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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ผู้เขียน: 비담
"안타까워? 네가 뭔데 우리 언니를 안타까워해! 당장 여기서 꺼져!"

추명이 화로를 뒤엎기 위해 발을 휘둘렀다. 하지만 초희옥이 한발 빨리 앞을 가로막아 향과 저승돈을 지키는 것에 성공했다.

뒤늦게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추명을 붙잡았다. 이러다가 혹시라도 초희옥을 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추명은 사람들의 손에 붙잡힌 채 몇차례 분풀이하듯 발길질을 했다.

그리고 마침 이때, 멀리서 진패분과 초약란도 도착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다섯째야, 너 대체 왜 이리 말썽을 부리는 것이냐!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진패분이 체면에 간신이 짜증을 참으며 꾸짖었다.

아들을 보지 못해 시어머니인 초 노부인과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첫째 집 핏줄들을 모두 충용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생각은 같았다.

이 셋만 없으면 후작 자리는 그녀의 지아비의 것이 될 테니 말이다.

"숙모, 전 돌아가지 않아요. 전 지금 추란 아가씨께 오라버니를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중이에요."

초희옥이 고집스러움과 순진무구함이 썪인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그러자 추명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째려보았다.

진패분는 이 난감한 상황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초의옥을 달래었다.

"너의 남매가 각별한 사이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 이미 다 판결난 사건 아니더냐? 이러는 건 형부의 관리들을 욕보이는 일이다."

초약란도 옆에서 거들었다.

"희옥아, 이만하고 돌아가자. 우리도 오라버니의 죽음은 안타까워. 하지만 죄를 지었으니, 법의 심판을 피할 순 없잖니? 가문의 체면도 생각해야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외모만큼이나 참으로 마음이 좋은 언니의 행세였다.

"자자, 오라버니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만 소란 피우자. 그만 언니랑 집으로 돌아가자."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초희옥은 환생 후 처음으로 초약란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천상유수, 사람들을 홀리는 저 말솜씨는 여전했다.

가문에서 쫓겨나기 전엔 초희옥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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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무씨 집안이 다시는 섭정왕부를 포위하게 두지 않겠어!’...불음관 2층, 가장 크고 화려한 누각 안.군야신은 눈처럼 하얀 담비 가죽이 깔린 나전으로 장식된 단단한 나무 침상에 기대 앉아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마치 신이 정성 들여 조각한 듯 냉철하고 아름다웠다.그 앞엔 줄무늬가 선명한 호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졸고 있었다.그러다 어느 순간, 코끝을 꿈틀이며 킁킁 냄새를 맡더니 벌떡 몸을 일으켜 군야신 앞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문밖을 연신 향해 고개를 들썩였다.밖에 나가고 싶다는 뜻이었다.“가거라.”군야신은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사람을 보내 몰래 따라붙게 하라. 또 주방 가서 음식을 훔쳐 먹으면 돈을 제대로 치르라고 해라.”“예.”시위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대귤이가 쏜살같이 나가자, 누각 안에는 차를 끓이던 은월만이 남아 있었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조황대선에서 왕야께서 몸소 주관을 맡으신다 하여, 밖에서는 왕야께서 미색에 눈이 멀어 여인 하나를 어찌하려는 거란 말이 돌고 있습니다.”“그들은 모르겠지. 이번 대선이 어떤 의의를 지니는지. 이번이 바로 새 황제가 즉위한 뒤 처음으로 치러지는 조황대선이다. 그간 황정은 줄곧 태후가 틀어쥐고 있었고, 고위직에 있는 여관들은 중립이거나 태후 쪽 인물들뿐이니,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지 않는 한 판도는 절대 바뀌지 않겠지.”“하지만 이 무리의 규수들이 서원을 졸업하려면 아직도 일년은 더 남았는데, 왕야께서 이렇게 미리 대비하시고 지금부터 수를 놓기 시작하신 것을 보니… 은월은 감탄할 따름입니다.”군야신은 말없이 찻잔을 들었다. 타인의 시선 따윈 개의치 않았다.과거, 그는 성경 제일의 망나니로 이름 높았다.누구도 그가 뭘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섭정왕 자리를 얻은 것조차 황후가 된 여동생 덕분이라 믿었을 뿐.하지만 바로 그가 선황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흔들어, 영왕 대신 지금의 황제가 황좌에 앉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몰랐다.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8화

    그때 마침 지나가던 한 여인이 이 말을 듣고는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초희옥을 비스듬히 쏘아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가소롭기도 하지. 네가 뭐 황실 공주라도 되기라도 해? 운진이 초대장을 줬다고? 네깟 게 감히?”그 여인은 겨우 열넷이나 열다섯쯤 되어 보였고, 금빛 긴 치마를 입었으며 얼굴은 눈에 띄게 고왔다. 머리 위에는 화려한 비녀와 장신구가 반짝이며 넘실거렸다.눈빛부터 몸짓까지 오만함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이었다.“태안공주전하를 뵙습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했다.이 소녀가 바로 태안공주 무용현이다.태후의 적녀이자 영왕의 친아우.또한 지금 황제의 이복 여동생.그리고...무천보의 약혼녀였다.무천보는 그녀를 보자 즉시 얼굴이 굳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고, 흥미 따위 접고 곧장 돌아서서 자리를 피했다.초희옥은 비록 전생에서 태안공주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그녀에 대한 소문은 수없이 들은 바 있었다.그녀의 혼사는 선황이 생전에 영왕이 무씨 집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해둔 약속이었다.하지만 무천보는 매일같이 주색에 빠져 살고, 무용현은 한결같이 운진을 연모했다.그들은 서로를 보는 것조차 불쾌해하며 혼인을 질질 끌다, 결국 억지로 혼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천보는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세간에 떠도는 말로는 공주 전하께서 운진과 함께하기 위해 지아비를 독살했다는 소문도 있었다.그때 무용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너 누구냐! 당장 면사 벗어라! 어느 집 요망한 계집이 이토록 뻔뻔하게 운진을 사칭하느냐, 내가 직접 확인해보겠다!”이때, 장회가 부리나케 달려와 중재에 나섰다.“공주 전하! 이곳에 어찌… 운진께서 직접 차를 우리고 계십니다. 지금 가시면 막 우린 한 잔을 드실 수 있을 겁니다.”무용현은 초희옥을 손가락질하며 외쳤다.“이 계집년이 운진에게 초대장을 받았다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당장 붙잡아라!”장회는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며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얼버무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7화

    정자와 누각이 정원을 따라 줄지어 있고, 꽃을 마주하며 물을 비추는 자리마다 고풍스러운 운치가 깃들어 있었다.마치 산속의 맑은 샘물처럼, 속세와는 다른 고즈넉함이 느껴졌다.하지만 동가 일대는 땅 한 평이 금 한 냥이라 할 만큼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곳이었다.겉보기엔 담백하고 소박한 이 불음관도, 실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거액이 들여진 호화 찻집이었다.그 시각, 불음관 입구에는 이미 온갖 권귀 세가의 마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각기 다른 집안의 성씨들이 화려하게 적힌 패가 마차마다 높이 걸려 있었다. 초희옥은 눈썰미 좋게도 그중 가장 화려한 마차를 단번에 알아봤다. 그 마차에는 금빛으로 번쩍이는 글자 하나가 걸려있었다.군.섭정왕이 정말로 나타난 것이다.그가 아니었다면, 초희옥은 애초에 이런 권세가들이 모여 심심풀이로 부와 체면을 과시하는 자리에 올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말없이 초대장 한 장을 내밀었다.입구에 서 있던 시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걸어서 오다니? 이 아가씨는 도대체…’‘초대장이 가짜는 아닐까?’의심의 눈초리가 번졌다.예전에도 작은 가문 출신의 규수들이 권귀가에 엮이려 무리하게 감보회에 숨어드는 일이 종종 있었다.어느 귀한 분의 눈에 들기만 하면 단번에 신분이 뛰어오르리라 기대하며 몰래 들어오는 것이다.지난번에도 한 명이 그렇게 들키고 쫓겨났다. “실례지만 어느 댁 규수신지요?”수석 시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초희옥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감보회는 초대장으로 입장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언제부터 출신까지 심문하게 됐죠?”시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초대장을 뒤집었다가 폈다가 하며 한참을 살폈다. 쉽게 들여보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안으로 사람을 보내 알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뒤에서 성가신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이, 거기 앞에. 비켜! 길을 막고 있잖아!”진한 솔잎빛에 복숭아꽃 문양이 수놓인 촉주 비단 예복을 입은 남자가 화려한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6화

    초희옥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조 부인이 언니를 좋은 데 시집보내고 싶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할머니는 달라. 할머니가 그 혼처를 허락한 건 그 남자가 형부 주사이기 때문이야. 할머니에게는 그 사람의 나이도 생김새도 인품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집안이 앞으로 초씨 집안과 혼맥으로 엮인다는 것이지.”초희옥이 훨훨 날아오르면 초 노부인은 반드시 끌어내릴 것이었다.하지만 초약섬은 다르다. 그녀는 초 노부인의 친손녀였다.쓸모가 커질수록 초 노부인은 쉽게 그녀를 내치지 못할 것이다.초희옥은 초약섬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언니에게 더 나은 혼처도 가능하다는 걸 할머니가 알게 되면, 결코 언니를 그렇게 쉽게 내버리진 않을 거야.”“내가 이미 할머니께 말씀드렸어. 초씨 집안 규수들 전부 나와 함께 조황대선에 응시하기로 말이야. 언니가 시집을 가지 않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유일해.”초약섬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다섯째야… 너가 아니었으면, 나 정말… 정말 이렇게 죽는 줄만 알았어… 네가 날 살렸어!”초희옥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떠올랐다.“붙는다면 그건 언니의 실력이야. 나는 그저 언니가 걸을 수 있는 길을 하나 보여줬을 뿐이야.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언니한테 달린 거고.”초약섬은 고개를 떨구고 이를 악물었다.“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아무리 물러서고 참고 지내도 조 부인에게는 끝이 없다는 걸... 그렇다면 차라리 이 한 몸 부딪혀볼래. 어차피 이 열다섯 해 동안 난 단 하루도 평온하게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그녀는 굳게 주먹을 쥐고, 초희옥을 향해 다시 한 번 깊이 허리 숙여 말했다.“다섯째야,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초희옥은 그녀를 잡아끌며 말한다.“같이 점심이나 먹자. 하늘이 무너져도 밥은 먹고 생각해야지. 크고 어려운 일일수록 배부터 든든히 채우고, 한 걸음씩 천천히 가는 거야.”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5화

    하지만…이것만으로도 이미 경성 전체에 얼굴을 못 들 일이 아닌가?초희옥의 명예는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지고, 오히려 초씨 집안은 너그러이 품은 집안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전생의 초희옥이었다면 이런 덫에 걸려도 오히려 조모가 자신을 위해 준 자비라 여겼겠지.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초 노부인의 수단은 초약봉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무려 열여덟 골목은 앞서 있었다.노련함이란, 역시 세월이 쌓여야 나오는 법인가 보다.초약봉은 그 속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할머니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건 그냥 말장난일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시험을 보겠다고 말을 해 놓았으니, 저는 응시할 것입니다. 다만… 두 언니랑 같이 시험을 본다고요…”초희옥은 살짝 망설이는 듯하더니, 무언가 좋은 꾀라도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초연아도 시험 봐야죠! 아, 맞다. 셋째 언니도요! 우리 초씨 집안 규수들은 전부 응시 해야죠?”초약봉은 눈을 홱 굴리며 비꼬듯 말했다.“너 지금 우리 셋이 같이 시험 보면 너만 떨어져서 망신당할까 봐 그런 거지? 그래서 사람들 끌어모아서 같이 치게 만들면, 나중에 떨어져도 혼자만 욕먹는 게 아니라서 덜 창피하겠다는 그런 생각이지?” “봉아, 함부로 입 놀리지 마라!”조 부인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초 노부인은 여전히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예전에도 네가 글 배우겠다 하여 내가 규학을 세운 것 아니더냐. 그 아이들도 다 너를 따라 함께 공부한 셈이지. 이번엔 대선도 같이 보는 거다. 좋아, 아주 좋아.”그녀에게는 초희옥이 떨어지는 것, 그 하나면 충분했다.다른 애들이야 숫자나 채우는 것이고, 시험에 통과하든 말든 중요치 않았다.강간범으로 몰린 오라비에, 민적에 바보 소리까지 듣는 규수. 이 두 낙인이 함께 찍힌다면 초희옥의 인생은 그 순간으로 완전히 끝장날 터였다. 초 노부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렇게만 흘러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자안당을 나선 초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4화

    초 노부인은 집안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인물이었다. 조황대선 시험을 두고 내기까지 벌어졌다는 소식은, 첫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녀 귀에 들어갔다.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사람을 보내 초희옥과 초약봉을 자신에게 오라고 부르게 했다.전갈을 전하러 온 유모는 한쪽에 있던 초약섬을 힐끔 보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셋째 소저, 초노부인께서 주신 상이 이미 아가씨의 뜰에 도착해 있습니다. 나중에 잊지 말고 인사 드리십시오.”“무슨 상이요?”초희옥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초 노부인은 평소에 초약섬을 곱게 보지 않았다.“조 부인께서 셋째 소저를 위해 좋은 혼처를 하나 알아오셨답니다. 노부인께서도 오늘 아침에 승낙하셨고요. 벌써 혼수도 다 준비됐어요. 새해가 지나면 바로 출가하게 될 거예요.”혼처? 출가?초약섬의 얼굴이 눈처럼 하얗게 질렸다.바로 그때, 조씨의 유모가 와서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며 그녀를 불렀다.초약섬은 혼이 빠진 사람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 조용히 사라졌다.초희옥은 그녀의 처연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서히 눈빛을 가라앉혔다.조씨는 초 노부인의 총애를 등에 업고, 평소 초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 자식들을 천대했다. 특히 정실부인의 소생인 초약섬을 자주 괴롭혔다.그런 이가 데려온 혼처가, 과연 좋을 리가 있을까?‘아, 맞다...’초희옥은 문득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약섬은 오품 형부 주사에게 시집을 갔다. 그 주사는 재혼이었다.또한 그 주사의 나이는 초약섬의 할아버지뻘이었다.당시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사위’보다 오히려 더 젊었을 것이다.혼인한 지 채 2년도 안 되어 그 노인은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 뒤, 두 아들이 유산을 두고 서로를 탓하고 헐뜯으며 다투었다.그중 한 명은 계모와 부적절한 사이였다고 누명을 씌우기까지 했다.명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고, 온 경성이 들끓었다.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도 만들어진다 했던가.모든 손가락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결국 초약섬은 그 모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3화

    “훌륭하구나, 훌륭해. 넷째 아가씨는 박학다식하니 이번 조황대선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두겠구나.”노부자는 황급히 칭찬을 늘어놓으며 슬쩍 초희옥 쪽으로 곁눈질을 보내고는 혐오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어느 누구와 같지 않으니 다행이지. 쯧쯧…”예전 같았으면 초희옥은 부끄러움에 고개도 못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초희옥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초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부자님 말씀 맞아. 어느 누구라는 게 누구겠어? 너는 균전령 내용도 못 외우고 있잖아. 조황대선 같은 데는 끼지도 마. 어차피 떨어질 텐데.”초연아는 창피하고 분해서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초약봉은 초희옥이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다섯째야, 너는 균전령을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면서 감히 여섯째를 흉보냐? 마치 네가 시험에 붙을 것처럼 말하는구나. 네가 조황대선 나간다 한들, 거기서도 그냥 숫자나 채우겠지!”초희옥은 그 말에 마치 급소를 찔린 듯, 탁자를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뭐라고? 숫자 채우는 건 네 쪽이거든!”“하하하, 내가 숫자 채우러 간다고? 웃기시네!”초약봉은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고, 눈동자를 스윽 굴리더니 말을 이었다.“그럼 이렇게 하지. 우리 둘 다 같이 시험 보자. 떨어지는 사람이 성문 앞에 나가서 ‘나는 머저리다!’ 라고 세 번 외치는 거야. 어때? 감당이 되겠어? 누가 숫자를 채우는 건지 두고 보자고.”됐다!이 말만 기다리고 있었지.초약봉은 정말이지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착한 사람이다.“한 집안의 자매끼리 왜 이렇게 싸우니? 그럴 필요 없잖아.”초약란은 눈빛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겉으로는 착한 사람인 척하며 가식적으로 중재에 나섰다.“넷째야, 넌 다섯째가 너만 못하다는 거 알잖니. 배운 거 많다고 그걸 내세워서 다섯째를 괴롭히면 안 되지.”초약란이 그럴싸하게 타일렀다.“나도 이런 머저리랑 일일이 따지고 싶진 않아요. 지가 괜히 시비 걸었을

  • 꽃비녀 아래, 칼을 숨기고   제32화

    초씨 집안의 규학은 뒷뜰의 푸르게 자란 대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정원에 위치해 있었다. 그 이름은 문진당이라고 불렸다.이때는 아침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초희옥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며 교실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학당 안에는 열댓 명쯤 되는 열네 다섯 살 무렵의 규수들이 앉아 있었다.직계 자매들 뿐 아니라, 본가의 먼 친척들까지 보내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초희옥은 자리를 대강 둘러보다가 초약섬 옆자리에 빈자리가 있는 걸 보고 조용히 앉았다.“셋째 언니, 병은 좀 나았어요?” 초희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초약섬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응. 보내준 인삼 고마워.”주변에서는 벌써 수군대고 있었다.“수업을 빠진지 반 년은 넘었잖아? 갑자기 왜 나왔대…”“오라버니 사건이 연기돼서 여기저기 쫓아다닐 일 없으니까 수업 들으러 온 거라던데…”“흥, 그건 뻔한 핑계지! 조정 형사 건인데, 쟤가 뭘 어떻게 관여한단 거야?”강단 위에 있던 노부자가 책상을 툭 치며 소리쳤다.“조용!”그는 학식 깊고 이름 높은 유학자였고, 초씨 집안에서 직접 모셔온 인물이었다.초씨 집안 주모와 조씨가 몰래 은전을 많이 쥐어준 탓에, 그는 초약란과 초약봉에게는 유난히 열심히 가르쳤다.다른 규수들에게는......그저 적당히 가르쳤다.몇 마디라도 알아듣는다면, 그건 그들의 실력이었다.그리고 초희옥에 대해서는......어디선가 암묵적 지시를 받았는지, 딱히 가르칠 필요 없다는 듯 대충 가르쳤다.명문가의 속사정을 잘 아는 그는 자신의 지위를 믿고 초희옥을 억누르고 조롱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그녀가 몇 달간 수업에 나타나지 않아 속이 후련했는데, 오늘 다시 나타나자마자 눈엣가시처럼 느껴진 것이다.그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우리가 방금 이야기한 사건은 요즘 시끄럽게 회자되는 선천산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성국 법전 중 한 조항과 관련이 깊지. 대성율은 조황대선 문과 필수 과목이다. 올해는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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