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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4 09:34:25

그는 어느새 서윤의 뒤에 거대한 성벽처럼 버티고 서서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집어삼킬 듯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채리안, 네가 아무리 유럽 무대를 밟았다 한들 내 선수 앞에서는 평범한 미드필더일 뿐이다. 내 구단에서 내 주장을 모욕하는 짓은 용납 못 해. 당장 나가라."

도욱의 압도적인 위압감에 리안은 순간적으로 주춤했지만,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강도욱 감독님, 여전히 선수를 과보호하시는군요. 과거에 당신 때문에 망가진 선수들이 한둘이 아닌데, 한서윤도 결국 그렇게 만들 건가요? 주말에 봐요. 누가 진짜 심장인지 증명해 줄 테니까."

리안이 화려한 자취를 남기며 사라지자, 훈련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도욱은 서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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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5.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오빠, 내가 왜 오빠의 레지스타인지 똑똑히 보여줄게.'서윤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위치로 걸어갔다.삐익-!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의 막이 올랐다.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숨이 막힐 듯한 템포로 전개되었다. 일본 대표팀은 소문대로 기술적 완성도가 엄청났다. 미드필더진의 정교한 삼각 패스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한국의 압박 라인을 유려하게 벗어났다.전반 10분,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의 에이스 미드필더가 한국의 수비진 사이로 칼날 같은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다. 패스의 궤적이 너무 정교해 포백 라인이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렸다. 일본 공격수의 강력한 왼발 슈팅이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골키퍼의 육탄 방어에 막혀 간신히 코너킥으로 이어졌다."라인 올려! 중원에서 공간 주지 마!"서윤은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동료들의 위치를 재조정했다.국가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이 땀으로 빠르게 젖어 들어갔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석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일본 선수들이 공을 돌리는 패스의 리듬과 동선이, 그녀의 시야 속에서 선형적인 데이터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강도욱 감독과 함께 매일 밤 지옥 같은 포지셔닝 훈련을 하며 체득한 공간 압축의 감각이었다.전반 25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일본의 사령탑이 다시 한번 전방으로 패스를 찌르려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서윤은 이미 상대가 공을 놓을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길목을 선점했다.탁!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4

    한참 뒤 입술이 떨어졌을 때, 도욱은 서윤의 달아오른 뺨을 자신의 거친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서윤을 향한 무한한 자부심과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주말에 있을 동아시아컵 첫 경기 개막전 일본전, 네가 선발로 낙점됐다. 오길상 감독이 방금 전 협회 기술위에 최종 명단 통보했어. 채리안은 벤치다."도욱의 든든한 소식에 서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침내 기득권의 성벽을 실력으로 깨부수고 국가대표팀의 진짜 주전 사령관 자리를 쟁취해 낸 순간이었다."오빠가 위에서 버텨준 덕분이에요.""아니, 네 실력이 저 눈 먼 노인네들의 눈을 강제로 뜨게 만든 거야. 서윤아, 주말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가 뭔지 온 세상에 똑똑히 보여줘. 네 뒤에는 언제나 내가 가장 단단한 성벽으로 버티고 서 있을 테니까.""네. 나 절대 안 무너져요. 오빠의 명예도, 우리 레이븐스의 이름도 내가 그라운드 위에서 다 지켜낼게요."서윤은 그의 품에 다시 얼굴을 묻으며 세상 그 어떤 성벽보다 단단한 안정감을 느꼈다. 머나먼 거리에서도, 혹은 외부의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완벽하게 같은 속도로 요동치고 있는 한, 다가올 동아시아컵의 전장은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기적의 무대가 될 것이었다.밤이 깊어 외출 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윤은 다시 파주 NFC로 돌아왔다. 본관 대강당 게시판에는 주말 일본전의 공식 선발 라인업 시트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MF : 10. 한서윤 (레이븐스)]그녀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3

    태오가 손을 흔들자 혜진은 괜히 쑥스러워 주변을 살피며 그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무스 케이크와 시원한 음료가 미리 세팅되어 있었다."코치님, 진짜 매번 이렇게 사람 부끄럽게 만드실 겁니까? 사복은 또 왜 이렇게 과하게 입고 오셨어요?"혜진이 투덜거리며 케이크를 포크로 푹 찔렀다. 태오는 턱을 괸 채, 혜진의 먹는 모습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직하게 웃었다."과하게 입은 게 아니라, 혜진 선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신경 좀 쓴 겁니다. 파주에서 선배들 틈에 치이느라 얼굴이 반쪽이 됐네요. 마음이 안 좋아서 밤새 잠도 잘 못 잤습니다.""참 나…… 코치님은 왜 이렇게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세요? 저 정말 괜찮다니까요? 어제 훈련 때도 감독님한테 전술 수행 능력 좋다고 인정받았어요."혜진이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자, 태오는 슬며시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작은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그의 따뜻하고 묵직한 온기가 전해지자 혜진의 신체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잘 버텨줘서 고맙습니다, 혜진 씨. 레이븐스로 돌아올 때까지 내가 매일 밤 데이터 확인해 줄 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요. 그리고 이건 코치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하는 말인데……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태오의 청량하면서도 진심 어린 직진에 혜진은 결국 참았던 미소를 터뜨리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혹독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온전히 바라봐 주는 남자의 존재는, 그녀의 거친 축구 인생에 가장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2

    '한서윤이 들어가자마자 국대의 동선이 살아났다.', '만년 꼴찌 팀의 미드필더가 유럽파 천재를 벤치로 보낼 타이밍이다.'라는 자극적인 여론이 대세를 이루었다."언니, 이것 좀 봐. 뉴스 댓글에 온통 언니랑 우리 얘기뿐이야."파주 NFC 본관 2인실 숙소에서 민아름이 침대에 엎드린 채 스마트폰 화면을 서윤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름의 얼굴에는 주전 팀 선배들의 눈치를 보던 지난날의 주눅 든 기색 대신, 자신감이 만연하게 피어올라 있었다.비록 연습 경기였지만 남자 선수들의 무자비한 피지컬을 상대로 골맛을 본 경험은 그녀를 한 단계 더 높은 격으로 올려놓았다.서윤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폼롤러로 종아리 근육을 문지르며 가볍게 웃었다."아름아, 기사 너무 많이 보지 마. 여론은 한 경기만 못해도 금방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거야. 진짜 중요한 건 다가올 동아시아컵 첫 경기니까.""알지, 아는데 기분 좋은 걸 어떡해. 어제 식당에서 지현 선배랑 주전 언니들이 먼저 나한테 인사하더라고. 공 달라고 소리 지를 때 무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패스 타이밍 물어보더라니까?"아름이 신나서 조잘거리는 사이, 욕실 문이 열리며 지혜진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걸어 나왔다. 혜진의 한손에는 언제나처럼 백태오 코치에게 받은 가죽 노트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침대 맡에 앉아 스마트폰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화면에는 태오가 보낸 짤막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내일 주말 공식 외출권 나온다면서요? 파주 NFC 정문 앞 예쁜 카페에서 기다릴 테니까 시간 맞춰 나와요. 약속했던 디저트 사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1

    태오의 다정하면서도 든든한 위로가 가죽 노트를 대신해 그녀의 심장에 닿았다. 혜진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터질 듯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시트를 품에 꼭 안았다. 평소라면 부끄러워하며 투덜거렸겠지만, 이 차가운 파벌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해 밤을 새워 판을 짜준 남자의 존재는 그녀의 독기를 완벽하게 깨워주었다."코치님, 디저트 값 장난 아닐 테니까 지갑이나 두둑하게 챙겨두세요."혜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축구화 스터드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그때, 서윤은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라커룸 뒤편의 후미진 통로로 걸어갔다. 본부석 VIP 구역과 연결된 그 고요한 복도 끝, 벽에 기대어 선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강도욱이었다.주변의 시선이 차단된 좁은 통로 공간. 도욱은 서윤이 다가오자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섰다. 그는 평소처럼 거칠게 품에 안거나 입을 맞추는 대신, 서윤의 유니폼 깃이 살짝 흐트러진 것을 발견하고 서툴지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옷깃을 반듯하게 정돈해 주었다.그의 커다란 손가락 끝이 서윤의 쇄골 부근을 가볍게 스칠 때마다 미세한 열기가 피어올랐다."전반전 보는 내내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도욱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더 낮고 자연스러웠다. 감독으로서의 위엄을 걷어내고, 오직 서윤의 힘든 싸움을 곁에서 지켜보는 남자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묻어났다."오빠가 위에서 보고 있으니까 저도 당장 잔디 위로 뛰어 들어가고 싶었어요. 리안이가 저렇게 중원을 내주는 걸 보니까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서윤이 그를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속삭이자, 도욱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70.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 성벽 위의 관조자파주 NFC의 메인 스타디움은 주말을 맞아 찾아온 팽팽한 긴장감으로 터질 듯했다. 국가대표팀의 동아시아컵 최종 주전 라인업을 확정 짓기 위해 주선된 이번 연습 경기의 상대는 대학 축구의 최강자이자 프로 2군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H대학 남자 U-19 상비군 팀이었다.남자 선수 특유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빠른 공수 전환을 상대로 여자 대표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시험하겠다는 오길상 감독의 계산이었다.경기 시작 30분 전, 스타디움 본부석 VIP 라운지에는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거만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한서윤과 채리안의 기록이 담긴 평가서가 들려 있었다.최근 레이븐스의 돌풍을 이끈 한서윤을 발탁하긴 했으나, 기존의 기득권과 대형 에이전시들의 이권이 얽혀 있는 기술위원회는 여전히 채리안을 주전으로 밀어붙이고 싶어 했다."오 감독이 오늘 선발로 채리안을 올린 건 현명한 선택이야. 아무리 리그에서 날아다녔어도, 국제대회 경험이나 묵직한 중원 장악력은 리안이가 앞서는 게 사실이니까."기술위원장이 커피를 홀짝이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위의 위원들이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 순간, VIP 라운지의 두터운 유리문이 열리며 거대하고 서늘한 기척이 실내로 걸어 들어왔다.짙은 흑색 슬랙스에 깔끔한 화이트 셔츠의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붙인 사내, 강도욱이었다. 최근 리그 5연승을 지휘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그이자,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캡틴이었던 그의 등장에 라운지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도욱은 협회 측의 공식 자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51

    서윤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국가대표 상비군.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무대였지만, 지금 서윤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었다. 자신을 믿고 이 진흙탕 속에서 구원해 준 단 한 사람, 그리고 그가 완성하려는 전술의 심장이 되는 것이 지금 그녀에게는 가장 소중했다.선수들이 오후 전술 비디오 분석을 위해 다시 폭풍처럼 빠져나간 뒤, 방 안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서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47

    "알아요. 오빠가 다 날 위해서 그러는 거. 그러니까 경기장 안에서는 서운해하지 않을게요. 도욱 오빠."달콤한 호칭이 그의 귀에 닿는 순간, 도욱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낮게 탄식하며 서윤의 입술을 집어삼켰다.낮 동안 공적인 경계선 뒤에 숨겨두었던 모든 애틋함과 갈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한 깊고 진한 입맞춤이었다. 도욱의 큰 손이 서윤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당겨 틈도 없이 밀착시켰고, 서윤은 그의 단단한 어깨를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46

    * 완벽한 복귀, 숨겨진 박동사흘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았다. 서윤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발목을 감싸고 있던 마지막 압박 붕대를 천천히 풀어 내렸다.하얗게 일어난 피부 위로 멍 자국은 거의 가라앉아 있었고, 손가락으로 복사뼈 주변을 꾹꾹 눌러보아도 예의 그 날카로운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정성스럽게 얼음찜질을 해주고 소독약을 발라주던 도욱의 거칠고도 따뜻한 손길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 꼴찌팀의 독종 감독님이 나한테만 집착한다   43

    "네가 공을 잡으면 상대 미드필더진 두 명이 무조건 양쪽에서 바짝 붙어 몸싸움을 걸 거다. 거기서 균형을 잃고 공을 뺏기면, 그 자리가 바로 저들의 역습 시발점이 된다. 전술의 핵심은 '리듬의 파괴'다. 뺏기기 전에 넘기고, 상대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역이용해라. 할 수 있겠나?""네, 감독님. 2초 이내에 공을 처리하고 공간을 열겠습니다.""좋아. 혜진이와 아름이는 서윤이가 공을 흘려주는 찰나의 공간을 놓치지 마라. 이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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