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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Author: 서린화
황제는 금영을 힐끗 보더니 자신의 맞은편 자리를 눈짓했다.

금영은 다소곳하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노점 주인이 다가오더니 웃으며 물었다.

“두 분, 뭐로 드릴까요?”

눈치 빠른 노점 주인은 눈앞의 두 손님이 비범한 신분이 아님을 바로 눈치채고 유난히 조심스럽고 공손히 대했다.

황제가 입을 열었다.

“전병을 대령하라.”

“제가 이 거리에서 전병 장사만 십여 년을 했는데 저희 집 연근 전병이 가장 맛이 좋습니다!”

“그럼 그거로 하지.”

황제가 말했다.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노점 주인은 고개를 돌려 부인에게 소리쳤다.

“부인, 연근소를 꽉꽉 채운 밀전병 두 접시를 준비하시오!”

*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 전병을 굽는 가마솥 밑에서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뜨거운 김이 바람에 실려 불어오더니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쌌다.

황제는 그 뒤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금영 또한 조용히 그를 마주보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황제는 비로소 눈앞의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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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라가 모두 차려지자 황제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그러고는 금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금영아, 뭘 그렇게 서 있느냐? 이리 와 앉거라.”금영은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에게 거리낄 것이 없으니 딱히 두려울 것도 없었다.금영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황제의 시선이 다시 태자에게로 향했다.그제야 태자도 공손히 두 사람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어쩐지 묘하게 어색한 광경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황후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손복안이 안으로 고했다.태자는 고개를 들어 전각 밖을 바라보았다.황제는 아예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들라 하라.”서 황후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침 한 상에 둘러앉아 수라를 들려는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늘 온화하고 현숙해 보이던 얼굴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하지만 이내 애써 표정을 다잡고 예를 올렸다.“신첩이 폐하를 뵈옵니다!”황제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로 왔는가?”그때 금영과 태자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서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서 황후가 대답했다.“새로 비의 자리에 오를 두 사람의 봉호를 정하실 것인지 폐하께 여쭙고자 왔사옵니다.”물론 이는 그저 황제를 만나기 위해 찾아낸 핑계에 불과했다.요즘 서 황후는 황제를 만날 기회조차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니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놓칠 리 없었다.서 황후는 웃음을 띤 채 태자와 금영을 바라보았다.“태자, 원 귀비.”금영은 본래 이 상황이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순간 짓궂은 마음이 불쑥 치밀었다.금영은 천진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마침 잘 오셨사옵니다. 저희도 이제 막 수라를 들려던 참이었사오니, 어차피 한 식구가 아니옵니까. 모두 함께 앉아 수라를 드시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말투에는 친근함과 살가움이 한껏 묻어 있었다.금영 역시 지금 자신이 하는 짓이 예전의 배명월과 비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9화

    “그렇다면 태자는 말해 보거라. 만약 이 일을 네가 직접 처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황제가 물었다.태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힘주어 말했다.“이 일은 이미 증거가 확실하오니, 마땅히 가문을 몰수하고 멸족해야 하옵니다.”금영은 찻잔을 들고 황제 앞으로 다가가 차를 올렸다.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비록 아녀자의 몸이오나, 이처럼 큰일을 어찌 이회묵 한 사람만으로 저지를 수 있었겠사옵니까.”“분명 그와 손을 잡은 다른 이들이 있을 것이옵니다.”금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리고 더욱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백성들의 목숨과 식량에 관련된 일이옵니다. 단지 이회묵만 조사하여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이회묵과 내통한 자들 또한 단 한 사람도 놓쳐서는 아니 되옵니다.”태자는 금영이 이 순간 입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황제의 표정을 살폈다.‘아바마마께서는 여인이 정사에 관여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시는데, 오늘 금영이 이렇게 말한다면 아바마마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그렇게 생각한 태자는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바마마, 원 귀비마마께서는 정사에 관여하려는 뜻이 아니오라……”금영은 태자가 이 순간 자신을 위해 변명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태자가 이렇게까지 어리석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황제의 서늘한 시선이 태자에게 향했다.태자는 순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제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짐은 원 귀비의 말이 매우 옳다고 생각한다.”“태자, 이회묵만 조사해서는 이 일을 잠재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회묵과 내통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겠느냐?”황제가 태자를 바라보았다.태자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회묵이 누구의 사람이었는지 알고 있었다.처음에는 자신이 이회묵만 처벌하면 황제가 더 이상 깊이 파고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그 뒤 자신이 서가 사람들에게 경고하여, 서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여겼다.하지만 오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8화

    금영과 황제는 봄날의 따스한 기운 속에서 꽤나 아름다운 하루를 보냈다.그동안 금영의 마음속 깊이 쌓여 있던,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는 답답한 기운도 어느새 조금은 옅어졌다.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궁으로 돌아왔다.황제는 하루 종일 정사를 살피지 않았기에,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소녕전이 아닌 현청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그렇다면 금영은?황제가 줄곧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놓지 않았기에, 금영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황제가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이때, 일부러 황제를 밀어낼 이유는 없지 않은가.하지만 현청전 앞에 도착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자를 보자, 금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께서는 태자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나를 데리고 오신 것이 아니겠지?’황제는 금영의 의심 어린 시선을 알아차렸다.금영이 자신을 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인지.황제는 벌을 주기라도 하듯 금영의 손끝을 살짝 힘주어 꼬집었다.금영은 살짝 아픈 듯 눈살을 찌푸리며 황제를 흘겨보았다.“폐하!”황제의 눈매에는 웃음기가 번졌다.금영이 이렇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나 즐거운 듯했다.사실 황제가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경우는 드물었다.하지만 가끔 금영이 부끄러워하며 화내는 모습을 보면, 황제 역시 알 수 없는 즐거움이 피어오르곤 했다.다만……금영을 정말로 화나게 만드는 일은 황제도 쉽게 시도하지 않았다.정말 화가 나서 달래지지 않는다면, 결국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것은 황제 자신일 테니까.태자는 이미 황제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이때 그는 몸을 돌려 계단 아래쪽을 바라보았다.금영과 황제가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은 그대로 태자의 눈에 들어왔다.태자의 심장이 순간 굳어졌다.그는 금영이 지금 황제의 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전에는 애써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피할 수 있었다.그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7화

    서 황후가 떠난 뒤.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신이 또렷해 보이던 태후는, 마치 정말로 기력이 다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손 상궁은 그 모습을 보자 서둘러 태후를 부축해 다시 앉혔다.태후가 입궁하던 때부터 곁을 지키며 수십 년을 모셔 온 손 상궁은, 지금 이 순간 미묘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입을 열었다.“마마, 어찌하여 이렇게까지 하시옵니까?”태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는 본래 그녀를 감싸 줄 수 있다.”“하지만 나도 이제 늙었고, 폐하께서도 갈수록 나를 예전처럼 마음에 두지 않으시는구나.”“만약 그녀가 여전히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그 말을 하던 태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마치 더 이상 그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듯했다.*서 황후가 서봉전으로 돌아온 뒤.그녀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림 소의가 말이지. 본궁은 지금까지 이런 좋은 자리가 그녀에게 돌아갈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구나.”환옥이 서둘러 위로했다.“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림 소의는 본래 겁이 많고 소심한 성정이옵니다. 훗날 저희가 조금만 손을 쓰면 얼마든지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옵니다.”서 황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 본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막 입궁했을 때, 본궁이 사람을 보내 림 어사를 한 번 경고했을 뿐인데도 그는 곧바로 몸을 낮추고 처신하지 않았느냐.”환옥이 웃으며 말했다.“그 따님이 마마의 손안에 있는데, 아무리 강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지 않겠사옵니까?”*금영과 황제는 이미 궁을 나선 뒤였다.정확히 말하면 성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그리고 그곳은 여전히 도화제였다.이 계절에는 복사꽃이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았지만, 가지 끝에는 이미 작은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강물 위의 얼음은 진작 녹아내렸고, 지금은 한 쌍 한 쌍의 원앙들이 맑은 물 위를 한가롭게 떠다니고 있었다.따라온 손복안은 미리 낚싯대를 준비해 왔다.금영과 황제는 각각 낚싯대 하나씩 들고,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6화

    황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빈은 비의 자리에 있으나, 그 오라비가 소란을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오늘부로 미인으로 강등한다.”가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현비가 이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소의 중에서 한 사람을 고르시는 것이 어떠하시겠사옵니까. 신첩은 두 소의가 성품도 제법 온화하고……”황제는 현비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림 소의에게로 옮겼다.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가리키며 말했다.“그대다.”림 소의는 잠시 말없이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의 눈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그제야 림 소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앞으로 나아가 은혜에 감사드렸다.서 황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폐하, 이는……”황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황후는 불편하다 여기는 것이냐?”태후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물러날 줄 알았다.“그 또한 좋구나. 이 일은 황제의 뜻대로 하도록 하자.”황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사람을 보내 교지를 작성하도록 하겠다. 어마마마께서 몸이 편찮으시니, 소자는 이만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사옵니다.”말을 마친 황제는 금영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현비는 미소를 지으며 림 소의를 바라보았다.“마침 우리도 같은 길이니 함께 돌아가면 되겠구나.”금영은 현비의 말을 듣고 조금 걱정스러워졌다.림 소의가 감당할 수 있을까?금영은 조용히 황제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황제의 걸음이 멈췄다.그리고 다시 몇 마디를 덧붙였다.“오늘부터 가빈과 림 소의는 모두 각자의 궁으로 돌아가 태후마마를 위한 기복 경문을 필사하도록 하라. 허락 없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닌 듯했지만, 이는 오히려 림 소의가 비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안전을 보장해 주는 일이었다.훗날은……설령 서 황후와 현비가 아무리 대담하다 해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비의 품계에 오른 이를 대놓고 괴롭히지는 못할 것이다.그렇지 않았다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945화

    옥빈과 가빈이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은 황제를 보자 곧바로 예를 올렸다.태후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이 두 아이도 참 효성스럽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황후를 도와 내 곁에서 이리저리 분주히 시중을 들었지요.”태후는 말을 이었다.“어떤 이는 좀처럼 이 수강궁에 발걸음조차 하지 않지만 말입니다.”금영은 속으로 가볍게 웃었다.태후가 지금 자신을 에둘러 비꼬는 것인가.하지만 역시 선황 때 후궁의 암투 속에서 끝내 살아남은 사람이었다.누군가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다른 이를 깎아내리는 솜씨가 실로 절묘했다.금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신첩도 태후마마를 자주 찾아뵙고 싶사옵니다. 다만 염아가 아직 어려 신첩의 손길이 필요하고…… 폐하께도 신첩이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태후마마께서도 마음 놓고 병환을 돌보실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황제가 곧 말을 받았다.“어마마마, 금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시옵소서.”태후가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황제가 그렇게 말하니 마치 내가 금영을 괴롭히기라도 한 것 같지 않습니까.”마침 현비가 밖에서 들어왔다.현비는 먼저 공손히 예를 올린 뒤 웃으며 말했다.“조금 전 밖에서 태후마마의 목소리를 들었사온데, 전보다 훨씬 기운이 있으신 듯하옵니다. 몸도 조금 나아지신 것이옵니까?”현비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렇다면 신첩도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겠사옵니다.”금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평소에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현비였지만, 오늘만큼은 참으로 때맞춰 나타났다.그제야 태후도 자신이 조금 전 너무 멀쩡하게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을 깨달은 듯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서 황후는 얼른 약사발을 내려놓고 태후의 등을 두드렸다.“어마마마, 괜찮으시옵니까?”태후는 한참을 기침한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황제, 비를 세우는 일은…… 어찌 생각하고 계십니까?”서 황후도 옆에서 말했다.“폐하께서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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