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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hor: 지당
그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소름 끼치는 한기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내 절친한 벗을 위해 나를 산적에게 넘겼다.

목에 닿은 칼날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두렵지는 않았다.

'마음이 죽어 버리면 더는 슬플 것도 없다더니, 이런 기분인가?'

산적은 인질이 나로 바뀐 것을 확인하자, 방금 전까지 당황하던 눈빛이 순식간에 흉악하게 변했다.

그는 흉측하게 웃으며 칼날을 내 목에 더 바짝 눌렀다.

역겨운 숨결이 귓가에 닿았고, 우리 둘에게만 들릴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진국장군부의 적녀라고? 원망하려거든, 큰돈으로 네 목숨을 산 사람을 원망하거라."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산적은 살기를 가득 품은 채 칼을 치켜들었다.

위태로운 찰나, 나는 온 힘을 다해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산적의 손목을 꽉 깨물었다.

"악!"

산적이 비명을 지르며 손아귀 힘을 풀었다.

바로 그때,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서명재는 나를 구하러 오기는커녕, 오히려 내게 활을 겨누었다.

날카로운 화살은 내 왼쪽 어깨를 꿰뚫고, 뜨거운 피를 튀기며 그대로 뒤에 있던 산적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어깨에서 전해 오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무예를 익혔고, 어깨는 예전에 크게 다친 적이 있던 곳이었다.

서명재도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도, 내 어깨를 향해 활시위를 놓았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활을 당기지도,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멀지 않은 곳의 서명재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나를 향해 쏘았던 그 활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임수화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나를 인질로 넘기더니, 이번에는 내 몸을 방패 삼아 화살로 나를 꿰뚫어 산적까지 맞혔다.

산적도 그가 이토록 잔인할 줄은 몰랐다. 이내 가슴을 움켜쥔 채 상황이 틀어졌다는 걸 깨닫고는, 순식간에 폐허가 된 사당 뒤쪽 비밀통로로 자취를 감췄다.

서명재는 무의식적으로 내게 달려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휘청이는 나를 안으려 했다.

그때 임수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후작! 저 너무 무섭습니다! 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

임수화의 처절한 울음소리에, 그는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망설임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는 곧 몸을 돌려 임수화를 번쩍 안아 들었다.

내 어깨에서는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어둠 속에서 지난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서명재가 나와 혼인하기 위해 아버지가 내건 두 가지 시련을 통과했던 일이 떠올랐다.

첫 번째 시련은 이레 안에 은전 이십만 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몰래 어머니가 남겨 주신 재산 증서를 꺼내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그 돈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시련은 북쪽 끝 설산 정상에 올라, 전설 속 설련을 따 오는 것이었다.

그는 산에서 얼어 죽을 뻔했고, 가까스로 목숨만 건졌지만 결국 가져온 것은 설련 씨앗 몇 알뿐이었다.

두 시련 모두 제대로 해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는 장군부 대문 앞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사흘 밤낮을 무릎 꿇었다.

나 역시 문 안쪽에서 그와 함께 사흘 밤낮을 무릎 꿇었다.

그제야 아버지는 마음이 약해져 우리의 혼인을 허락했다.

나는 늘,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이 이 생에서 가장 큰 복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흐릿한 환상에 눈이 가려,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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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밤, 동거울이 진실을 비췄다   제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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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밤, 동거울이 진실을 비췄다   제4장

    어깨뼈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이 나를 일깨웠다.눈을 떴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미래와 이어진다는 그 동거울만이 내 침상 옆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거울 속 백발의 할멈은 엉망이 된 내 모습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어리석은 것. 나는 서명재에게 오십 년 동안 외면당하고 짓밟혔다. 그리고 어제야 비로소 진실을 알았다. 임수화는 죽지 않았고, 서명재가 그녀를 별원에 숨겨 두었더구나. 무려 오십 년이나 몰래 만나 왔지! 그들은 자식에 손주까지 두고 부부처럼 화목하게 살았는데, 나는 절친한 벗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갇혀 평생 불경과 등불만 벗 삼은 채 외롭게 살았다!"나는 그녀가 피를 토하듯 쏟아 내는 원망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더 이상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네가 그를 위해 마련해 준 은자 이십만 냥은, 결국 그가 임수화와 몰래 살림을 차릴 밑천이 되었다. 그리고 그해 설산에 올랐을 때도, 설련을 따지 못한 게 아니었다. 그는 세상 모든 독을 풀고 죽은 사람도 되살린다는 그 설련을, 임수화에게 줘 버렸다고!"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방을 나섰다. 왼쪽 어깨에서 밀려오는 지독한 통증만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님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누가 막아서든 나는 돌아보지 않고 곧장 후작부 대청으로 향했다.'오늘, 모든 것을 끝내야 해.'멀리서 서명재가 후작부 노부인 앞에 꼿꼿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곁에는 가련한 척 눈물을 훔치는 임수화가 서 있었다."어머니, 제 뜻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저는 절대 수화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수화를 둘째 부인으로 들이겠습니다."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은 동시에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는 기색도 스쳤다.나는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웃었다."굳이 번거롭게 하실 것 없습니다. 이 후작부 안주인 자리, 임수화에게 내어 주면 그만이지요."그 말을 들은 서명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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