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의 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급격하게 변했다. 가장 먼저 표정이 바뀐 사람은 바로 윤우선이었다! 그녀는 그 순간 재빠르게 신 회장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 ‘이 빌어먹을 늙은이 같으니! 저 인간은 정말 늙은 여우 같아?! 가구를 선물하는 건 그냥 우리 별장에 묵고 싶다는 속내를 숨긴 거였잖아? 이세서야 가까스로 WS 그룹이랑 저 늙은이의 마수에서 벗어났는데.. 심지어 저 인간들 보다 더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똥꼬를 핥더니 별장에 들어오겠다고? 헛소리하고 있네? 자신을 좀 돌아보고 저런 말을 지껄여야지! 참 나?’김상곤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확실히 어머니의 관대함에 감동했다가 신 회장의 마지막 한 마디로 인해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만약 어머니를 새 별장에 들여보내면, 그야말로 늑대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온 집안이 평안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는 동의할 수 없었다.시후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신 회장이 이곳에 들어온다면 분명 하루하루가 괴로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시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혜준과 혜빈은 더욱 놀라 눈이 커졌다. 두 사람은 놀라움뿐만 아니라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지금 신 회장 혼자 김상곤의 가족에게 아부를 떨다가 그들과 함께 이 큰 별장에서 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자기네 식구 셋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어머니는 돈을 다 들고 달아났고, 아버지는 그 때문에 거의 무일푼이며.. 자신들이 따로 저축한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유일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할머니의 손에 숨겨져 있던 골동품인데.. 그런데 만약 신 회장이 김상곤의 일가로 달려가서 산다면.. 자신들과 아버지는 바로 망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 은행이 별장을 압류한다면, 그들은 아마 길거리에서 나앉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긴장하고 있을 때 윤우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윤우선은 신 회장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았
김상곤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집안에 이미 말릴 수 없는 기센 여자가 한 명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동물과 같았다. 하지만 만약 집에 어머니까지 들어오신다면 분명 이 집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자 김상곤도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계좌 번호를 알려 주시면 돈을 보내 주거나 아니면 이 짐꾼들이 다시 가구를 가지고 돌아가라고 할게요.”신 회장은 노발대발하며, 김상곤의 앞으로 다가와 그의 뺨을 후려쳤다. 다행히 김상곤은 먼저 신 회장의 몸짓을 알아차리고 민첩하게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섰기에 뺨을 맞지 않았고, 오히려 신 회장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휘청댔다. 그녀는 김상곤의 태도에 분노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지금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렇게 호화롭고 거대한 별장을 자신이 즐겨볼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세포 하나하나가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괴로웠다. 하지만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김상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래! 넌 이제 오늘부터 나와는 남남이다! 내가 죽어도 넌 절대 우리 그룹에 찾아오지 마!”그러자 윤우선은 옳다구나 말을 이어 나갔다. “아휴~ 이렇게 좋을 수가.. 저희에게 귀찮은 일을 하나 덜어주시네요!”"너..?" 신 회장은 쿨럭 대며 은행 계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상곤이 너! 오늘 가구 값은 4500을 이체하도록 해라!”윤우선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무슨 근거로 1000만 원씩 더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그러자 신 회장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가구를 운반한다고 차도 빌리고, 사람도 고용했는데 이건 뭐 공짜로 하니? 그리고 나랑 우리 가족들이 다 함께 온 것 아니냐! 이것도 인건비에 적용시켜야지!”윤우선은 차가운 목소리로 되받아 쳤다. "어머님께서 사람을 고용하고 차를 빌린 것이 우리와 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조금 있으면 화장실 갔다 와서 똥 닦은 휴지 비용까지 청
별장 밖에서 김창곤은 가족들이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엄마, 돈은 받았어요?"하지만 신 회장은 어두운 얼굴로 "받았다, 그럼 돌아가자!"라고 말할 뿐,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신 회장이 화가 난 듯하자 김창곤은 황급히 혜준을 끌어당기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네 할머니 화났냐?"김혜준은 혜빈과 할머니가 좀 멀어지자 그제서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빠, 할머니.. 진짜 배신자예요!!”"무슨 소리야?!" 김창곤은 작은 목소리로 아들을 꾸짖었다. "우리가 지금 너희 할머니 덕분에 먹고 살고 있는 건데, 네가 그렇게 말하다가 만약에 할머니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김혜준은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할머니께서 방금 작은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아세요? 아빠가 가져온 그 가구들을 다 작은 아버지에게 공짜로 줄 테니까, 여기 별장에 방을 하나 달라고 했다고요! 다행히 작은 아버지가 상대하지 않고 윤우선이 욕설을 퍼부어서 망정이지.. 까딱 잘못했으면 우리 세 사람은 길바닥에 나앉을 뻔했어요!!”"뭐?!" 김창곤은 이 말을 듣자 낯빛이 갑자기 변했다. ‘하! 어머니, 정말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사실 동생네 식구들을 업신여기고 쫓아낸 것도 어머니였는데.. 지금 WS 그룹이 망해가고 동생 네는 큰 별장에 살게 되는 것을 보자 이제 거기로 가겠다고? 어머니는 그저 큰 별장에 가서 살 생각만 하고, 우리 세 식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구나.. 마누라가 돈을 다 들고 달아나서 우리 세 식구가 살길이 없어, 물건을 팔아 급한 불이라도 한 번 끄려고 했는데.. 우리를 버리고 혼자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니, 김창곤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감히 화를 내지는 못하고, 혜준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혜준아, 그럼.. 할머니에게서 네 할아버지가 남긴 골동품을 훔쳐야겠다!”김혜준은 황급히 말했다. “할머니는 매번 제가 물어볼 때마다 말씀하시기를 꺼리시던데..? 너무 정신이 말짱하시니
2층의 구조는 3층과 마찬가지로 방이 세 개 있었는데, 가장 큰 방이 하나 있고, 조금 작은 방이 두 개 있었다. 큰 방은 스위트 룸으로 외부에는 공용 거실 공간이 하나 있고, 각자의 방에는 독립 적으로 화장실이 있었다. 시후와 유나는 당연히 가장 큰 방을 선택했고, 끝 쪽 작은 방 침실을 여빈이 쓰게 하도록 결정했다.2층에는 또 하나의 방이 있었는데, 유나는 이 방을 자신의 서재로 쓰도록 계획했다. 그녀의 회사는 항상 건축 설계도면을 만들고 시공 계획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사무실로 쓸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후와 유나는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시후는 일부러 유나에게 장난을 처댔다. "여보, 우리 방에 넣을 침대가.. 꽤 넓고 큰 것 같은데..”"맞아요."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침실은 너무 커서 1인용 침대를 두면 너무 비어 보이잖아요?”그러자 시후는 헤헤 웃으며 물었다. “음.. 그럼.. 이렇게 큰 라지킹 사이즈면.. 혼자 자기 너무 넓지 않아요? 하하하..”유나는 남편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무슨 말이에요!”하고 물었다.시후는 계속 히죽히죽 웃으며 "여보~~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결혼한 지 3년 동안 바닥에서 잤는데..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하하하하!!”유나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무슨 업그레이드예요! 난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데요!”"그냥.. 바닥에서 침대로 업그레이드 해달라는 거죠~"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누가 뭐 업그레이드하지 말라고 했나?! 내가 지난 번에 춥지 않냐고 물었는데 안 춥다면서요! 그래서 바닥에서 계속 잔 거죠! 왜 날 탓하는 거예요?!”시후는 이 말을 듣자마자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여보~~~ 그럼 우리 새 집으로 이사한 후에는 나 정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겁니다! 하핫!”유나는 부끄러워하며 "마음대로 해요!"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방을 나갔다.시후는 흐뭇한 표정으로 뒷모습을 지
윤우선의 말에 김상곤은 당황했다! 그는 윤우선이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할 것을 미리 알고 비밀번호를 바꿨다. 사실 그는 비밀번호만 바꾸면 윤우선이 분명 알아 맞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윤우선이 한미정의 생일로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걸 알게 될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이 일은 그를 당황하게 만든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후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결제 비밀번호를 따로 설정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돈은 윤우선이 벌써 가져가버렸을 테니까.윤우선은 김상곤이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더욱 더 폭발하였다. "당신 요 며칠 아주 대단했지? 나를 때리고, 욕하고, 모욕하고, 그런데 왜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고 있어? 내가 혹시 당신의 그 더러운 속마음을 알아맞힌 거야?!!”김상곤은 해명을 했다. “아이고 또 무슨 소리야?!! 헛소리하지 마! 내가 무슨 더러운 생각을 했다고 그래?!”"어이구 웃기고 자빠졌네! 비밀번호가 우리 가족 생일이 아니라 다른 여자 생일인데, 딴 마음을 안 품었다고? 그 천벌 받을 구미호 같은 년이 미국으로 가버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를 이렇게 두고 뒤에서 바람을 피워 댔을 거 아니야?!!”김상곤은 얼굴을 붉히며 호통쳤다. "아니, 이 여자가 왜 이래? 미정이가 왜 구미호야? 그 때, 나는 미정이랑 사귀고 있었는데 네가 나에게 술을 먹여서 하룻밤을 보냈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든 건 너지! 미정이가 아니라!!”"뭐?!! 당신 말 다 했어?!! 내가 구미호라고? 네 자식도 내 배 아파 낳아 줬는데 내가 구미호라고!!!?”"그래 이 여우 같은 년아! 내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관계를 맺지만 않았더라면 난 미정이랑 결혼했어!!!”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김상곤에게 달려가더니 곧 따귀를 때리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감히 날 여우라고 불러?! 그리고 내 앞에서 한미정 편까지 들고?!! 내가 오늘 너랑 끝을 봐야겠어!!”김상곤은
그래서 김상곤은 입술을 깨물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유나야, 너희 엄마에게 말한 건 우리 둘 사이의 일 밖에 없어! 내가 왜 널 싫어 하겠어?!”유나는 부모님 사이에 있었던 옛이야기들을 알지 못했기에, 김상곤에게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 저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리고 누가 끼어 들어서 바람을 피웠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게 중요한 건, 20여 년 전에 이미 아빠가 엄마와 결혼했다는 거라고요. 이것은 아빠가 선택한 결혼이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를 충분히 존중하셔야죠! 그러니까 아빠가 비밀번호를 첫사랑의 생일로 바꾸는 건 존중이 아니에요. 만약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하신 후에 행복을 추구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혼을 하기도 전에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죠."김상곤은 딸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몸둘 바를 몰랐다. 그 역시 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윤우선과 이혼하지도 않았고, 비밀번호를 첫사랑의 생일로 바꾸는 것도 사실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나야, 네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하지만 유나는 자신이 아니라 윤우선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그러자 김상곤은 윤우선에게 "내 잘못이다. 암호를 미정이의 생일로 바꾼 건 잘못했어.”라며 사과했다.윤우선은 목적이 달성되자 기뻐하며 소리쳤다. "당장 휴대폰 비밀번호를 내 생일로 바꾸고, 모두 다 내 생일로 바꿔!!”그러자 김상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돈 관리하고 싶다고 하면 되지, 왜 이 정도까지 연기를 하고 난리야?”"나는 돈을 챙기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보여줘야 할 존중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거거든?!”그러자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먼저 모바일 뱅킹 어플을 열어 남은 돈을 모두 시후에게 이체한 뒤 비밀번호를 모두 윤우선의 생일로 바꿨다. "됐어. 다 바꿨어. 만족하냐 이제?!”윤우선은 즉시 그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아 확인해보
한 차례의 연극이 끝나고, 김상곤과 윤우선 두 사람 모두 마땅히 이득을 본 것이 없었다. 특히 윤우선은 돈을 원했지만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해 답답한 가슴으로 하루 종일 기운이 빠져 있었다. 네 식구가 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모두들 각자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유나는 권여빈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내일 준비해서 오라고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권여빈은 이 소식을 듣고 기뻐서 어깨 춤을 추었다. 시후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그녀는 항상 시후와 지낼 기회를 찾고 싶었지만 평소에 일이 너무 바쁜 데다가 유나까지 신경 써야 해서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나와 시후와 함께 살 수 있다면 기회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를 했다.시후네 가족이 짐을 싸느라 바쁜 사이 신 회장과 나머지 세 사람은 각자의 분노에 사로 잡혀 죽을 맛이었다. 가구를 팔고, 청년재에서 돌아온 후 김창곤은 자신의 어머니께 불만이 많이 생겼다. 신 회장은 그저 김상곤의 별장에서 묵을 생각만 했는데, 이 일은 그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정말로 자신을 편을 드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줄곧 자신을 편을 들어준 이유가 바로 어머니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였는데, 일단 김상곤 쪽이 그녀에게 더 좋은 상황이 되면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김상곤에게로 가버릴 것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창곤은 어머니에게 가구를 팔고 받은 돈을 모두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언제든지 자신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일찍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최소한 돈부터 손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만일 어머니가 등을 돌려 버린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그의 아들 김혜준은 별 다른 능력이 없는 아이로 이전에 WS 그룹이 문제가 없었을 때는 재벌 2세로 그럭저럭 살았지만, 지금 WS 그룹은 맥을 못 추고 있으니, 앞으로 아들이 돈을
신 회장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돈을 갚지 않으면 감옥에 갈 거야! 내가 회사법인인 걸 잊지 말란 말이다! 회사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창곤은 황급히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럼, 엄마는 우리에게 500만 원 정도만 주세요. 우리부터 먼저 숨을 좀 돌리자고요!! 요즘에 돈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담배 한 갑도 못 사요!!”"담배를 아직도 피워? 밥이나 먹지 무슨 담배 피울 생각까지 하고 있어!!?" 신 회장은 김창곤의 말에 엄포를 놓았다.김창곤은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어머니..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참고 참으면 그만인데... 하지만 혜준이와 혜빈이는 아직 어려요! 지금까지 별로 큰 고생을 안 하고 자란 아이들이라고요! 얼마나 힘들겠어요?!”그러자 신 회장은 전혀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참고 참아서 고비를 넘길 생각을 해야지! 어딜 감히!”신 회장의 말을 듣자 김혜준과 혜빈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원래 응석받이로 자라서 별다른 고생을 하지 않았는데, 홍라연이 돈을 들고 달아난 후부터, 그들의 생활은 너무나도 고달프게 되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금 손에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주지는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허리끈을 졸라 매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그러자 혜준이 먼저 말했다. "할머니, 너무 쉽게 말씀하시네요! 할머니께서는 나이도 많이 드시고, 절식하는 건 자연히 문제가 없으시겠죠.. 그런데 저와 여동생은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우리 둘은 이런 고생은 못 해요! 지금 며칠째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알기는 하세요?”"맞아요 할머니! 예전에 쓰던 화장품은 모두 수십만 원, 아니 수백만 원짜리였는데.. 지금은 그냥 다이소에서 화장품 사서 써요! 그리고 화장품도 거의 바닥나는데, 살 돈도 없고! 그런데 할머니는 나보고 대체 얼마짜리 싸구려를 쓰라는 말이에요?!” 그러자 혜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난 몰라! 할머니 오늘 당장 돈을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