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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Author: 유진
백연신은 그제야 품에서 이미 너덜너덜해진 빛바랜 메모지를 꺼냈다.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이 메모지는 그때 한지영이 남긴 그 메모지였다. 지금까지 그는 이 메모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홧김에 여러 번 이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쓰레기통을 뒤져 다시 찾아냈다.

이 메모지는 마치 백연신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뽑을 수도 없었고 뽑기도 아까웠다.

이 메모지는 그녀가 백연신에게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라 이것마저도 없으면 그에겐 그녀의 물건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좋아졌다... 지금 그가 드디어 그녀를 찾아낸 것이었다!

“지영... 한지영...”

그는 그녀의 이름을 여러 번이고 되뇌며 미련이라도 남은 것처럼 입술을 그 메모지에 갖다댔다.

____

한지영은 임유진을 따라 강지혁의 차를 타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강지혁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데려다줄게요. 어디 살아요?”

한지영이 바로 주소를 말했다. 임유진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는 듯 물었다.

“그 백연신이라는 사람 진짜 너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그냥 의자에 앉혀놓고 3시간 눈싸움했어.”

한지영이 말했다.

“원래 전화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몰수당하는 바람에 못...”

핸드폰 얘기가 나오니 한지영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이 아직 백연신 손에 있었다! 그 핸드폰에 그녀의 업무와 관련된 자료도 들어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한지영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백연신을 찾아서 핸드폰을 돌려받을지 아니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할지,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였다.

“왜?”

임유진이 물었다.

“아니야.”

한지영이 고개를 저으며 앞에서 운전하는 강지혁을 쳐다봤다. 강지혁의 차에 타다니 진짜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강지혁이 그녀를 구하러 온 건 임유진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한지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자기 친구를 바라보았다.

“아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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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후, 옛 저택 경비원의 보고가 올라왔다.“회장님, 사모님께서 지금 저택을 나서고 있습니다.”강지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결국, 그녀는 떠나기로 한 걸까?“기사 불러서 강씨 저택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해.”“알겠습니다.”하지만 잠시 뒤, 운전기사가 돌아와 예상 밖의 말을 전했다.“사모님께서는 강씨 저택이 아니라 한 호텔로 가셨습니다.”기사가 그 말과 함께 호텔 이름, 주소, 방 번호까지 전달하자, 강지혁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호텔이라...”그는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곧 담담하게 혼잣말을 했다.“뭐, 강씨 저택이든 호텔이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지. 마음대로 하라 그래.”말은 그렇게 했지만, 밤이 되어 혼자 넓은 침대에 누운 순간, 강지혁은 묘한 허전함을 느꼈다.분명 그녀가 오기 전까지 늘 혼자 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그때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걸까.며칠 동안 언제나 그의 곁에 붙어 있던 그녀.그런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자, 오히려 마음이 낯설게 뒤틀렸다.그리고 강지혁은 문득, 서재에서 그녀가 울먹이며 옷깃을 움켜쥐고 토해냈던 말들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도대체 뭐가 진실이고 머가 거짓인 걸까?머릿속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그 기억은 분명 임유진은 자신에게서 도망치려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말해주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눈빛, 단단한 목소리... 그리고 고이준의 말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만약 그들의 말이 맞다면, 지금 자신이 가진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강지혁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답 없는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한편, 호텔방에 홀로 누운 임유진 역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서재에서 충동적으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강씨 저택으로 바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며칠 전 영상통화에서 아이들에게 일 때문에 며칠 동안 못 간다고 이미 말해버렸으니까.그런데 지금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 한 말을 뒤집는 꼴이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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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며칠 동안, 임유진은 아예 옛 저택에 눌러앉았다.강지혁이 어디를 가든 그녀는 졸졸 따라다녔다.밤이 되면, 강지혁이 잠자리에 들 때도 그녀는 억지로 그의 침대에 끼어들었다. 자기들은 부부니까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목이었다.강지혁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임유진은 마치 늘어진 껌처럼 억지로 달라붙었다.아마 사람의 잠재력은 무한한 모양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뻔뻔해질 줄 상상도 못 했으니까.틈틈이 두 아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기도 했다.강씨 저택에 남은 두 아이를 생각하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마음 한켠이 늘 무겁게 죄책감으로 차올랐다.율이는 그래도 비교적 괜찮았지만, 현이는 태어나자마자 항상 그녀와 함께였다.그동안 출장 등으로 며칠 떨어져 있을 때도 스승님과 사모님에게 하루나 이틀만 부탁하고는 바로 돌아왔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오늘까지 벌써 네 번째 날이었다. 영상 통화 속에서 현이는 종종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엄마 언제 돌아와?”“엄마 곧 돌아갈 거야. 그때면 아빠도 돌아오고. 돌아가서 우리 모두 함께 놀이공원에 갈 거야. 너희, 그리고 겸이, 원이, 유은 언니, 윤이 오빠까지. 정말 신나겠지?”그 말에 현이는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우와, 너무 좋아!”그러나, 율이는 화면을 통해 임유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정말 아빠랑 같이 돌아오는 거예요?” 율이는 특히 ‘같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임유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물론이지! 율아, 걱정하지 마! 엄마는... 이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아빠도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그건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한편, 강지혁은 서재에서 고이준이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주 서재 문 쪽을 흘끗거렸다.고이준은 그 의미를 눈치채고 말했다.“회장님, 사모님은 지금 도련님과 아가씨와 영상 통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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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비서?”강지혁이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고 비서가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그가 나한테 했던 말이랑은 다르네... 하지만 상관없어. 이제 난 내 기억만 믿을 거니까.”“하지만 네가 기억하는 건 진짜 기억이 아니야!”임유진이 다급하게 외쳤다.“그럼 말해 봐. 정말 네 말이 맞다면, 왜 그때 너도, 고 비서도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거지?”강지혁의 시선이 임유진에게 꽂혔다.“그건... 네가 내가 바다에 뛰어든 날을 기억하면,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서였어! 그 기억은 애초에 최면으로 억눌러둔 거잖아. 누가 억지로 끌어내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아무도 몰랐어!”임유진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애써 설명했다.강지혁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니까, 넌 날 사랑해서... 네 몸과 배 속의 세 아이를 잃더라도, 내 목숨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거란 말이지?”임유진은 입술을 꽉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그리고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굳게 닫혔던 입가가 희미하게 흔들렸다.“내가 전에 이 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 있지?”그가 불현듯 화제를 돌렸다.임유진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내가 말했었나? 증조할아버지가 이 검에 찔린 뒤에도 증조할머니에게 물었대. ‘후회하느냐, 나를 사랑하긴 했느냐.’ 그런데 증조할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섰어.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자살로 위장했지. 자신의 죽음이 증조할머니에게 어떤 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강지혁은 말을 멈추더니, 차갑게 식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차가운 손길에 임유진은 몸이 움찔했고 불안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소름이 돋았다. “봐. 사랑이 깊은 것과 얕은 것의 차이가 이렇게 커. 어떤 사람은 상대를 죽이고도 태연히 살아가지만, 또 다른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그 죽음을 끝까지 숨겨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8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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