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곧 알게 될 거야.”강하율은 안혜슬에게 뭘 해야 하는지 바로 말해주지는 않았다.안혜슬은 나해준의 이상한 습관 때문에 충격을 받은 상태라 더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이틀 뒤, 안혜슬이 가방을 메고 강하율의 아파트로 찾아왔다.강하율은 그녀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나해준 씨 간호하던 거 아니었어? 왜 며칠 만에 살이 쪄서 온 거야?”안혜슬은 자신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말도 마. 음식을 얼마나 낭비하는지. 난 사실 어릴 때 배를 곯을 때가 많았어. 그런데 교수님이 음식을 몇 입 먹고는 못 먹겠다고 하는 거야. 너무 아까워서 내가 다 먹었지.”강하율은 어떻게 된 건지를 이해하고는 웃음을 참으며 안혜슬을 위해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안혜슬이 물었다.“오늘 뭐 하면 돼?”강하율은 티켓을 꺼냈다.“배윤제가 뮤지컬을 보러 가자면서 티켓을 줬어.”“배윤제가? 너 설마 배윤제한테 흔들리는 건 아니지?”“그럴 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수상해서 말이야. 네가 나랑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강하율은 티켓을 하나 더 꺼냈다.“이건 네 거야. 바로 우리 뒤에 있는 좌석이니까 주변 상황 좀 살펴줘.”안혜슬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하율은 조윤서와 배윤제가 했던 말들을 안혜슬에게 모두 얘기했다.안혜슬은 겉보기에는 바보 같아 보여도 가끔은 통찰력이 뛰어났다.“이상하네. 배윤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 왜 하필 이때 널 찾겠어?”“나는 배윤제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강하율이 말했다.“그것도 말이 안 되지. 두 사람은 지금 서로 협력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배윤제 엄마가 배윤제를 굳이 속일 이유가 없잖아? 사실 나는 배윤제 엄마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걸 보면 아주 치밀한 사람인 게 분명해. 너랑 배윤제를 속이는 건 그 사람한테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안혜슬은 강하율의 친구다웠다. 그녀는 단숨에 강하율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더 확신이 생겼다.배윤제가 조윤서가 회사와 호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예전에 배윤제는 조윤서를 언급할 때면 늘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리고 강하율의 어머니가 죽은 탓인지 배윤제는 거리낌없이 호텔을 구상한 건 조윤서라고 했었다.예전에 강하율은 부모님에게서 셋이 함께 구상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고 또 당시 집안까지 망해버리는 바람에 배윤제의 말이 틀렸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또 할 얘기 있어요?”“3일 뒤 뮤지컬이 있는데 티켓을 구했어. 예전에 너희 부모님이 너를 데리고 뮤지컬을 보러 갔었잖아. 그리고 한때 네가 나한테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하기도 했었고. 3일 뒤에 나랑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갈래? 그때의 그 아쉬움을 달랠 겸 말이야.”배윤제가 티켓 두 장을 꺼냈다.티켓을 본 강하율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그녀는 티켓을 받으며 말했다.“좋아요.”날짜를 보니 마침 배윤호가 무연산에 가는 그날이었다.배윤제가 말했다.“가자. 바래다줄게.”강하율은 알겠다고 한 뒤 그와 함께 아파트로 돌아갔고 이내 배윤제는 차를 타고 떠났다.강하율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는 배윤호를 보게 되었다.“오빠? 왜 여기 있는 거예요?”“배윤제는 갔어?”“네. 저한테 뮤지컬 티켓을 두 장 줬어요. 뭔가 좀 수상해요.”강하율이 말했다.배윤호는 티켓에 적힌 날짜를 확인한 뒤 강하율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뮤지컬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네?”강하율은 조금 놀랐다.평소였으면 배윤제가 찾아온 것만으로도 한마디했을 사람이 갑자기 배윤제와 같이 뮤지컬을 보라고 하다니 이상했다.배윤호가 말했다.“나는 당분간 여기 없을 거야. 그런데 그 사이에 배윤제 엄마가 사람을 보내 너를 해치려고 할까 봐 걱정돼. 적어도 네가 배윤제랑 같이 있으면 쉽게 건드리지는 못하겠지.”‘그런 거였어?’강하율은 한숨을
강하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배윤제는 매우 차분해 보였다. 만약 그녀가 따져 묻는다면 오히려 찔려서 그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그리고 강하율은 배윤제가 조윤서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만약 배윤제가 알고 있었더라면 그녀는 또 다른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집안이 망한 뒤로 강하율이 겪어온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강하율은 감정을 추스른 뒤 말했다.“잠깐 걸으면서 얘기 좀 할래요? 여기 환경이 꽤 좋거든요. 우리끼리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지 꽤 오래되기도 했고요.”강하율의 말에 배윤제는 살짝 흔들린 듯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비록 경치는 좋았지만 겨울이라서 날이 조금 추웠다.배윤제는 잠시 걷다가 겉옷을 벗어 강하율에게 걸쳐주었고, 강하율은 흠칫했다. 사실 연애 초반에 배윤제는 강하율에게 잘해 주었었다.당시 강하율은 배윤제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가 성질을 부릴 때도 참아 주었다.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강하율도 점점 지쳤다.가끔은 참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결국에는 참고 넘겼다.그렇게 둘 사이에는 서서히 문제들이 쌓여갔고 결국에는 모두 한꺼번에 터져버렸다.그러나 배윤제는 뭐가 문제였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그럴 만도 했다. 강하율과의 관계에서도, 정다인과의 관계에서도 배윤제는 늘 이득을 보는 쪽이었으니 말이다.강하율은 자신의 몸에 걸쳐진 겉옷을 보았지만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대화를 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고마워요.”“예전에는 이렇게 거리를 두지 않았었잖아.”“말씀하셨다시피 그건 예전이에요.”강하율은 웃었다.“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거예요?”“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형이 돌아온 뒤로 나를 항상 피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배윤제는 마치 상처받은 듯이 말했다.강하율은 그게 우스웠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그런데 뜻밖에도 배윤제가 솔직하게 인정했다.“내
“네가 사실을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누가 네 말을 믿어주겠어? 네가 아무리 떠들고 다녀도 사람들은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네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생각하겠지. 하율아, 너는 네 엄마가 아니야.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네 엄마는 이미 죽었어.”“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이 이모죠?”강하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증거 있니?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마.”조윤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으면서 떠나갔다.강하율은 그 자리에서 조윤서를 빤히 바라보았고 잠시 후 배윤호가 안쪽 방에서 나왔다.배윤호는 강하율의 앞으로 걸어갔다.“괜찮아?”강하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괜찮아요. 하지만 방금 그 말은 맞는 말이었어요. 저한테는 증거가 없고 김혜은 씨는 죽었죠. 남수미 씨가 우리 어머니를 위해서 이모를 배신할 리도 없고요.”배윤호가 말했다.“그래도 허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배윤제 엄마는 네 엄마를 죽였다는 걸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네게 증거가 없다는 건 확신했지. 그걸 보면 배윤제 엄마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매우 신뢰하는 게 분명해.”“그 운전기사 말인가요? 돈을 엄청 많이 준 건 아닐까요? 장유민을 봐요. 완전히 재벌가 딸 같잖아요. 어쩌면... 장유민 엄마가 남수미 씨일 수도 있고요.”지금 강하율이 떠올릴 수 있는 건 그 가능성뿐이었다.남수미가 베일에 싸여 있는 장유민의 어머니일지도 몰랐다.그러나 아주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남수미가 임현서를 아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녀가 과연 바람을 피워서 또 아이를 한 명 낳았을까?배윤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계속 파보게 할게.”“네.”강하율은 짧게 대답했다.문가에 서 있던 윤성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배윤호 대표님, 하율이 부모님도 이제야 마음이 놓이겠어요. 사실 세 분은 제 앞에서 대표님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아까는 그분이 계셔서 차마 말 못 했지만요. 그리고 예전에는 하율이
강하율은 본인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놀랐다.비록 배준혁이 재혼이긴 해도 조윤서가 배씨 가문에 시집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수많은 재벌가 딸들이 줄을 서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조윤서는 조씨 가문의 둘째 딸일 뿐이었고 집안에서 사랑받는 존재도 아니었기에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그 당시 조윤서가 가진 것들 중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것이 바로 윌른 호텔 기획자라는 타이틀이었다.그러나 그것조차도 거짓이었다. 조윤서는 그 신분을 이용해서 서서히 배준혁에게 접근했다.배준혁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던 조윤서는 배준혁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믿었고 그와의 결혼도 성사될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배준혁은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고, 배윤제의 할머니도 조윤서의 거짓말을 간파하게 되었다.결국 정략결혼을 성사할 유일한 방법은 경선희를 배신하는 것이었다.조윤서는 경선희를 완전히 내쫓은 뒤 호텔을 배씨 가문에 바치면 배준혁과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은 단번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조윤서는 강하율 부모의 신뢰를 이용하여 배윤제 할머니와 판을 짜서 강씨 가문을 집어삼켰다.단순히 재산을 노린 것이라면, 배윤제 할머니는 절대 누군가 죽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는 건...’강하율은 조윤서를 바라봤다. 조윤서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매서운 눈빛을 해 보였다.“하율아, 네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지?”“그게 무슨...”강하율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조윤서는 웃었다.“맞아. 나는 너랑 윤제가 사귀고 있는 걸 알았어. 그리고 윤제가 너 몰래 정다인을 만난 것도, 그동안 네가 어떤 희생을 해왔는지도 다 알고 있었지. 기분이 참 별로였지? 그게 바로 내가 느꼈던 감정이야.”강하율은 흠칫했다.예상대로 조윤서는 배준혁이 경선희를 짝사랑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강하율은 티 내지 않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조윤서는 찻잔을 탁 내
강하율의 부모는 친한 친구가 그런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조윤서의 제안을 거절한 뒤에도 그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강하율은 부모님에게서 창업 초창기에 얼마나 힘들었었는지를 전해 들었었다. 그때는 문제가 굉장히 많았고 심지어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고 했다.그러나 강하율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갔다.매번 그때 그 시기를 언급할 때면 강하율의 부모는 본인들이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능력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조윤서가 뒤에서 손을 썼을지도 몰랐다.“우리 부모님이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모가 사람을 시켜서 방해한 거죠?”“맞아. 하지만 네 부모는 나를 의심하지 않았어. 둘이 밤을 새울 때마다 내가 먹을 걸 들고 보러 갔었거든. 그리고 네 부모가 힘들어하면 자금을 대줄 수도 있다고 했어. 너였다면 과연 나를 의심했을까?”조윤서가 차분하게 말했다.강하율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자신을 응원해 주는 친구가 옆에 있었다면 강하율은 자신의 운이 좋다고 여기며 성공하면 꼭 보답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마치 조윤서의 손에 길러진 강하율이 조윤서에게 고마워하며 은혜를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강하율도 조윤서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조윤서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그런데 내가 둘의 능력을 너무 얕봤어. 그렇게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까지 설립할 줄은 몰랐지. 네 어머니가 윌른 호텔에 대한 구상을 얘기했을 때 나는 두 사람이 무영 그룹으로 가서 나를 도와줄 리는 절대 없을 거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나를 돕게 했지.”“나는 내 전 재산을 호텔에 투자했어. 그리고 내가 무영 그룹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며 무영 그룹에서 내 지위를 되찾고 싶다고 했지. 너희 엄마는 흔쾌히 승낙했고 내 이름을 기획안에 올렸어. 그 뒤에는 너희 엄마한테 만약 언론을 상대하는 게 싫으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