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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Author: 유진
한지영은 드디어 통화를 마쳤다. 이때 임유진이 물었다.

“어머님이 대체 뭐라고 하셨길래 이토록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 게다가 무슨 처벌이든 다 받겠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래?”

“뭐긴 뭐겠어, 선보라고 다그치는 거지.”

한지영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엄마가 심지어 이번엔 아주 완벽한 상대라 다른 아줌마 손에서 겨우 뺏어왔대. 나보고 일단 만나는 보래.”

한지영은 엄마가 이해되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엄마는 마치 그녀가 이 두 해에 시집 못 가면 평생 노처녀로 살 거라고 단정한 듯싶다.

“그럼 일단 만나봐. 기회라 셈 치면 되잖아.”

임유진이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멈춰, 나 지금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선까지 보면 이대로 폭발해버릴지도 몰라.”

한지영은 엄마가 종일 선보라고 다그치는 것만 생각하면 피를 토할 충동이 생겨날 지경이다.

“왜? 또 뭔 일 있구나!”

임유진이 말했다.

한지영은 절친을 힐긋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백연신 씨랑 사귀는 중이라면 넌 엄청 놀랄 거지?”

임유진은 하마터면 자신의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

“너 백연신 씨랑 사귄다고? 전까지만 해도 백연신 씨가 너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했잖아!”

“맞아. 복수하는 거야.”

한지영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일단 사귀고 나서 내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나를 뻥 차버릴 거야.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어떤 건지 나 맛 좀 보라고 그런 거겠지. 드라마에서 다 그렇게 나오잖아!”

한지영이 대답했다.

하지만 백연신이 정말 이토록 유치한 방식으로 복수할까? 임유진은 심히 의심스러웠다. 강지혁은 전에 그녀에게 백연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생아 신분으로 백씨 일가를 물려받고 백씨 일가의 오너가 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백씨 일가의 본처와 그녀의 두 아들도 백연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임유진이 물었다.

“아니면 뭔데? 또 다른 가능성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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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백연신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 시각 한씨 가문의 거실.임유진의 부모는 백연신의 비서가 가져온 정갈한 서류 뭉치를 받아 들고 호기심에 봉투를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목록이 들어 있었다.그런데 목록을 훑어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현금 예단이 수억 원 단위였고 금세공 장신구며 고급 별장까지...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부부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규모였다.“이건... 다 뭐예요?”한종훈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비서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백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혼수 명세서입니다. 두 분께서 혹시 추가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라고 전하셨습니다.”“추가요?”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이렇게까지 과할 정도로 챙겨주는데 더 바랄 게 있을 리가 없었다.그들은 그저 벅찬 마음에 할 말을 잃었다....다음 날.임유진은 탁유미와 윤이를 데리고 재일 병원에 들렀다.그리고 윤이가 안쪽에서 보청기를 착용하고 조정받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바라보던 임유진은 문득 탁유미의 표정이 어딘가 멍해 보이는 걸 알아챘다.“유미 언니, 왜 그래요? 윤이 걱정돼서 그래요?”임유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응? 아, 아니에요.”탁유미가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그럼 뭐예요? 요즘 언니 표정이 자꾸 근심 많아 보여서요.”임유진이 다시 물었다.탁유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사실은... 공수진이 출소했대요.”“공수진이요?”임유진의 눈이 순간 커지며 곧 어제 날짜가 떠올랐다.그래. 어제가 바로 공수진의 출소일이었다.공수진... 이경빈의 옛 약혼녀이자 파멸을 자초한 여인.이씨 가문의 압박 때문에 감형을 받지 못하고 결국 판결문의 출소일대로 출소를 하게 된 것이었다.“그럼 사람 붙여서 언니랑 윤이 보호해 드릴까요?”임유진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괜찮아요.”탁유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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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산다라니... 아직도 더 사야 한다고?한지영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연신 씨는 대체 얼마나 많이 준비하려는 거지?’차가 한지영의 집 앞에 멈추고 한지용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릴 준비를 했다.그런데 백연신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왜 그래요? 안 내릴 거예요?”그제야 백연신은 정신을 차린 듯 그녀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내리자.”한지영은 백연신이 큰 선물 꾸러미들을 들고 자신과 함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더워서 그래요? 이마에 땀까지 났네요.”그녀는 발끝을 살짝 들어 종이 타월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었다.“긴장돼서 그래.”백연신이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긴장돼요?”한지영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뭐가 긴장돼요? 제 부모님은 요즘 자주 뵀잖아요. 게다가 혼인 신고 얘기하면 분명히 반대도 안 하실 텐데요.”하지만 백연신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늘 침착하고 어떤 상황도 여유롭게 대처하는 그가 이제 막 한지영의 부모님 앞에 서서 유일한 딸을 자신에게 맡기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말 한마디라도 잘못 나올까 봐 긴장이 멈추질 않았다.그건 사랑해서 그런 거였다. 사랑이 깊을수록 긴장도 커지고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법이니까.“부모님께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내가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사위가 아닐까 봐 걱정돼서 그래.”백연신은 솔직히 털어놓았고 한지영은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연신 씨는 이미 우리 부모님 마음속 최고의 사위예요. 게다가 제가 이미 당신 아이를 갖고 있는데 연신 씨와 결혼 안 하면 누구랑 결혼해요? 설령 부모님께서 반대하신다고 해도 전 이미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요.”그녀의 눈빛은 단호했고 맑은 눈동자 속엔 흔들림이 없었다.“나 한지영은 평생 백연신만 사랑하고 오직 백연신과 결혼할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은 백연신의 긴장을 녹일 만큼 따뜻했다.“나 백연신이 결혼할 여자도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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