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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ผู้เขียน: 서한월
유하와 이솔은 식사를 마치고 한참 얘기하다가 음식점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날 때까지도 맞은편 룸에서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중에 앳된 목소리를 띤 준서의 웃음소리가 가장 선명했다.

선명한 웃음소리에 이솔은 유하를 조심스럽게 흘긋거렸다. 다행히 유하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이솔은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걱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거 왠지 결혼만 문제 있는 건 아닌가 보네.’

승현 일행이 3층으로 올라올 때 이솔은 정확히 목격했다. 자기 친구의 아들이 연우한테 얼마나 다정한지를.

‘참 할 말이 없네.’

‘어쩐지 이혼하겠다고 할 때 양육권은 바로 포기하더라니.’

그때 이솔은 비록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추측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게, 유하는 결혼 초기 준서를 데리고 자주 놀러 왔었다. 심지어는 자기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 달라고 진지하게 의논했던 적도 있다.

최근 들어 유하는 1년 넘게 아이를 데리고 만나러 온 적이 없는 유하에게 이솔은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유하는 아이의 학업이 바쁘다고 늘 핑계를 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준서가 아마 그맘때부터 유하랑 멀어졌나 보네.’

하지만 유하가 말하기 싫다면 이솔도 물을 생각이 없었다.

아이의 일은 참 마음이 아팠다.

솔직히 유하가 맨 처음 승현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솔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승현은 유하가 친구들과 만날 때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놀라우리만치 유하의 인간관계에 무관심했다.

이솔은 남자 친구가 생겼다 하면 가장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소개의 자리를 마련했었다.

하지만 유하와 결혼한 승현은 유하의 지인들과 도통 만나지 않았다.

유하가 결혼한 지 7년 동안,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라 자부하는 이솔마저 사적인 자리에서 승현을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건 두 부부 사이의 일이니까.

게다가 승현은 MB그룹의 차기 대표였고, 대학교 시절부터 캠퍼스 내 유명 인사였다.

심지어는 그룹을 물려받은 지 7년 만에 친아버지를 회사 대표 자리에서 밀어내 외부에서는 평판 높은 젊은 사업가로 통한다.

그리고 현재는 과감하게 AI 시장에까지 뛰어들어 독하고 강단 있고 일 처리가 신속하기로 유명하다.

맨 처음 친구가 이토록 독하고 가까이하기도 어려운 상대와 사귄다고 했을 때 이솔은 매우 놀랐다.

그때 이솔은 두 사람의 만남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건 단지 부잣집 도련님이 일반인 틈에 끼는 걸 싫어하는 것이라고, 유하한테만 잘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벽 하나를 사이 두고, 유하는 완전히 승현의 인간관계 밖으로 배제되었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협박받던 모습과, 맞은편 룸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심지어는 그 틈에 있는 자기 친구의 아들을 생각하니 이솔은 머리가 징징 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래?’

...

두 사람은 아래층에서 헤어졌다. 이솔은 유하더러 꼭 밥 제때 챙겨 먹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리아 작업실로 돌아온 유하는 새벽까지 일만 하다가 또 작업실에서 잠들었다.

한편.

오씨 가문 별장에는 불이 모두 꺼져 있었고 승현과 준서는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유하가 일어나서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측에서부터 연락받았다.

상대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주말에 면접을 보겠다고 했다며 야근해서라도 그 사람들을 면접해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유하는 그 말에 바로 동의했다.

하루빨리 자기 능력에 준하는 인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야 디자인에 빨리 집중할 수 있으니까.

유하는 이력서를 살펴보다가 작업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만 면접을 받아줬다.

그러고는 곧바로 인사팀에 근처 카페에서 면접을 잡으라고 당부했다. 바로 그곳으로 가기도 편하고 마침 밥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

점심시간, 유하는 그곳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거의 다가올 때쯤 약속한 커피숍에 미리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그녀보다 먼저 와 있었다.

해맑아 보이는 젊은 남자는 태도가 매우 적극적이었다.

두 사람은 먼저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을 사이 둔 채 마주 앉았다.

상대의 취향을 물어 커피를 주문한 뒤, 유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기소개부터 해 봐요.”

유하는 이력서를 한참 동안 펼쳐 봤지만 상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 의아한 나머지 고개를 들어 봤더니 상대는 멍하니 유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래요?”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죄, 죄송해요. 면접 보기로 한 팀장님이 이렇게 예쁠 줄 몰랐어요.”

젊은 남자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는 방금 넋을 잃었다.

유하는 그 말에 싱긋 웃었다.

“아무리 말 예쁘게 해도 난 실력으로 사람 뽑아요.”

“알아요!”

젊은 남자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익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3분 내로 자기소개를 마쳤다.

“진권우, 좋은 이름이네요.”

조금 전 해프닝 덕에 분위기는 오히려 한결 가벼워졌다.

유하는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이력서에 적힌 기술 포인트를 골라 질문하고는 현재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과 관리 측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상대는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고 심지어는 발전해야 할 포인트까지 짚어 의견을 제기했다.

괜찮다 싶어 유하는 준비한 질문을 하고 이쯤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때 창밖에 비친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다시 확인한 유하는 그대로 넋을 잃었다.

승현과 연우 그리고 준서는 마침 창밖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이곳을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는 유하의 모습에 권우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엄청 예쁜 가족이네요.”

맞은편에 있는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니, 권우는 당연하게도 세 사람을 한 가족으로 여겼다.

하지만 상대도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걸 보고는 의아해서 물었다.

“팀장님, 혹시 아는 분들이에요?”

‘알다마다.’

유하가 시선을 거두고 다시 면접을 보려 할 때 커피숍 문이 열렸다.

준서는 이내 쪼르르 달려와서는 기쁜 목소리로 유하를 불렀다.

“엄마!”

만나지 않았을 때는 몰랐지만. 방금 얼굴을 보고 나니 준서도 엄마가 조금은 보고 싶었다. 게다가 요즘 엄마를 일부러 피한 게 조금은 양심에 찔려 유하를 보자마자 빨리 달려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권우는 깜짝 놀랐다.

‘팀장님이 이렇게 젊은데 벌써 애가 있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순간 어색한 적막만 흘렀다.

‘아까 내가 세 사람을 한식구로 오해했을 때 팀장님은 왜 아무 말씀 없으셨지?’

‘게다가...’

권우의 시선은 나중에 들어오는 승현과 연우에게 꽂혔다. 그 순간 마음속 의문이 더 커졌다.

‘저 사람들은 팀장님 친구분인가?’

‘그런데 저 분위기 있는 남자는 이 아이랑 얼굴이 판박이인데?’

특히나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과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매력적인 눈매는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

권우는 승현의 시선을 얼른 피했다.

승현은 권우를 흘긋 보더니 앞으로 다가와 웃은 얼굴로 물었다.

“일하는 중이야?”

말하는 동시에 승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이력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유하는 승현을 상대하기 싫어 준서에게 잡힌 손을 빼내더니 테이블에 놓인 이력서를 이내 치웠다.

앞으로 내뻗던 손이 허공에 멈칫했지만 승현은 화도 내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뒤따라오던 연우는 승현 옆으로 다가오더니 유하를 향해 손을 내밀며 빙그레 웃었다.

“유하 동생,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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