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하고 닫히는 요란스러운 문소리에 배준우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곤 화장실 쪽을 바라봤다.고은영은 화장실 안에서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았다."무슨 일이야?"그때, 밖에서 배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긴장되었다.하지만 결국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대표님.. 여기에 수건이 없어서요."순간,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고은영은 혀라도 깨물고 싶었다.그녀가 덤벙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지금쯤 그녀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걸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결국 배준우가 새로운 수건 하나를 들고 다시 화장실로 다가갔다."문 열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이 그제야 문을 살짝 열곤 하얗고 작은 손을 내밀었다."감사합니다."배준우는 평소 키 크고 날씬한 고은영만 봐왔던지라 통통한 그녀의 손을 보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그녀는 농촌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고은영은 추위에 몸을 떨며 얼른 물기를 닦아냈다.그리고 배준우가 준 옷을 보니 바로 그의 셔츠와 바지였다. 셔츠의 차가운 촉감에 고은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화장실에서 나온 고은영의 입술은 추위에 약간 핏기를 잃었다.배준우는 그 소리를 듣고 고은영에게 눈길을 돌렸다.고은영이 키가 컸던 덕분에 배준우의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지는 많이 큰 듯했다."추워?"창백한 그녀의 입술을 본 배준우가 물었다."네."집안에는 보일러를 틀어 충분히 따뜻했지만, 고은영은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보일러를 튼 집안에서도 니트를 입고 있을 정도였다. "이리 와."고은영은 무표정한 배준우를 보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그녀가 배준우에게 가까이 왔을 무렵, 배준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씻었는데도 손이 이렇게 차가워?""다 씻고 안에 좀 오래 있어서요."게다가 배준우가 준 옷은 따뜻하지도 않았다."안에 재밌는 거라도 있나 봐?"배준우
고은영은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배준우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배 대표님, 안 돼요!"고은영이 힘껏 배준우를 뿌리치고 그의 품속에서 뛰쳐 나왔다.취해있던 배준우도 그녀의 행동에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의 눈을 차지했던 다정함이 사라지고 차가움만이 남았다.고은영은 그런 배준우를 보다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배 대표님."고은영의 목소리에 배준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자자."자자는 말을 들은 고은영은 또다시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서 자라는 말씀이신지…"그녀는 방금 전의 상황에 놀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배준우는 멍청한 고은영의 질문을 들으니 답답해졌다. 그리고 놀란 듯한 모습의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디에서 자고 싶은데?""저는 여기 말고 숙소로 돌아가서 자고 싶습니다."고은영이 다급하게 말하자 배준우가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었다.고은영은 긴 시간 동안 배준우의 곁을 지키며 업무상에서의 실수 때문에 늘 그를 무서워했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그럼 어제 잤던 방에서 자."고은영은 그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방금 전, 그녀는 배준우의 몸에서 이성을 잃은 짐승의 모습을 보아냈다.그녀는 그가 무서웠다. 그저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하지만 차가운 배준우의 눈빛을 마주하니 아무 말도 감히 하지 못했다.결국 고은영은 두려움을 참아가며 어젯밤 잠을 청했던 방으로 갔다.하지만 그녀가 금방 몸을 돌렸을 때, 배준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고은영."고은영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흠칫 몸을 떨었다.배준우가 후회하면 어떡하지?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방을 나서려고 했다.배준우는 황급히 도망가려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를 더 이상 놀리지 않기로 했다."일찍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을 나섰다.배준우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고은영의 모습을
"그래도 찾을 수 있어."고은영이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녀가 보기엔 서정우가 일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안지영의 말처럼 쓸데없이 눈만 높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주제에 서정우는 월급이 200만 원이 되는 일만 찾아 다니지만, 그 어느 회사에서도 그만한 돈을 주고 실습생을 찾지 않는다. 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있자니 조금 짜증이 났다."나도 열심히 찾고 있다고..! 누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만 닦달하더라.""누가 닦달했다고 그래! 네가 아무것도 안 하고 누가 네 입에 밥만 넣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발끈했다. 그녀의 가정은 부유한 가정이 아니었기에 공부만 잘해도 창창한 미래를 펼칠 준비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정우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것도 잘 배우지 못한 듯했다.서정우는 단호한 고은영의 태도를 보곤 다시 꼬리를 내렸다."누나, 나 일 찾고 있잖아. 일하기 시작하면, 이제 누나들한테 돈 달라는 소리 안 할게. 내가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어서 그래. 내가 사주겠다고 했는데 이따 돈이 없으면 좀 그렇잖아. 그러니까 누나가 한 번만 도와줘."어쩐지 다급하게 전화를 했더라니, 돈도 없으면서 체면만 죽어라 세우기는.고은영은 서정우의 이런 면이 가장 싫었다. 무슨 일을 하든 아무 계획도 없는 것. 그랬기에 짜증 난 말투로 그에게 말 한마디를 던졌다."돈 없어!""아니, 누나…"서정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은영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곤 화가 나서 휴대폰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조보은을 탓하기 시작했다. 돈도 없으면서 이런 철 없는 아들을 키워냈으니 말이다.서정우는 고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영은 받지 않았다.그랬기에 다시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정우의 말을 들은 고은지가 다시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고은영이 한숨을 쉬었다."언니, 자꾸 그렇게 서정우 봐주지 마.""내가 봐주는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피곤하기만 했다.젠장, 어떻게 그런 꿈을 꿀수 있을까?어쩌면 그날 밤 호텔에 있던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역시 달라지네!배준우은 난청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하며 그 여자를 찾아 토막내고 싶었다.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고은영은 터무니 없이 몸서리를 쳤다가 ‘에취’하고 재채기를 했다.‘윙윙! ’탁자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 하고있다.고은지의 전화인것을 보고 나서 고은영은 “언니”라고 받았다.“너 어젯밤에 서정우한테 4만원만 줬어?”“밥 한 끼면 충분해!”고은영은 냉담하게 말했다.그는 능력도 없는데 맏형이 되고 싶어해 혼 좀 나야돼!돌발 사건은 해결 해줬지만 그런 아슬아슬한 느낌은 일생동안 있을수 없게 될것이다.고은지가 또 조보은이 골칫거리를 만들수 있다는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뜻밖에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해 말했다.“그만이면 충분하긴해. 이제 우리도 그에게 혼을 좀 내줘야겠어.”어젯밤에 자기가 돈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감히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탕 먹고 마시다니.한밤중에 돈을 빌리려고 전화를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고은지의 이 말을 듣고 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고은지의 무분별한 타협이었다.잠시 생각해보니 고은영은 “그녀는 어떻게 됬어? 심각한가?”라고 물었다.그녀,조보은!지금까지만 해도 고은영은 그 해에 조보은이 매정하게 자신을 할머니 마당에 내동댕이쳤다는 것만 생각하면그 장면,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해 그 때부터 그는 다시는 조보은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조보은을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 말하기 시작하자 고은지는 숨결마저 세지게 되였다.전화 그쪽의 이상함을 느낀 고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그녀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전혀 아프지 않아!”“뭐?”“아픈 사람은 서호준이야!”고은지는 화를 내며 말했다.서정우의 아버지 서호준이 아프다고? 아들이 못되서 전 남편의 딸을 찾아 병원비를 낸다고?아마도 조보은만
자세히 보니 그녀의 발등에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배준우은 그것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멍청하네!”고은영은 얇은 입술을 꽉 깨물며 더욱 애처로워졌다.그것은 배준우가 부엌 문 앞에 말없이 서서 그녀를 이렇게 놀라게 했기 때문인데또 그녀가 멍청하다고 욕하니...배준우의 마음 속에서는 고은영은 항상 어리석었고 그가 무엇을 하든 쉽게 문제에 빠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은 그녀가 하는 일이 항상 걱정 되어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물집이 잡혔어."배준우는 잠시 보고 말했다.펄펄 끓는 국물이 발등에 부었으니 심하게 데였지!고은영은 발등에 잡힌 여러 물집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더욱 억울해졌다.배준우는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찾았는데 화상 연고가 없는 것을 발견하자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의사는 그에게 먼저 얼음찜질을 하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품에 안고 소파로 돌아와서 앉았다.눈물이 글썽글썽한 고은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울고 싶어?”고은영은 코물을 닦더니 눈 밑의 억울함은 더욱 짙어졌다.“우는 결과는 알아?”배준우의 차가운 말투에 고은영이 순간 겁이 났지만 꾹 참았다.배준우는 우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여직원이 울었다는 이유로 부서 전체를 해고하는 일벌백계한 수단은 회사 전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여서 말했다. “울지 않겠습니다!”울 용기가 없는거지!배준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냉장고로 가서 아이스팩을 꺼내 몸을 굽혀 그녀의 발등에 붙였다.이때야 배준우는 고은영이 키는 크지만 발이 매우 작다는 것을 발견했다.신발은 230mm만 신어야 할 것 같은데?날씬해 보이지만 발가락이 둥글고 균형이 잡히고....고은영은 자신에게 아이스팩을 붙이고 있는 배준우을 바라보며 조금 쑥스러워 피하고 싶었다. “나혼자 할 수 있어요.”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아이스팩을 건넸다.급히 달려온 개인 의사는 고은영의 발등이 이렇게 데인 것을 보고 재빠르게 응급처
결국 배준우가 간단한 서양식 아침식사를 만들었다.고은영은 이런것을 먹는 데 습관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먹었다.그녀는 아직도 어젯밤에 배준우가 준 셔츠를 입고 있었고, 겁이 나서 어제밤에 입던 옷도 빨지 않았다.그러니까 오늘은 어떻해도 쉬야 되!배준우는 어쩔줄 모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주방에 들어가지마. 어차피 네가 한것도 맛 없잖아.”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완전 암흑 요리야.처음엔 계란과 빵이 다 타버렸고, 두 번째엔 별맛 없는 국수를 끓고, 세 번째엔 자신을 데웠지.생각해보니 그녀는 한번도 잘한 적이 없었다.고은영은 오늘의 사건 때문에 배준우가 불만을 품었다는것을 알고 억울하게 말했다. “고의로 그런 게 아닙니다.”“네가 의도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요리 솜씨가 좋지 않아 식재료를 낭비하는 것이 문제야!”고은영은 할말이 없었다.“......”이 말은 조금 참기 힘들었지만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아침 식사가 끝났다.배준우가 회사로 가는 시간이다.떠나기 전,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부엌에 갈 필요가 없어. 아줌마가 와서 청소할 테니.그리고 점심밥도 차려 줄 거야.”“네.알겠습니다.”부엌을 태워버릴까 봐 두려워 하는거야? 아줌마를 시켜서 밥을 해줘?배준우가 갔다!고은영이 소파에 누워 있을 때 안지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에서 안지영의 목소리는 특히 걱정스러웠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 아니야? 왜 아직 출근하지 않았어?”안지영의 소리를 듣고 고은영은 즉시 깨어났다.어제 회사 정문에서 나태웅이 2시간의 영상을 고쳐서 배준우한테 보내주겠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이사실이 생각 난 고은영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발이 데었어!”“뭐? 너 대채 무슨 일이야?”안지영은 말문이 막혔다.발은 또 왜 데었는데!역시 그녀는 배준우 옆에 오래 있으면 안돼. 입사할 때부터 실수를 자주 했어.학교에서도 세심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실수는 없었는데...그녀는 역시 긴
“안녕하세요. 고은영 아가씨에게 옷을 배달하러 왔습니다.”고은영은 자기한테 옷을 배달하는 소식을 듣고 소파에서 일어나 고개를 내밀어 살펴봤다.안지영이 옆으로 비키더니 작은 양복을 입은 직원 4명이 옷걸이를 밀고 들어왔다.안지영도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재벌 2세인 그녀는 이 옷들은 어느 대사의 개인 주문 제작인지 자연히 알고 있었다.두 사람…정말 가짜 결혼 하는거 맞아?안지영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 옷들을 바라보았고, 이어 소파 위에 어리둥절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한편.회사에서는 부서의 모든 직원이 출근했고 회사 전체가 환하게 밝혀졌다.어제 배준우가 고은영의 손을 잡고 떠나는 소식이 온 회사에서 퍼졌다.얼마나 많은 여직원이 가슴이 아팠을까!특히 김연화과 정유비.김연화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는 강력한 작업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고은영이 풋내기라고 배준우의 전임 비서로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정유비도 제 일 비서자리를 꾹 지켜보고 있다.이제 고은영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둘 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김연화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여서 냉음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우리 대표님은 그런사람이 아니야.고은영의 그런 수단은 아예 눈에 들어가지가 않아.”이제 그녀가 어느 구석에 버려진 줄 몰라!그녀가 대표님 한테 쫓겨났는지, 아니면 제발로 사임했는지 봅시다.정유비은 그녀를 말없이 차갑게 흘끗 보고 대답 하지 않았다.김연화은 서류를 안고 정유비보다 먼저 사장실로 들어갔다.나태웅이 왔을 때 고은영을 보지 못해 눈살을 찌푸리며 민초희한테 물었다. “고은영은 오지 않았어?”민초희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안 왔습니다.”나태웅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배준우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안에 분위기가 매우 다운된 느낌이 들었다.그가 들어오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그러나 이때 책상 맞은편에 서있는 김연화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배준우은 차갑게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스스로 사임할 거야?아니
하원 별장 쪽에--고은영과 안지영은 배준우가 보내준 이 옷들을 보며 서로 쳐다보면서 배준우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들은 가짜 결혼이다.하지만 지금 그는......상사직원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부인님, 이건 배준우 도련님이 보내달라고 한 겁니다. 모두 부인님의 사이즈에 맞으니, 입어 볼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고은영과 안지영의 입꼬리가 일제히 실룩거렸다.특히 안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의 다친 발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배준우는 이것 때문에 입어보지 말라고 특별히 부탁한 거야?싸늘한 대표님이 얼마나 배려심이 많은가!?고은영의 머리도 텅 비어서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직원들은 고은영이 말이 없자 또 다시 한번 불렀다. “부인님,부인님?”“어? 말해봐!”고은영은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머리가 좀 복잡했다.직원들은 이미 펜과 공책을 꺼내 들고 공손히 말했다. “지금 마음에 드는 색갈과 스타일을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나중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편리합니다!” “아, 아니요. 먼저 들어가세요.”고은영은 더듬거리며 말했다.배준우가 갑자기 잘해줘서 그녀는 약간 적응이 안됬다.직원들은 고은영이 습관 하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대표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라고 하세요.”“네.”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직원들은 떠났다.고은영과 안지영만 남았을때 안지영이 일어나서 옷걸이에 걸고 있는 옷들을 살펴보았다.아웃핏으로 입은 슈과 단품, 잠옷 파자마......속옷까지 다 있어!안지영은 깜짝 놀란 눈으로 고은영을 바라 보면서 말했다. “대단하네.짧은 시간만에 대표님을 이렇게 잘 가르쳤구나!”“너 함부로 말하지 마.”고은영은 비난한 눈빛으로 안지영을 힐끗 보았다.가르치기 무슨...누가 그런 용기가 있겠어! 예전에 출근할 때 배준우가 무섭다고 생각햇다.어제 배준우의 집으로 갔다 오고나서 고은영은 그 염라대왕같은배준우를 함부로 건드리기는 더더욱 두려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