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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Author: 유진
강지혁과 백연신은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그리고 고이준은 지금 강지혁의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번지기라도 한다면 뒷수습하기도 힘들 것이다. S 시가 강지혁의 손바닥 안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백연신이 백씨 가문까지 끌어들이게 되면 서로 피만 보게 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백연신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외모와 달리 상당히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사생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백씨 가문의 꼭대기까지 군림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서로 대치 중이던 그때, 강지혁의 품속에 있던 임유진이 한지영을 향해 말했다.

“지영아... 혁이가 나 데리러 왔어... 우리는 다음에 또 오자...”

“응, 알겠어... 다음에 또 오는 거야.”

다행히 술에 취한 두 여자 덕분에 차가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은 채로 클럽을 나가버렸고 고이준도 서둘러 따라나섰다.

백연신도 얼른 품속의 여자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한지영이 싫다며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댔다.

“그러지 말고 연신 씨도 같이 봐요, 응?”

‘같이 보자고? 이 여자가 진짜.’

이곳에 1분이라도 더 있게 되면 백연신은 정말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오늘 한지영이 봤던 모든 저질스러운 광경들을 다 잊어버리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마음이었다.

백연신은 한지영의 말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그녀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클럽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차 조수석에 힘껏 던져버렸다.

“나... 나 아직 다 못 봤는데 왜 데리고 나와요! 아무리 연신 씨라고 해도... 음악을 향한 나의 열정은 방해할 수 없다고요...!”

한지영은 술에 취한 채 계속 중얼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을 데리고 나온 사람이 백연신이라는 건 아직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백연신은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지금의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걸 보고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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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후, 옛 저택 경비원의 보고가 올라왔다.“회장님, 사모님께서 지금 저택을 나서고 있습니다.”강지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결국, 그녀는 떠나기로 한 걸까?“기사 불러서 강씨 저택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해.”“알겠습니다.”하지만 잠시 뒤, 운전기사가 돌아와 예상 밖의 말을 전했다.“사모님께서는 강씨 저택이 아니라 한 호텔로 가셨습니다.”기사가 그 말과 함께 호텔 이름, 주소, 방 번호까지 전달하자, 강지혁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호텔이라...”그는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곧 담담하게 혼잣말을 했다.“뭐, 강씨 저택이든 호텔이든... 어디에 있든 상관없지. 마음대로 하라 그래.”말은 그렇게 했지만, 밤이 되어 혼자 넓은 침대에 누운 순간, 강지혁은 묘한 허전함을 느꼈다.분명 그녀가 오기 전까지 늘 혼자 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그때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걸까.며칠 동안 언제나 그의 곁에 붙어 있던 그녀.그런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자, 오히려 마음이 낯설게 뒤틀렸다.그리고 강지혁은 문득, 서재에서 그녀가 울먹이며 옷깃을 움켜쥐고 토해냈던 말들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도대체 뭐가 진실이고 머가 거짓인 걸까?머릿속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그 기억은 분명 임유진은 자신에게서 도망치려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말해주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눈빛, 단단한 목소리... 그리고 고이준의 말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만약 그들의 말이 맞다면, 지금 자신이 가진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강지혁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답 없는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한편, 호텔방에 홀로 누운 임유진 역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서재에서 충동적으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강씨 저택으로 바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며칠 전 영상통화에서 아이들에게 일 때문에 며칠 동안 못 간다고 이미 말해버렸으니까.그런데 지금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 한 말을 뒤집는 꼴이 될 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01화

    “아닙니다,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고이준이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저는 그저 회장님께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아셨으면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사모님의 회장님에 대한 마음은 모두 진심이에요. 이번 일도... 아마 순간적으로 너무 다급해서 그랬던 걸 겁니다.”“나를 향한 감정이 진심이라면, 정말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다면... 대체 왜... 다른 사람을 위해 날 배신했겠어? 설마 날 버리고 떠난 그 여자가,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인가?”강지혁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그 말에 고이준은 입을 닫았다. 괜히 더 말하다가는 강지혁의 화를 다시 건드릴 게 뻔했으니까.잠시 후, 강지혁이 업무를 거의 마무리할 즈음, 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이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 임유진일 터였다.예상대로, 문이 열리자 임유진이 들어왔다. 그녀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난 며칠과 다름없이 묵묵히 곁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강지혁은 곁눈질로 그녀를 스쳐보았다.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괴롭던 마음이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그리고 그는 고이준에게 몇 가지 지시를 더 내리며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고이준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빠르게 서재를 빠져나갔다.그러자 임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지혁에게 다가섰다.“일 다 끝났어?”강지혁은 대신 차갑게 물었다.“너,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 남아 있을 셈이야?”임유진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네가 여기 있는 동안, 나도 같이 있을 거야.”그리고 곧바로 눈빛을 가라앉히며 덧붙였다.“혁아, 아이들이 우리를 많이 보고 싶어 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 넌... 아이들이 안 그리워?”아이들 이야기를 꺼내자, 임유진은 코끝이 시큰해졌다.강지혁은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어딘가 비아냥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900화

    그 뒤로 며칠 동안, 임유진은 아예 옛 저택에 눌러앉았다.강지혁이 어디를 가든 그녀는 졸졸 따라다녔다.밤이 되면, 강지혁이 잠자리에 들 때도 그녀는 억지로 그의 침대에 끼어들었다. 자기들은 부부니까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목이었다.강지혁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임유진은 마치 늘어진 껌처럼 억지로 달라붙었다.아마 사람의 잠재력은 무한한 모양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뻔뻔해질 줄 상상도 못 했으니까.틈틈이 두 아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기도 했다.강씨 저택에 남은 두 아이를 생각하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마음 한켠이 늘 무겁게 죄책감으로 차올랐다.율이는 그래도 비교적 괜찮았지만, 현이는 태어나자마자 항상 그녀와 함께였다.그동안 출장 등으로 며칠 떨어져 있을 때도 스승님과 사모님에게 하루나 이틀만 부탁하고는 바로 돌아왔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오늘까지 벌써 네 번째 날이었다. 영상 통화 속에서 현이는 종종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엄마 언제 돌아와?”“엄마 곧 돌아갈 거야. 그때면 아빠도 돌아오고. 돌아가서 우리 모두 함께 놀이공원에 갈 거야. 너희, 그리고 겸이, 원이, 유은 언니, 윤이 오빠까지. 정말 신나겠지?”그 말에 현이는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우와, 너무 좋아!”그러나, 율이는 화면을 통해 임유진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정말 아빠랑 같이 돌아오는 거예요?” 율이는 특히 ‘같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임유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물론이지! 율아, 걱정하지 마! 엄마는... 이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아빠도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그건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한편, 강지혁은 서재에서 고이준이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주 서재 문 쪽을 흘끗거렸다.고이준은 그 의미를 눈치채고 말했다.“회장님, 사모님은 지금 도련님과 아가씨와 영상 통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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