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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Author: Ivy Cran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4 10:09:54

“엄마… 아빠는 왜 날 원하지 않는 거야?”

그 질문은 마치 가슴에 박힌 은탄환처럼 나를 강타했다. 나는 채소를 썰던 도중 얼어붙었고, 칼은 도마 위에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멈춰

있었다. 6살 난 아들 랜던이 아늑한 부엌 문가에 서 있었는데, 작은 배낭은 여전히 한쪽 어깨에 메고 있었고 교복 셔츠는 바지 밖으로 빠

져 있었다. 그를 낳은 세 괴물의 희미한 흔적이 깃든 그 커다란 헤이즐색 눈동자가 가슴 아릴 만큼 순수한 표정으로 내 눈을 뚫어지게 바

라보았다.

나는 칼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손이 떨림을 멈출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벌었다. 6년. 6년 동안 벽을 쌓아 올리고, 산산조각 난 배우자와의 유

대감에서 오는 끊임없는 아픔 없이 숨 쉬는 법을 배워왔는데, 내 아이가 던진 단 한 마디의 질문이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릴 듯했다.

“랜던, 얘야…” 내 목소리는 의도했던 것보다 더 굵게 나왔다. 나는 앞치마로 손을 닦고 작은 부엌을 가로질러 가더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았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할머니의 낡은 오두막집 레이스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낡은 나무 바닥 위에 따뜻한 무늬를 드

리우고 있었다. 푹 끓고 있는 스튜와 신선한 허브의 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웠지만, 그 어떤 것도 내 목을 조이는 답답함을 달래주지는 못

했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스니커즈 한 짝으로 바닥을 긁었다. “선생님이 다음 주가 아버지의 날이라고 하셨어요. 다들 카드를 만들고 있는데, 전

줄 아빠가 없어요.” 그는 용기를 내려고 애쓰며 아랫입술이 살짝 떨리는 것을 억누르려 했다. “제가 뭔가 나쁜 짓을 했나요? 그래서 아빠가 가

신 건가요?”

이 기울어지는 듯했다. 잠시 동안, 나는 다시 그 버려진 시골 집으로 돌아간 듯했다. 벽에 밀려 붙은 채, 라이커와 로난, 레이프가

원하는 대로 나를 취한 뒤, 마치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버려 둔 그 순간으로. 그들의 배척이 남긴 상처가 다시 내 마음을 찔

렀다—날카롭고, 잔인하며, 가차 없이.

“그들은 네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 자격이 없어.” 나는 랜던의 부드러운 뺨을 감싸며 격렬하게 생각했다. 그의 피부는 따뜻했고, 하루 종

일 놀다 보니 검은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 가끔은 그가 그들과 너무 닮아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훗날 알파가 될 날카로움을 이미

엿보게 하는 갸름한 턱선, 순식간에 따뜻한 눈빛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바뀌는 그 눈빛.

“아니야, 아가. 넌 아무 잘못도 없단다,” 나는 그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작은 손으로 내 셔츠를 꽉 움켜쥐

었다. 나는 그를 부드럽게 흔들어 주며 그의 향기를 들이마셨다—순진한 강아지, 야생의 숲, 그리고 강력한 피를 속삭이는 그 희미한 은은

한 향기. “네 아빠는…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 때로는 어른들이 정말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

그때 엄마가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근무에서 돌아온 터라 여전히 치료사 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다. 우리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이해하

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엄마는 가방을 조용히 내려놓고 우리 곁으로 다가와 바닥에 앉아 우리 둘을 두 팔로 감싸 안았

다.

“어떤 사람들은 여신이 주신 선물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모르기도 해,” 엄마는 랜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

다고 네가 원하지 않는 존재라는 뜻은 아니야, 꼬마 늑대야. 네 엄마와 나는 하늘의 모든 별보다 더 널 사랑해. 넌 우리에게 가장 큰 축복이

야.”

랜던은 코를 훌쩍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둘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그래도 카드를 만들어도 될까? 어쩌면… 어

쩌면 언젠가 아빠가 마음을 바꿀지도 몰라

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아냈다. “물론이지. 내일 가게에 가서 특별한 마커

도 사 올게.”

그는 당분간 그 말에 만족해 보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 더 껴안고 디저트를 더 주겠다

고 약속한 뒤, 랜던은 장난감 늑대들과 놀기 위해 방으로 펄쩍 뛰어가며 위기는 잠시 모면되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는 그의 발소리가 작

은 천둥소리처럼 오두막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가 떠난 순간, 무거운 짐이 다시 내게 짓누르듯 내려앉았다. 나는 부엌 의자 중 하나에 주저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엄마가 내

뒤로 다가와, 튼튼한 손가락으로 내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며 주물러 주었다.

“엘라라, 넌 정말 잘하고 있어,” 엄마가 속삭였다. “매일매일 말이야.”

“그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말 싫어,” 나는 목소리가 쉰 채로 속삭였다. “벌써 6년이나 지났어, 엄마. 난 모든 걸 뒤로 하

고 떠났어. 우린 실버베일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냈잖아. 난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고, 랜던은 건강하고 행복해… 그런데 왜 무해한 질문 하나

만으로도 그들이 여전히 바로 여기 서서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엄마는 한숨을 쉬며 내 맞은편 자리에 앉더니 내 손을 잡았다. 저녁 햇살이 엄마 머리카락에 섞인 은빛 가닥들을 비췄다. 엄마는 우리 새

로운 무리 속에서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눈가 주름은 우리가 도망쳐 온 모든 일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듯했다.

“그들이 잔인했더라도, 그 유대감은 진짜였기 때문이야,” 엄마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랜든이 그들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기도 해.

하지만 넌 그들이 널 축소시키려 했던 그 모습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야. 넌 생존자야. 엄마고. 수련 중인 치유사이기도 해. 이제 유령들이

네 행복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두는 건 그만둬야 할 때야.”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나무 탁자 위의 흉터를 따라 그어보았다. 이 부엌에서 처음 요리를 시도했을 때 생긴 오래된 상처였다. 부분적인

거절을 당한 후 금단 증상처럼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던 때였다. 그 첫 2년 동안 짝의 유대감은 나를 다시 끌어당기려고 필사적으로 버텨

주었다. 열이 나는 밤들, 환각 같은 손길, 삼둥이들이 실제로는 결코 하지 않을 사과를 속삭이는 꿈들. 하지만 나는 견뎌냈다. 나는 엄마와

무리의 산파만이 곁에 있는 채로 홀로 아이를 낳았다. 나는 그들의 힘도, 보호도, 이름도 없이 우리 아들을 키워냈다.

“알아,” 내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냥… 다시는 알파를 내 곁에 두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거든. 그들이 저지른 일 이후로 누구를

믿을 수 있겠어—”

“모든 알파가 그런 건 아니야,” 엄마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 모든 남자가 널 상처 주려고 하는 건 아니야.”

마치 엄마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카운터 위에 놓인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마커스 리드 박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마커스: 안녕, 엘라라. 토요일 저녁 식사, 아직 생각 중이야? 부담 갖지 마. 그냥 한 번쯤은 네가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을 뿐이야.

나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공중에 떠 있게 했다. 마커스는 몇 달 동안 조용히 나를 쫓아다녔다. 그는 친절하고 침착했으

며, 실버베일 메디컬에서 존경받는 치료사로, 가장 낮은 계급의 오메가부터 베타 전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온화하고 정중

하게 대했다. 바람기 같은 기색도, 잔인한 장난도 없었다. 그저 따뜻한 갈색 눈동자와 편안한 웃음, 그리고 끝이 없어 보이는 인내심뿐이었

다.

엄마가 휴대폰을 흘끗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또 그 훌륭한 의사 선생님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지난주에 데이트 신청했어. 계속 거절하고 있어.”

“오늘 밤은?”

랜던의 질문이 떠올랐다. 오두막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지던 외로운 밤들, 그리고 내 몸이 여전히 ‘원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기억하고

있던 그 순간들—비록 그 욕망이 거짓이었을지라도. 나는 엄마의 지친 눈빛을 떠올렸고, 엄마는 내가 다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자

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기 전에 답장을 보냈다.

나: 토요일이면 좋겠네. 7시에 데리러 올래?

답장은 거의 즉시 왔고, 열정적인 이모티콘들로 가득 차 있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에게 보여드리자 엄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잘했구나. 데이트 한 번쯤은 죽지 않아. 게다가 마커스는 훌륭한 남자야. 믿음직하

고 정직하단다.”

“알아요.” 나는 일어나서 다시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저 내가 누군가에게 줄 게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

어요. 제 마음은… 멍이 든 것 같아요. 상처가 난 것 같고요. 만약 제가 사랑 대신 감사함밖에 줄 수 없다면 어쩌죠?”

“그럼 감사함부터 시작해,” 엄마가 말하며 일어나 나를 도와주었다. “사랑은 안전한 흙에서 자라. 그리고 마커스는 너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지, 그렇지?”

그렇다. 그게 바로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

토요일 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나는 침실의 작은 거울 앞에 서서, 친구에게 빌린 부드러운 에메랄드 그린 드레스를 다듬었다. 드

레스는 내 몸의 곡선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곡선은 임신과 수년간의 회복 기간을 거치며 더욱 풍만해진 것이었다. 검은 머리는 느슨한 웨이

브를 그리며 흘러내렸고, 마스카라도 살짝 바르기까지 했다. 거울 속의 나는…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저 살아남은 것만이 아니었다.

“엄마, 정말 예쁘세요,” 랜던이 문간에서 이 사이가 벌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는 그 뒤에 서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찬사를 보

냈다.

“할머니한테 잘해,” 내가 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너무 늦지는 않을게.”

마커스는 정각에 도착했고, 단추 달린 셔츠와 짙은 청바지를 입고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그가 나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자, 맑은 빗

물과 백단향 냄새가 나는 그의 향기가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압도적인 알파의 기세는 없었다. 그저 조용한 강인함뿐이었다.

무리들 사이의 중립 지대에 위치한 이 고급 레스토랑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촛불 불빛이 린넨 식탁보 위를

은은하게 비추고, 배경에서는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며, 마늘과 구운 허브의 향기가 내 배를 꼬르륵 울리게 했다. 우리는 일 이야기, 랜던

이 요즘 요새 짓기에 푹 빠져 있는 이야기, 끝이 보이지 않는 무리 내 정치 이야기 등을 편안하게 나누었다.

디저트를 반쯤 먹었을 무렵, 마커스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테이블 너머로 손가락으로 내 손을 살짝 스쳤다.

“엘라라, 너에게 꼭 말해두고 싶은 게 있어,” 그가 낮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오랫동안 널 좋아해 왔어. 네가 아름다워서만이 아니

라, 네가 강인하기 때문이야. 네가 아들을 사랑하는 모습,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싸우는 모습… 그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내 아들이 아

니라는 건 전혀 상관없어. 그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영광일 거야. 너희 둘에게 필요한 어떤 존재가 되어줄게.”

숨이 멎는 듯했다. 그의 눈빛에 담긴 진심이 내 가슴속에 따뜻한 무언가를 피어오르게 했다—분명 감사함이었다. 어쩌면 애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 느꼈던, 영혼을 뒤흔드는 그 깊은 끌림은? 그건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괜찮을지도 몰랐다. 운명보다 안전

함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의 손을 더 꽉 쥐며 고백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남자예요, 마커스. 랜던도 벌써 당신을 좋

아하잖아요. 저에게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요. 영원히 혼자 남을까 봐 두려워서 서두르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 손을 꽉 쥐었다. “필요한 만큼 시간을 가져. 난 어디도 안 갈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가벼운 대화로 가득 차 편안했다. 그는 완벽한 신사답게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 주었고, 내 뺨에 부드러운 키스를

남기고 떠났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나를 기다리며 테이블 위에 허브차 한 잔을 준비해 두셨다. 랜던은 위층에서 푹 잠들어 있었다.

“어땠어?” 내가 하이힐을 벗자,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가 물었다.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말했다. “랜던의 아빠가 되는 것도 괜찮다고 했어. 진심이

었어, 엄마. 그의 눈빛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어.”

“하지만?”

나는 차 잔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그 감정이 사랑으로 자라날 수 있

을까요?”

엄마는 손을 뻗어 내 귀 뒤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넘겨주셨다. “사랑이 항상 불꽃놀이나 짝의 유대만 있는 건 아니야, 얘야. 때로는 조용하고,

꾸준하며, 치유하는 것이기도 해. 사랑받도록 마음을 열어봐.

블랙쏜 삼둥이가 남긴 그 상처들… 오직 진정한 사랑만이 그 상처를 진정으로 아물게 할 수 있어.”

그녀의 말은 따뜻한 담요처럼 내 마음을 감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 볼게. 랜던을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

다음 날 아침 진료소에서, 복도에서 마커스가 나를 맞이했을 때 뺨에 스며드는 은은한 홍조를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지

만 전문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날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입덧을 겪는 어린 오메가를 치료하고,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께 도움을 드리는 등, 나를 안정감 있게 해주는 평소와 같은 치유 업무의 리듬이었다.

정오 무렵, 환자 기록을 갱신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학교 번호가 떴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보스 선생님? 하그로브 교장입니다. 랜던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른 학생과 싸움을 벌였어요. 당장 와 주셔야 합니다.”

나는 이미 가방을 집어 들고 있었다. “지금 바로 갈게요.”

운전하는 내내 걱정이 나를 갉아먹었다. 랜던은 폭력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분명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학교에 차를 세우자, 회색

하늘 아래 익숙한 벽돌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학생들은 입구 근처에 무리를 지어 속삭이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이미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것이 내가 정성껏 다시 일구어 온 삶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돌아온 폭풍의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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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장: 라이커의 시점 우리는 7시까지 케인의 전화에 응답해야 했는데, 나는 벌써 깨어 있었다. 5시부터 깨어 있었으니, 아단나가 밤새 보내준 법적 대응 지침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지침은 의회의 제소에 대응해 케인이 법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는 보복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화면에 그의 이름이 뜨자, 나는 전화를 두 번 울리게 한 뒤 받아냈다. 바로 받으면 내가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알려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라이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위험한 것들이 주는 그 특유의 유쾌함으로 들렸다… 겉으로는 매끄럽지만, 그 이면에는 압박감이 감돌았다. “의회에 제출한 서류 받았어.” “그럴 줄 알았어.” “꼼꼼하군. 그 점은 인정해 주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상황을 가늠하는 듯한 침묵이었다. “하지만 내 딸의 행동을 묘사한 방식은 다소 과장된 것 같군. 사진 한 장이잖아, 라이커. 넌 사진 한 장 때문에 지역 위원회에까지 문제를 제기했어.” “저는 민간인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기록된 괴롭힘의 패턴 때문에 지역 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내 목소리는 평정이었다. “그 사진은 더 방대한 제출 자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출 서류를 전부 읽어보셨다면 그 사실을 아실 겁니다.” “읽었습니다.” 또 한 번의 침묵. “그리고 한 가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딸이 한 행동은 충동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이에 대해 딸과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제출 서류… 전체 제출 서류, 무단 공격 기록, 위협 증거 등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입니다. 우리 둘 모두에게요.” 그의 목소리가 살짝 변하며 더 따뜻해졌다. 무언가를 제안하려는 남자의 어조였다. “이 일이 조용히,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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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장: 로난의 시점 “지난 10분 동안 휴대폰을 네 번이나 확인했잖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라페는 호텔 스위트룸 건너편 안락의자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는데,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만 보여주는 특유의 인내심을 담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급업체의 확인을 기다리고 있어.” 내가 말했다. “감시탑 자재에 대한 거.” “벌써 5일이나 지났어. 감시탑 자재 주문은 없어.” 나는 휴대폰을 필요 이상으로 세게 탁자 위에 뒤집어 놓았다. “알았어. 그 여자가 문자를 보냈는지 확인하는 중이야.” “알아.” “내가 직접 말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잖아.” “네가 그 말을 해야만 했다고 생각해,” 라페가 말한다. “5일 동안 바쁜 척만 해왔잖아.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아.” 나는 그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등받이에 기대고 천장을 바라본다. 5일. 요새도, 훈련도, 저녁 식사도, 교량 점검에 대한 잘 자라는 문자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5일. 내가 동의한 일이고, 그 이유를 이해하며, 이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묻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옹호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그래도 그녀가 첫 주에 우리 얼굴에 문을 쾅 닫아버린 이후로 내가 겪은 가장 힘든 5일이었다. “그 사진이 자꾸 생각나.” 내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말이야. 비비안이 그 자리에 의도적으로 앉게 했어…” 지금 돌이켜보니, 그녀가 자리를 잡은 모습,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었을 때 딱 그 순간 몸을 기울였던 모습이 떠오르네. 난 그때 사진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어. 동맹 만찬에서는 그렇게 해야 하니까 예의상 그렇게

  • 나를 거부한 세쌍둥이 알파들의 아이를 임신했다   52장: 미라의 시점

    52장: 미라의 시점 사흘. 나는 세어왔다. 내 몸의 다른 부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세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진이 도착한 지 4일. 엘라라가 더 이상 대놓고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고, 문을 닫은 화장실에서 확인하기 시작한 지 4일. 그녀는 그곳에서 내가 그 뒤에 이어지는 실망스러운 침묵의 특유한 분위기를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그녀는 4일 동안 로난, 라이커, 라페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 침묵 그 자체가 아니라. 침묵은 이해한다. 침묵에도 용도가 있고, 숨는 곳이 아니라 힘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침묵의 특정한 형태, 그녀의 어휘에서 그들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것, 누가 무엇을 했는지 말하기보다 “그 상황”이나 “일어난 모든 일”이라고 표현하는 방식… 그것은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후퇴다. 나는 이런 모습의 딸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녀가 나이트셰이드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처음 2년 동안, 나는 이런 모습의 딸을 염두에 두고 진료 일정을 짜야 했다. 단추를 모두 채운 코트. 뒤로 묶은 머리.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신중하고 절제된 능숙함.그녀는 이 모습을 2년 동안 유지하다가, 비로소 아주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는 벗지 않을 것처럼 그 모습을 되찾을까 봐 무섭다. ************- 랜던이 사흘째 되는 날 나에게 그 일에 대해 묻는다. “할머니.” 그는 정원에서 나를 발견한다. 나는 딸에 대한 고민을 머릿속으로 곱씹는 동안, 손이 할 일이 필요해서 허브 화단에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왜 또 그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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