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경후가 가족에게 손을 댔다가 가법에 따라 벌받던 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조금 전 경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인정에게 총을 쐈다. 인정은 직계 친족인데도 저 정도였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것 같았다.“차경후!”딸이 총에 맞는 모습을 본 차창우는 놀람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너... 네가 감히...”경후는 차창우를 가볍게 흘겨보았다.“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차창우는 아직 연기가 옅게 피어오르는 경후의 총을 바라보며 입술
열 대 넘게 뺨을 맞은 뒤, 박영수는 경호원의 손아귀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박영수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인정은 아무도 자신을 구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이도 몇 개나 빠졌다. 그제야 인정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오만하던 고개를 숙였다.“사과할게...”인정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었다.“사과하면 되잖아?”그제야 경호원의 손이 멈췄고, 인정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인정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억울함과 원망으로 가득했다.인정은 제나를 바라보며 굴
경호원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이 끌려 나왔다.“대표님.”경호원들이 경후를 공손히 바라보았다.“데려왔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경후는 인정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아까 큰절이라도 올리겠다더니. 그럼 말한 대로 해.”인정은 눈을 붉힌 채 경후를 노려보았다.“이 천한 사생아 주제에 감히 나한테 사과를 시켜... 악!”인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의 손바닥이 인정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경호원이 싸늘하게 말했다.“말조심해!”“꿈도 꾸지 마!” 인정은 이성을 잃고 악을 썼다. “사생아,
영상 재생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사람들의 시선은 조용히 차창우에게로 향했다.인정이 내뱉은 말들은 성격 좋은 사람이라도 분개하고 주먹질을 하고 싶을 만큼 심했다.제나가 손을 올린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어딜 봐도 재벌가 아가씨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시장통에서 악다구니 쓰는 사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셋째 작은아버지.”경후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인정이 치료도 거의 끝났을 겁니다. 이제 나와서 사과하게 하시죠.”차창우는 숨이 턱 막혔다. 차창우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경후의 눈에도 뻔했다. 제나가 상처받는 꼴은 절대 못 보겠다는 태도였다.아까까진 한발 물러서 있더니, 이제 와서 좋은 사람인 척이라도 하려는 건가?좋은 사람 흉내가 아니었다. 일부러 불을 지피고, 남의 손을 빌려 칼을 휘두르려는 속셈에 가까웠다.제나가 모욕을 당하면, 결국 뒤돌아서 차씨 가문 쪽을 물고 늘어질 사람은 경후였다.설마 자기 부모한테 화살을 돌리겠는가?차민균과 류서윤 부부는 계산이 참 빨랐다. 친아들까지 이용해서 차씨 가문을 압박하고, 눈엣가시를 치워버리려 하다니.그제야 차근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
차창우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손에 쥔 삼단봉을 경후 쪽으로 치켜들었다.“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여 봐.”차창우가 갑자기 삼단봉을 꺼내 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구경하듯 모여 있던 사람들은 괜히 휘말렸다가 다칠까 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경후는 태연했다.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제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경후 앞을 막아섰다.차근수도 차창우가 삼단봉을 꺼내 든 것을 보고 놀랐다.하지만 차근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힌 차근수가 낮고 엄한 목소리
세린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이럴 줄 알았어...’제나가 연주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것과 달리, 소진은 구치소에 있을 때 경후의 손을 통해 세린을 만나 한 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그 자리에서 세린은 분명히 말했다. 자신이 소진을 꺼내줄 수는 있지만, 그 대신 소진은 나와서 제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소진은 철없는 구석이 있었지만, 세린은 소진과 같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이건 명백히 소진의 잘못이었으니까.그리고 세린이 나서지 않았다면, 경후는 윤소진 따위 아예 안중에도 없었을 거였다.세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소
소진과 세린, 둘 다 윤씨 가문의 귀한 딸들이었다.하지만 제나는 언제나 세린에게는 예의를 갖춰 ‘세린 씨’라 불렀고, 소진과는 워낙 사이가 좋지 않은 탓에 사적으로는 이름만 툭 던지듯 부르는 사이였다.물론 경후 앞에서만은 서로 격식을 차리곤 했지만.그런데 이번엔 달랐다.제나는 특정 누구를 지칭하지 않고, 그냥 ‘윤씨 가문의 아가씨’라 말했다.그게 누구를 뜻하는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세린은 영리한 여자였다.제나의 말에 숨은 가시를 곧바로 알아챘다. 겉으로는 윤씨 가문의 아가씨들을 말하는 듯했지만
제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연주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제나의 표정을 눈치채고는 더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제나는 연주에게 쉬라고 말하며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 해가 저물 무렵, 그녀는 창밖의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뚜- 뚜- 뚜-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후, 마침내 전화가 연결됐다.남자의 낮고 맑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담담하면서도, 어른 남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경후의 말은 언제나처럼 간결했다.[무슨 일?]
경후는 원래 차갑지만 담백한 남자였다. 평소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드물어 속마음을 읽기 어려웠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법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그는 병실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렀고, 가끔은 제나가 좋아하는 간식도 사 왔다.‘참, 이상하지.’처음 협의서를 쓸 때만 해도, 경후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제나는 그날 밤, 두 사람의 대화를 떠올렸다.아마도 자신이 꺼낸 ‘과거’라는 말이, 경후의 어디를 건드린 게 아닐까?그 뒤로 미묘하게 변한 경후의 태도가 계속 신경 쓰였다.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