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는 것을 보았을 때, 아빠는 방금 자리에 앉은 상태였고 이 기간에 아빠는 정말 바빴다.나는 아빠의 갑자기 하얘진 머리를 보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우리 아빠.’나에게는 참 좋은 아빠다.솔직히 말해서, 아빠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나를 보살피는 데 소홀함이 없었고, 회사가 가장 힘들 때조차도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었다.나를 사랑하고 엄마를 사랑하는 좋은 아빠이지만, 그는 남자의 본성을 가진 아빠이기도 했으니 젊은 여자의 유혹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 같다.지연처럼 말이다.지연이 엄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심지어 아무런 조사도 없이 얼굴 하나만으로 전임 비서를 내보낸 것은 아빠가 이젠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왜 왔어?”아빠는 전처럼 나에게 물을 떠주고 온도를 체크한 뒤에 내 앞에 놓아주었다.“지금 회사 일이 아주 바쁘다고 들어서 아빠 보러 왔어요.”아빠의 시선이 내 얼굴에 잠시 멈췄다가 재빨리 다른 곳으로 향했다.“요즘에는 잘 휴식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마.”“아빠, 저도 회사에 나오고 싶어요.”사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빠가 나한테 회사에 나와서 경험을 쌓으라고 했는데, 그때 병이 악화하여 일을 할 수 없었다.후에 좋아졌지만, 그래도 긴 시간은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회사에 일이 너무 많고 아빠도 밤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서 이 계획은 뒤로 미루어졌었다.“왜 갑자기 회사에 나오고 싶은데?”“아빠가 이렇게 힘든 것도 싫고 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강해져야 지연 같은 상황이 와도 힘껏 반항할 수 있다.아빠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아빠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아빠, 심장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조금 휴식한 뒤에는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아빠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나를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너희 엄마랑 똑같네, 고집이 세.”나는 이
지연은 너무 아파 기절하기 직전이었지만, 아빠는 멈추지 않았고 지연은 계속 비명을 질렀다.“아! 살려주세요!”애원하는 목소리가 정원을 꽉 채웠고 지연을 따라왔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몸을 떨었다.경찰이 정원에 도착했을 때, 지연의 얼굴에는 피고 범벅이 되어 있었고 기절한 상태였다.경찰은 정원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나는 방송에 모든 장면을 다 내보내지 않고 그저 지연과 옆에 있던 여자의 모습만 내보냈다.그러나 사실 그 사람들 말고 지연이 그때 데리고 왔던 경호원까지 아빠는 다 무릎을 꿇게 했고 내보내지 않았다.“사람이 좀 많아요, 수고하세요.”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사람들이 하나씩 경찰차에 태워지는 모습을 바라봤다.지연은 나를 보며 어디서 생긴 힘인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았다.“고안혜, 너 죽일 거야!”지연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쳤고 경찰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했다. 그러나 경찰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에 경찰은 단숨에 지연을 바닥에 눌러버렸다.나는 지연을 보며 웃었다.‘각오해’라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니다. 나는 항상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다.다시 취조실에서 지연을 보았을 때,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나를 봤을 때만 눈에서 인간다운 빛이 났다.지연은 아빠 비서 자리에 들어가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잣집 사모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유포한 일까지 연루됐다.지연은 혼자 힘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셈이다.지연이 나를 삼켜버릴 듯이 노려보았지만, 곧 웃기 시작했다.“고안혜, 네 지금 모습 좀 봐, 무슨 내가 널 망쳤다고 그래?”내 손은 다시 이어졌지만, 얼굴은 돌아오지 못했다.붕대를 금방 풀었을 때, 좌, 우로 늘어진 칼자국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어 내가 봐도 무서웠다.나는 지연의 얼굴에 난 비슷한 칼자국을 보고 우스웠다.“그게 뭐 어때서?”나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난 돈 많아, 지금 성형 기술이 그렇게 발전했는데, 회복 못 할까 봐?”“
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설명했다.“아니에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이건 다 이 여자가 지어낸 거예요. 제가 사장님 비서가 된 게 질투 나서 절 끌어내리려는 거라고요!”“절대 믿지 마세요!”지연이 인정하게 되면 업계에서 발붙일 곳이 사라지게 된다.그래서 지연은 모든 일을 친구에게 덮어씌웠다.지연은 무릎을 꿇고 아빠에게로 다가갔다.“사장님, 믿어주세요, 저는 정말 그럴 마음이 없었어요! 저는 다 회사를 위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사장님께서 여자에게 넘어가서 회사를 신경 쓰지 못할까 봐서요!”“그리고!”지연은 날 보며 화가 난 눈으로 말했다.“제가 사장님 딸 신분을 모르고 그런 건데, 다 따님께서 일부러 저한테 그런 거예요!”지연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로 돌렸고 아빠의 마음속 지위를 되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아빠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을 믿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도 책임을 안혜에게로 돌려? 내가 바보인 줄 알아?”나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런 말도 입 밖에 내다니, 내가 너한테 설명 안 했어?”이때 ‘저는 고 사장의 내연녀가 아니라 그의 딸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지연은 숨이 막히는 듯 얼굴색이 변해버렸다. 나는 그런 모습을 재밌게 바라보았다.[손이 너무 더럽네, 역시 내연녀는 달라.][징그러워, 이런 사람은 좀 빨리 죽으면 안 돼?]네티즌의 댓글을 전임 비서가 한 구절씩 읽자, 지연은 이미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전임 비서의 조사에 따르면, 지연이 회사 기밀을 불법적으로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했다.그녀의 이전 회사는 강원도에서 유명한 기업이었지만, 반년 전에 갑자기 경제적 위기가 생겨 외국 회사에 인수를 당했다.이 일은 당시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었다.그 회사가 곧 발매할 신제품 계획서를 경쟁 외국계 기업에 줬기 때문이다.이 회사의 사장님과 인수한 기업의 사장님도 생방송에 나왔다.전임 비서가 증거를 수집한 지 불과 이틀밖에 안 됐는데도
생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조롱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아이고, 여우 년이라는 단어는 저 여자한테 쓰는 것이 더 적합할 텐데.][설마 비서라는 직업이 그런 짓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파리가 이유 없이 달라붙지는 않았을 텐데, 고 사장님도 결백하지는 않아 보이네. 아니면 다른 사람이 왜 오해하겠어?”]...방송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나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마지막 댓글을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임지연 씨, 왜 아직도 울어? 네가 처음에 사람을 데리고 나를 때렸을 때, 계속 웃지 않았어?”CCTV 영상이 아직도 방송되고 있었고 이때 마침 ‘우리 언니는 앞으로 고 사모님이 될 사람인데, 네가 뭔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뒤에 있던 여자는 깜짝 놀라 땀을 뻘뻘 흘렸고 기절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너희 둘이 절친이야? 아니었으면 너를 데려오지 않았겠지. 평소에 사장님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는지 말해 봐.”네티즌들은 밖에서 칼을 쥐고 흔들었다.‘너희가 말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그 여자는 지연을 바라보았고 지연은 말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그 여자는 눈을 꼭 감고 결심한 듯 말을 시작했다.“언니가 말씀하시길, 사장님의 비서가 되면 고 사모님 자리에 오르기까지 멀지 않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장님께서 언니를 좋아한다고, 자기가 사모님이 되면 생활을 잘 누려서 그때까지...!”여기까지 말한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사장님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서 그 돈으로 잘생긴 모델을 키워서 데리고 놀겠다고 했어요.”아빠의 표정이 나빠졌다.나는 아빠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비록 아빠가 30살 가까이에 날 낳았지만, 내가 올해에 이미 스무 살이 넘었으니, 아빠는 이미 50살이 넘었지.’비록 잘 가꿨지만, 시간의 흔적은 감출 수 없었다.‘돈이 아니었다면, 임지연이 아빠를 꼬셨을까?’아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나 내가 생방송을 켠 상태여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 몇 년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각오하라는 말도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오늘에 나는 지연과 나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고통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내연녀’라는 제목의 생방송을 켰고 나는 이 생방송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돈을 투자했다. 그래서 이 생방송 관련 기사가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었다.나를 지지하기 위해 아빠는 회사 사이트에도 공지를 올렸다.점차 많은 네티즌이 생방송을 지켜보았다.[내연녀 때리는 거 보는 게 제일 재밌어! 이번에는 또 어디 일이지?][뒤에 보니까, 돈이 많아 보이네? 내연녀가 집에 들어갔다가 진짜 아내한테 맞는 건가?][GO 그룹 사이트에 올라오다니, 미친 거 아니야?]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이 인간이다. 곧 생방송을 보는 인원이 만 명을 돌파했다.생방송을 보고 있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고,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날 건드린 결과가 어떤지 보여주지!’나는 얼굴을 내놓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었다.“저는 고 사장님의 딸, 고안혜입니다. 이 몇 년 동안 우리 아버지가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다는 소문이 돌았었어요.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죠, 아버지는 결혼했고 아이가 있습니다.”“엊그제 아버지 비서라는 여자가 제 방에 들이닥쳐 염치없는 내연녀라고 욕하고 아버지를 꼬시고 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나는 거즈를 감싼 손목을 드러냈다.“이 사람이 바로 임지연이고, 두 달 전에 입사한 새 비서입니다.”전에 좋은 마음으로 나에게 새 비서를 조심하라고 했던 전임 비서가 카메라를 지연에게 돌렸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했다.지연이 무서움에 벌벌 떨었다.“뭐 하는 거예요?”“제가 사장님께 물어보겠습니다, 사장님은 이 일을 어떻게 보십니까?”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아빠는 그 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이면 엄마와 매우 비슷한 얼
지연은 빠른 속도로 나를 힐끔 쳐다보고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마 그 스파이가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아요.”아빠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원에 사람을 훑어보았다.“그럼, 먼저 들어가, 정원은 깔끔하게 처리하고.”아빠가 그들을 돌려보내자, 지연은 아쉬웠다.“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옆에 있을까요?”“괜찮아.”아빠는 바로 거절했고 성큼성큼 집으로 들어갔다.아빠는 나를 찾으러 간 것이다.그러나 곧이어 아빠가 집에서 나왔다.“집에 있던 사람 못 봤어?”지연과 옆에 여자들이 눈빛을 교류했다.“아니요? 사장님, 저희는 이 스파이만 봤어요.”“어디 있어?”아빠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지연은 무서웠지만 바닥에 있는 나를 가리켰다.“저기 있어요.”아빠가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오늘은 엄마의 기일이라 나는 엄마가 하늘에서 내가 지금 잘 지내는 모습을 봤으면 해서 예쁘게 꾸몄다. 그러나 아까 너무 공격을 당해서 입고 있던 옷도 알아볼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아빠.”나는 힘겹게 작은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아빠의 두 눈이 커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안혜야.”나의 이름은 고안혜이고 평안하고 행복하라는 의미다.아빠가 나에게 이 이름을 지어줬을 때는 내가 한평생 평안하고 아프지 말고 잘 크길 바랬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나는 온몸에 상처가 났다.아빠는 손을 뻗어 나를 만지려고 했는데, 내 모습을 보고 함부로 다치면 안 될 것 같아 움직이지 않았다.아빠는 몸을 돌려 지연의 뺨을 때렸고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죽고 싶어 환장했어?”지연은 뺨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부축해 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지연이 데리고 온 여자들도 아무 말도 못 하고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지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사장님, 스파이 하나 가지고 절 때리세요?”“그래, 너 때렸다, 왜! 어떻게 감히 우리 딸을!”아빠가 한 명씩 훑어봤고, 아빠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