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 099화. 끝까지 남은 서명

Share

099화. 끝까지 남은 서명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8 04:17:51

차성혁의 구속기소는 한 달 뒤 이뤄졌다.

그 한 달 사이 임시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수사가 끝나기 전이어서 일부 주주들은 도진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진은 자신의 이사 해임안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표결 끝에 그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도진은 결과에 불복하지 않았다. 차성혁의 범죄가 드러났다는 사실이 자신이 과거에 내린 잘못된 판단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향후 복귀 여부는 새 후보와 같은 심사를 거쳐 다시 결정받겠다고 밝혔다.

적용된 혐의는 사문서위조, 명의도용,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배임과 횡령 등이었다.

배정은과 최정환, 서민석도 각자 관여한 범위에 따라 기소됐다. 서민석은 자진출석과 원본 확보 협조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책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경자는 허위 인터뷰 대가로 받은 돈을 인정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사과 영상을 찍겠다고 제안했다.

서연은 거절했다.

“정정보도에 필요한 서면 진술만 받겠습니다.”

또 다른 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3화. 화요일의 약속

    화요일은 시우 일정표에 파란색으로 표시됐다.도진이 오는 날이었다.처음 몇 주는 블록을 만들었다.그다음에는 한글 숙제를 봤고, 날이 추워진 뒤에는 함께 붕어빵을 사러 갔다.특별한 사건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방문기록표의 칸도 점점 짧아졌다. ‘숙제’, ‘저녁’, ‘블록 정리’. 처음에는 모든 표정을 증명하듯 적던 도진도 상담가의 조언을 받아 필요한 사실만 남겼다. 시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기록하면 아이가 관찰받는다고 느낄 수 있었다.서연은 방문 시간 동안 사무실에 남기도 하고 장을 보기도 했다. 도진이 잘하는지 지켜보는 두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자기 시간을 쓰는 두 시간이 되어갔다.시우가 감기에 걸린 화요일에는 도진이 현관 앞에 약과 죽을 놓고 돌아갔다. 방문을 취소한 아이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영상통화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도진이 해외 출장에 간 화요일에는 공항에서 20분 동안 영상통화를 했다. 시우는 비행기보다 호텔 방 변기 모양을 더 궁금해했다.한 번은 도진이 12분 늦었다.회의가 길어졌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고 아이에게 사과했다. 이후 화요일 마지막 회의를 30분 일찍 끝내도록 일정 자체를 바꿨다.다음 달에는 해외 출장 일정이 화요일과 겹쳤다. 도진은 출장을 취소하겠다고 하지 않고 서연과 시우에게 먼저 선택지를 물었다. 월요일에 직접 만나거나, 화요일에 영상통화를 하고 주말에 보충하는 방법이었다.시우는 화요일 파란색 칸을 지우기 싫다며 영상통화를 골랐다. 주말 보충은 필요 없다고 했다.“왜?”“그날 공룡 박물관 가.”도진은 자기가 빠진 일정에 서운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빈 시간을 모두 아버지 몫으로 채우지 않는 것도 관계였다.서연은 그 변화를 따로 칭찬하지 않았다.시우도 몇 번 지켜본 뒤 더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2화. 처음 만나는 할머니

    시우가 차명희를 만나고 싶다고 다시 말한 것은 운동회 일주일 뒤였다.“사진 말고 진짜로 보고 싶어.”서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왜 만나고 싶어?”“아빠랑 닮았는지 보려고.”“그것뿐이야?”“그리고 왜 엄마한테 나쁜 일 했는지 물어볼 거야.”아이의 목적은 단순했지만 만남이 남길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서연은 아동상담가와 먼저 상의했다. 사실을 숨기지 않되 아이가 중재자나 용서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상담가는 시우가 묻고 싶은 말을 그림카드로 정리하게 했다. ‘보고 싶어요’, ‘화나요’, ‘모르겠어요’, ‘집에 갈래요’ 네 장이었다. 말이 막히면 카드만 가리켜도 만남을 멈출 수 있었다.명희에게는 예상 질문과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을 미리 전달했다. ‘가족을 위해’, ‘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오해해서’ 같은 말은 금지했다. 아이가 어른의 선택을 이해하거나 위로해야 하는 문장이기 때문이었다.서연과 도진도 현장에서 명희의 답을 대신 고치지 않기로 했다. 조건을 어기면 설명을 이어가는 대신 바로 만남을 끝낼 예정이었다.조건은 여섯 가지였다.공공장소.30분.선물 금지.신체접촉은 시우가 먼저 원할 때만.과거 설명은 서연을 탓하지 않는 범위에서.다음 만남을 약속하지 않을 것.도진은 조건을 그대로 명희에게 전달했다.“한 대표도 옵니까?”명희가 물었다.“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내가 사과할 기회는—”“오늘 목적은 어머니 사과를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시우가 얼굴을 보고 질문하는 자리입니다.”명희는 한참 침묵했다.“알겠다.”만남 장소는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1화. 판결문보다 먼저

    차성혁의 첫 공판은 두 달 뒤로 잡혔다.판결까지는 더 오래 걸릴 예정이었다.서연은 달력을 보고 그 날짜에 별도 표시를 하지 않았다. 출석이 필요하면 변호사가 알려줄 것이고, 그때 일정을 조정하면 됐다.삶을 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멈춰둘 생각은 없었다.월요일 오전, 박소현이 다시 루미에르를 찾았다.한 달 전 결혼을 진행할지 결정하지 못해 계약하지 않았던 고객이었다.이번에는 남자친구가 함께 오지 않았다.“결혼 안 하기로 했어요.”소현은 웃으려다 눈시울을 붉혔다.“축하받으러 오던 곳에 이런 말 하러 와도 되나 고민했어요.”서연은 티슈를 내밀었다.“결정을 확인하러 오신 거라면 괜찮습니다.”서연은 소현이 헤어진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폭력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안전에 필요한 질문만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소현은 위험 때문이 아니라, 결혼 뒤 자녀와 경력에 관한 생각이 끝내 맞지 않았다고 했다.“누가 틀린 건 아닌데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그럼 취소 연락도 두 분이 합의한 상태인가요?”“네. 그런데 부모님들이 다시 만나보라고 하세요.”서연은 상담기록에 ‘관계 조정’이 아니라 ‘가예약 취소 지원’이라고 적었다. 플래너가 두 사람을 다시 붙이는 역할까지 맡아서는 안 됐다.“제가 겁쟁이 같아요. 식장까지 알아보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준비한 시간이 아깝다고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대표님은 안 아까우세요? 상담도 두 번이나 해주셨잖아요.”“상담비는 받았습니다.”소현이 울다가 웃었다.서연은 이미 예약해둔 촬영 스튜디오와 드레스 숍의 취소 기한을 확인했다. 계약 전 상담 단계에서 잡아둔 가예약이라 손실은 크지 않았다.스튜디오는 예약금을 전액 돌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00화. 돌아갈 자리

    태강그룹 임시 주주총회는 예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가족 승계 문구 삭제.문화재단 독립 이사회 구성.외부 감사위원 선임.내부고발자 보호규정 강화.도진이 요구한 개편안은 일부 수정됐지만 핵심은 통과됐다.주주총회는 도진의 복귀를 한꺼번에 승인하지 않았다. 먼저 정관 개정과 외부 이사 선임을 의결하고, 새 인사위원회가 후보 면접을 진행했다. 도진은 다른 두 후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5년 전 내부통제가 가족 지시에 무너졌을 때 무엇을 했는지.본인이 다시 같은 위험이 되었을 때 누가 막을 수 있는지.도진은 ‘제가 달라졌다’고 답하지 않았다. 대표의 지시도 기록과 감사를 거치게 하고, 친족 관련 결재에서는 대표가 빠지는 규정으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면접 결과와 반대 의견까지 주주들에게 공개된 뒤에야 1년 임기가 확정됐다.그는 1년 한시 임기의 대표이사로 복귀했다.‘황제의 귀환’ 같은 기사 제목이 붙었지만, 실제 첫 출근은 회의 세 건과 사과 한 번으로 끝났다.도진은 과거 자신이 묵인했던 비서실 정보수집 관행에 대해 임직원에게 공식 사과했다. 오너 가족 관련 업무를 별도 보안 명목으로 처리하던 팀은 해체했다.강태욱이 새 출입카드를 건넸다.“다시 오신 기분이 어떻습니까?”도진은 명패가 놓인 자리를 봤다.“예전 자리 같지 않군.”“집무실은 그대로인데요.”“제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겠지.”첫 결재는 시우와 관련이 없었다.두 번째도 서연과 관련이 없었다.도진은 회사 복귀를 가족에게 보여줄 증거로 만들지 않았다.대표실 책상 위에 가족사진도 올리지 않았다.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우 사진을 회사 방문객에게 공개할지 아직 아이와 서연에게 묻지 않았기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99화. 끝까지 남은 서명

    차성혁의 구속기소는 한 달 뒤 이뤄졌다.그 한 달 사이 임시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수사가 끝나기 전이어서 일부 주주들은 도진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진은 자신의 이사 해임안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표결 끝에 그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도진은 결과에 불복하지 않았다. 차성혁의 범죄가 드러났다는 사실이 자신이 과거에 내린 잘못된 판단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향후 복귀 여부는 새 후보와 같은 심사를 거쳐 다시 결정받겠다고 밝혔다.적용된 혐의는 사문서위조, 명의도용,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배임과 횡령 등이었다.배정은과 최정환, 서민석도 각자 관여한 범위에 따라 기소됐다. 서민석은 자진출석과 원본 확보 협조가 양형에 반영될 수 있었지만 책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이경자는 허위 인터뷰 대가로 받은 돈을 인정했다.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사과 영상을 찍겠다고 제안했다.서연은 거절했다.“정정보도에 필요한 서면 진술만 받겠습니다.”또 다른 눈물 영상이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법원은 우선 언론사 열두 곳에 정정보도와 기사 삭제를 명령했다.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이었지만, 허위 계좌자료와 원본 사진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민사 조정과 임시 처분이 먼저 이뤄졌다. 일부 언론사는 항고 대신 정정에 합의했고, 끝까지 다툰 곳은 본안 소송을 이어가기로 했다.서연은 모든 기사를 인터넷에서 완전히 없애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복제본까지 지울 수 없었고, 사건 보도 자체도 남아야 했다. 검색 결과 첫 화면에 정정문이 함께 표시되고, 시우 얼굴이 들어간 사진과 허위 전표 이미지를 내리도록 범위를 정했다.정정문에는 모호한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한서연이 50억 원을 받고 이혼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해당 계좌는 본인 동의 없이 개설됐고, 한서연은 자금을 수령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차도진의 정략결혼 파기와 한서연의 업무 수행 사이에 공모 정황이 없다.’서연은 문장을 직접 확인했다.‘오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098화. 용서를 바라지 않는 사과

    차명희의 편지는 변호사 봉투로 왔다.이번에는 서연에게 전달해달라는 요구가 없었다.‘수사자료로 제출하지 않는 개인 서신이며, 수령 여부와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겉봉에 적혀 있었다.서연은 사흘 동안 열지 않았다.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회의를 했고, 시우 학예회에 갔고, 윤세아 자선행사 견적을 마무리했다.넷째 날 밤, 집이 조용해진 뒤 봉투를 꺼냈다.편지는 한 장이었다.‘한서연 씨.나는 당신이 돈을 받고 떠났다고 믿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임신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도진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막았고, 사진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도 사용했습니다.태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며느리가 아니었고, 아들이 내 뜻을 거스를까 두려워 당신을 없애려 했습니다.당신과 시우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나게 해달라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수사와 배상 절차에 필요한 일을 하겠습니다.미안합니다.’서연은 마지막 줄을 오래 봤다.‘하지만’이 없었다.‘그래도’도 없었다.그렇다고 상처가 줄지는 않았다.편지를 찢지 않고 다시 접어 서랍에 넣었다.답장을 쓰지 않는 결정도 하나의 답이었다. 서연은 편지를 증거철이나 시우 서류와 섞지 않고 개인 보관함에 넣었다. 언젠가 다시 읽을 수도, 그대로 폐기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명희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다음 날 아침 시우가 그 서랍을 열려고 하자 서연은 손을 막았다.“엄마 편지야. 시우가 보면 안 되는 거야?”“응. 엄마가 보여주기로 할 때까진.”“비밀?”“나쁜 비밀은 아니고, 엄마 개인적인 것.”아이에게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내용을 볼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쉬운 문장으로 알려줬다.다음 날 도진과 양육 일정 회의가 있었다.서연은 편지를 받았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도진도 묻지 않았다.11월 유치원 일정과 시우 건강검진, 겨울방학 면접교섭 시간을 정한 뒤 서연이 말했다.“차명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