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지만 지금 은주는 종우를 기쁘게 하고 싶다.
그게 어떻게 하는건지 다 알수는 없어도 그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다.
“네, 아주 좋네요. 이런 덴 처음이라...”
하지만 불쑥 속마음이 입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은주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가난과 비루함을 감추기 위해 애썼지만 그리고 최소한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고 느꼈지만 종우 앞에서는 그 방어막이 허술해지는 느낌이었다.
종우가 빙긋 웃으며 서버를 향해 눈짓을 하자 서버가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은주가 들어온 문이 아닌 왼쪽의 막혀있는 벽처럼 보였던 곳이 열리며 작은 바가 나타나고 그 안에 쉐프 한 명이 생선을 손질하며 서 있었다.
그는 종우를 보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사장님, 부임 축하드립니다!”
은주는 그 모습이 낯설었지만 종우와 쉐프는 이미 아는 사이인 듯 보였다.
“사장은 무슨. 그냥 하던대로 해, 임마.”
소탈하고 담담한 목소리.
쉐프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은주의 심장이 떨렸다.
덩달아 손끝이 미세하게 저릿해지고 있음을 또한 느꼈다.
“에이 그래도... 손님도 계신데... 혹시 누구...”
쉐프가 말끝을 흐리자 종우가 말했다.
“앞으로 내 사생활과 약점까지 다 틀어쥘 사람이지.”
은주는 순간 놀라며 무슨 그런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종우를 쳐다봤지만 그는 은주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쉐프가 나직하게 말했다.
“혹시 그 비서실장님?”
어짜피 좁은 공간이라 작게 말해도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다.
은주는 ‘그 비서실장’이라는 그의 말에 꽂혔다.
‘그’라는 표현으로 미루어보건데 종우는 이미 그 쉐프에게 은주에 관한 언급을 했다는 뜻이다.
은주의 심장이 이전보다 더욱 뛰었다.
그가 왜 은주의 이야기를 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손끝이 강하게 저릿하며 아래에서는 애액이 울컥 솟아났다.
그런 은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우는 계속 쉐프와 잡담을 주고 받다가 어느 새 들어온 서버가 쉐프가 손질한 요리를 테이블에 가져다 주었을 때야 비로소 그녀에게 처음 시선을 주었다.
그의 미소에 은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쩌면 은주는 자신 앞에 앉아 있는 45세의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깔끔하고 맛있는 식사가 끝나고 사케 타임이 이어졌다.
쉐프는 잠시 홀에 다녀 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방에는 종우와 은주 둘만 남았다.
“이 집, 저 녀석 할아버지때부터 40년 넘게 해 온 집이야. 나랑 처지가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하는 친구지.”
종우가 은주의 잔에 사케를 따르며 말했다.
은주는 잔을 들어 종우의 잔과 부딪힌후 한 모금 들이켰다.
평소 술을 잘 못하기도 하지만 사케 중에서도 도수가 높은 술이 들어가자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술을 잘 못하는군. 많이 쓴가?”
“아, 아닙니다, 켁켁!”
헛기침을 하면서도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은주가 가상해 보였는지 종우의 눈빛에 따듯함과 다정함이 서렸다.
“쓴 술도 안쓰게 먹는 방법이 있지.”
종우가 잔을 들고 은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팔꿈치가 스칠만큼 가까운 거리. 강한 사케의 향으로 인해 헛기침을 하느라 종우가 옆자리로 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은주가 깜짝 놀라 종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잔에 사케를 따라 입에 담은 후 천천히 은주의 입술로 다가갔다.
은주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종우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종우의 입술이 은주의 입술에 포개졌다.
그 순간 은주의 입술로 사케가 천천히 흘러 들어왔다.
종우의 말처럼 쓴 술이 달겨 느껴지는 것도 이상했지만, 온 몸에 전기가 감전된 듯 짜릿한 느낌이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은주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 마시지 못한 사케가 흘러 그녀의 가슴골 위로 떨어졌다.
사케를 다 내보낸 종우의 입술이 은주의 뺨과 턱을 지나 목덜미로 향했다.
그리고 아래로 향해 사케가 흐른 그녀의 가슴골 사이를 도장 찍듯 입술로 꾹꾹 눌러댔다.
은주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처럼 심장이 뛰고 온 몸이 짜릿했지만 이상하게도 손가락 끝의 저릿함은 잠잠해졌다.
그 사실을 인식하고나서 은주는 더욱 흥분했다.
종우로 인해 손가락 끝의 저릿함이 사라졌다는 사실.
어쩌면 그녀의 종착지는 종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밑이 질척하게 젖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입술이 원피스 넥 라인에 드러난 맨 살에 닿을 때마다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웠다.
종우가 은주의 가슴 위쪽 부드러운 살 위에 입술을 대더니 강하게 흡입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분명 자국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은주는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음 소리를 통해 그의 행동을 허락한다는 신호를 주었다.
“하읏! 사장님...”
은주의 신음 소리를 기점으로 종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옷 위로 은주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제법 강하게 쥔 터라 은주의 입에서 연신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아! 아읏! 아아!”
그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가슴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종우가 가슴을 강하게 움켜쥘 때마다 아픔과 쾌감의 묘한 경계선 사이를 오가느라 숨이 가빠졌다.
은주의 머릿속에는 이쯤에서 그만하게 해야한다는 경고가 울렸지만 몸은 제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가 가슴을 움켜쥘 때마다 마치 박자에 맞추듯 은주의 질 내벽도 움찔 거렸다.
은주의 몸이 활처럼 휘어져 거의 뒤로 넘어가기 직전에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쉬운 듯 종우가 은주에게서 떨어지고 그녀 역시 급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은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을 뜨고, 떨리는 양손으로 팬티의 밴드를 쥐었다.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골반 아래로 속옷을 밀어 내렸다.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천의 압박이 풀리며 스물한 살 사내의 꼿꼿하게 기립한 페니스가 묵직하게 허공으로 튕겨 올랐다."흣…!"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밭은 숨을 들이켰다.검붉게 달아오른 핏대와, 터질 듯이 팽창한 거대한 기둥.지난번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던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한 크기와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매끄러운 귀두의 끝에는 이미 주체하지 못한 투명한 애액이 맺혀 조명 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었다.은주의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과거의 트라우마가 새겨놓은 공포심과, 그 공포심을 비료 삼아 자라난 피학적인 성욕이 은주의 뇌 속에서 미친 듯이 스파크를 일으켰다.종우의 성숙하고 통제된 육체 앞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했던,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에너지가 은주의 이성을 완전히 증발시켜 버렸다.은주의 닫힌 두 다리 사이, 부풀어 오른 음순에서는 이미 참을 수 없는 쾌락의 애액이 왈칵왈칵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다리 안쪽을 흥건하게 적시며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은 재윤이 누워있는 침대에도 젖은 흔적을 만들어냈다. 그의 아버지가 사준 속옷을 입은 채, 아들의 거대한 성기를 내려다보며 짐승처럼 물을 흘리고 있다는 이 완벽한 배덕감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만져요."재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은주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허공을 갈라 재윤의 뜨거운 중심 위로 내려앉았다."아… 읏!"맨살이 맞닿는 순간, 재윤의 허리가 침대 시트 위로 활처럼 튕겨 올랐다.은주의 매끄러운 손바닥 가득, 데일 듯이 뜨거운 체온과 펄떡이는 혈류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하아… 그래… 엄마 손, 너무 부드러워…."재윤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깁스로 묶인 그의 몸이 쾌감에 젖어 미세하게 경련했다.은주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 굵고 단단한
"하아앗……!"뜨겁고 축축한 구강 점막이 예민한 유두와 가슴 살결을 강하게 압착하며 빨아들이는 순간, 은주의 입술 사이로 날카롭고 질척한 교성이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재윤은 어린아이처럼 젖을 빠는 시늉을 하면서도, 이빨을 세워 그녀의 연한 살점을 은밀하게 짓씹고 혀끝으로 유두 주위를 맹렬하게 돌려가며 농밀하게 탐했다.은주의 두 손은 이미 재윤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꽉 움켜쥔 채였다.손가락 사이로 감기는 사내의 머리카락은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머리로는 이 비정상적인 행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정말로 파멸뿐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신체는 이성을 비웃듯 격렬한 쾌감을 쏟아내고 있었다.자신의 가슴을 입에 문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은주의 눈에서는 수치심과 배덕의 희열이 뒤섞인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가장 끔찍한 것은, 은주 스스로가 이 지독하게 뒤틀린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끊임없이 아랫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종우가 사준, 그의 지배를 상징하는 끈 레이스 속옷을 입은 채, 그의 아들에게 가슴을 내어주고 젖을 물리고 있다는 이 폐륜적이고 불경한 상황.그 상황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은주의 뇌리를 가장 가학적인 방식으로 자극하는 방아쇠가 되었다.부풀어 오른 음순 사이로 흐르는 애액은 이미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안쪽을 흠뻑 적셔내고 있었다.스스로가 이토록 추악하고 음란한 존재였다는 것에 대한 자기혐오가 극에 달했지만, 그 환멸감이 깊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다리 사이의 뻐근한 열기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재윤은 은주의 가슴을 집요하게 빨아대며, 간간이 눈을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그의 까만 눈동자에는, 사냥감을 완벽하게 길들였다는 확신과 동시에, 일찍 어머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버려진 아이의 유약한 결핍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엄마… 아파요. 여기가 너무 아파…"재윤이 입술을 잠시 떼어내며 은주의 가슴팍에 뜨거운 숨결을 뿜어냈다.그의
은주는 두꺼운 코트 자락을 여민 채로,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섰다.깁스에 묶인 재윤의 다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자리를 잡은 뒤, 그의 헝클어진 머리를 조심스레 끌어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뉘어주었다.재윤은 은주의 톡톡한 코트 자락 위로 머리를 누인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은주는 그의 메마른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느릿하게 쓸어 넘겨주었다.'그래… 다쳤으니까. 외로워서 이러는 것뿐이야.'은주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박적인 면죄부를 주었다.하지만 그 기만적인 평화는 채 1분도 지속되지 않았다.스르륵.갑작스럽게 은주의 코트 밑단 사이로, 무언가 뜨겁고 단단한 촉감이 불쑥 파고들었다."앗……!"침대 시트 위에 얌전히 머물러 있어야 할 재윤의 성한 왼손이었다.재윤의 커다란 손바닥은 주저 없이 은주의 무거운 코트 자락을 들추고 들어와, 얇은 스타킹으로 감싸인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결을 뱀처럼 타고 올라갔다.그리고는 스커트 안쪽,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레이스 끈 속옷의 까슬한 질감을 노골적으로 움켜쥐었다.소스라치게 놀란 은주가 상체를 뒤로 확 빼려 했다.허벅지 위에 누워있던 재윤의 머리가 침대 시트 위로 툭 떨어졌다.은주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코트 자락을 움켜쥐었다."앗! 재윤씨!"은주의 배신감 어린 외침에, 재윤은 침대 바닥에 누운 채 천천히 눈을 떴다.그의 까만 동공 속에서 방금 전까지 일렁이던 순진한 소년의 물기는 신기루처럼 증발해 있었다.그 자리를 채운 것은 사냥감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지배자의 서늘하고 비릿한 미소였다.재윤은 깁스에 묶인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기묘한 심리전으로 은주의 목을 다시 한번 나직하게 조여왔다."그럼 실장님은 여기 왜 왔어요?"재윤의 낮고 끈적한 음성이 은주의 뇌리를 때렸다."정말 내가 불쌍하고 가여워서, 순수하게 엄마 노릇이라도 해주려고 이 한밤중에 비서실장이라는 여자가 의붓아들 병실까지 찾아온 거예요? 이렇게 음란한 속옷을 입고?""……!"은주의
최종우는 지독한 가난의 수렁에서 자신을 건져내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견고한 성벽을 지어준 은인이자 유일한 지배자였다.그런 그를 기만하고, 그의 아들이 쳐놓은 음탕한 함정 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명백한 파멸이자 배반이었다.어젯밤 그의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흠씬 두들겨 맞고 속죄를 구했던 그 처절한 다짐들이, 불과 하루 만에 무참한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꼴이었다.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과 종우를 향한 미안함에 은주는 창문에 머리를 짓박으며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그 지독한 공포와 배덕감의 이면에는…이성을 마비시키는 끔찍하고도 달콤한 흥분감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젊고 통제 불능인 남성의 육체 앞에서 피학적인 성욕을 느끼도록 망가져 버린 그녀의 신체는, 재윤이 내뿜는 그 위험한 열기를 본능적으로 갈구하고 있었다.종우의 품 안에서 나누는 정사는 늘 규격화되어 있었고, 철저하게 그의 통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복종이었다.하지만 재윤은 달랐다.그는 전신이 부서진 채 병상에 묶여있으면서도, 오직 영악한 심리전과 날것의 소유욕만으로 은주의 이성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휘둘렀다.꼼짝 못 하는 그의 바지를 벗기고, 그 단단하게 기립한 상징을 손에 쥐고 흔들 때 느꼈던 그 파괴적인 정복감.그리고 그 어린 사내의 거친 손길에 굴복하여 아랫물을 흘렸던 수치스러운 황홀경.코트 안쪽, 레이스 끈이 걸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결을 스쳤다.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두 다리를 바짝 모아 오므렸다.놀랍게도, 병원으로 향하는 이 극단적인 공포의 순간 속에서 그녀의 은밀한 틈새는 이미 참을 수 없는 배덕감으로 인해 끈적한 애액을 울컥 울컥 쏟아내며 스타킹 안쪽을 축축하게 적셔내고 있었다.가면 안 된다는 도덕적 절망과, 저 젊은 사내의 육체에 처절하게 다뤄지고 짓밟히고 싶다는 기형적인 성적 갈망.두 개의 자아가 은주의 내면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사이, 택시는 어느덧 사방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야간의 서울대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본사 사장실로 복귀한 이후, 은주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임원들의 보고가 이어지고, 종우가 내리는 지시 사항을 타이핑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신경은 오직 재킷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그 자그마한 쪽지에 쏠려 있었다.일에 몰두해 존재를 잊어버렸다가도 순간 쪽지의 존재가 떠오를 때면 다리가 달달 떨리는 느낌이었다. 오후 늦게, 종우가 임원들과 함께 긴급 회의실로 들어간 후에야 은주는 비로소 화장실의 칸 안으로 숨어들 수 있었다.달칵, 문을 잠근 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접힌 쪽지를 꺼내 들었다.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펼치자, 단정한 재윤의 필체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오늘 밤 11시, 병실로 와요. 올 때 예전에 내가 돌려주었던 그 속옷, 그거 입고 와요.]"……!"쪽지를 읽어내려간 은주의 입술 사이로 신음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황당함과 수치스러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모욕감이 온몸을 강타했다.그 속옷.종우가 그녀를 자신의 완벽한 소유물로 길들이기 위해 하사했던 최초의 선물 중 하나.게다가 그건 이벤트용 속옷에 가까웠다. 브레지어는 유방을 가리는 부분 없이 레이스 끈으로만 되어 있었고, 팬티도 마찬가지였다. 속옷이라기보다는 그냥 레이스 끈에 가까운 것이었다. 게다가 어쩌면 지금 은주와 재윤의 비틀린 관계를 시작하게 만든 단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걸 입고, 한밤중에 단둘만 남겨진 병실로 찾아오라니.이것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그가 뭘 하고싶은 건지 너무 뻔했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어하는 그 행위까지 상상에 이르자 묘하게도 은주의 아랫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려오고 뺨이 화끈거렸다. 동시에 재윤의 페니스를 쥐었던 그녀의 손에 그때의 그 감촉이 살아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떨어졌던 뜨거운 액체들의 생경한 느낌까지. "미쳤어… 진짜 미친놈이야…."은주는 쪽지를 찣어발겨 변기통에 집어던지고 물을 내렸다.소용돌이치며 사라지는 종이 조각들을 보며 결심했다
재윤이 턱짓으로 자신의 침대 옆 빈자리를 가리켰다."이리 와서 앉아. 더 화나게 하지 말고."그의 강압적인 명령에 은주의 다리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하지만 종우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었다.은주는 덜덜 떨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가, 재윤의 침대에서 약간 떨어진 의자 끝에 엉거주춤 걸터앉았다.재윤은 그런 은주를 빤히 응시하다가, 불쑥 그녀를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은주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재윤의 성한 왼손이 뱀처럼 뻗어 나와 은주의 목덜미를 낚아챘다."아…!"재윤이 은주의 뒷덜미를 꽉 쥔 채,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확 끌어당겼다.스물한 살 사내의 짙은 체취가 은주의 코끝을 찔렀다.재윤은 은주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짐승처럼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하아…."은주의 척추를 타고 소름이 쫙 끼쳤다.재윤은 은주의 향기를 폐부 깊숙이 집어넣은 뒤,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서늘하게 속삭였다."냄새가 나네."재윤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낮고 끈적거렸다."실장님 몸에서, 우리 아버지 냄새가 나. 지독하게.""……!"은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재윤의 손가락이 은주의 목덜미를 덮고 있던 실크 블라우스의 깃을 거칠게 젖혔다.어젯밤, 종우가 가학적인 정사를 나누며 짐승처럼 물어뜯었던 붉은 이빨 자국과 멍 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재윤의 까만 눈동자가 그 붉은 흔적을 확인한 순간, 그의 이성은 차갑게 타오르는 광기로 물들었다."아주 개처럼 물어뜯어 놨네."재윤의 손가락이 종우가 남긴 붉은 이빨 자국 위를 꾹 짓눌렀다."아파요…! 읏, 놔… 놔주세요…!"은주가 고통과 수치심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손목을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재윤은 오히려 은주의 뒷덜미를 더욱 억세게 틀어쥐며, 그녀의 귓바퀴를 질척하게 핥아 올렸다."나한테서 도망치고, 우리 아빠랑... 좋았어요? 내 상상 하면서, 아빠 거 받아내니까… 더 흠뻑 젖었지, 응?"그것은 은주의 가장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