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한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더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뒤,고은영은 불안감이 엄습했다.예전에는 안지영과 함께였으니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제 혼자가 되었으니 조금 무서워 났다.안지영의 전화를 끊자마자 조보은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은영은 끊으려 했는데 손이 빗나가 버튼을 잘못 누르고 말았다.“고은영, 너 대단해! 이제 경찰에 신고한 거 이거야?”“내가 신고한 거 아니에요.”“네가 한 거랑 뭐가 달라? 내가 내 사위 회사 앞에서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네 짓이 아니라고?”조보은은 화가 치밀었다. 어제 그녀는 밤새도록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만약 이 소문이 용산에 퍼진다면, 동네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든 큰돈을 건져야 돌아갈 수 있다. 그 돈을 누가 주는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날 정말 당신 딸이라고 생각은 해요?”“생각하든 안 하든, 넌 내 딸이야!”고은영은 그녀의 이런 가식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역겨웠다.“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요. 이런 수작은 나한테 안 통해요.”하긴, 그녀의 수작에 쉽게 넘어갈 고은영이 아니였다.그녀는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거면,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에 조보은은 바로 태도를 바꾸며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당장 2억이나 내놔!”조보은은 이 돈을 량천옥이 주든 고은영이 주든, 암튼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돈을 받고야 고향에 돌아가겠다고 생각했다.“그럼 당신을 이용하려 했던 사람한테 연락해 봐요.”조보은의 말에 고은영은 조금의 심경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2억? 얼굴도 두껍지!전에 200만 원도 주지 않았는데, 지금 2억을 달라고?고은영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자 조보은은 더욱 흥분했다.“난 너랑 배준우의 결혼, 난 승낙 못해!”“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승낙 못한다고?조보은의 말에 고은영은 웃음
고은영이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휴게실 문을 두드렸다.고은영은 재빨리 문을 열었다.그러자 진청아가 손에 쇼핑백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사모님!”“......”사모님이라는 소리가 아직도 익숙지 않았다.진청아는 쇼핑백을 고은영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진청아는 완전 부럽다는 눈으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그녀를 너무 잘 챙겨 준다고 생각했다. 출근할 때도 항상 옆에 두고, 그녀가 심심할까 봐 걱정하고.재벌가의 결혼은 거의 비즈니스 관계가 많지만, 그런거와 상관없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고은영이 너무 부러웠다. “이게 뭐예요?”고은영은 그런 진청아의 마음을 전혀 모른채 그녀가 건네준 쇼핑백을 받아 열어보았다.안에는 털실 뭉치가 들어있었다.이건 무슨 뜻이지.....?“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지루해하실까 봐 목도리 하나 떠달라고 하셨어요.”“목도리요? 저 뜰 줄 모르는데요!”이런건 에젠에 할머니가 참 잘하셨다.그녀는 비록 할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이런 걸 배울 시간은 없었다.그래서 정말 할 줄 몰랐다. 그러자 진승연이 웃으며 말했다.“안에 강좌도 있어요. 강좌 먼저 보고 하세요.”강좌도 있다고?설마, 어제 할 일이 있을 거라더니, 이걸?고은영은 머리가 뻣뻣해졌다.“그래요, 알겠어요!”그녀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듯했다. 할 줄 모르기도 하지만, 이런 세심한 일을 할 인내심도 없었다.할머니 곁에서 자라면서 이런 걸 배우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물건을 주고 진청아는 제자지로 돌아갔다.배준우는 아직 회의하고 있다.고은영은 쇼핑백을 들고 휴게실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털실 뭉치를 꺼냈다.쇼핑백 안에는 책 한 권도 있었는데, 각종 무늬를 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다.그녀는 가장 쉬운 걸로 골랐다..............밖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배준우와 고은영은 늘 붙어 다녔다.설령 누군가 고은영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해도 지금은 그럴
지금도 배윤을 지키기 힘든데, 만약 배준우가 그 아이의 존재마저 알게된다면..?량천옥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이 몇 년 동안 배윤은 배준우 때문에 배가에 돌아오지도 못했다.배준우가 어떤 사람인지 량천옥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 아이의 존재를 알기만 한다면, 그걸 이용해서 자기를 벼랑 끝으로 몰아낼 거라는 것도 말이다.그때는 정말 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봐, 배 회장은 절대 그 아이에 대해서 알면 안 돼, 그땐 우리 다 끝이야.”량일은 큰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렇다, 그 대가가 얼마나 끔찍할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량천옥은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 그녀의 슬픔은 어제 량일이 느꼈던 그런 슬픔이었다.량일은 그런 량천옥이 안쓰러워 그녀를 품에 안고 등을 도닥여줬다.그러고는 탄식하며 말했다.“그냥 그 아이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배항준의 지금 건강 상태로 봤을 땐 앞으로 십 년에서 이십 년은 문제 없었다.그래서 지금 설령 그 아이를 찾았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그럼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만, 누구인지만 알려줘요.”량일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그만 잊어!”그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량천옥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량천옥이 그때 그 일을 얼마나 후회하는지.몇 년 동안 몰래 그 아이를 찾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그 아이가 누구인지만 알려주면, 몰래 찾아갈게 뻔했기 때문이다.몇 번 그러다가 배항준에게 걸리면......!그래서 량일은 이 모든 걸 혼자만 알고 있기로 다짐했다.어제 량천옥 앞에서 그 말을 꺼낸 것도 후회되었다. 그래서 더욱 알려줄 수 없었다.“절대 안 찾아갈게요. 누군지만 알려줘요. 네?”량천옥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다.너무 알고 싶었다!량일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끝까지 침묵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량천옥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고은영은 오전 내내 뜨개질을 연구했다.마침내 첫 부분을 시작했다. 책에
고은영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굳은 얼굴의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왜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배준우도 그녀를 쳐다보았다.“배고프지 않아?”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배고파요.”“아주머니가 도시락 가져오셨어. 같이 먹자.”“네, 좋아요!”밥을 가져왔다는 말에 고은영은 바로 하던 일을 멈췄다.한결 가벼워진 그녀의 표정에 배준우는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그걸 하기가 싫어?”"그냥 한가한 게 익숙지 않아서요. 바쁜 게 습관이 되었나 봐요.”할머니와 자라면서 그녀가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바로 지식과 돈이 한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다.그래서 온통 공부와 돈 버는데에만 집중했다.이런 한가한 취미 같은 일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걸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해졌다.그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살포시 잡았다.“앞으론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돼.”“...... “이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의 마음속에 뭔가 설명하지 못할 이상한 느낌이 스쳐 지났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 그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무표정의 옆모습을.오늘 진 씨 아주머니는 생선 요리와 소고기 요리를 했다.모두 단백질과 DHA 함량이 높은 음식들이었다.고은영은 생선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밥을 먹을 때도 소고기만 먹었다. 그러자 배준우가 물었다.“생선 안 좋아해?”“좋아하긴 하는데, 번거롭잖아요.”지금 거의 입덧을 하지 않으니, 생선도 먹고 싶긴 했지만, 가시가 많아 귀찮았다.배준우가 그녀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웃겼다.“진짜 레벨이 다른 게으름이네.”“시간 낭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고은영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녀가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생선 반찬은 보통 일반적으로 점심시간에 먹지만, 출근하는 입장에 점심시간에 생선 뼈를 바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먹지 않았다.배왕은 생선가스 한 조
지금 량천옥과 배준우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싸움에 가장 두려운 건 바로 고은영이었다.량천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장항 프로젝트는 내어줄 수는 없었다. 배항준은 강성에 돌아오자마자, 그날 밤에 배준우를 집으로 불러들였다.그러자 배준우는 또 고은영을 데리고 함께 갔다.배항준은 고은영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지금 어디를 가든지 이 계집애를 데리고 다니는 거냐?”그는 고은영을 보기만 해도 화가 났다.배준우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우린 법적으로 부부예요. 자기 아내를 데리고 다니는데 불법은 아니잖아요?”아주 대놓고 비꼬며 말했다.뭔가를 암시하는 듯이 하는 말이었다.지금의 배준우와 회사에서의 배준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회사에서 그는 냉정하고, 현명하며, 아주 엄숙한, 그런 사람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비꼬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그의 말에 다들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너......!”배항준은 분노하며 배준우를 노려보았다.그에 대한 분노가 극한에 달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특히 ‘불법’이라는 단어는 대놓고 앞에서 그를 욕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배항준은 당시 이미 가정이 있었는데도, 정체 모를 여자들을 데리고는 각종 파티에 참석했다.그는 젊은 시절의 한 실수가 자기 인생 최대의 오점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이 개자식아!”배행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욕을 뱉었다.그러자 배준우가 비웃으며 말했다.“이러려고 오라고 했어요?”이러려고?이렇게 싸우려고 부른 건 아니다.진씨 집안의 일이 그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량천옥이 이렇게 생각이 짧을 줄 몰랐다.감히 배준우의 결혼에 끼어들 생각을 하다니.심지어 그 뒤에는 엄청난 이익 관계가 숨어있었다. 그래서 지금 진가에서 정확한 대답을 달라고 연락해 왔다.....!배항준은 화가 난 나머지 심정지가 올 것만 같았기에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너와 저 계집애가 끝났다는 소식
배항준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그는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장항 프로젝트 어디까지 정리됐어?”사실은 뻔히 알면서도 물었다. 그가 요 며칠 북성에 출장을 간 것도 모두 장항 프로젝트를 피하기 위해서다.그는 어린 아내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일이 평온하게 지나가기는 글렀다.장항 프로젝트에 대해 묻는 배항준의 말에 량천옥은 의아하다는 듯 대답했다.“아직 정리 중이에요.”“아직도? 얼마나 걸려?”얼마나 걸리냐고?정리하는데도 데드라인이 있나?량천옥은 불만스러웠지만, 배항준에게 감히 그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일주일이요.”“그럼 일주일 뒤에 발표할까요? 근데 우리 결혼식은 4일 뒤예요. 전에도 말했듯이 만약 장항 프로젝트를 빨리 넘기지 않는다면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배준우가 날카롭게 말했다.'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한 마디가 배항준을 또 한 번 자극했다.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량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틀 안에 다 처리하도록 해!”“어르신!” 량천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자기 불만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그녀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배항준의 차가운 눈빛에 결국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가슴에 화가 치밀었다.“알았어?”량천옥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배항준이 또 한 번 물었다!량천옥은 지금 배준우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차마 배항준 앞이라 차마 티를 낼 수는 없었다.“알겠어요.”량천옥은 그저 주먹을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왔고, 고은영은 아직도 두려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방금 배항준의 살기 가득한 눈빛이 너무 소름 끼쳤다.배준우는 땀이 나는 그녀의 손바닥을 주무르며 물었다.“방금 무서웠어?”“어떻게 안 무서워요! 잡아먹힐 거 같은 분위기던데.”그녀는 두 번 왔는데, 두 번 다 이런 분위기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는
남자와 여자는 문제를 바라보는 깊이가 서로 다르다.량천옥은 배준우가 장항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견했지만배항준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심지어 량천옥이 배준우를 너무 나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비록 성격이 안 좋긴 해도 자기 동생을 몰아낼 사람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왜 윤이 얘기를 하냐고요? 이건......”배항준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에 량천옥은 말을 멈췄다. 계속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말을 돌렸다.“어르신, 윤이 걱정은 안 되세요?”“안심해, 준우는 그런 놈이 아니야.”조금의 의심도 없이 배준우를 믿는 배항준의 모습에 량천옥의 마음은 이미 반쯤 싸늘해졌다.“윤이 한테는 안 그런다 쳐도, 나한테는요?”량천옥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배준우의 그동안의 행동을 보아서는 그녀를 얼마나 증오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배항준은 여전히 배준우의 편에 서서 말했다.“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 걱정을 해?”“아니... 어르신....”량천옥은 말문이 막혔다. 말끝마다 배준우의 편을 들어주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분명히 전에는 안 그랬는데!혹시, 두 사람이 몰래 다른 얘기를 나눴나?“됐어, 피곤해!”배항준은 더는 그녀의 말을 듣기 싫었기에 그는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더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위층으로 올라가는 배항준의 뒷모습에, 량천옥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고은영...”량천옥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 순간, 그녀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그깟 시골 계집애랑 결혼을 미끼로 장항 프로젝트를 빼앗아 가겠다고 협박한다 이거지?그럼 반드시 이 결혼을 막아야 해!량천옥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도 이젠 더 이상 예의 같은 건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전에 량일이 그녀에게 했던 말도 전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였다!........량일은 방으로
전화를 끊자마자, 조보은은 서정우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들, 우리 곧 돈 생길거야!”조보운의 이런 흥분에, 서정우와 서준호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서정우와 서준호 모두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하지만, 조보은은 혼자 버티고 있었다.“그냥 그만두자.”서준호가 약간 고민스러운 듯 말했다.앞서 경찰서까지 끌려갔는데, 또 가서 소란을 피우자고?심지어 내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만두긴 뭘 그만둬?”조보은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녀는 지금 그들이 이렇게 가난한 건 다 서준호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더는 전처럼 힘들게 살기 싫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그럼, 당신이 그 계집애를 물러나게 할 능력이나 있어? 예전의 만만한 계집애가 아니야. 강성에 집도 샀고. 당신이 받은 돈 절반을 준다 해도 그 계집애는 당신 말 안 들을 거야.”그렇다!고은영의 집은 2년 전에 사놓은 것이기에 지금은 집값이 배로 뛰었을 것이다.그래서 5억을 준다 해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서준호의 말에 조보은은 코웃음 쳤다.“누가 반 나눠 준대? 생각도 하지 말라 그래!”고은영에게 절반을 나눠준다고?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거의 광기에 가까운 그녀의 태도에 서준호와 서정우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래?”서준호가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서준호는 조보은이 전에 그런 봉변을 당해놓고도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러는지 불안했다.10억을 준다고 하니, 조보은은 몸을 던져서라도 그 돈을 받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10억, 그녀에겐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액수다.10억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 몇 년간의 억울함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일단 준비하고 있어, 내일 내가 고은영 끌고 올 거야.”조보은은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내일 무슨 일이 있어도 고은영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