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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소문이 아주.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11 16:00:25

"그러니까 안돼."

 물렁물렁하게 생긴 얼굴과 달리 어울리지 않게 꽤 단호하게 말하는 하이담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깟 소문이 뭐라고."

"가뜩이나 주위에서 미움받고 있는 두 사람이 붙어 다니니까, 순식간에 추접한 소문이 돌잖아."

 그건 사실이라 하이담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없었다.

 설태하는 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므로 굳이 소문들을 들춰보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 소문이 나도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태어나고 설이현의 동생으로 살아오는 내내 겪은 일이기에 이제는 기스조차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보다….'

 의문인 것은, 눈앞의 멍청한 하이담은 왜 미움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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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 늑대   30. 누구 동생?

    ⁠⁠숨길 생각은 아니었기에 주위를 훑고는 요즘 화젯거리였던 자신과 추문이 일어난 학생이 설이현의 동생이라고 말하자, 선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연하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뭐…?""그… 말할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그리고 처음에는 나도 몰랐고."⁠하이담은 거짓말을 할 위인은 못 된다.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니까. 무엇보다 상대가 연하늘이라면 더욱더. 그렇기에 지금 저 말은 사실임이 분명한데도 무언가 쉬이 납득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동생이 있었다는 말이 진짜였구나. 반신반의했는데.""그렇더…? 반신반의한 건 뭐야?""그냥 뭐… 무미건조하게 말하길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말하는 게 아닐까 했지.""크흠."⁠연하늘의 말에 뭔가 비슷하면서 다른 결에 하이담이 괜히 헛기침했다.⁠"이현이가 정 없이 말한 것치고는 동생을 아끼나 봐? 소문 때문에 확인하러 직접 학교에도 다 오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러 오고.""……… 그게 말이지?"⁠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함께 지낸 세월이 헛세월은 아니었는지 연하늘은 하이담의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나오지 않은 뒷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어 심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그래야 설이현답지."⁠연하늘은 저래 보여도 설이현과 함께 고교 시절 학생회에서 설이현 특유의 예민함과 완벽주의에 나가떨어진 다른 멤버들과 달리 졸업까지 자리를 지킨 부회장이었다. 그 뜻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설이현을 지켜봤다는 것이고 원래도 촉이 좋은 데다가 자신이 지켜봐 온 모습도 있으니 하이담의 말에 쉬이 이해했다.그리고 그 설이

  • 기다려, 늑대   29. 비밀은 좀 그렇지?

    ⁠⁠그것을 당사자는 알고 있을까?아니, 분명 당사자는 별생각 없이 설이현에게 한 방 먹일 생각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착각으로,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 수도 있고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엄한 사람에게 정체를 들켰는데, 기억을 잃지도 않고 반은 짐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갑게 대한다. 설태하가 타인과 그어 놓은 선을 아무렇지 않게 폴짝 뛰어넘었다. 꽤 고생했던 사람과 달리 너무나도 쉽게 넘어 이쪽에서 당황할 지경이다.당연히 설태하의 인생에 그런 사람은 작은아버지 말고는, 아니 그 작은아버지도 10살 이후로는 함께 지내지 못했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을 버리고 배척하는 집안사람들과 타인들을 경계하고 혐오하면서도 사람의 온기를 그 누구보다 그리워했을 것이기에 집안에서 알기 전까지 그저 잘 지내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아―!! 짜증 나!! 분명 그날 저녁을 마지막으로 안 볼 생각이었는데!!""엥? 진심? 왜?""그야…!!"⁠호기심이 가득한 설민재의 얼굴을 보고 작은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해 한숨만 푹 내쉬었다. 작은아버지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 말은 적어도 사실일 것이다.⁠"야, 설태하?"⁠그러나 자신이 문제였다. 집안에서 하이담을 지킬 힘 같은 것은 없다. 속절없이 끌려다니고 무시당하고 자신을 지키기에도 너무나도 벅찼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지켜 내란 말인가?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자신이 지킬 수 있을 리 없었다. 수없이 많은 가정 중 단 하나도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는 가정은 없었다. '지키지 못한다.' 보호해 줄 자신도

  • 기다려, 늑대   28. 원인

    ⁠⁠고요하고 차가운 집안, 작은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순식간에 얼어붙는 살벌함에 방을 나선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들었어요? 저 애, 짐승의 새끼로 나와서 어미가 반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설태하는.⁠「 맞아. 맞아. 갓 태어난 애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나 뭐라나… 상태를 보고 있다고 한들 괜찮아지려나. 」「 하여간… 주인님도… 참. 」⁠어린 설태하가 한 발짝씩 움직일 때마다 동물원의 동물 보듯이 속닥거리는 집안 고용인들의 말이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른들은 종종 착각한다. 어리다고 그 의미를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더 심한 말을 들으며 배척당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그들의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만 봐도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특히, 제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을 낳게 한 주제에, 자신이 짐승을 낳았다며 미쳐 돌아버린 어머니에게도 관심도 없는 데다 바빠 집안에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제 아버지의 부인, 안주인은 그저 그렇게 어린아이를 제 눈에 띄지 말라고 구석으로 몰아넣었다.억울했다.자신은 그저 세상 밖으로 나온 것밖에 없는데.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연히 태어나서 처음 본 자기 형의 존재에 본능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려고 뻗은 손은, 손등에서 '찰싹'하고 느껴지는 고통보다 마치 들짐승을 바라보듯 한 혐오스러운 눈빛에 숨이 턱하고 막혀 몸이 바짝 굳었다.⁠「 태하야, 왜 여기 혼자 있어. 용범 씨에게 돌아가자. 」⁠한껏 고용인을 노려보는 어린아이의 날이 선 눈을 보면서

  • 기다려, 늑대   27. 수상한데.

    ⁠⁠"내가 빨리 잠드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지?""그런 건 자세히 말하라고."⁠짜증이 가득 담긴 설태하의 목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하이담의 양 볼을 꾹 누르며 한껏 가까운 시선을 떨어뜨렸다.양 볼이 꾹 눌린 하이담의 모습은 볼만했다.⁠"동생, 아침 먹자. 오빠― 하―이석―! 더 잘 거야?"⁠아무렇지 않게 발끝으로 곯아떨어진 하이석의 배를 쿡쿡 찌르며 묻는 모습에 더욱 기가 찰 지경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 형제 사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기에 신기할 따름이었다.설태하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눈에 새기며 자연스레 냉장고로 향하는 하이담을 새끼 오리처럼 졸졸 따라가자,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보며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그것은 어제 새벽에 들어온 하이석이 챙겨 넣은 것이었다.⁠"저렇게 보여도 술에 취하면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 오거든.""… 원래 그래?""음… 기회다 싶은 거지. 독립하고 나서는 종종 이유 없이 와서 저러거든."⁠신이 난 표정으로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데워 꺼낸 것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만두였다. 그것을 맨손으로 꺼내려다 뜨거움에 '악!' 소리를 지르는 하이담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고 툴툴거리며 자연스레 하이담을 밀치고 직접 식탁에 올렸다.⁠"헤헤, 고마워."⁠이 작은 집에서 이 작은 테이블 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코 고는 소리를 배경 삼아 아무렇지 않게 이 만두를 뜯는다는 것이, 이 모든 상황이 낯설어 얼떨떨했다. 하지만 하이담은 익숙하다는 듯이 만두를 먹는 모습에 입안에서 강하게 씹고 있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 기다려, 늑대   26.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 이름은?"⁠한눈에 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가는 눈을 뜨고는 설태하의 위아래를, 한참을 훑더니 물과 약을 하이담 대신 설태하에게 던지며 물었다.⁠"아! 설태하야.""난 이놈에게 물었는데? 자기 이름도 말 못 해?""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새파랗게 어린놈처럼 보이는데― 예의가….""새파랗게 어린애 맞아! 나 일하는 곳 학생이라고! 그러니까 좀!"⁠그 말에 이번엔 하이담의 오빠인 하이석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하이담을 곁눈질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이 작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머릿속을 채우던 걱정거리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른 걱정거리가 피어올랐다.⁠"너… 애를….""그런 거 아니라고!""뭐, 여러모로 이번엔 다행이라 생각해라. 원래 형님이 오려고 했다고."⁠그 말에 겨우 한숨 내돌리며 하이담이 냉수를 마시다, 줄줄 흘리며 하이석을 바라봤다. 그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 채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제대로 집에 돌려보내. 날 새기 전에 올 테니까.""어디 가는데?""알면서 묻지 마."⁠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미련 없이 집 밖으로 향하는 하이석의 모습에 이번엔 여태 입을 꾹 닫고 있던 설태하가 가는 눈으로 하이담을 노려봤다.⁠"형제가 맞아?""맞지?""하나도 안 닮았어.""아니, 너네도 안 닮았어."⁠설태하의 말에 하이담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설태하가 들고 있는 약을 직접 설태하의 입에 집어넣고는 마저 짐 정리

  • 기다려, 늑대   25. 남매?

    ⁠⁠멍했다.그리고 어지러웠다.짐승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도 하이담도 엉망인 몰골이었고 그 모습을 서로 한참이나 바라보다 속절없이 그 작은 손에 이끌려 또다시 익숙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약을 사 오겠다며 나간 뒤, 그 작은 집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집 좀 치우라니까."⁠여전히 엉망인 집안에 혀를 잘게 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아니, 그런데 이 여자는 진짜 아무 남자나 집에 들이는 건가?"⁠앞선 두 번 정도는… 그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할 부분도 있었고 자신도 조금 의도한 부분이 있긴 했으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아무리 처음이 아니라지만,아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조심성이라고는 없었다.⁠'그러니 첫날부터 그 난리를 치며 출근했겠지.'⁠게다가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하이담은 설이현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 설이현을 두고 자신에게 온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가 싶다가도 실제로 자신에게 온 하이담의 모습에 묘한 쾌감이 느껴져 입꼬리가 씰룩댔다.바보같이 헤실거리는 것도 잠시.울리는 벨에 다시 표정 관리를 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자, 보여야 할 하이담은 보이지도 않고 거친 인상과 정리되지 않은 수염 자국이 있는 남자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을 살짝 올려봤다.⁠"거, 누구요?"⁠자신이 묻고 싶었다.마찬가지로 표정을 잔뜩 구기며 노려보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제 시선을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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