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제나는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거두어들인 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말끔한 정장 차림의 경후가 서류 한 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 있는 제나를 본 경후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여긴 어떻게 왔어?”제나는 웃어 보였다.“당신한테 점심 가져다주려고 왔어.”경후의 시선이 가볍게 움직여, 책상 위에 놓인 보온 도시락통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제나는 예민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왜? 오늘 점심 약속 있어?”“응.”경후는 사무실 문을 닫았다.“오기 전에 전화하지 그랬어
제나는 원래 기억이 모두 돌아온 뒤에, 경후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억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제나는 고용인의 입을 통해, 경후가 제나의 냉정함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여러 감정이 뒤섞인 끝에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 것이었다.하지만 제나는 잊고 있었다. 모든 관계의 시작에는 그 관계를 책임지는 마음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너무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됐다. 제나는 그렇게 자신을 달랬지만, 마음 한구석에 내려앉은 허전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
제나의 눈빛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아주 오래전, 제나는 이런 눈으로 경후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동경하듯, 깊이 빠져든 듯한 눈빛이었다.하지만 그 뒤로는 그 같은 눈빛을 다시 볼 수 없었다.경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제나는 마치 들킨 도둑처럼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이유도 모르게 양쪽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경후는 제나를 다시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아직 열 안 내렸어. 알고 있어?”“그냥... 씻고 싶어서.”제나의 목소리에는 아직 병기운이 섞인 듯 희미한 쉰 기운이 남아 있었다.“며칠째 제대
경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제나의 침대 곁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제나는 의아한 눈으로 경후를 바라보았다. 밤보다 더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제나를 응시하고 있었다.그 시선에는 살핌이 있었고, 의심이 있었으며,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겹겹이 얽혀 있었다.제나는 자기 얼굴에 뭐라도 묻은 줄 알고, 무심코 뺨을 문질렀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니.”“그럼... 당신 왜 그렇게 봐?”“생각 중이었어. 당신은 내 출생에 대해 알고도 왜 조금도 놀라지 않았을까?”남자의
제나의 기억은 대부분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억만큼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제나는 몇 번이고 생각했다. 자신은 알고 있는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지만, 경후가 왜 잊게 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제나의 손가락이 가볍게 말렸다.“아니.”제나가 대답했다.“류서윤 사모님이... 예전 일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 줬어. 미안해. 내가 당신을 힘들게 했어.”경후의 눈이 문득 깊고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조용히 제나를 바라보았다.“그래?”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에 의식을 잃
“당신...”제나가 겨우 한 단어를 내뱉자마자, 경후가 거침없이 입술을 덮쳤다. 전혀 막아낼 틈도 주지 않았다.제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 말하려 했다.하지만 제나의 목소리는 모두 경후에게 삼켜졌다. 짧은 신음조차 새어 나오지 못했다.처음에 제나는 경후를 밀어내려 몸부림쳤다.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경후의 강하고 깊은 입맞춤 속에서 제나는 자신을 잃어 갔다. 더는 밀어내지 않았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경후가 원하는 대로 제나를 붙들고,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끌어당기는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앞좌석에서 운
경후는 말했다. 전하성이 한때 제나를 애완동물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던졌다고.하지만 경후에게서 제나는 애완동물보다도 못한 존재였다.애완동물은 적어도 주인이 기분 좋을 때 사랑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그러나 장난감은 다르다.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다 부서지면 버리고, 새 걸로 갈아치우면 그만이었다....겨우 샤워를 끝내고 나온 제나는 절뚝이며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이곳은 숨 막혔다. 단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문을 열자,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버티고 서 있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 중 한
경후는 짧게 비웃음을 흘렸다. 그 소리에는 ‘역시 그렇지’라는 조롱이 가득 담겨 있었다.[참 신기하지 않나? S시에서도 우연히 마주치더니, A시까지 가서 또 마주쳐? 너희 인연 한번 질기네.]제나는 그의 비아냥을 외면하고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날 감금할 자격 없어. 당장 내보내 줘.”[왜? 전하성이랑 하루만 안 봐도 3년은 지난 것 같아 미칠 지경이야?]“차경후, 당신 제정신이야?!”경후의 목소리가 낮고 서늘하게 흘렀다.[좋아. 보아하니... 당신은 얌전히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네.]제나는 심호흡을 몇 번이나 내쉬
그때의 제나는 ‘잊어버리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훗날 모든 기억을 되찾은 뒤에야,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잃어버린 시간 속에서만이 자신이 ‘행복했다’는 사실을.제나는 수화기를 꼭 쥔 채 낮게 말했다.“재준아, 나... 전하성을 만났어.”[뭐라고?!]재준의 목소리가 놀라움에 크게 흔들렸다.[전하성이 S시에 돌아온 거야?]“그래.”[그럼 그 사람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구체적으로 말한 건 없어. 다만... 날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했어.”재준은 참지 못하고
바깥쪽에 서 있던 몇몇 기자들이 더 가까이 파고들려 몸을 밀쳐왔다.제나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몸짓에 휘청거리며 앞으로 떠밀렸고, 발은 여러 번 밟히다 못해 결국 신발 한 짝까지 벗겨졌다.하루 종일 이어진 조사로 이미 지친 몸과 마음.그 위에 몰려든 기자들의 포위망은 숨조차 막아왔다.‘그만 좀 해... 제발...’제나는 간신히 팔로 밀쳐내려 했지만, 철벽처럼 단단히 짜인 원은 한 치도 틈을 주지 않았다.“하제나 씨! 제발 제 질문에 답해주세요!”“하제나 씨, 한 말씀만!”“하제나 씨...!”“...”쉴 새 없는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