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태강그룹의 며느리로 살아온 5년. 차서은은 남편을 위해 자신의 꿈도, 미래도 포기했다. 그러나 남편 강태준에게 그녀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내 아내가 아니면 당신이 뭘 할 수 있는데요?” 그 말에 서은은 미련 없이 이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3년 후. 한때 무능한 재벌가 며느리라 불렸던 그녀가 성공한 투자회사 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그것도 전남편의 그룹을 인수할 유력한 투자자로. “오랜만이에요, 강 부회장님. 오늘은 인수 조건부터 이야기하죠.” 뒤늦게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달리는 전남편. 그리고 그녀의 곁을 지키며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 류태오. “그쪽이 버린 여자, 이제 제가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버림받았던 아내의 통쾌한 역전극. 이번에는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가져갈 차례다.
View More그날 오후. 서은은 한빛정밀 본사로 돌아왔다. 오명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 자문위원.”“네, 대표님.”“아르덴캐피탈 미팅은 어땠습니까?”“긍정적이었습니다.”서은은 준비한 자료를 건넸다.“다만 투자 확정은 아닙니다. 실사와 내부 투자심의를 거쳐야 합니다.”“물론이죠.”오명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큰 진전입니다.”“네.”“그런데 차 자문위원.”“네?”“류태오 대표가 직접 연락했다면서요?”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오명석이 웃었다.“대단하네요.”“아닙니다.”“아르덴캐피탈이 원래 아무 기업에나 관심을 보이는 곳이 아닙니다.”서은은 잠시 생각했다.“류 대표님이 한빛정밀의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그것도 있겠지만.”오명석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차 자문위원을 더 높게 평가한 것 같던데요?”서은은 당황했다.“아, 그건…….”“좋은 일이죠.”오명석은 웃었다.“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건.”서은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재무팀 직원이 다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대표님!”오명석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야?”“태강그룹에서 새로운 인수 제안서를 보내왔습니다.”서은의 표정이 굳었다.“새로운 제안서요?”“네.”직원은 서류를 건넸다. 서은은 빠르게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썹을 찌푸렸다. 오명석이 물었다.“왜 그럽니까?”서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인수 가격을 올렸네요.”“얼마나?”“기존 제안보다 30퍼센트 이상입니다.”오명석의 눈이 커졌다.“정말입니까?”“네.”서은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마지막 조항을 읽는 순간 손이 멈췄다.[인수 거래 종결 전 기존 외부 경영 자문 계약 일괄 해지.]서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오명석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입니까?”서은은 서류를 보여 주었다.“강 부회장님이 아주 재미있는 조건을 넣으셨네요.”“무슨 조건인데요?”“태강그룹이 한빛정밀을 인수하면 기존 외부 자문 계약을 전부
아르덴캐피탈 회의가 끝난 뒤. 서은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한빛정밀 재무팀에서 보낸 메시지가 여러 개 쌓여 있었다.[차 자문위원님, 채권단 추가 요청 자료 전달드립니다.][비핵심 부동산 담보 평가 일정 확정됐습니다.][오 대표님께서 오후 회의 가능하신지 여쭤보십니다.]서은은 곧장 답장을 작성했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차서은 씨.”고개를 들자 태오가 서 있었다.“류 대표님?”“아직 안 가셨네요.”“이제 가려고요.”“점심은요?”서은은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한 시 사십 분. 태오가 눈썹을 올렸다.“안 드셨구나.”“괜찮아요. 회사 가서 먹으면 됩니다.”“그 회사까지 가면 세 시는 넘겠는데.”“익숙해서요.”태오의 표정이 잠시 달라졌다.“익숙하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죠.”서은은 멈칫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밥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실래요?”“괜찮습니다.”“왜요?”“류 대표님 바쁘시잖아요.”“네. 바쁘죠.”태오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그래도 밥 먹을 시간은 있습니다.”“…….”“차서은 씨도 있어야 하고요.”서은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 배가 고팠다.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나온 터였다. 하지만 투자 검토를 진행하는 상대와 사적인 식사를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웠다.“업무 미팅의 연장이라면 괜찮지만, 식사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태오가 웃었다.“좋습니다.”“정말요?”“네. 대신 비싼 거 먹어도 됩니까?”“…류 대표님.”“농담입니다.”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오늘은 제가 얻어먹겠습니다, 차서은 씨.”***식당은 아르덴캐피탈 건물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화려한 고급 레스토랑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작은 한식집이었다. 서은은 조금 놀랐다.“여기 자주 오세요?”“네.”태오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제 단골집입니다.”“의외네요.”“뭐가요?”“류 대표님은 이런 데 안 오실 줄 알았어요.”태오가 웃었다.“저를 어떻게
서은은 서류를 내려다보았다.“류 대표님. 저 아직 사업자등록도 안 했어요.”“알고 있습니다.”“투자 실적도 없고요.”“한빛정밀 정상화 성과가 있잖아요.”“그건 자문 실적이지 투자 실적은 아니죠.”태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정확하네요. 그래서 지금 당장 돈을 보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는 서류를 가리켰다.“차서은 씨가 사업 계획을 만들고, 투자 전략을 세우고, 필요한 법적 구조를 갖추면 그때 정식으로 검토하겠다는 제안입니다.”서은은 한참 동안 서류를 바라보았다. 태오는 덧붙였다.“그리고 투자금 규모는.”그가 미소 지었다.“최대 100억 원까지 열어 두고 싶습니다.”서은의 눈이 커졌다.“…100억이요?”“네.”“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은데요.”태오는 웃었다.“그럴 수도 있죠. 그래서 검증하려고 합니다.”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차서은 씨가 정말 그만한 돈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서은은 그를 바라보았다. 태오는 말을 이었다.“저는 투자할 때 사람을 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한빛정밀에서 보여 주신 건 시작으로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서은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하지만 제안드리는 조건이 있습니다.”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어떤 조건인가요?”태오는 웃었다.“차서은 씨가 대표이사를 맡으세요. 그리고 투자 판단도 본인이 하시고요.”서은의 눈이 커졌다.“제가요?”“네.”“류 대표님은요?”“투자자죠.”그는 어깨를 으쓱했다.“돈을 투자하는 사람. 차서은 씨는 그 돈으로 회사를 키우는 사람.”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오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저는 차서은 씨의 회사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아내라는 이름이 아니라.”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차서은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회사요.”서은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상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까. 100억이라는
서은은 웃었다.“아직 회사 이름도 없는데요?”“그럼 지금 정하면 되죠.”“…….”“차서은 씨 이름으로.”태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본인 이름으로 시작하는 회사. 멋있잖아요.”서은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순간.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말했다.'당신이 돈 벌 필요는 없잖습니까.'그런데 이 남자는.'본인 이름으로 시작하는 회사. 멋있잖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서은은 천천히 웃었다.“생각해 보겠습니다.”태오도 웃었다.“기대하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태오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도경 본부장이 다가왔다.“대표님.”“응.”“한빛정밀 투자 검토 진행할까요?”“진행해.”“알겠습니다.”도경은 태블릿에 메모했다.“그런데 대표님.”“왜?”“차서은 씨에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태오가 웃었다.“티 나?”“조금요.”“그렇구나.”그는 건물 입구를 돌아보았다.“재미있는 사람이잖아.”“실력 때문입니까?”태오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실력도.”“…….”“근데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게 있어.”“뭡니까?”“자기 능력을 과장하지 않더라.”태오는 웃었다.“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위험한 건 위험하다고 말하고.”“…….”“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제일 믿을 만해.”도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태오는 다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그리고.”“네?”“강태준이 왜 저 사람을 놓쳤는지도 궁금하고.”도경은 잠시 침묵했다.“대표님.”“응?”“괜히 태강그룹과 엮이는 건 아닐까요?”태오는 어깨를 으쓱했다.“투자하는 사람이 경쟁사 눈치까지 봐야 해?”“그런 뜻은 아닙니다만…….”“걱정 마.”태오는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웃었다.“나는 강태준이 버린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강태준이 못 알아본 사람을 보고 있으니까.”***같은 시각. 태강그룹 부회장실.“아르덴캐피탈이 한빛정밀 투자 검토에 착수했다고 합니다.”강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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