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최진우가 팔을 뻗자 서연은 뒤로 비켰다. 보안 책임자가 그의 접근을 막는 동안 호텔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서연은 손님들이 지나가는 쪽으로 물러나지 않고 안내대 안쪽에 섰다.
“내 돈 받아내러 왔는데 경찰은 왜 부릅니까?”
최진우가 소리쳤다. 그가 든 서류 끝이 구겨졌다. 서경민은 호텔 측이 보내온 사진을 확인하며 전화로 담당자에게 물었다.
“법원 명칭과 사건번호를 읽어주세요. 집행문서인지 일반 통지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진행을 중단하겠다고 답하지는 마세요.”
호텔 책임자가 통화를 맡았다. 서연은 위층에 현재 상황을 알리고, 대기실에 있던 하객들이 다른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
도진은 연락을 받고 본사에서 호텔로 왔다. 그가 들어오자 최진우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흔들었다.
“차 대표, 부인 행사 지켜주려면 대화가 빠르겠네. 고유정
마지막 본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이어지는 동안, 지수는 여섯 현장의 보고를 차례로 받았다. 조금 늦어진 촬영도 있었고, 식사 인원이 늘어 급히 좌석을 조정한 곳도 있었다. 마무리표에는 촬영 완료 표시 옆에 아직 찾지 못한 가족사진 파일과 대여품 수량이 남아 있었다.수진은 피로연을 돌다 서연을 찾았다. 손에는 신랑이 피로연에서 가져온 작은 접시가 들려 있었다.“이거라도 드세요. 계속 서 계셨잖아요.”“두 분도 앉아서 드셨으면 좋겠어요.”“아까 같이 조금 먹었어요. 엄마가 또 먹으라고 하셔서요.”수진이 웃다가 눈가를 눌렀다. 화장이 번질까 봐 조심하는 동작이었다.“아버지가 아까 우셨어요. 처음에는 그 돈 잃은 게 제 탓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했거든요.”서연은 접시를 받아 옆에 놓았다. 수진의 신랑이 손수건을 건넸다.“이제 집에 가면 계약서 말고 오늘 사진부터 볼 거예요.”수진이 말했다. 신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돌려받는 일은 아직 남았지만, 두 사람에게 오늘 이야기할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서연은 한결 놓였다.기념사진은 가족별로 찍었다. 촬영을 마친 신부들이 한 명씩 대기실 열쇠를 돌려줬다. 수진은 손에 들린 열쇠를 보고서야 방에 신발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신랑이 웃으며 다시 올라갔다. 함께 준비한 고객들끼리는 연락처를 나누고, 이미 옷을 갈아입은 커플이 다른 커플의 짐을 잠깐 들어주기도 했다.수진의 아버지가 서연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딸이 어제 드레스 골랐다고 전화했어요. 그 목소리가 참 오랜만이더라고요.”“수진 씨가 마음에 드는 걸 정확히 말씀해주셨어요.”“고맙습니다. 오늘은 그 말밖에 할 게 없네
최진우가 팔을 뻗자 서연은 뒤로 비켰다. 보안 책임자가 그의 접근을 막는 동안 호텔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서연은 손님들이 지나가는 쪽으로 물러나지 않고 안내대 안쪽에 섰다.“내 돈 받아내러 왔는데 경찰은 왜 부릅니까?”최진우가 소리쳤다. 그가 든 서류 끝이 구겨졌다. 서경민은 호텔 측이 보내온 사진을 확인하며 전화로 담당자에게 물었다.“법원 명칭과 사건번호를 읽어주세요. 집행문서인지 일반 통지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진행을 중단하겠다고 답하지는 마세요.”호텔 책임자가 통화를 맡았다. 서연은 위층에 현재 상황을 알리고, 대기실에 있던 하객들이 다른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물었다.도진은 연락을 받고 본사에서 호텔로 왔다. 그가 들어오자 최진우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흔들었다.“차 대표, 부인 행사 지켜주려면 대화가 빠르겠네. 고유정이 빌려 간 40억을 못 받게 됐는데 그냥 보고 있으라는 겁니까?”도진은 곧바로 돈 이야기에 응하지 않았다.“오늘 예식 고객이 그 돈을 빌렸습니까?”“그 돈으로 확보한 시간대를 쓰고 있잖아요.”“호텔 담당자가 서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확인을 피하면서 연회장으로 올라가려 하시면 여기서 대화할 수 없습니다.”최진우는 자신이 아는 금융권 인사 이름을 꺼냈다. 도진은 그 이름에 대꾸하지 않고 보안 책임자에게 고객 동선을 분리했는지 확인했다.“서연 씨는 현장 담당자와 인계부터 하세요. 로비 대응은 호텔이 맡겠습니다.”서연은 그의 팔을 잠깐 짚었다. 도진도 그녀를 봤다. 다친 곳이 없는지 묻는 시선에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제야 다시 최진우 쪽을 향했다.경찰이 도착하자 호텔 직원이
토요일 오전 10시 40분, 그랜드 태강 호텔 로비에서 안내 직원이 하객에게 신랑 신부의 이름을 물었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예식이 있어 홀 이름만 듣고 보내지는 않았다.그랜드볼룸과 다이아몬드홀은 11시 30분, 에메랄드홀과 루비홀은 12시, 사파이어홀과 토파즈홀은 12시 30분이었다. 6개 홀의 책임자들이 각자 준비 상태를 보고했다.은채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줄이 길어지자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한 손님을 나눠 안내했다. 지수는 화장실과 대기실 동선이 겹치는 지점을 먼저 봤다. 한쪽이 막혔다는 연락을 받고 지수는 가까운 담당자를 불렀다. 잠시 뒤 두 대기실의 사진 촬영 줄이 겹쳤다는 답이 돌아왔다.“어르신들 의자부터 부탁해요. 기다리는 동안 통로에 서 계시지 않게요.”연회장 안에서는 식사와 촬영 준비가 이어졌다. 각 홀의 진행표는 색이 달랐다. 공용 무전에는 긴 설명 대신 홀 이름과 필요한 요청이 먼저 나왔다.다이아몬드홀의 신부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입장하기로 했다. 입구의 안내 직원이 익숙한 순서대로 신부 아버지를 찾자 은채가 이름표를 확인시켰다.“어머님과 함께 들어가세요. 아까 두 분이 맞춰보신 속도 그대로요.”신부 어머니가 꽃을 든 손을 바꿨다. 딸은 그 팔에 팔짱을 끼고 문 앞까지 걸어봤다. 은채는 바뀐 안내를 다음 교대 직원에게도 직접 전한 뒤 그랜드볼룸 쪽으로 돌아갔다.수진은 그랜드볼룸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드레스 허리 부분을 손보니 아침보다 숨쉬기 편해졌다고 했다. 서연이 옷깃에 묻은 작은 실밥을 떼어줬다.“어깨는 괜찮아요?”“네. 처음 입어봤을 때보다 좋아요.”수진이 거울을 보다가 웃었다.“오늘은 제가 신부인 것 같아요. 어제까지는 계속 서류만 들고 있었는데.”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지수가 토요일 첫 예식 시작 시각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정확히 72시간이 남아 있었다.“6개 홀, 예식도 6건입니다. 두 홀씩 11시 30분, 12시, 12시 30분에 시작합니다. 고객별로 조정한 시간은 모두 확인받았습니다.”수진이 쓰는 그랜드볼룸과 다이아몬드홀이 먼저였다. 에메랄드홀과 루비홀, 사파이어홀과 토파즈홀이 뒤를 이었다. 이름이 비슷한 홀끼리 안내가 섞이지 않도록 색상도 나눴다.각 홀에는 현장 책임자를 따로 배치했다. 그랜드볼룸 담당자가 자기 이름을 확인하고 무전 채널을 적었다. 기존에 함께 일한 외부 진행 인력과 호텔 연회 담당자도 같은 일정표를 받아 서로의 연락처를 맞췄다.“신부 대기실 사진부터 맞춰요. 홀 이름을 제대로 써놓고 다른 방으로 안내하면 소용없어요.”은채가 라벨을 붙인 사진을 실제 지도 위에 놓았다. 계단 방향이 맞지 않아 사진을 돌려보니, 대기실에서 로비로 나올 때의 방향을 거꾸로 표시해놓았다.고유정의 체포 소식은 그 회의 뒤에 공유했다. 도주 과정에서 확보된 소지품과 자료가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어떤 계좌가 모두 밝혀졌다거나 돈을 바로 돌려받는다는 말은 없었다.“피해자들이 물어보시면 수사 확인 창구를 안내해요. 우리는 준비 일정부터 지키고요.”서연은 그렇게 정리하고 수진의 피팅실로 향했다.수진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봤다. 허리 부분이 조금 조여 사진에서는 좋지만 오래 앉기 불편하다고 했다. 수선 담당자가 옷 안쪽의 시접을 펴보고 앉았을 때 당기는 자리에 표시했다.“지금 바로 고를 필요 없어요. 다른 옷도 입어보세요.”서연의 말에 수진은 고개를 저었다.“이 옷은 좋아요. 앉는 것만 조금 편했으면 좋겠어요.”
“장례식 치우듯 빨리 끝내고 싶어요.”수진의 말에 신랑이 고개를 들었다. 수요일 아침 상담실에서 그녀는 밤새 보낸 메시지를 다시 보고 있었다.“사기당한 것도 속상한데, 이제는 뭘 고르려면 죄송하다고 먼저 말해야 하잖아요.”서연은 맞은편에 앉았다. 괜히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타이르지 않았다.“예식을 줄이고 싶으신 건지, 추가 비용이 무서워서 그러시는 건지 나눠서 이야기해볼까요?”수진은 고개를 숙였다.“원래는 드레스도 고르고 싶었어요. 지금은 뭘 입어도 그냥 좋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지원받는다고 해서 싫은 걸 좋다고 하실 필요는 없어요. 가능한 선택을 같이 보겠습니다.”서연은 피팅 가능한 옷 사진을 내려놨다. 그중 수진의 손이 한 장에서 멈췄다. 매끈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였다.“이건 추가금이 얼마예요?”“여기 적힌 지원 범위에 들어갑니다. 수선이 필요한 부분은 입어보고 확인할 거예요. 비용이 생기면 작업 전에 말씀드리고요.”수진은 사진을 자기 쪽으로 조금 당겼다. 신랑이 다른 옷 사진을 겹쳐놓자 이번에는 손을 뻗어 막았다.“나 이거부터 입어볼래.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어.”신랑은 다른 사진을 옆으로 치우고 그녀가 고른 옷을 함께 봤다.***설명회에는 현장 참석자와 온라인으로 연결한 고객이 함께했다. 서연은 공통 지원표부터 화면에 띄웠다. 호텔 대관 지원, 기획료 지원, 고객이 선택하면 추가될 수 있는 항목을 다른 칸에 넣었다.“왜 드레스 가격은 사람마다 달라요?”한 신랑이 물었다. 은채가 준비한 예를 보여줬다.&l
서연은 식탁에 남겨둔 밥을 다시 데웠다. 도진이 현관에서 넥타이를 풀며 들어왔다. 시우는 거실에서 기다리다 잠들었고, 서연은 아이를 방에 눕히고 나온 참이었다.“손부터 씻어요. 국은 조금 짤 수도 있어요.”“오늘은 아무 맛이나 좋을 것 같아.”“그런 말 하다가 진짜 짜면 원망해요.”도진이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 서연은 그의 재킷을 받아 걸었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회의 메모가 나왔지만 펼쳐보지 않고 재킷과 함께 뒀다.도진은 숟가락을 들고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 서연은 질문을 꺼내려다 물컵을 그의 앞에 놓았다. 그가 밥을 반쯤 먹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오늘 회의는 길었어.”“들었어요. 루미에르에는 공식 회신 왔고요.”“그것 말고. 내 얼굴로 하루 종일 설명하고 있으니까 좀 지치더라.”서연이 맞은편 의자를 당겼다. 늘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남자가 숟가락을 내려놓은 채 탁자만 보고 있었다.“회의에서 나와도 표정이 안 풀려요?”“응. 아직 누가 반박할 것 같아.”“여기서는 반박 안 할게요. 국이 짜다는 말만 빼고.”그가 그제야 웃었다. 서연도 함께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진 곁에 서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자, 그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밥 다 먹고라며요.”“거의 먹었어.”서연은 식탁 모서리에 기대어 그의 머리칼을 넘겨줬다. 도진의 이마가 배에 잠깐 닿았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팔에 들어가 있던 힘도 조금 풀렸다.설거지를 마친 두 사람은 서재 대신 거실에 앉았다. 업무 자료는 식탁 위에 남겨뒀다. 서연은 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