 제외되면 어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4화. 평생은 내일 말해요.

    “평생 같은 말은 함부로 하지 마요.”하진은 서우의 이마에서 천천히 떨어졌다.당일 조사를 마친 서우는 추가 소환에 응하는 조건으로 귀가를 허가받았다.조사기관 정문 앞에는 아직 취재진이 남아 있었다.“그럼 오늘은?”“오늘은 내 옆에 있어요.”“내일은 다시 묻고.”“네.”그때 변호인에게 빌린 서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강씨 저택에서 온 호출이었다.오혜련은 가족 식탁에 마지막으로 참석하라고 통보했다.“혼자 다녀와요.”서우가 먼저 말했다.하진은 차 문을 열었다.“들을지 말지는 내가 정해요.”저택의 긴 식탁에는 서우의 자리만 남아 있었다.하진이 앉을 의자는 벽 쪽으로 밀려 있었다.태겸이 잔을 내려놓았다.“가족도 아닌 사람까지 데려왔네.”하진은 벽에 밀린 의자를 직접 끌어와 서우 옆에 놓았다.누구도 내어주지 않은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가족으로 온 게 아니야.”하진은 태겸을 바라봤다.“이 사람 옆에 있으려고 왔어.”오혜련이 서우 앞에 저택 출입패와 가족 명의 카드를 내려놓았다.“윤하진과 관계를 정리하면 이 집의 지원은 유지해주마.”서우는 두 물건을 상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필요 없습니다.”태겸이 하진을 향해 웃었다.“형한테 남은 건 조사와 빚뿐이야.”하진은 대꾸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버렸고, 육 년 동안 숨었고, 네 이름을 지킨다면서 다른 사람들 이름까지 묶었어.”서우의 손에 들린 잔이 기울었다.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드러났다.“강태겸.”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앉아요.”서우는 태겸이 아니라 하진을 봤다.잠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하진은 그제야 알았다.이 집의 누구도 멈추지 못한 남자가 자기 손 하나에는 멈췄다.그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오혜련이 물었다.“저런 남자 옆에 얼마나 버틸 수 있겠니?”“모르겠어요.”서우의 시선이 하진에게 향했다.“그래서 오늘 하루만 정했어요.”“그 아이는 널 믿지 않는다는 뜻이야.”“믿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 그 남자의 형에게 안기면    73화. 내 옆에 서요.

    태겸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하진은 화면에 뜬 이름을 한동안 지우지 못했다.연결하자 태겸의 얼굴 대신 검은 천장이 보였다.“형은 이제 아무것도 없어.”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대표 자리도 집도 네 이름을 돌려줄 힘도 없어졌다고.”“그래서?”“그런데도 형 옆에 설 거야?”태겸의 질문이 귓속에 남았다.여섯 해 전에도 같은 방식이었다.서우에게 가면 다 잃는다고 겁을 주고, 태겸에게 남는 것만이 안전하다고 믿게 했다.그런데도 하진의 손은 종료 버튼 위에서 멈췄다.수사관의 감독 아래 연결돼 있던 서우가 그 모습을 봤다.“내가 끊어줄까?”하진이 서우를 바라봤다.“아니면 네가 직접 끊을래?”서우는 태겸의 전화를 빼앗지도, 대신 답하지도 않았다.하진이 직접 종료 버튼을 눌렀다.“이번에는 내가 끊었어요.”“봤다.”“잘했다고 하지 마요.”“네가 정한 일이니까 평가하지 않겠다.”하진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물었다.“숨긴 거 또 있어요?”“있다.”“뭔데요?”“대표이사 해임안이 곧 표결에 들어간다.”이재가 회사 공시망을 열었다.표결까지 남은 시간은 서른여덟 분이었다.명의 도용 작품 판매 유지.내부 보안 인증서 관리 실패.회사 자산을 이용한 무단 보호 계약.마지막 사유에는 윤하진과의 관계로 인한 기업 신뢰 훼손이 적혀 있었다.“왜 말하지 않았어요?”“네가 나를 지키려고 들어올 것 같았다.”“또 내가 뭘 할지 당신이 정했네요.”“그래.”“해임을 막을 거예요?”“아니.”“잘못한 책임은 지되, 오혜련이 만든 거짓 사유까지 받아들이지는 마요.”서우는 잠시 하진을 바라봤다.“네가 말할 기회가 없다.”이재가 곧바로 조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참고인 진술 요청서를 보냈다.표결 십 분 전, 이사회 의장이 하진에게 제한된 원격 발언을 허용했다.화면 속 오혜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피해자가 가해자의 자리를 지키러 왔군요.”“자리 지키러 온 게 아닙니다.”하진은 서우와 다른 화면에 앉았다.“강서우 씨가 저지른 잘못은 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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