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095화. 창고의 원본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8 04:14:26

오병철의 열쇠는 세 번째 캐비닛에 맞았다.

문이 열리자 종이 냄새와 오래된 습기가 퍼졌다.

상단에는 다원컨설팅 회계장부가 있었다.

그 아래에는 태강호텔 용역계약서 원본, 서연의 일정표 사본, 위조 계좌개설 신청서, 이혼합의서가 날짜별로 묶여 있었다.

각 봉투에는 보관 이유를 뜻하는 약어가 적혀 있었다. `L`은 법무, `P`는 홍보, `N`은 협상. 서연 관련 봉투에는 세 글자가 모두 찍혀 있었다. 한 사람의 삶을 법적 압박과 여론, 경영권 협상에 동시에 쓸 자료로 분류한 흔적이었다.

수사팀은 종이의 지문과 필적을 확인하기 전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캐비닛 안 습도와 먼지 상태도 기록했다. 누군가 최근 문서를 넣거나 빼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캐비닛이 비어 있었던 만큼, 발견한 자료가 전부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수사관은 모든 과정을 촬영했다.

서민석이 만든 파일명과 실제 문서 봉투의 관리번호도 일치했다.

가장 아래에는 작은 흰 봉투가 있었다.

‘한서연 반환 우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8화. 들리지 않는 고백

    은채는 스케치북에 묻은 먼지를 털고 다은에게 돌려줬다. 고모가 이어 말하려 하자 손바닥을 들어 잠깐 멈춰달라고 했다.“신부님께도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알려드릴게요.”“집안 이야기예요. 직원은 빠져요.”“이 방에서는 두 분이 상담을 받고 계십니다. 한 분만 빼고 진행하지는 않겠습니다.”태현이 휴대전화에 방금 들은 말을 적었다. 다은은 화면을 읽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태현이 괜찮느냐고 손을 움직이자, 다은은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은채가 태블릿을 가까이 놓았다.[저희 결혼 비용은 저희가 모은 돈으로 냅니다. 고모님께 부담을 부탁드리지 않았어요.]태현이 그 문장을 그대로 읽었다. 다은이 적은 말에 자기 화를 더하지 않았다.고모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부모 대신 신경 써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니?”“신경 써주시는 건 고맙지만, 다은이를 짐처럼 말씀하시는 건 싫어요. 오늘은 돌아가주세요.”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을 열었다. 고모가 다시 탁자 쪽으로 손을 뻗자 은채가 서류를 거뒀다. 복도에서 상황을 들은 지수도 들어왔다.“다른 고객 상담이 진행 중입니다. 계속 소리를 높이시면 여기서 상담을 끝내겠습니다.”고모는 은채를 향해 한 발 다가섰다가 지수와 마주쳤다. 뒤에 있던 친척이 팔을 잡았다. 보안 담당자가 문 앞에 서자 더 버티지 않았다.사람들이 나간 뒤에도 다은의 손은 스케치북 모서리에 머물렀다. 은채는 괜찮다는 위로를 길게 쓰지 않고, 오늘 상담을 계속할지 쉬었다 갈지 물었다.다은은 물을 마신 뒤 다시 화면을 당겼다.[식장에는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사과하러 와도 제가 만나겠다고 할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7화. 은채의 첫 신부

    은채는 상담실 의자를 조금 돌려놓았다. 맞은편 사람의 얼굴과 손이 잘 보이는지 직접 앉아 확인했다. 오늘 만날 윤다은은 사전 연락에서 문자로 대화하는 편이 편하다고 했다.박태현은 과수원에서 입던 점퍼를 접어 의자에 걸었다. 다은은 준비해온 스케치북을 펼치고 태블릿 화면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은채가 첫 문장을 적었다.[안녕하세요. 오늘 담당할 최은채입니다. 제가 말을 빨리 하면 바로 멈춰주세요. 이 화면에 함께 적으면서 상담할게요.]다은이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태현이 짧게 통역하려다 다은이 적는 것을 기다렸다.[사진보다 실제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고 싶어요. 예산은 1,500만 원입니다.]태현이 준비한 메모도 같은 금액이었다. 희망한 예식일은 2주 뒤 토요일이었다. 충남 예산의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는 그는 두 달 동안 상담했던 곳들을 이야기했다.“예산이 안 맞는 곳도 있었고요. 어떤 곳은 진행을 못 따라오면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은채는 그 말을 다은에게도 글로 옮겼다. 두 사람 모두 아는 사연이라고 해서 신부를 빼놓고 신랑에게만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다은은 스케치북을 한 장 넘겼다. 문 앞에서 신랑과 나란히 들어가는 그림이 있었다. 손님들이 원형으로 앉은 사진도 붙어 있었다.[저는 입장 순서를 몰라서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제 대신 태현 씨만 보면서 말할까 봐 그게 싫어요.]은채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도 조금 전 태현에게만 질문하려 했었다.[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두 분께 각각 확인하겠습니다. 통역이 필요한 순서는 전문 통역사 일정도 같이 알아볼게요.]다은은 본식에 수어 통역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객 중 수어를 쓰는 친구도 있었고, 부모님에게도 서약 내용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은채는 예산표 첫머리에 그 항목을 넣었다.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6화. 계산서에 없는 보상

    강설희가 테이블 위에 수표를 놓자 은채의 시선이 숫자에 잠깐 머물렀다. 1억 원이었다. 지수는 어제 끝난 예식의 정산표를 그 옆에 놓았다.“이건 별도 사례비예요. 까다로운 일을 맡아주셨으니 받으세요.”설희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그렇다고 지수가 바로 수표를 집지는 않았다.“감사합니다. 다만 오늘은 실제 진행한 비용과 취소된 항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사례비가 생기면 그 용도와 수령 절차도 따로 확인해야 하고요.”“그렇게 복잡하게 할 것 있나요? 그냥 고생한 분들 나눠주면 되죠.”“직원들 보수는 회사에서 지급합니다. 고객께서 따로 주신 돈을 개인끼리 나누지는 않아요.”서연은 지수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은채가 행사선 사용료와 변경된 음향 비용을 나눠 보여줬다. 무대 제작을 줄여 남은 항목도 있었다.설희가 정산표를 내려다봤다.“나는 이렇게 드리면 뒤에 더 이상 말이 안 나올 줄 알았어요. 어제 공연 안 한 일까지요.”지수가 펜을 내려놓았다.“어제 일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뜻이라면, 이 사례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예식 비용은 계약대로 정산할게요. 채원 씨의 연주 일정은 본인과 이야기하셔야 하고요.”지수는 수표를 설희 앞으로 돌려놓았다. 설희는 잠시 그것을 보다가 봉투에 넣었다.곧 채원과 민우가 들어왔다. 채원은 보호대를 한 손을 무릎에 놓고 어머니 맞은편에 앉았다. 민우가 대신 말하려다 그녀를 보고 기다렸다.“어머니, 진료받으면서 일정도 다시 짜보려고 해요. 당분간 연주는 줄일게요.”“취소하면 기획사 손해가 있다는 건 알지?”“네. 그래서 일정표를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5화. 한강 위의 스트라디바리우스

    토요일 오후, 채원은 악기 케이스를 닫은 채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오른손에는 보호대가 있었다. 지수는 밤새 확인한 새 식순을 무릎 높이 탁자에 놓았다.“연주는 빼고, 두 분이 고른 녹음을 틉니다. 본식도 짧게 바꿨어요. 중간에 쉬어야 하면 바로 알려주세요.”“네. 민우 씨랑 같이 들어갈게요.”의료진에게 확인한 주의사항은 본인과 민우가 챙겼다. 지수가 이동 경로를 짚자 채원은 중간 의자에서 잠깐 앉았다 가고 싶다고 했다. 민우는 보호대를 낀 손에 옷소매가 걸리지 않게 펴주고, 그 의자를 직접 당겨봤다.설희는 대기실 문 앞에서 케이스를 봤다.“정말 안 켤 거니? 잠깐만이라도 모습을 보여주면…….”“어머니, 저 오늘은 못 해요.”채원의 대답이 작았지만 끝은 흐리지 않았다. 설희가 민우를 보자 그가 말했다.“어제 같이 결정했어요. 하객 안내도 제가 했습니다.”“네가?”“네. 축하 공연이 아니라 저희 결혼식이라고요.”설희는 손에 든 프로그램을 내려다봤다. 그동안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건넨 약속이 많았다. 그 약속을 며느리의 손목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그럼 소개 멘트는 어떻게 바꿨니?”“제가 사회자에게 전달했어요.”민우는 수정한 프로그램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채원 옆에 앉은 뒤에도 사회자에게서 온 확인 전화를 직접 받았다. 채원은 그가 자기 이름이 적힌 긴 독주 순서를 지우는 걸 보았다.실내 객실에는 하객 200명이 자리를 잡았다. 배너가 빠진 창가 뒤로 강물이 보였다. 음향 담당자는 민우에게 최종 녹음 파일명을 보여주고 시험 재생을 했다. 악기 관리자는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4화. 닻을 올리는 사람들

    예식 이틀 전, 은채는 행사선 관리 사무실에 앉아 보수 구역 도면을 펼쳤다. 담당자가 예전 검사 서류를 내밀었지만 그것만 받아오지 않았다.“이번에 손본 부분이 여기죠? 오늘 사용할 수 있다는 확인은 별도로 있어야 하지 않나요?”담당자는 운영 책임자를 불렀다. 점검 일정이 밀렸다는 말과 기획사에서 행사 배치를 다시 바꿔달라고 했다는 말이 뒤섞여 있었다.은채는 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들은 내용을 나눠 설명했다. 누구의 방해인지 짐작하는 일보다 토요일에 쓸 수 있는 공간을 확정하는 일이 먼저였다.“갑판 쪽 난간 구역은 아직 통제 중이고요. 실내 객실과 선착장 연결 통로는 오늘 별도 점검한답니다.”“배를 움직이는 일정은 없다는 것도 확인해요. 우리가 쓰는 건 정박 상태의 시설이에요.”지수는 후원사 배너를 갑판에 세우려던 계획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 남아 있다면 예식 운영표와 별개로 처리해야 했다.오후에 운영자가 수정된 사용 범위와 점검 결과를 보냈다. 막아둘 갑판 구역은 도면에 표시돼 있었다. 실내와 승인된 통로만 이용하고, 정박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이었다.은채는 직접 걸어본 길의 사진을 붙였다. 서류의 선과 실제 문 위치가 달랐던 한 곳은 현장에서 다시 안내를 바꿨다.“안 쓰는 갑판 쪽으로 사진 찍으러 나가는 분도 있을 거예요.”“그쪽은 안내판만 놓지 말고 담당자를 세워요. 신랑 신부 촬영도 실내 창가로 바꿔두고요.”지수는 설희에게 변경 내용을 보냈다. 곧 전화가 왔다.“배도 못 움직이고 밖에도 못 나가면 선상 예식을 하는 의미가 없잖아요.”“실내에서 강을 보는 안으로 신랑 신부님이 선택하셨습니다. 승인받지 않은 구역을 열 수는 없어요.”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73화. 서연의 침묵, 지수의 설계

    지수는 다음 회의에서 야외 공연장 그림을 접었다. 대신 행사선의 기존 실내 공간 사진을 벽에 붙였다. 무대와 통로, 악기 대기실이 각각 표시돼 있었다.“바깥 공기를 전부 바꾸겠다는 안은 쓰지 않겠습니다. 신랑 신부가 원한 건 강이 보이는 예식이지, 갑판에서 끝까지 버티는 공연은 아니니까요.”음향 담당자는 창가를 향한 스피커 위치를 조정했고, 운영자는 출입문을 여닫을 때 생기는 문제를 설명했다. 은채가 의자에 앉아 창 쪽을 봤다.“이쪽이면 강은 보이는데 신부님 얼굴에 창틀이 겹쳐요.”지수는 의자를 옮겼다. 몇 번 자리를 바꾼 뒤 실제 인물 높이로 사진을 찍었다. 장비 수치보다 신랑 신부가 어디를 보며 설지 먼저 정해야 했다.추가 견적에는 기존 객실 설비 사용료와 음향 조정 비용을 따로 적었다. 밤새 새 구조물을 만들지 않아도 됐다. 다만 하객 수와 연주 여부에 따라 배치를 다시 확정해야 했다.그날 오후, 강민우가 연습을 마치고 회사로 왔다. 지수는 채원이 공개를 허락한 준비 내용만 테이블 위에 놓았다.“후원사 중계가 본식까지 들어오는 줄 알고 계셨어요?”“어머니가 챙긴다고 하셔서 자세히 안 봤습니다.”“채원 씨는 안 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대요.”민우가 휴대전화를 뒤집어놓았다. 악보를 쥐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저도 어머니 기획사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 거절하면 채원이까지 곤란해질까 봐…….”“거절 때문에 생길 일은 먼저 확인하셔야겠죠. 대신 채원 씨가 이미 괜찮다고 했다는 전제로 준비하지는 말아주세요.”지수는 비워둔 연주 순서를 가리켰다.“민우 씨는 이날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