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그가 놓아준 여자 / 제37장 – 찾은 숫자

Share

제37장 – 찾은 숫자

Author: L'encr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9 06:24:08

그녀가 슈퍼마켓에서 돌아왔을 때 집은 고요했다. 앨리스는 학교에 갔고, 알렉상드르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올 테고, 어쩌면 아예 안 올지도 몰랐다 . 외로움 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녀는 장바구니를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냉장고와 찬장에 식료품을 정리한 후, 빈손으로 멍하니 부엌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소피와의 만남은 그녀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오랜 친구를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손길이 팔에 닿는 것을 느끼자 , 깊숙이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카페에서 보냈던 저녁 시간들, 속삭였던 비밀들, 절대 연락을 끊지 않겠다는 약속들. 이 모든 것이 마치 다른 삶, 다른 여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알렉상드르가 나타나기 전, 침묵이 흐르기 전, 하얀 알약이 나오기 전의 여인.

그녀는 부엌 식탁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앞에 놓았다. 화면은 검은색이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5장 – 신문 인터뷰

    인터뷰는 거의 세 시간 동안 이어졌다. 클라라 퐁텐은 정확하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때로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던졌지만, 언제나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엘리제에게 결혼 생활, '비타민' 복용, 발견, 탈출, 재건 등 그녀의 삶에 대해 질문했다 . 재판, 협박, 기소 취하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엘리제가 설립한 협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협회를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미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엘리스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동정을 구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 그들의 고통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피, 카트린, 그리고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준 모든 자원봉사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기자가 그녀를 "여성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거나 "고통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하냐고 묻자,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직접 와서 보라고 합니다. 하루만 여기 머물면서 증언들을 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도 여전히 그런 비난을 고수하는지 묻습니다."인터뷰가 끝나자 클라라 퐁텐은 노트를 닫고 녹음기를 끈 후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감사합니다, 르누아르 씨. 진심으로요. 제 경력 동안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지만, 이렇게 진솔한 분은 드물었습니다."엘리스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기사가 기대에 부응했으면 좋겠네요.""그럴 겁니다. 제가 약속할게요."그 기사는 3주 후 신문 주말판에 전면 기사로 실렸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제목은 "리브르: 의료 폭력 피해 여성들의 침묵을 깨는 단체"였다. 그 아래에는 사무실에서 찍은 엘리제의 사진이 있었는데,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에 등을 돌린 채 자신의 이야기 를 공유하기로 동의한 여성들과 함께 있었다.그 영향은 즉각적이었다. 기사가 발행된 다음 날, 사무실 전화는 쉴 새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4장 – 신문 인터뷰

    줄리앙은 그녀의 손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기 계신 건 기사를 수정할 때 쓰실 수 있어요. 출판 전에 다시 읽어보겠다고 요구하셔도 되고요. 게다가, 그녀가 여기까지 온 건 당신의 기사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어서일 거예요. 스캔들을 찾으려는 기자들은 하루 종일 취재하러 오지 않거든요."다음 날, 엘리스는 소피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소피는 언제나처럼 열정적으로 말했다. "정말 멋진 생각이야! 전국 언론에 기사가 실리면 보조금도 받고, 자원봉사자도 모으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을 거야!""소피, 난 무서워.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무서워. 그 결과가 무서워.""이해해요. 하지만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엘리스. 우리가 여기 있어요.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 기사를 읽고 당신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까요? 당신 덕분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우리 문을 두드릴까요?"그 주장은 엘리제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엘리제는 캐서린을, 그리고 센터에 떨면서 수치심에 가득 찬 채 찾아왔다가 조금이나마 강해진 모습으로 떠났던 모든 여성들을 떠올렸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외롭고, 비정상적이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생각했다. 만약 이 글이 그들에게 닿아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같은 날 저녁 클라라 퐁텐에게 답장을 보내 인터뷰를 수락했다.일주일 후, 클라라 퐁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고, 짧은 갈색 머리에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로 생기 넘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어깨에는 수첩이 툭 튀어나온 가방을 메고 있었다. 일부 기자들이 보이는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수줍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이 들어서는 장소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듯했다.엘리스는 그녀를 커피로 맞이하고, 메인룸, 사무실, 작은 서재 등을 안내해 준 후 , 눈에 띄지 않는 뒷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3장 – 신문 인터뷰

    발신자 는 클라라 퐁텐이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기자로, 주요 전국 신문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녀는 입소문을 통해 리브르 협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역사를 조사한 후 "이 특별한 곳과 그 설립자"에 대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센터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유 이용 모임을 참관하고, 자원봉사자와 수혜자들을 만나보고( 그들이 동의한다면), 엘리제와 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엘리스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채로 그 메시지를 세 번이나 읽었다. 전국 신문 인터뷰라니. 그 생각은 그녀를 두렵게 하면서도 동시에 매혹시켰다. 수년 동안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게 숨고 사라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이름도 바꾸고, 도시도 바꾸고, 삶도 바꿨다. 그런데 이제 한 기자가 수천 명의 낯선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기회를 준 것이다. 마치 아무도 자신을 받아줄지 모르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것 같았다.그날 저녁, 그녀는 줄리앙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을 재운 후, 그들은 어두컴컴한 정원을 바라보며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휴대전화를 건넸고, 그는 말없이 메시지를 읽었다."어떻게 생각해?" 그녀가 물었다.“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수년간 침묵을 지키고 숨어 지냈잖아요. 그런데 오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해냈어요. 언론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죠.”"하지만 내가 말하면 모두가 알게 될 거야. 알렉상드르, 사라, 장모님까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다 알게 될 거라고.""그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엘리스. 알렉상드르는 당신의 주소, 전화번호, 직장까지 다 알고 있죠. 그가 당신에게 보낸 익명의 협박 편지가 그걸 증명해요. 침묵한다고 더 이상 당신을 보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건 다른 여성들을 보호하는 일이 될 수 있어요."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2장 – 계속하기로 한 결정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을 향해 돌아선 얼굴들을 훑어보았다. 캐서린은 심각한 표정이었고, 소피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저는 소송에서 이기려고 이 협회를 만든 게 아닙니다. 어떤 여성도 불의에 맞서 다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침묵하고, 떨고, 굴복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기에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고, 싸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압니다. 네, 알렉상드르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 사임을 받아낼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이곳을 폐쇄하게 만들 수도 없고, 우리의 침묵을 꺾을 수도 없습니다.”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언제나 재빠른 소피는 새로운 계획들을 제안했다. 협회 홍보 강화, 새로운 파트너 물색, 인식 제고를 위한 공개 회의 개최 등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곧 회의는 생산적이고 활기찬 워크숍으로 바뀌었다. 도착 당시 심각했던 얼굴들은 점차 밝아졌다. 알렉상드르의 해고는 더 이상 패배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모두가 떠난 후, 엘리제는 방에 혼자 남았다. 그녀는 넓은 방을 천천히 거닐며 협회의 역사를 증명하는 물건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벽에 걸린 소녀들의 그림, 레아가 준 조개껍데기, 창립식 때 찍은 단체 사진. 그녀는 줄리앙이 토스카나에서 주워와 전화기 옆에 놓아둔 작은 돌멩이를 손끝으로 만졌다. 그러고 나서 책상에 앉아 공책을 펼치고 무언가를 적었다.알렉상드르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법 시스템이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정에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 저는 친구들, 함께 싸워온 자매들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기로, 싸우기로, 결코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단체는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하나의 약속입니다. 이 문을 들어서는 모든 여성이 도움과 경청해 주는 사람, 그리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1장 – 계속하기로 한 결정

    엘리스는 책상 위에 손바닥을 평평하게 얹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결정했어, 맞아. 알렉상드르든 그와 같은 다른 어떤 남자든 날 굴복시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어. 이번 사건에서 법의 심판을 피했지. 하지만 그는 영원히 내 손에서 벗어날 순 없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내가 시작한 일을 계속하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방 문이 열리고 캐서린이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매일 아침 접수를 돕는 다른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들어왔다. 그들은 엘리제를 보자 걸음을 멈췄고, 캐서린은 엘리제에게 다가갔다."해고 소식을 들었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여러분 모두를요."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몇 주 전에 협회에 가입한 젊은 여성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전 남편을 고소할 용기를 절대 내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들이 제게 용기를 주셨어요. 이제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엘리제는 목이 메었다. 그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수년간 고통받고 침묵을 지켜왔던 이 여성들이 오늘, 그녀 곁에 서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몇 달 전만 해도 꿈에 불과했던 작은 모임이 어떻게 피난처이자, 희망의 등불이자, 가족이 되었는지 생각했다."고마워요,"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게 제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소피는 자리에서 일어나 결단의 순간에 보여주는 듯한 열정으로 말했다. "좋아요. 모두들 의욕이 넘치니 회의를 열자고요. 위기 회의가 아니라, 전투 회의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회의 말이에요."그들은 넓은 방에 자리를 잡고 줄리앙이 벼룩시장에서 찾은 의자에 둥글게 앉았다. 자원봉사자, 수혜자, 친구들 등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었다 .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는, 계속 나아가겠다는 같은 의지로 뭉쳐 있었다.엘리스는 아무런 메모나 준비 없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 그가 놓아준 여자   제520장 – 계속하기로 한 결정

    날 , 엘리제는 동트기 전에 잠에서 깼다. 집 안은 고요했고, 해 뜨기 전의 푸르스름한 황혼이 집을 감싸고 있었다. 줄리앙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한쪽 팔을 베개 밑에 넣은 채 깊고 느린 숨을 쉬고 있었다. 엘리제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그의 평화로운 숨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감사함이 솟구쳐 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남자는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 때에도 자신을 사랑해 주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변호해 주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할 때에도 그는 자신을 믿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사건이 기각된 실망스러운 순간에도 그는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었다.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가운을 입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내린 커피는 진하고 쓴맛이 났다 . 평소처럼 설탕은 넣지 않았다. 창가에 서서 첫 모금을 마시며 정원 위로 천천히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았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옅은 하늘을 배경으로 뚜렷하게 드러났고, 어딘가에서 검은새가 노래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을 되짚어 보았다. "비타민", 도피, 고독, 재판, 협박. 그리고 이제, 그녀를 무너뜨렸어야 할 혐의 기각은 오히려 그녀 안에 새로운 결의를 불러일으켰다. 과거 도피하고 숨고 복수를 계획하게 만들었던 차가운 분노가 아니라, 더 차분하고 깊고 뿌리 깊은 결의였다. 마치 폭풍우에 휘어졌던 나무가 바람이 잦아들자 천천히 곧게 펴져 이전보다 더 강해지는 것처럼.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서둘러 옷을 입은 후 사무실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소피는 매일 아침처럼 개점 준비를 하고 이미 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소피가 접수대 뒤에 서서 커피를 손에 들고 서류들을 펼쳐놓고 있었다."넌 일찍 일어나는구나." 소피가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네가 오늘 쉴 줄 알았어."엘리제는 고개를 저었다. "난 휴식이 필요 없어. 연기를 해야 해."소피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 그가 놓아준 여자   제8장 – 이름 모를 여인의 회상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때는 마치 친구를 재회하는 것처럼, 아는 듯한 호기심으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곤 했다. 아침에 거울 앞에 한참을 서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립스틱을 발라보고,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그건 예전 이야기였다. 알렉상드르를 만나기 전, 결혼식 전, 침묵과 하얀 알약들이 있기 전. 거울이 적이 되기 전의 이야기였다.그날 아침, 텅 빈 부엌에서 커피를 마신 후 그녀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집 안은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듯한 차갑고 칙칙한 빛으로 가득

  • 그가 놓아준 여자   제7장 – 깨어나기 전의 부재

    노인이나 하는 짓이지." 그래서 그녀는 정원 가꾸기를 그만두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꿈꾸는 것도 그만둔 것처럼.그녀는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맞은편 빈 의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의자는 그의 것이었다. 매일 아침 그가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딴 곳을 바라보며 앉던 자리였다. 그녀는 그가 없을 때조차 그 자리에 앉은 적이 없었다. 그곳은 그의 자리였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자리가 있었다. 정해진 자리, 그녀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움직일 수도 없는 자리.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친구들, 직업, 자유. 삶의

  • 그가 놓아준 여자   제2장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그녀는 일어나서 잠옷 가운을 입었다 . 팔꿈치까지 내려오는 낡은 면 소재의 가운이었는데, 취향보다는 습관 때문에 계속 입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욕실로 향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느리고 기계적이었다. 마치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는 내면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불을 켜고, 수도꼭지를 틀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낯선 사람의 얼굴이었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폭풍우에 휩쓸린 듯한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창백하고 밀랍 같은 안색. 급하게 묶은 윤기 없는 머리카락은 어깨

  • 그가 놓아준 여자   제1장 –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알람 시계가 울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침실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앤은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 침대 옆 탁자를 더듬어 엄지손가락으로 기계적으로 알람을 껐다. 곧바로 솜털처럼 포근한 정적이 찾아왔고, 거실 시계의 희미한 똑딱거리는 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 팔다리는 마치 새 하루를 시작하기를 거부하는 듯 무겁게 늘어져 있었다. 옆 침대 시트는 차가웠다. 알렉상드르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일어났다. 마치 낯선 사람이 호텔 방을 나서듯, 정중하지만 무심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