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기에 제임스는 당장이라도 복수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동생을 위한 복수의 여부가 아니라, 이 사건이 전세계에 밝혀지게 될지 여부였다. 그는 만약 800명이 넘는 이탈리아 조직원들의 실종 사건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되면, 가장 먼저 화를 입는 사람은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사건을 덮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 소식은 곧바로 캐나다에 전해졌다. 노사제 라이언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매우 흥분한 상태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윗선에서 먼저 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은 가족들이 3일 내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각자에게 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현장은 즉시 술렁였다. 사람들은 노사제를 존경하긴 했지만, 그가 이토록 사건을 예측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50만 달러는 정말로 큰 금액이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조직원들은 일 년 동안 10만 캐나다 달러를 벌면 그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게다가 조직원들은 대부분 돈을 받으면 방탕한 생활을 하는 데 다 써버렸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아주 적었다. 따라서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가족들이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윗선에서 한 명당 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하니, 이 돈은 대다수 이탈리아 조직 가족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그리하여 군중들 일부는 즉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면 실종된 사람 중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은 세 아들이 전부 실종된 사람이었는데, 만약 세 아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확정된다면 그는 노사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위로금을 받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노사제는 그처럼 운이 좋지 못했다. 노사제는 아내와 다섯 아들이 죽었지만, 네
아래에서 누군가 말했다. “사제님, 그럼 한 사람이 죽으면 100만 달러입니다. 이 가격이면 이미 충분히 높은데, 우리가 금액을 더 요구하면 상대를 너무 자극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마지막에 한 푼도 받지 못하거나 받을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건 원치 않습니다.”노사제 라이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조직에서 50년을 일해 왔어. 내가 비록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상황 판단 능력만큼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네." 말을 마치자 그는 즉시 전화를 집어 들고 제임스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노사제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다. 지금 내 조건을 알려주지.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려면 각자 최소 150만 달러의 위로금을 줘야 해. 그리고 이 돈은 가능한 한 빨리 지급돼야 한다!"제임스의 비서는 이 금액에 놀라 욕을 퍼부었다. "미친 거 아닌가? 한 사람당 150만 달러를 내 놓으라고? 800명이 넘는데 그게 얼마나 되는 돈인 줄 알아? 이건 12억 달러야!" 노사제 또한 마음속으로 놀랐다. '맙소사, 12억 달러나 된다고? 난 1억 2000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노사제는 전형적인 시칠리아 후손 답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뭐? 너무 많다고? 그럼 한 푼도 주지 말라고! 우리 진짜 목적은 가족들의 행방을 찾는 거지, 너희들이 주겠다는 그 돈은 전혀 탐나지 않는다!" 노사제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됐어,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고. 이 사건은 경찰에 맡기기로 하지!" 말을 마치자마자 노사제는 제임스의 비서가 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제임스의 비서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도련님, 이탈리아 놈들이 한 사람당 150만 달러를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150만?" 제임스는 순간적으로 멍해졌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들 미친 거 아냐? 왜 계속 돈
제임스가 비서에게 알려준 전략은 강하게 말하고 대화를 바로 끝내, 상대방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노사제가 즉각적으로 반격에 나서, 한 마디로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제임스가 노사제의 입에서 ‘현장에 수천 명의 가족이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심장은 마치 목구멍까지 치솟을 것만 같았다. ‘수천 명이라니..! 이건 경찰에 신고하러 가는 게 아니라, 시위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건 일이 커지길 바라는 것 같은데?!’그가 당혹감에 휩싸여 있을 때, 노사제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 노사제는 50년간의 범죄조직 생활 동안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는 못했을지라도, 최소한 상대를 위압하는 방법만큼은 완벽하게 익힌 그였기 때문이다.전화가 끊어져 버리자 제임스는 방 안을 계속해서 이리저리 서성댔다. 동생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복수조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제는 12억 달러에 달하는 청구서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멘탈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 그는 거의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비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어떻게 해야 하냐고...?" 제임스는 공허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제이콥의 일도 아직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12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비서는 잠시 생각한 후, 이를 악물고 물었다. “아니면 금액을 조금 올려서 제안해볼까요?”“올려?” 제임스는 반문했다. “얼마나 더 올리면 적당할 것 같아?”비서는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그럼 조금 더 올려서 125만 달러는 어떨까요?”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힘들어. 조금 더 줘서 일을 무마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동의할 리가 없어. 그는 이미 내가 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테
3분이 거의 다 되어갈 때, 노사제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강한 흥분이 묻어 있었고,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노사제는 천천히 전화 받기 버튼을 누르고 차갑게 한 마디를 던졌다. “말해!”전화 건너편에서 제임스의 비서는 노사제로부터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장님이 당신들의 요구를 수락했습니다. 다만 당신들은 반드시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그러자 청중들의 얼굴은 즉시 기쁨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노사제와 상대방의 통화 중에 환호성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때 노사제도 마음속으로 밀려드는 기쁨으로 인해 거의 기절할 뻔했지만, 그는 여전히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잠시 후에 명단과 각 가족들의 계좌 정보를 준비하겠다. 24시간 내에 송금을 완료하도록 해.”그러자 제임스의 비서는 재빨리 말했다. “우리는 한 번에 금액을 모두 지급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돈을 받은 후에도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의 이익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습니까?”노사제는 반문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지?”제임스의 비서는 재빨리 대답했다. “우리가 먼저 1인당 50만 달러를 지급하고, 1인당 받게 될 나머지 100만 달러는 3년에 걸쳐 36회로 나눠 지급하는 건 어떻습니까?”“꿈 깨!” 노사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신들에게는 단 하나의 선택만 있다. 24시간 내에 150만 달러를 각 계좌로 보내.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다!”제임스의 비서는 다시 한 번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면 우리의 이익은 어떻게 보장됩니까? 최소한 우리에게도 보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노사제는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과 계약을 약속하고 있잖아!”“약속이라니...” 제임스의 비서는 차갑게 말했다. “이러한 일을 충분한 보장이 없는
디노시오, 그는 클라우디아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과거에 많은 지지를 받았던 그가 이제 조직 구성원들의 가족들로부터 원망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장에 있던 조직원들의 가족들은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슬픔 때문이 아니라, 흥분 때문이었다. 1인당 150만 달러라는 금액은, 그곳에 모여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열심히 벌어도 벌기 힘든 큰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이 거액의 돈이 주어지자, 현장에 있던 가족 모두들이 내면 깊은 곳에서 느끼는 환희를 억제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다른 산업이었다면 수천 명의 가족들을 모두 돈으로 매수하기는 어려웠을 일이지만, 범죄 조직의 세계에서는 가족들은 이미 그들의 일원이 조직에 들어갈 때부터 자신의 가족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두기 마련이다. 게다가, 범죄 조직 일 자체가 본래 사망률이 높은 일이라, 때때로 지인이 비참하게 죽는 사건이 일어나곤 했기에, 사람들은 그저 조금 더 죽음에 무뎌졌을 뿐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을 오히려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 150만 달러라는 보상은 그들의 감정을 완벽히 달랠 수 있었고, 그들의 내면 깊은 슬픔마저 완전히 상쇄시키며 그들이 주저하지 않고 이 조건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환호 속에서 하나의 간단한 합의를 이뤘다. 그것은 바로, 돈을 받고, 입을 닫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가족들은 이미 캐나다를 떠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이 유럽, 시칠리아를 떠나 캐나다로 온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노사제 라이언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도우며 자료를 정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서로 흥분해 시칠리아로 돌아갈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감탄했다. ‘아름다운 시칠리아... 나
"당신이 아들 다섯을 모두 잃은 게 너무 불쌍해서 봐준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당신 같은 늙은이를 신경이나 썼겠어?" "젠장, 늙은이가 심보가 이렇게 고약하니 아들 다섯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거야! 이런 게 자업자득이지!" 노사제는 이러한 모욕을 듣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진작에 너희들이 이런 배은망덕한 것들이라는 걸 알았다면, 내가 너희들을 도와줄 필요가 없었어!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게 놔두고 보상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던 노사제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리고는 외쳤다. "그래! 이 배은망덕한 놈들, 내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이 일은 더 이상 나와 상관없어. 너희가 직접 윗선을 찾아가서 돈을 받아!" 노사제는 이렇게 말한 뒤 스스로 휠체어에 몸을 실으며 교회를 떠나려 했다. 그때 한 젊은이가 뛰어나와 소리쳤다. "노사제! 가려면 가. 하지만 휴대폰은 두고 가라고!" "맞아!" 다른 사람들도 즉시 동조했다. "당신은 나가도 돼, 하지만 휴대폰은 놔두고 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노사제는 휴대폰으로 윗선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윗선이 보내온 이메일 주소도 그의 휴대폰에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윗선의 요구에 따라 명단을 작성하고, 실종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영상을 찍은 후 은행 계좌를 제출하고 돈을 기다려야 했다. 만약 이 시점에서 노사제가 떠나 버리면, 그들은 돈 벌 기회가 모두 날아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노사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얻으려는 계획이었다. 만약 휴대폰을 넘기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엉덩이 밑에 숨기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능력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해! 나는 절대 휴대폰을 넘겨주지 않을 거다!" 그러자 젊은이는 즉시 노사제 앞을 가로막으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 "휴대폰을 내놓지
돈 앞에서는 가족애와 신앙은 더 이상 모두 무의미 했다.총에 맞아 죽은 라이언은 비록 '노사제'로 불렸지만, 그가 가진 이미지는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마피아 두목과 더 가까웠다. 사람들에게는 권위 있는 어른 같은 존재로 여겨졌을 뿐이다. 그래서 라이언을 죽인 것은 배신이라 할 수 있지만, 신앙을 저버린 행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회의 목사들을 잡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이 목사들은 성직자로서 그들의 신앙을 대표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들은 목사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사들을 통제했고, 이는 신앙에 대한 완전한 배신을 의미했다. 동시에 젊은이들은 이미 총격 현장과 라이언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이들은 모두 마피아 조직원들의 가족들이라 이런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즉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첫째, 라이언의 시체와 현장에 있는 모든 혈액과 뇌 조직을 깨끗하게 치워야 했다. 둘째, 피가 튄 곳은 강산을 이용해 지우고, 라이언의 지문과 얼굴 역시도 완전히 손상시켜야 했다. 그 다음에는 라이언의 치아를 모두 뽑아야 했다. 라이언이 치과에서 맞춤 제작한 의치를 가지고 있어서 치과에 그의 치아 기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치아 기록은 지문과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고유하며, 법의학 분야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중요한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서 가장 좋은 결과는 시체를 묻은 뒤에 그 시체가 영원히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발견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모든 증거들이 손상되었으니, 설령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비밀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작업이 끝나면, 시체를 어디에 묻을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다. 모든 조직원들은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시체를 묻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시체를 묻는 방식에 따라 일이 들통날 가능성이 달라지기
만약 이 일이 정말로 은폐되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더러운 거래를 해 온 VIP들이 절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억이라는 금액이 매우 큰 돈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 돈으로 마피아 조직원들의 가족들이 전부 입을 다물 수 있다면,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기꺼이 이 돈을 내놓을 것이었다. 한 시간 반 후, 시체는 시애틀에 도착했다. 제임스는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시신을 집으로 바로 보내지 않고 먼저 장례식장으로 보냈다. 그 후 그는 직접 장례식장에 가서 동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로 계획했다. 제임스는 동생 제이콥의 죽음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동생을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였지만, 그를 보호하지 못해 결국 이 세계에서 동생이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장에서 제이콥의 시신을 본 순간,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동생의 시신을 껴안고 울부짖었다. 제이콥이 부른 검시관이 다가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제이콥 도련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셋째 도련님의 시신은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가능한 모든 유용한 단서를 찾아내야 하니까요." 제임스는 그제서야 동생의 시신을 놓아주며, 눈물을 닦고 흐느끼며 말했다. "꼭 철저하게 조사해 줘. 아무런 단서도 놓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검시관은 즉시 공손하게 대답하고 매우 세심하게 검시 작업을 시작했다. 제이콥의 사망 원인은 심장에 총을 맞아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법의학자는 각 상처들과 그 주변에서 발생한 신체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제이콥이 총을 맞은 순서를 추정했다. 그는 제임스에게 말했다. "도련님, 제 분석으로는 셋째 도련님은 오른쪽 다리부터 먼저 총을 맞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왼쪽 다리와 민감한 부위, 그리고 마지막에 심장에 총을 맞아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