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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도둑맞은 시안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7 09:01:40

다음 날 오전, 은채가 회의실 화면에 베일원의 새 광고를 띄웠다.

[가든 쉐도우 & 미카도 실크. 정상가 4,000만 원 상당, 990만 원 한정 판매.]

유리 온실 아래 놓인 비대칭 아치, 쪽빛 천이 접히는 방향, 단상 뒤쪽의 낮은 꽃 장식까지 익숙했다. 은채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노트북을 연결했다.

“이게 저희 시안이에요.”

두 이미지가 화면에 나란히 떴다. 로고와 글자 위치는 달랐지만 같은 부분에서 선이 꺾였다. 서연은 원본 파일의 작성일을 확인했다.

“공개한 적 있는 이미지야?”

“아니요. 겨울 상품 준비하면서 내부 검토용으로 만든 거예요. 정 대표님 쪽과도 샘플만 맞춰봤고요.”

은채는 회의실 벽 쪽에 세워둔 작은 샘플을 가져왔다. 쪽빛 원단에는 여러 번 접었다 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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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8화. 문밖의 격리

    “선생님, 저희 여기 앉으면 돼요?”건우의 제자들이 교복 소매를 정리하며 앞줄을 가리켰다. 최은채가 명단을 확인하고 옆 통로로 안내했다. 아이들은 꽃 장식에 가방이 걸리지 않도록 앞으로 메고 지나갔다.양재 하우스 가든의 의자 120개가 조금씩 채워졌다. 베이커리 직원들은 나희가 맞춰준 휴무 덕분에 단체로 왔다며 웃었다. 지수는 도착 인원을 확인한 뒤 신부 대기실로 무전을 보냈다.본식은 낮 12시 30분. 서연이 나희의 베일을 고쳐주고 있을 때, 정문 담당자에게 짧은 연락이 왔다.“송태호 씨가 도착했습니다. 일행 4명 있습니다.”서연은 베일 끝을 내려놓았다. 시계는 12시 10분을 가리켰다.“입구에서 응대해 주세요. 신부 대기실로 안내하지 마시고요. 제가 갈게요.”나희가 서연의 얼굴을 봤다.“왔어요?”“정문에서 직원들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나희 씨는 여기 계세요.”나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딸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거울 속 엄마를 보고 있었다. 서연은 대기실 담당자와 눈을 맞춘 뒤 문을 닫고 나왔다.정문에는 송태호와 검은 외투 차림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태호는 안내 데스크를 향해 몸을 기울인 채 고함을 치고 있었다.“내 딸이 안에 있다니까? 친아빠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결혼식이 어디 있어!”보안 담당자가 통로를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서연은 뒤늦게 도착한 하객들을 다른 안내 직원에게 맡기고 그 앞에 섰다.“사전에 전달드린 대로 오늘 방문은 받지 않습니다. 아이와 만나는 일정은 별도로 연락하시고요.”“네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사람이야? 나희 불러. 내가 직접 이야기할 거야.”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7화. 은채 누나의 아빠

    도진이 공룡 책을 펴자 시우가 책등을 손으로 눌렀다.“그거 말고.”“어제는 이거 읽어달라며.”“어제랑 오늘은 다르지.”서연이 소파에 앉으며 웃었다. 도진은 책을 바꿔 들었다가, 이번에는 펴기 전에 아이를 봤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첫 장을 열었다.금요일 밤이었다. 서연은 내일 행사장으로 가져갈 가방을 현관에 두고 왔다. 휴대전화에도 최종 인원과 차량 도착 시간이 들어와 있었지만, 지금은 화면을 뒤집어놓았다.“내일 은채 누나도 와?”시우가 도진의 무릎 위에서 물었다.“응. 누나 엄마 결혼식이잖아.”“누나가 결혼하는 거 아니고?”“누나는 아직 어린이지.”아이는 탁자에 놓인 예식 사진을 당겨 봤다. 나희와 건우가 딸 옆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다. 지난번 가족이 잠깐 사무실에 들렀을 때 시우는 은채와 공룡 이야기를 나눴다. 누나는 티라노사우루스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들었다.“근데 엄마.”“응.”“누나는 아빠가 두 명이야?”도진의 손이 책장 위에 멈췄다. 서연은 아이가 어느 부분을 궁금해하는지 먼저 물었다.“건우 삼촌 말하는 거야?”“응. 누나는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내일 엄마랑 결혼하면 아빠가 되는 거잖아. 그러면 원래 아빠는?”서연은 사진 속 세 사람을 가리켰다.“은채 누나 엄마랑 아빠는 따로 살아. 건우 삼촌은 앞으로 누나랑 엄마랑 같이 살기로 했고.”“그럼 누나는 누구를 아빠라고 불러?”&ldqu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6화. 선을 긋는 기획서

    서연은 나희가 보내온 예식 명단을 펼쳤다. 처음 상담 때 적힌 15명 옆에 새 숫자가 붙어 있었다. 양가 하객을 합쳐 120명. 두 사람이 며칠 동안 직접 추린 명단이었다.“베이커리 직원들이 빠지면 섭섭하겠더라고요. 늘 가게 맡기고 제가 나가는데, 이번에도 일만 부탁할 수는 없어서요.”나희가 이름 하나를 짚으며 말했다. 건우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저희 부모님이랑 동료 선생님들 자리도 넣었어요. 대신 양쪽 다 얼굴도 모르는 분은 더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그럼 양재 하우스 가든은 이 인원으로 확정할게요. 변경이 생기면 두 분께 같이 연락드리고요.”지수는 두 사람이 같은 명단을 보고 있는지 날짜를 맞춘 뒤, 각자에게 최종 명단을 건넸다. 신랑 측 60석, 신부 측 60석이었다. 나희는 자신의 친구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서명했다.서연은 그 아래에 놓인 송태호의 문서를 꺼냈다. 태호는 예식 날 아이를 만나겠다는 요구와 함께, 응하지 않으면 강제로 데려가겠다는 말을 보내왔다. 나희의 손이 명단 위에서 멈췄다.“변호사님하고는 통화했어요. 문서가 왔다고 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는데…… 당일에 또 올까 봐요.”“그 부분 때문에 출입 계획을 따로 준비했어요.”서연은 행사장 도면을 돌려놓았다. 주차장에서 신부 대기실로 가는 길은 정문을 지나지 않아도 됐다. 아이가 머무를 방도 그 옆이었다.“이쪽은 등록된 가족과 담당 직원만 드나들게 할 겁니다. 방문객 안내는 정문에서 맡고요. 누가 나희 씨를 찾더라도 대기실 위치부터 알려주지는 않을 거예요.”“은채가 밖에 아빠 온 걸 알면 뛰어나갈 수도 있어요.”&ldq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5화. 남편의 방패

    “비켜. 내 애한테 가겠다는데 왜 네가 막아?”태호가 건우의 어깨를 다시 밀었다. 건우는 그 손을 잡아 떼고 통로를 막았다. 힘을 더 주려다 안쪽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에 손을 느슨하게 했다.“아이 앞에서 몸싸움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가세요.”“학교 선생이 남의 가정에 끼어들어도 돼?”“지금 아이를 울리는 건 제가 아닙니다.”서연이 보안 담당자에게 문 앞 상황을 설명했다. 태호가 소란을 계속하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알렸다. 직원이 전화기를 들고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다.태호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내 양육권까지 네가 결정할 거야?”“제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송 대표님이 여기서 고함친다고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 문제로 상담을 원하시면 나희 씨 대리인에게 연락하세요.”서연은 나희가 부탁한 서경민의 연락을 연결해줬다. 나희는 커튼 안쪽에서 통화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판결과 지급 내역을 보내겠다고 했다.태호는 그 말을 듣고 목소리를 높였다.“법대로 해보자는 거지? 결혼식 날도 사람들 세워서 막을 수 있나 보자고.”건우가 그를 똑바로 봤다.“찾아와서 위협하겠다는 말씀, 지금 직원들도 들었습니다. 은채 만나는 문제를 나희 씨 겁주는 데 쓰지 마세요.”“네가 뭘 안다고 훈계야!”“밤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여기 없으셨잖아요. 지금이라도 아이가 뭘 무서워하는지부터 보세요.”태호가 안쪽 커튼을 봤다. 그 뒤에서는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보안 담당자가 출구 쪽으로 한 걸음 비켜서며 퇴실을 요청했다.태호는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4화. 불청객의 억지

    남자는 나희의 전남편 송태호였다. 안내 직원에게 딸을 만나러 왔다고 해놓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듣지 않은 채 피팅층으로 내려온 참이었다.“내 딸 여기 있다면서 왜 못 들어가게 해?”서연은 그와 커튼 사이에 섰다. 뒤편에서 최은채 플래너가 아이를 안쪽 의자로 데려가는 소리가 들렸다.“방문 목적은 들었습니다. 지금 피팅 중이니 이쪽 상담실에서 말씀하시죠.”“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태호글로벌 송태호야. 은채 아빠라고.”태호는 명함을 테이블에 던졌다. 서연은 명함을 읽고도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안내 직원이 뒤늦게 따라 내려왔다. 자신이 막지 못했다며 설명하려 하자 서연은 먼저 안쪽 대기 고객을 다른 방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직원이 움직이는 것을 본 태호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사람 불러서 날 쫓아내겠다는 거야?”“다른 고객분들 준비를 계속하려는 겁니다. 송 대표님 말씀은 제가 듣고 있습니다.”서연은 커튼 쪽에 서 있던 아이의 작은 신발이 안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아버님이시라고 해도 예약 없이 피팅룸으로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애 엄마 재혼하는데 친아비는 오지도 말라는 거야?”때마침 도착한 건우가 상담실 앞에 멈췄다. 태호를 보고 나희와 아이부터 찾았다. 서연이 안쪽에 있다고 말하자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태호는 건우를 알아보고 웃었다.“네가 그 학교 선생이구나. 남의 애 데리고 아빠 노릇하면 재미있어?”“아이 들을 수 있습니다. 목소리 낮추세요.”“애 아빠 앞에서 네가 뭔데?”건우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서연은 두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53화. 공주님의 스케치북

    나희는 피팅룸 입구에서 연회색 원피스를 집었다가 내려놨다. 하얀 드레스를 입어보겠다고 어제 말했지만, 딸이 옆에 있으니 다시 망설여졌다.“엄마는 이 옷 입어?”은채가 물었다. 노란 모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스케치북을 끌어안고 있었다. 나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아직 보는 중이야.”서연은 두 종류를 모두 피팅해볼 수 있다고 했다. 나희가 옷을 고르는 동안 최은채 플래너는 딸과 함께 앉아 신발 크기를 확인했다. 이름이 같다는 말에 아이가 조금 웃었다.“그럼 언니도 은채예요?”“응. 최은채. 헷갈리면 최 플래너라고 불러도 돼.”딸 은채가 스케치북을 무릎 위에 내려놨다. 펼쳐진 귀퉁이에 하얀 치마가 보였다. 서연이 몸을 낮췄다.“그림 그렸어? 보여줘도 괜찮아?”아이는 엄마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희가 낙서한 것뿐이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은채가 직접 페이지를 넘겼다.꽃관을 쓴 엄마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옆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나희가 의자에 앉았다.“이거 언제 그렸어?”“엄마 결혼한다고 했을 때.”“엄마가 이런 옷 입으면 좋겠어?”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예쁜 옷 보다가도 자꾸 내 얼굴 봐. 내가 싫다고 안 했는데.”나희의 손이 멈췄다. 은채는 색연필로 덧칠한 치마 부분을 문질렀다.“건우 삼촌이 오면 엄마 웃잖아. 그런데 결혼식 이야기하면 또 미안하다고 해. 나한테 왜 미안해?”나희는 대답을 고르다가 아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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