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하......”
제발 물러가라, 이 음란 마귀야.
백희는 시시때때로 뜨거워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틈만 나면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기적적으로 한별과 말을 트고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 기왕이면 그가 저를 계속 떠올릴 수 있도록 끝내주는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그날.
녹차를 뒤집어쓴 한빛의 몸을 본 그날부터 자꾸 머릿속에 그 야한 몸이 떠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이러면.
‘이러면 진짜 내가 걔 몸만 원하고 있는 것 같잖아!!’
절대 그런 게 아닌데! 나는... 나는!!
이래서야 데이트 계획은커녕 마주쳤을 때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뱉어서 기껏 잡은 기회를 통째로 날릴까 봐 걱정되었다.
이번엔 미라나 호연의 도움을 얻을 수도 없는데. 애초에 순전히 제 음란 마귀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을 누군가한테 해결해 달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이건 자신과의 싸움. 제 자제력과 그를 향한 진심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래야 그 녀석이랑 다시 한 번......’
백희는 황급히 식탁 위에 놓아둔 물컵에 손을 뻗어 어느새 뜨거워진 속 안에 황급히 찬물을 들이부었다. 음란 마귀 물러가라고 염불 외운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또 이딴 생각을 하는 거냐.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머리인지, 이젠 나 자신도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꼴리는 걸 어떡해......”
그렇게 야한 몸을 보고 안 꼴리면 사람도 아니지, 암.
아. 다시 한번 만지고 싶다. 김한별의 몸.
그땐 급해서 제대로 여기저기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좀 더 여러 부분을 만지고, 또 보고 싶었다. 그 크고 모양이 예쁜 가슴을 쥐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또 그 얄쌍한 허리를 쓸어내리면 살짝 벌어진 입에서 어떤 소리를 토해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게.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냐고!”
백희는 세상에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그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단순 불순한 목적일 뿐,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그에게 증명해야만 하는 순수한 사랑이란 건 대체 무엇이냐고.
*
“하아......”
다사다난한 심경으로 기다려 온 월요일. 아침부터 쿵쾅대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 백희는 새벽 내내 침대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결국.
“두 시간 동안 뭐 하지......”
일찍 나와도 너무 일찍 나와 버렸다.
얼굴을 꼼꼼히 가리긴 했지만, 이런 넓은 곳에서 두 시간이나 서성거리고 있으면 아무리 그래도 눈에 안 띄기 힘들 것 같은데. 이러다 또 혼나겠네.
물론 데뷔한 지 십 년 이상이 흘렀다 보니, 대부분의 팬들은 저를 알아보아도 휴일인 것 같으면 굳이 찾아와서 곤란하게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저 혼자 놀다가 팬들 눈에 띄는 것과 한별과 함께 팬들 눈에 띄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차라리 TV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조합이었으면 어떻게 남사친 여사친이라고 둘러댈 수라도 있지, 근 십 년간 자신과 한별의 접점이라고는 그때 그 너튜브 촬영이 고작이지 않은가. 생각해 보니 십 년이나 이 바닥에서 동고동락해 왔는데 이렇게나 접점이 없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긴, 생각해 보면 우리 데뷔할 즘엔 남돌과 여돌이 서로 말만 해도 팬덤이 뒤집어지는 분위기였으니 최대한 접점을 안 만드는 게 서로를 위해 좋긴 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멍때리다 보니 별 쓸데없는 생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이 아니고. 어떻게 해야 이 남은 시간을 의미 있고 이상하지 않게 보낼 수 있으려나, 고민하던 중. 백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유흥거리가 가득한 곳.
“인형뽑기방이다.”
평소였다면 사람이 꽤 붐볐을 곳이지만, 지금은 평일 낮 시간대이다 보니 사람 하나 없이 한적했다. 저기라면 시선을 끌지 않고 두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백희는 망설일 것도 없이 들뜬 표정으로 사뿐사뿐, 인형 뽑기 방을 향해 달려갔다.
이후에 자신이 무슨 대형 사고를 칠지는 생각도 못 한 채.
*
‘이 새끼는 또 어딜 간 거야?’
한별은 기껏 잘 세팅한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소리 없는 신경질을 쏟아냈다.
확신을 준다 어쩐다 할 땐 언제고 첫 만남부터 지각이라니. 매너를 밥 말아 먹은 녀석인 건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다마는.
‘이럴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한별이 아는 주백희는 생각이 다 끝나기 전에 행동이 먼저 나가는 주제에 그 생각마저 짧은 무대포였다. 그러니 약속 장소도 앞뒤 생각 없이 빨리 나올 거라 생각했지 설마 지각하리라고는......
‘내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나.’
하긴, 제대로 얼굴 본 지 몇 번이나 됐다고. 걔가 날 모르는 만큼, 나도 걔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데.
본래 나는 이렇게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대하는 사람이 아니것만, 그 녀석에 대해서는 왜 이리 빠르게 단정 지어 버린 걸까. 가만히 생각하니 자신이 좀 너무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초에 그 녀석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너무 많은 말을 해버리니까.
한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근처 건물 벽에 피곤한 몸을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로 독촉해 봐야 서로 기분만 나빠지겠지. 피차 바쁜 몸이니, 기껏 생긴 휴일엔 몸이 잘 안 따라줄 때도 있고. 무엇보다 오늘 만나자고 통보하듯 얘기한 건 자신이었으니.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줄까.’
여러모로 자아성찰을 하며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한별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문득 시선을 옮긴 곳에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지만 않았어도, 오늘은 나름 상냥한 말투로 그녀에게 첫마디를 건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거리가 있었기에 그들이 무슨 말을 떠들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한별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필시 주백희가 저곳에서 뭔가 사고를 치고 있을 거라고.
“설마......”
한별은 사색이 된 얼굴로 천천히 인파를 향해 걸어갔다. 제발, 제발 내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길. 저기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누군가가 제발 주백희만은 아니길 간절히 빌었지만.
“아... 젠장! 또 걸렸어!”
그럼 그렇지. 안 좋은 예감은 하루도 틀리는 날이 없었다.
진짜 저건 하루도 조용하게 얌전히 있는 날이 없구나. 어쩜 가는 곳마다 이렇게 소란을 만드는 건지.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저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다마는.
한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굴은 나름 잘 가려놓긴 했지만,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모여 있는 사람들 대부분 이미 그녀가 화이트 스완의 그 주백희라는 걸 눈치챈 지 오래였다.
“베타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저 언니 뭐 하는 거야? 인형 뽑기?”
“몰라. 저거 아이돌 솜인형 뽑기 기계 아니야?”
그 말이 귀에 들어오자마자 한별의 눈은 반사적으로 그녀가 요란하게 붙들고 있는 뽑기 기계에 꽂혔다. 아이돌 솜인형 뽑기라니, 설마 쟤 지금 저기서 뽑으려는 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지? 저렇게 온갖 오버 액션 떨면서 사람들 다 끌어모아 놓고 내가 생각하는 그걸 뽑으려는 건 아니겠지?
한별의 불안을 모르는 사람들은 야속하게도.
“뭐 뽑는데 저렇게까지 괴성을 질러?”
한별이 제일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만 콕 집어 의문을 표하고 있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한별에게 있어선 절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어? 어!!”
인형이 투입구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백희의 눈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반짝였고, 이윽고 그녀가 뽑은 인형을 손에 쥐고 무슨 아기 사자를 숭배하는 원숭이처럼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을 때.
“해냈다!! 김한별 뽑았다아~!”
“야!!”
한별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뜬금없이 터진 고함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별에게 꽂혔을 때. 한별은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그대로 굳어버렸으나,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백희는 벅차오르는 기쁨에 들떠 평소보다 더 밝고 큰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한별!!”
백희가 신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달려오자,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가 한별의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고 그런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백희의 눈엔 오로지 한별만이 들어오는 건지 해맑게 웃으며 대뜸 인형 두 개를 한별에게 내밀곤 그 웃음만큼이나 순수하고 밝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봐봐! 귀엽지? 대박이지? 퀄리티 대박이야!”
평소였다면 지금 제정신이냐며 소리를 질렀을 텐데. 한별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늘 당황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밝은 태도로 저를 대했던 그녀였지만, 웃는 얼굴을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얘는, 이런 식으로 웃는구나. 그때. 정욕에 불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게 빛나던 눈동자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순수하고 해맑아 보이는 미소.
예쁘다.
앞으로의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웃는 얼굴은 너무도 예쁘고.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제 취향이었다.
욕망으로 달궈진 달콤한 체액을 받고 싶어, 잔뜩 들뜬 혀가 질척하게 얽혔다. 츕, 츄읍 외설스러운 소리가 귓속을 간질이고,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발은 쾌감에 벌벌 떨리는 몸을 눕힐 공간을 찾아 서로를 몰아붙이듯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흐우... 응, 읏”촉촉이 젖은 목소리가 꽉 막힌 입술 사이로 애달프게 흘러나왔다.곧 내 손과 그의 뒤도 이렇게 젖겠지. 그땐 또 얼마나 달콤한 소리로 나를 재촉할까. 행복한 상상을 펼치며 손끝에 힘을 준 백희가 천천히 입술을 뗐을 땐, 어느새 두 사람은 침대 위에 몸을 겹친 채 누워 있었다.백희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제 아래에 깔린 한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평생 주인의 사랑과 숭배만 받고 자란 행복한 집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요염하던 눈동자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가 감당하기 힘든 쾌감을 떠올리며 겁을 먹은 채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게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백희는 장미꽃잎처럼 예쁘게 달아오른 손가락으로 한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이 맺혀 있던 눈가에 살짝 입을 맞췄다.이제 어떻게 분위기를 타면 좋을까, 찰나의 고민이 스치는 찰나. 살짝 물기를 머금은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구름 위로 둥실둥실 날아가 있던 그녀의 정신을 잡아챘다.“야.”“어?”“넌 뭐 딜도... 뭐 이런 건 안 써?”“이 와중에 그런 게 궁금해?”“이럴 때 아니면 언제 궁금해 하는데.”그건 그렇네.
그렇게 소동은 다소 어이없게 마무리되었다.다행히 미래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히 구출되었고 수면 유도제를 좀 많이 먹은 것 외엔 걱정할 만한 이상 소견도 없다 하니 일단 한시름 놓을 수는 있었지만, 사건의 스케일이 스케일이었던 지라 미디어가 시끄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고 이래저래 수습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 탓에 결국 예정되어 있던 쇼케이스는 취소되고야 말았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그 뒤로 미래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내내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 보겠다 했는데, 결국 일만 키운 꼴이 되었으니. 하지만 이제 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백희는 저를 볼 때마다 울상이 되는 미래에게 항상 똑같은 말로 그녀를 달래주곤 했다.“안 다쳐서 다행이다.”그렇게 생각하는 건 백희뿐만이 아니었다. 뉴스 댓글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했고 소속사엔 미래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선물들이 잔뜩 몰리고 있었고 SNS에도 미래가 무사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미래에게 해를 가하려 한 청한을 욕하는 글로 성황이었다.그걸 보며 미래는 참 많이 울었다. 저를 이렇게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다면서.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한별은 끅끅대고 있는 그녀에게 무심한 듯 걱정이 한껏 서린 목소리로 마지막 충고를 해주었다.“지는 별 뒤만 쫓다가 지기엔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너무 아깝지 않아?”그 말대로, 이제 정점에서 내려와야 하는 스타의 뒤만
오랜만에 청한을 마주한 한별은 청한의 생각 이상의 몰골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약 때문인지 아니면 그놈의 약 때문에 궁핍해진 생활 탓인지 그는 눈 밑이 푹 꺼질 정도로 살이 빠져 있었고, 집에서 내내 뭘 하고 산 건지 다크서클은 눈 전체로 번져 있었다. 게다가 허리 또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무처럼 굽은 것이, 마치 말라 비틀어진 생선처럼 볼품없이 변한 그의 모습은 한때 알타이르의 비주얼 멤버 중 하나였던 그 조청한의 모습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반면, 청한의 눈에 들어온 한별의 얼굴은 순간 짜증을 참기 힘들 정도로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잡티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하얀 얼굴, 어렸을 때 품고 있던 예민함과 불안을 세월의 힘으로 녹여낸 덕택에 더 성숙하고 깊어진 눈동자, 분명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관리했을 예쁜 라인의 몸, 그 몸을 감싸고 있는, 한때 자신도 어렵지 않게 걸치고 다녔을 값비싼 메이커의 옷.여전히 빛나고 있구나, 넌.새삼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꼬여있던 속이 더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그럼에도 청한은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이네?”저 빛을 단숨에 꺼트릴 무기가 제 손에 있단 생각을 하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으므로.그 기분 나쁜 웃음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던 한별은 빨리 이 불편한 대화를 끝내기 위해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와 통화 했을 때와 별반 다를 거 없이.“유미래 어디 있어?”“만나자마자 그 소리냐? 뭐... 방 안에 얌전히 있겠지.”“뭐?”&
대표실을 박차고 나온 미래는 곧바로 조청한의 연락처를 찾아 수소문했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잴 것도 없이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렇게 그를 만났다.한때 알타이르의 인기 멤버 중 하나였지만, 속속히 팬들의 실망을 사다가 끝에는 본인의 몸과 커리어를 망가뜨려, 지금은 동료였던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캐고 다니는 꼴사나운 퇴물을.“너한테 연락이 올 줄은 몰랐는데.”“......”“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어?”“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미래는 그와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기운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것만 같았고, 그 불쾌함에 잠식되고 싶지 않았던 미래는 다소 급하게 본론을 뱉어버렸다.“줘요, 사진.”“뭐?”“그때 사진 찍은 거 당신이잖아요.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기 전에 빨리 내놔요.”“참나... 너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구나? 너 같으면 뭐 얻는 것도 없이 그런 대박 건을 순순히 지워주겠냐?”“돈은! 내가 어떻게든 마련해서 원하는 만큼 줄 테니까!”“돈이야 렉카나 인터넷 기자들한테 넘기면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너한테 찔끔찔끔 뜯어내야겠냐? 감질나게.”“......”할 말이 없었다.그의 말을 부정하고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설득하고 회유할 말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미래에겐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뱉는 노련함이 없었다. 상대에게 만만히 보이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감춰야만 하는 불안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 방법 또한 몰랐고.하지만 퇴물이라고 해도, 청한은 미래보다 이 바닥에서 지겹도록 굴러봤고 때문에 저 정도로 사회 경험이 없는 신생 스타의 불안 정도는 곁눈질로 훑어도 전부 간파할 수 있었다.불행하게도 칼자루는 이미 그의 손에 쥐어진 지 오래였다.“돈은 됐고, 나랑 데이트나 한번 할래?”“네?” “아,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잠자리가 아니고 데이트다? 괜히 꼬롬한 일 만들어서 역으로 약점 잡힐 일은 만들
“하아......”대표실 안은 연신 튀어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한숨으로 인해 공기가 무거웠다. 그 공기에 유독 짓눌려져 있는 사람은 당연 미래였다.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내내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형을 선고받기 전의 죄인과도 같았다.한참 끓어오르던 화를 애써 내리누른 대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회사 안에 기자들이 얼마나 많이 드나드는지 몰라?! 어디서든 입 조심하라고 내가 얼마나!!”“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그리고, 하......”날카로운 한숨과 함께 대표의 시선이 붕대와 방수 커버가 둘둘 말려 있는 미라의 다리를 향했고, 그 걱정과 분노가 한 데 섞인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낀 미라는 슬쩍 시선을 사선으로 피해버린 뒤 허허 영혼 없는 너털웃음을 흘렸다.“병원에서는 뭐라니?”“한 삼 주는 이거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아... 그럼 스케쥴 다 취소해야겠네.”대표는 당장 연락을 돌려야 하는 프로그램들 생각에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부여잡았고 미래의 어깨는 더욱 축 처지기 시작했으며 미라는 이 불편한 공기에 좀이 쑤셔 괜히 애꿎은 고개만 이리저리 꺾어댔다.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희와 한별은.“많이 아파?”“어? 아니... 뭐......”미라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백희는 시종일관 미라의 다리를 보며 울상이었고, 한별 역시 걱정 어린 눈빛으로 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그게 정말 고맙기는 하다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 저 걱정은 곧 이 사태를 초래한 상대에 대한 분노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미래야.”아니나 다를까, 미래를 부르는 백희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매우 싸늘했다. 미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백희와 눈을 마주했고, 백희는 착잡함과 약간의 화가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네가 널 그렇게 서운하게 했니?”“......”“그게 이런 사태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서운했어?”“야, 주백희......”
“티저 영상 떴다!!”숙소 내에 우렁찬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멤버들이 마치 바닥에 떨어진 두쫀쿠를 본 개미 떼마냥 거실에 미리 세팅해 둔 노트북 앞으로 일제히 몰려들었다.“니들이 언제부터 나한테 관심이 이리 많았냐?”“누가 언니 본대? 레이라 얼굴 보려는 거지.”“캬~ 저 턱선 봐라. 언니 따위랑 엮기엔 레이라가 너무 아깝지 않냐?”“야! 의리로라도 내가 더 아깝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얼씨구. 우리한테 언제부터 그딴 의리가 있었다고.”“아 좀 다 닥쳐! 소리 안 들리잖아!”겨우 일 분 좀 넘는 영상 보는데 뭐 이리들 소란인지. 혼자 멀찍이 떨어져 휴대폰으로 티저 영상을 확인한 미라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퀄리티로 나온 티저를 보며 작은 감탄사를 연발하다 별생각 없이 확인한 댓글 창에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하고 멈칫했다.“언니.”“응?”“언니 혹시 뮤비 촬영하는 데 유미래 데려갔어?”“데려가긴 무슨. 미래가 내 애냐? 뭐... 오긴 왔었는데 그게 왜?”“아......”미라는 댓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얕게 주억거리며 평소처럼 무심한 말투도 대꾸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에 의문을 느낀 것도 잠시. 평소와 다를 거 없는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표정을 확인한 백희는 살
*한바탕 소란스러운 고백을 듣고 멍한 정신으로 숙소에 돌아온 한별은 심란함에 밤새 뒤척이다 결국 맥주 한 캔을 까고야 말았다. 내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면 음주는 최대한 자중해야 한단 걸 알고는 있었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나머지 내일 컨디션 걱정보단 지금 당장 취해서 빨리 잠들고 싶단 마음만 앞서 있었다.하
Side W.한별이 이 색다른 자위에 맛 들린 계기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장난질인지 누군가 제 노트북에 깔아 놓은 게동 무더기를 발견하고 오만상을 찌푸리던 것도 잠시. 기왕 깔아둔 거 한 번 보기나 할까? 하는 미친 생각이 들었고. 정신없이 보다 보니 더한 미친 생각이 일기 시작했다.&l
*알타이르.화이트 스완의 데뷔 동기이자 우리 못지않게 빠른 성공을 거둔 남자 아이돌 그룹. 같은 시기에 데뷔한 데다 우연하게도 둘 다 그룹명이 새와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이모저모로 서로 엮어가며 마케팅을 하는 편이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한 번씩 서로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알게 모르게 끈끈하게 엮인. 한마디로 줄이자면 실질적 접점은 많이 없었을지언
“응, 아앗...!”“좀만, 힘 좀 빼봐. 손가락 저려.”“그게, 읏... 마음대로... 되는게......”놓치면 큰일이라도 날까,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얇은 실크 소매 꽉 붙들고 있는 손이 애처로웠다. 이러다 의상이 찢어지거나 늘어나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문득 이 상황과 맞지 않는 합리적인 걱정이 올라왔지만, 나는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