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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와 달라 통제시키는 사람이 없다.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두 손에 쇠고랑을 찰지도 몰랐다. 특히 그 성격에 싸움이 났다니. 골이 아파 발뒤꿈치가 까지는 것도 모르고 후다닥 별관을 향해 뛰는데 자기 어깨를 강하게 잡는 힘에 몸이 저절로 멈춰 그 손힘 아래서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어, 어라!?"
"어딜 그리 바삐 가는 거지?"
코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수 냄새에 겨우 중심을 잡고 고개를 올리자, 설이현이 단정한 차림과 단정한 얼굴을 하고 단정한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드물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설이현!?"
"봐선 안 될 것을 본 표정을 하는군."
"그, 그야! 갑자기 출몰했는데!"
하이담의 의미가 제대로 전해지지
숨길 생각은 아니었기에 주위를 훑고는 요즘 화젯거리였던 자신과 추문이 일어난 학생이 설이현의 동생이라고 말하자, 선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연하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뭐…?""그… 말할 기회가 생기지 않아서. 그리고 처음에는 나도 몰랐고."하이담은 거짓말을 할 위인은 못 된다.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니까. 무엇보다 상대가 연하늘이라면 더욱더. 그렇기에 지금 저 말은 사실임이 분명한데도 무언가 쉬이 납득되는 상황은 아니었다."동생이 있었다는 말이 진짜였구나. 반신반의했는데.""그렇더…? 반신반의한 건 뭐야?""그냥 뭐… 무미건조하게 말하길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말하는 게 아닐까 했지.""크흠."연하늘의 말에 뭔가 비슷하면서 다른 결에 하이담이 괜히 헛기침했다."이현이가 정 없이 말한 것치고는 동생을 아끼나 봐? 소문 때문에 확인하러 직접 학교에도 다 오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러 오고.""……… 그게 말이지?"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함께 지낸 세월이 헛세월은 아니었는지 연하늘은 하이담의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나오지 않은 뒷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어 심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그래야 설이현답지."연하늘은 저래 보여도 설이현과 함께 고교 시절 학생회에서 설이현 특유의 예민함과 완벽주의에 나가떨어진 다른 멤버들과 달리 졸업까지 자리를 지킨 부회장이었다. 그 뜻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설이현을 지켜봤다는 것이고 원래도 촉이 좋은 데다가 자신이 지켜봐 온 모습도 있으니 하이담의 말에 쉬이 이해했다.그리고 그 설이
그것을 당사자는 알고 있을까?아니, 분명 당사자는 별생각 없이 설이현에게 한 방 먹일 생각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착각으로,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 수도 있고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엄한 사람에게 정체를 들켰는데, 기억을 잃지도 않고 반은 짐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갑게 대한다. 설태하가 타인과 그어 놓은 선을 아무렇지 않게 폴짝 뛰어넘었다. 꽤 고생했던 사람과 달리 너무나도 쉽게 넘어 이쪽에서 당황할 지경이다.당연히 설태하의 인생에 그런 사람은 작은아버지 말고는, 아니 그 작은아버지도 10살 이후로는 함께 지내지 못했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을 버리고 배척하는 집안사람들과 타인들을 경계하고 혐오하면서도 사람의 온기를 그 누구보다 그리워했을 것이기에 집안에서 알기 전까지 그저 잘 지내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아―!! 짜증 나!! 분명 그날 저녁을 마지막으로 안 볼 생각이었는데!!""엥? 진심? 왜?""그야…!!"호기심이 가득한 설민재의 얼굴을 보고 작은아버지를 만나러 갔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해 한숨만 푹 내쉬었다. 작은아버지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 말은 적어도 사실일 것이다."야, 설태하?"그러나 자신이 문제였다. 집안에서 하이담을 지킬 힘 같은 것은 없다. 속절없이 끌려다니고 무시당하고 자신을 지키기에도 너무나도 벅찼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지켜 내란 말인가?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자신이 지킬 수 있을 리 없었다. 수없이 많은 가정 중 단 하나도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는 가정은 없었다. '지키지 못한다.' 보호해 줄 자신도
고요하고 차가운 집안, 작은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순식간에 얼어붙는 살벌함에 방을 나선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들었어요? 저 애, 짐승의 새끼로 나와서 어미가 반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설태하는.「 맞아. 맞아. 갓 태어난 애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나 뭐라나… 상태를 보고 있다고 한들 괜찮아지려나. 」「 하여간… 주인님도… 참. 」어린 설태하가 한 발짝씩 움직일 때마다 동물원의 동물 보듯이 속닥거리는 집안 고용인들의 말이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른들은 종종 착각한다. 어리다고 그 의미를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더 심한 말을 들으며 배척당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그들의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만 봐도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특히, 제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을 낳게 한 주제에, 자신이 짐승을 낳았다며 미쳐 돌아버린 어머니에게도 관심도 없는 데다 바빠 집안에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제 아버지의 부인, 안주인은 그저 그렇게 어린아이를 제 눈에 띄지 말라고 구석으로 몰아넣었다.억울했다.자신은 그저 세상 밖으로 나온 것밖에 없는데.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우연히 태어나서 처음 본 자기 형의 존재에 본능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려고 뻗은 손은, 손등에서 '찰싹'하고 느껴지는 고통보다 마치 들짐승을 바라보듯 한 혐오스러운 눈빛에 숨이 턱하고 막혀 몸이 바짝 굳었다.「 태하야, 왜 여기 혼자 있어. 용범 씨에게 돌아가자. 」한껏 고용인을 노려보는 어린아이의 날이 선 눈을 보면서
"내가 빨리 잠드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지?""그런 건 자세히 말하라고."짜증이 가득 담긴 설태하의 목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하이담의 양 볼을 꾹 누르며 한껏 가까운 시선을 떨어뜨렸다.양 볼이 꾹 눌린 하이담의 모습은 볼만했다."동생, 아침 먹자. 오빠― 하―이석―! 더 잘 거야?"아무렇지 않게 발끝으로 곯아떨어진 하이석의 배를 쿡쿡 찌르며 묻는 모습에 더욱 기가 찰 지경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 형제 사이는 태어나서 처음 보기에 신기할 따름이었다.설태하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눈에 새기며 자연스레 냉장고로 향하는 하이담을 새끼 오리처럼 졸졸 따라가자,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보며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그것은 어제 새벽에 들어온 하이석이 챙겨 넣은 것이었다."저렇게 보여도 술에 취하면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 오거든.""… 원래 그래?""음… 기회다 싶은 거지. 독립하고 나서는 종종 이유 없이 와서 저러거든."신이 난 표정으로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데워 꺼낸 것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만두였다. 그것을 맨손으로 꺼내려다 뜨거움에 '악!' 소리를 지르는 하이담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고 툴툴거리며 자연스레 하이담을 밀치고 직접 식탁에 올렸다."헤헤, 고마워."이 작은 집에서 이 작은 테이블 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코 고는 소리를 배경 삼아 아무렇지 않게 이 만두를 뜯는다는 것이, 이 모든 상황이 낯설어 얼떨떨했다. 하지만 하이담은 익숙하다는 듯이 만두를 먹는 모습에 입안에서 강하게 씹고 있는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어이. 이름은?"한눈에 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가는 눈을 뜨고는 설태하의 위아래를, 한참을 훑더니 물과 약을 하이담 대신 설태하에게 던지며 물었다."아! 설태하야.""난 이놈에게 물었는데? 자기 이름도 말 못 해?""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새파랗게 어린놈처럼 보이는데― 예의가….""새파랗게 어린애 맞아! 나 일하는 곳 학생이라고! 그러니까 좀!"그 말에 이번엔 하이담의 오빠인 하이석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하이담을 곁눈질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이 작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머릿속을 채우던 걱정거리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른 걱정거리가 피어올랐다."너… 애를….""그런 거 아니라고!""뭐, 여러모로 이번엔 다행이라 생각해라. 원래 형님이 오려고 했다고."그 말에 겨우 한숨 내돌리며 하이담이 냉수를 마시다, 줄줄 흘리며 하이석을 바라봤다. 그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 채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제대로 집에 돌려보내. 날 새기 전에 올 테니까.""어디 가는데?""알면서 묻지 마."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미련 없이 집 밖으로 향하는 하이석의 모습에 이번엔 여태 입을 꾹 닫고 있던 설태하가 가는 눈으로 하이담을 노려봤다."형제가 맞아?""맞지?""하나도 안 닮았어.""아니, 너네도 안 닮았어."설태하의 말에 하이담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설태하가 들고 있는 약을 직접 설태하의 입에 집어넣고는 마저 짐 정리
멍했다.그리고 어지러웠다.짐승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도 하이담도 엉망인 몰골이었고 그 모습을 서로 한참이나 바라보다 속절없이 그 작은 손에 이끌려 또다시 익숙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약을 사 오겠다며 나간 뒤, 그 작은 집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집 좀 치우라니까."여전히 엉망인 집안에 혀를 잘게 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아니, 그런데 이 여자는 진짜 아무 남자나 집에 들이는 건가?"앞선 두 번 정도는… 그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할 부분도 있었고 자신도 조금 의도한 부분이 있긴 했으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아무리 처음이 아니라지만,아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조심성이라고는 없었다.'그러니 첫날부터 그 난리를 치며 출근했겠지.'게다가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하이담은 설이현과 함께 있었다. 그런데 그 설이현을 두고 자신에게 온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가 싶다가도 실제로 자신에게 온 하이담의 모습에 묘한 쾌감이 느껴져 입꼬리가 씰룩댔다.바보같이 헤실거리는 것도 잠시.울리는 벨에 다시 표정 관리를 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자, 보여야 할 하이담은 보이지도 않고 거친 인상과 정리되지 않은 수염 자국이 있는 남자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을 살짝 올려봤다."거, 누구요?"자신이 묻고 싶었다.마찬가지로 표정을 잔뜩 구기며 노려보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제 시선을 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