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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자리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19:50:17

카시안이 수도로 돌아간 지 사흘 뒤,

아스트라 장기운영안의 첫 초안이 라비엔에 도착했다.

엘로이즈는 가장 먼저 인선 조항부터 읽었다.

〈중앙 비상조정관 1인.〉

그 아래에는 권한이 적혀 있었다.

지역별 출력 보고 취합.

대피 명령 조정.

외부권역 지원 요청.

지점 간 분쟁 중재.

그리고 마지막 줄.

〈초대 조정관은 변경 방위 경험을 가진 황족 중에서 선임한다.〉

엘로이즈의 펜이 멈췄다.

문서를 보낸 법무관에게 답신부터 썼다.

〈삭제 요청.〉

이유는 한 줄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것은 황족의 혈통이 아니라 방위·재난조정 경험입니다.〉

사흘 뒤 열린 최종 실무회의에서도 같은 문장이 문제가 됐다.

법무관이 말했다.

“현실적으로 전하를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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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정오에 공개됐다.엘로이즈는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공고문 앞에 섰다.〈중앙 비상조정관 선임 결과.〉그 아래 적힌 이름은 하나였다.카시안 발렌티스.그녀는 가장 먼저 심사 사유를 읽었다.변경 방위 경험.대규모 대피 지휘 경력.지역 거부권과 안전 상한에 대한 이해.비상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그리고 마지막 항목.〈본인의 결정 역시 중지·심사될 수 있다는 제도적 통제에 동의함.〉황실 혈통은 평가 사유에 없었다.전 황태자라는 경력도 없었다.신탁은 더더욱 없었다.심사위원장은 공표가 끝난 뒤 말했다.“최고점이었습니다.”카시안이 물었다.“반대표도 있었습니까?”“있었습니다.”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심사위원장은 숨기지 않았다.“과거 황태자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같은 인물에게 다시 중앙 조정권을 주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우려였습니다.”카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타당한 우려입니다.”“그래서 조건이 붙었습니다.”임명서와 함께 별도의 감독 조항이 놓였다.첫 여섯 달은 임시 임기.모든 비상 결정 사후 공개.지역위원회 공동 이의가 제기되면 즉시 집행 중단 심사.안전 상한·철수권·재진입권에 대한 조정관의 변경 권한 없음.분기별 외부 감사.카시안은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받겠습니다.”심사위원장이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내가 뽑지 않는 사람

    중앙 비상조정관 선임 심사는 공개로 진행됐다.지원자는 여섯 명이었다.카시안을 포함한 현역 방위 지휘관 둘.황실 재난행정관.서부 수해 때 대피를 지휘했던 지방관.아스트라 운영관 둘.엘로이즈는 심사위원 명단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자신의 이름도 있었다.아스트라 개편 실무를 처음부터 맡았다는 이유였다.법무관이 말했다.“영애께서는 제도 설계에 가장 깊게 참여하셨습니다. 빠지실 이유가 없습니다.”“있습니다.”엘로이즈가 답했다.회의실의 시선이 모였다.“지원자 한 명과 사적인 관계가 있습니다.”누구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법무관이 잠시 망설였다.“그렇다고 심사 전체에서 빠지실 필요까지는—”“제가 전하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 특혜라는 의심이 남습니다.”엘로이즈가 말했다.“낮은 점수를 줘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적인 관계 때문에 일부러 불리하게 평가했다는 의심이 생길 테니까요.”그녀는 심사표를 내려놓았다.“제도 설명과 질문에는 참여하겠습니다. 채점과 최종 표결에서는 빠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자리

    카시안이 수도로 돌아간 지 사흘 뒤,아스트라 장기운영안의 첫 초안이 라비엔에 도착했다.엘로이즈는 가장 먼저 인선 조항부터 읽었다.〈중앙 비상조정관 1인.〉그 아래에는 권한이 적혀 있었다.지역별 출력 보고 취합.대피 명령 조정.외부권역 지원 요청.지점 간 분쟁 중재.그리고 마지막 줄.〈초대 조정관은 변경 방위 경험을 가진 황족 중에서 선임한다.〉엘로이즈의 펜이 멈췄다.문서를 보낸 법무관에게 답신부터 썼다.〈삭제 요청.〉이유는 한 줄이었다.〈업무에 필요한 것은 황족의 혈통이 아니라 방위·재난조정 경험입니다.〉사흘 뒤 열린 최종 실무회의에서도 같은 문장이 문제가 됐다.법무관이 말했다.“현실적으로 전하를 염두에 둔 조항입니다.”카시안도 회의장에 있었다.휴가는 끝났고,그는 다시 변경 방위군 지휘관 자격으로 참석했다.엘로이즈가 물었다.“그렇다면 이름을 쓰면 되지 않습니까?”“특정인을 법률에 적는 것은 더 부적절합니다.”“그래서 황족이라고 적으면 적절해집니까?”법무관이 입을 다물었다.베아트리체가 초안을 넘겨받았다.“황족이라는 조건은 필요 없어 보이는군요.”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첫 운영자는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세라피나가 물었다.“누구에게 명령할 권위입니까?”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새 아스트라는 한 사람의 명령으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용서의 뜻

    카시안의 휴가는 이틀 뒤 끝날 예정이었다.엘로이즈는 그 사실을 아침 식탁에서 들었다.“내일 오후에 출발하려고.”카시안이 말했다.“복귀일 전날까지 가셔야 합니까?”“중간 영지에서 하루 쉬는 편이 나으니까.”엘로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붙잡을 이유는 없었다.다음에 오면 됐다.그렇게 생각했는데,오전 내내 같은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 남았다.다음에.전생의 자신도 그런 말을 믿었다.다음 겨울.다음 휴가.다음에는 함께.하지만 지금의 ‘다음’은 달랐다.당연히 주어지는 미래가 아니라,서로가 계속 선택해야 생기는 시간이었다.오후가 되자 엘로이즈는 카시안을 찾았다.그는 서쪽 별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문을 두드리자 카시안이 직접 열었다.“무슨 일 있어?”“이야기할 게 있습니다.”그가 손을 멈췄다.“들어와.”엘로이즈는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카시안은 맞은편에 앉았다.에버하르트 저택의 작은 응접실에서 사형 명령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과 마찬가지로,오늘도 탁자 위에는 문서가 없었다.에버하르트 저택의 작은 응접실에서 사형 명령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탁자 위에는 문서가 없었다.“제가 전하를 용서한다면.”카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엘로이즈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죽은 나의 편

    첫눈은 새벽까지 이어졌다.아침이 되자 라비엔의 정원은 얇게 희어져 있었다.엘로이즈는 식사를 마친 뒤 혼자 온실로 갔다.어제까지 카시안과 함께 앉았던 자리였다.창밖에는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좋았다.어젯밤이.카시안과 첫눈을 본 것도,그의 손을 잡은 것도,어깨에 기대 있었던 것도.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전생의 자신이 떠올랐다.차가운 감옥.살려 달라고 했던 목소리.끝내 열리지 않았던 문.그리고 단두대 앞에서 마지막까지 바라봤던 남자.같은 얼굴이었다.엘로이즈는 두 손을 맞잡았다.좋아해도 되는가.그 질문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아니었다.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었다.지금 행복해지는 것이, 죽었던 자신을 배신하는 일인가.온실 문이 열렸다.엘로이즈가 고개를 들었다.카시안이었다.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들어가도 돼?”엘로이즈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카시안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아침부터 안 보이길래.”“찾으셨습니까?”“응.”“왜요?”그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보고 싶어서.”엘로이즈는 시선을 내렸다.이제 그런 말이 낯설지는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전하.&

  •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첫눈을 기다리는 동안

    오후부터 하늘이 낮아졌다.라비엔의 관리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오늘 밤에는 올 것 같습니다.”엘로이즈가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눈이요?”“네. 북쪽 능선에는 벌써 내리기 시작했다더군요.”그 말을 들은 뒤에도 엘로이즈는 남은 결재를 끝냈다.겨울 식량 배분표.제방 수선비.남부 구호소 추가 인력.마지막 서류를 덮었을 때는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문을 열자 카시안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외투를 입은 채였다.“나가려고 했습니까?”“네가 끝나면 물어보려고.”“뭘요?”카시안이 창밖을 가리켰다.“첫눈 보러 갈래?”엘로이즈는 잠시 그를 봤다.라비엔의 첫눈을 보러 오라고 말한 것은 자신이었다.그런데 막상 그날이 오자,카시안이 먼저 묻고 있었다.“갑시다.”둘은 성 뒤편 언덕으로 올라갔다.기사도 수행원도 데려가지 않았다.영지 안쪽의 짧은 길이었다.바람이 차가웠다.엘로이즈가 장갑 낀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자 카시안이 물었다.“추워?”“조금.”“돌아갈까?”엘로이즈가 그를 봤다.“아직 오지도 않았는데요.”“추운 것과 눈은 별개잖아.”“제가 보자고 했습니다.”“그래서 더 물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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