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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가: ddingjak30
last update 게시일: 2026-05-13 14:04:17

「지금 내리실 정류장은...」

버스 안내 방송에 은주가 정신을 퍼뜩 차렸다.

매만지던 손가락의 저릿함은 여전했지만 현실로 돌아오자 서서히 사라졌다.

손가락 끝에 있는 상처는 그날 그녀가 저항하다가 어디에 베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처였다.

하지만 그녀가 긴장할 때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며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방아쇠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은주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그 과거의 기억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신체가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이건 반사작용이다.

그녀의 의지가 아니다.

지금 은주가 앉아 있는 버스의 시트에 남은 젖은 흔적처럼.

긴장되는 상황을 만나면 바로 반응하는 손가락의 저릿함.

그와 동시에 그녀는 과거로 소환되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밑이 흥건하게 젖어 있다.

그래서 평소 답답해도 꼭 팬티 라이너를 착용하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놓치고 말았다.

평소 아껴두었던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느라 옷매무새를 망치지 않으려고 팬티 라이너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은주는 핸드백에 손을 넣어 물티슈 한 장을 꺼냈다.

핸드백을 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가린 뒤 치마를 닦는 척하며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재빨리 시트를 닦아냈다.

다행히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쳐다보거나 하지 않았다.

한숨이 나왔다.

이럴 때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이렇게 반응을 해버리는 자신의 몸이 밉기까지 했다.

은주는 다른 사람들보다 성욕이 강했다.

과거 그 일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위든 섹스든 그 끝은 항상 과거의 그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절정의 입구에서 성태의 그 얼굴이 보였다.

희미한 미소를 띈 것 같은 묘한 표정의 그 얼굴.

은주는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에 눅눅한 속옷의 느낌이 불쾌했지만 비서실장으로서의 첫 출근을 망치지 않기 위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명찰을 목에 걸었다.

입구를 통과해 비서실에 들어가자 먼저 출근한 직원들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한다.

“인사는 나중에 할께요. 오늘은 첫 출근하시는 사장님을 잘 맞이하고 업무 파악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일에 집중하죠. 자, 파이팅 합시다!”

그녀의 말에 비서실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잠시후 인터폰이 울리고 로비의 인포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알림이 왔다.

“사장님 도착하셨습니다.”

직원들은 사장실 복도에 도열했고, 그 끝에 은주가 꽃다발을 들고 섰다.

잠시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장 최종우가 등장했다.

18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짙은 눈썹이 인상을 강하게 했지만 비교적 온화한 인상이었다.

그가 복도를 걸어오자 은주가 힘찬 걸음으로 다가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앞으로 사장님을 모시게될 비서실장 노은주입니다.”

사장이 미소지으며 꽃다발을 받아들자 도열해 있던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고, 최종우가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잠시후 수행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종우 역시 사장실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은주가 그의 재킷을 받아들고 한쪽에 마련된 옷장에 재킷을 걸어 두었다.

최종우가 말했다.

“비서실장도 오늘이 처음이죠? 아까 이름이 뭐라고 했죠?”

“노은주입니다. 어제 비서실장으로 발령 받았습니다.”

“그래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일상적인 대화였다.

하지만 종우의 시선이 재빠르게 은주의 몸을 훑고 지나간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은주가 선택한 타이트한 원피스는 그녀의 굴곡진 몸매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 그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살짝 드러나는 무릎 위 하얀 허벅지가 종우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비서실장은 사장의 모든 컨디션을 체크해야 한다.

은주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오늘 오전에는 각 부서 본부장님들과의 짧은 티타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회장님과의 오찬, 그 이후에는 신규 사업 보고서 검토후 승인해 주시면 됩니다.”

은주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정확했다.

신뢰감을 주는 낮은 톤이었지만, 종우에게는 그 목소리가 묘하게 고막을 간지럽히는 자극으로 다가왔다.

종우는 책상 위의 펜을 만지작거리며 은주를 훑었다.

그녀의 단정한 올림머리 아래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종우는 그녀가 비서로서 완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억눌린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본능적인 육감이었다.

“노 실장님, 커피는 내가 직접 타 마실 테니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종우의 명령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은주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 순간, 원피스의 가슴팍이 살짝 벌어지며 풍만한 가슴골이 종우의 시야에 잡혔다.

종우는 눈동자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녀의 단정한 옷감을 찢어내고 그 속의 살결을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은주는 비서실로 돌아와 서류를 정리하며 자신의 손가락 끝을 매만졌다.

저릿함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종우와 단둘이 있을 때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시선이 단순한 상사의 관찰이 아니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축축했다.

원피스 안쪽에서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수치스러웠지만, 동시에 뇌 깊숙한 곳에서는 알 수 없는 묘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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