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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야, 네 마음속엔 아직 차경후가 있어. 넌 끝까지 매정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차경후는... 네가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남자도 아니고.”그 말을 하며 정빈은 제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미묘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차경후는 겉으로는 차갑고 담담해 보여도, 속마음에는 완전히 집요한 광기가 가득해.’‘저런 남자한테 붙잡히면, 끝은 둘 중 하나야. 둘 중 하나는 죽거나 죽이거나... 혹은 같이 무너지는 것.’‘그래도 다행인 건, 제나 마음속에 아직 차경후가 있다는 거지.’‘만약 그마저 없었다
믿음직하지 못한 정빈은 그렇게 자리를 떠나버렸다.제나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를 돌아봤다.제나의 서늘한 시선을 느낀 경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난 그냥 사과하러 온 거야. 겸사겸사... 속죄도 하고.”“속죄를 하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사람들 오해를 사는 거야?”“무슨 오해?”제나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가, 이를 악물고 한마디를 짜내듯 말했다.“너희 둘 성적 지향에 문제 있는 걸로.”“아.”경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밥이나 먹자.”제나는 속이 뒤집혔다.“차경후!”경후는 고개를 돌려
제나와 정빈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고, 제나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경후는 망설임 없이 그 빈자리에 앉았다.“죄송합니다. 두 분의 관계를 오해해서... 윤정빈 씨의 손을 다치게 했습니다.”정빈은 경후를 힐끗 바라봤다.‘와, 이 사과 진짜 대단하네.’‘관계를 오해했다는 한마디로,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탈락이네.’제나는 미간을 찌푸렸다.“너 뭐 하러 왔어?”‘우리 약속 잊은 거야?’경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여기 온 이유는... 사과하러 온 거야.”그는 고개를 돌려 정빈을 바라봤다.“윤정빈 씨,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날 이후로, 경후는 자신의 불쾌한 감정 표현을 많이 자제했다.적어도 예전처럼 중간에 끼어들어 제나를 억지로 데려가지는 않았다.다만 문제는... 제나와 정빈이 어디를 가든, 경후가 늘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점이었다.경후의 시선은 지나치게 날카로웠다.정빈은 그 시선을 받는 내내 등과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정빈은 제나에게 꽤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처음에는, 제나가 차경후와 정말로 정리만 하면 자신이 본격적으로 다가가 볼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차경후라는 존재를 제대로 겪고 난 뒤,
“알아.”경후의 표정은 담담했다.“걱정 마. 내가 알아서 정리할게.”제나는 경후의 얼굴에서 단 한 점의 후회도 읽어낼 수 없었다.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 이를 악물고, 제나는 경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알잖아. 내가 그런 조건을 내건 이유는 네가 알아서 물러나길 바랐기 때문이야. 차경후, 우리는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나한테 집착하지 마.”그 말에 경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제나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왜 갑자기 헤어지자는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괜찮았잖아.”제나
제나는 고개를 돌려 정빈을 바라봤다.“우리가 말로는 사귀는 사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친밀하진 않잖아. 나 하나만 더 도와줘.”정빈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뭔데?”“조금 있다가... 손잡고 나가자. 차경후가 그걸 보면, 분명 못 견딜 거야.”잠시 말을 잃었던 정빈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나, 네가 차경후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진 않아.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서 헤어지려고 하는 거야? 혹시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제나는 정빈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차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