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565 화

Author: 윤아
사람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제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거칠게 출렁이는 바닷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은 거대한 손에 움켜잡힌 듯 죄여 와,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제나.”

승무가 제나 옆으로 다가오며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해, 내가 또 일을 그르쳤어.”

제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얼굴은 조명 아래서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쉰 듯 떨렸다.

“사람... 보냈지?”

“이미 보냈어.”

제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승무가 급히 덧붙였다.

“제나, 걱정하지 마. 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3 화

    “네.”제나의 숨이 가볍게 멎었다.이어 고개를 들어 경후를 바라보았다.“진심이야?”경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설마 당신은 그냥 해 본 말이었어?”“아니.”제나는 경후를 올려다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이제 신경 쓰이지 않아?”“뭐가?”제나는 입술을 열었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경후는 제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제나를 품에 끌어안고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냥 묻어두자.”경후의 목소리는 물처럼 맑고 서늘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2 화

    경후는 제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얼마 전까지는 기억을 되찾는 일에 꽤 신경 썼잖아. 그런데 요즘은 병원에 가겠다는 말도 안 하더라... 이제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은 거야?”제나의 기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경후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이 이미 혼자 몇 가지는 떠올린 것 같아.”제나의 마음이 서늘해졌다.경후는 제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허리를 숙여 제나와 눈을 맞춘 경후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처럼 짙었고, 속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방금 당신이 말했지. 그 독은 당신이 먹인 게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1 화

    지금 와서 떠올려 보니, 제나는 모든 일이 조금 허무했고 우습기까지 했다.“괜찮아?”경후의 목소리가 제나의 생각을 다시 끌어올렸다.“괜찮아.”제나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웠다.“그냥 갑자기 몇 가지 일이 떠올랐어.”“그래?”경후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뭐가 떠올랐는데?”제나의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예전 일들이야.”그녀가 며칠 동안 의식을 잃은 뒤 과거의 기억 몇 가지를 떠올렸다는 사실은... 경후도 알고 있었다.경후가 제나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어떤 일?”제나의 속눈썹이 조용히 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0 화

    병실 안, 제나는 눈을 감은 채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깊이 잠든 사람 같았다.의사가 제나를 살펴보았지만,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원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자극을 받은 탓이라고 했다.경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하음을 바라보았다.“제 아내한테 무슨 말을 했습니까?”하음은 고개를 숙였다.“제가 아는 일은 많지 않아요. 그저 차 대표가 하제나 씨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지 말했을 뿐이에요. 하제나 씨는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지난 몇 년 동안 하제나 씨만 억울했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89 화

    “왜죠?”하음이 말했다.“차 대표가 처음 차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차씨 가문 사람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차 대표를 반기지 않았어요.”“차 대표는 모두에게 밀려났죠. 차씨 가문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다른 사람들과 재산을 두고 다투게 된 사람인데 누가 환영하겠어요?”제나는 경후의 친부모가 경후에게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럼 경후의 친부모님은요? 경후는 그분들의 친아들이잖아요. 그런데도 반기지 않았다는 건가요?”하음이 비웃듯 웃었다.“그것도 전부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88 화

    둘의 사이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적당해 보였다.그날 하음이 일부러 제나의 발을 밟지 않았다면, 제나는 하음에게 악의가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식사 주문을 마친 뒤, 하음과 경후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지난 일을 꺼내지 않았다. 대화 주제 역시 전부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제나는 알게 되었다. 하음이 이번에 S시에 온 것은 HB그룹과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서인 듯했다.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31 화

    제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결마저 흐트러져 버렸다.경후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자, 차갑고 깊은 흑빛 눈동자가 제나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아까 내가 당신을 돕지 않은 게, 서운했어?”질문처럼 들렸지만, 남자의 말투는 거의 단정에 가까웠다.제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경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파고들었다.“잘 봐둬. 당신이 내 아내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겪은 문제는 다 스스로 감당해야 했어. 혼자 버텨내야 했다고.”옅은 달빛이 남자의 날카로운 얼굴선을 비추고 있었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35 화

    크랭크인 행사를 마친 뒤, 영화 촬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제나는 늘 촬영팀 곁을 지키며, 감독이나 의상팀에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세세한 수정과 보완을 했다.제작비가 넉넉한 덕에, 스태프들이 머무는 호텔도 현지 준 5성급이었다.촬영 현장에서 세린은 ‘배경’과 ‘후광’을 등에 업은 인물이었다.그렇다고 뻣뻣하게 굴거나 권력을 내세우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싹싹하고 겸손했다.덕분에 불과 며칠 만에 촬영팀 전체와 어울리며 중심에 서게 되었다.세린이 있는 자리라면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모두가 세린과 잘 지내는 듯 보였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28 화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온 만큼, 남의 약점을 찌르는 데 능숙했다.거절하기 힘든 방식으로 술을 권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잠깐 스친 눈빛만으로도 그는 제나의 주량이 강하지 않다는 걸 간파했다.‘조금만 더 마시면 곧 무너질 거야.’‘그러면 이 미인은 결국 내 손아귀에 들어오겠지.’우호원의 입가에 번진 비열한 웃음이 제나의 시야에 들어왔다.하지만 제나의 머릿속은 딴 곳에 가 있었다. 아까 경후가 자신을 부축했을 때, 차갑고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마치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처럼, 냉정하고 낯설었다.‘나는 그 작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18 화

    “10억, 하나.”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V001번 룸, 16억!”순간, 장내가 술렁였다.여인을 기쁘게 하려는 선물이라면 10억 선이 한계일 터였다.그런데 누군가가 16억을 던지다니, 이미 팔찌의 본래 가치를 한참 넘어선 가격이었다.그때까지 묵묵히 앉아 있던 태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옆에 서 있던 직원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20억.”직원이 잠시 굳어 있다가, 황급히 마이크를 잡았다.“V003번 룸, 20억!”연주는 얼이 빠진 듯 태진을 바라보았다.태진은 옅은 미소를 머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