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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g_E의 작품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나를 죽인 황제가 함께 회귀했다

성녀 살해와 반역 누명을 쓰고 남편인 황제 카시안의 명령으로 처형당한 황후 엘로이즈. 약혼 발표 일주일 전으로 회귀한 그녀는 이번 생에는 황후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를 죽인 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카시안도 같은 날로 돌아왔다. 서로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엘로이즈는 그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하고 카시안은 이번에는 반드시 그녀를 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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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면제된 사람들
아스트라 인력 이동이 공동 통제에 들어간 뒤,엘로이즈가 요구한 것은 다음 달 교대표가 아니었다.전체 등록 명부였다.“교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몇 명인지 확인하겠습니다.”대신전 기술부에서 명부가 도착했다.성인 신성력 보유자.결계 동조 교육 이수자.수도 상주자.세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은 예순두 명이었다.실제 정기 교대에 들어가는 사람은 스물아홉 명.엘로이즈가 물었다.“나머지 서른세 명은요?”기술사제가 별도 장부를 내놓았다.〈장기 면제 — 18명.〉〈조건부 유예 — 9명.〉〈직무 대체 승인 — 6명.〉세라피나는 숫자를 보고 말했다.“면제 제도 자체는 합법입니다.”엘로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유부터 보죠.”첫 번째.고령 부모 부양.두 번째.장기 질환.세 번째.출산 후 회복.문제없는 사유도 있었다.그러나 뒤로 갈수록 항목이 달라졌다.〈가문 성무 수행.〉〈영지 내 종교 행사 유지.〉〈황실 의전 담당.〉〈고위 성직 보좌 업무.〉엘로이즈가 물었다.“이 업무들이 결계 교대보다 우선합니까?”기술사제가 답하지 못했다.세라피나가 장부를 가져갔다.면제 대상자의 성씨를 하나씩 확인했다.열여덟 명 가운데 열한 명이 귀족가 출신이었다.직무 대체 승인 여섯 명은 전원 고위 성직자 가문과 연결돼
최신 업데이트: 2026-09-05
Chapter: 어제까지 유효했던 것
곡물시장이 진정된 다음 날,귀족원에 청원서 스물세 건이 들어왔다.내용은 비슷했다.〈카시안 발렌티스의 계승 자격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황태자 명의로 이루어진 기존 처분의 효력을 재검토할 것.〉토지 특허.관직 임명.상단 영업 허가.국경 통행권.군 장교 진급.가장 오래된 것은 칠 년 전 문서였다.한 의원이 말했다.“황태자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면 직인으로 행한 처분도 무효 아닙니까?”법무관이 고개를 저었다.“자동으로 그렇지는 않습니다.”“왜죠?”“처분 당시 국가가 그를 적법한 황태자로 공시하고 있었으니까요.”엘로이즈는 법전을 펼쳤다.〈공적으로 승인된 직무 수행자의 처분은 후일 신분상 하자가 확인되더라도 별도 취소 사유가 없는 한 유효한 것으로 본다.〉국가가 잘못된 사람을 권력자로 세웠다고 해서,그 권력을 믿고 움직인 사람들에게까지 책임을 돌릴 수는 없었다.하지만 반대 조항도 있었다.〈당사자의 지위 또는 사익에 직접 관계된 처분은 별도 심사할 수 있다.〉엘로이즈가 물었다.“그러면 나눠야겠군요.”세 종류였다.〈일반 직무 처분 — 현행 유지.〉〈카시안 본인의 계승·황족 지위에 직접 관련된 처분 — 재심.〉〈권한 남용 또는 이해충돌 정황이 별도로 확인된 처분 — 개별 심사.〉한 의원이 청원서 하나를 들어 올렸다.“북부 장교 승진도 그대로 둡니까?”카시안이 직접 지휘했던 전쟁의
최신 업데이트: 2026-09-05
Chapter: 먼저 비는 창고
공고가 붙은 다음 날,수도 곡물시장에서 거래 세 건이 멈췄다.〈황실 납품 보증 주체 확인 전 출고 보류.〉〈계승권 심의 종료 시까지 대량 계약 신규 체결 중지.〉〈아스트라 관련 정세 확인 후 재개 예정.〉곡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누가 대금을 보증할지,누가 다음 달에도 같은 자리에 있을지 알 수 없어서였다.정오 전,밀 도매가는 전날보다 아홉 퍼센트 올랐다.엘로이즈는 가격표보다 먼저 재고표를 요구했다.수도권 세 곳의 에버하르트 분산 창고.서부 제1창고.남부 제3창고.동부 구호창고.현재 반출 가능한 양을 합치자 수도 민간 소비량 기준 열하루 분이었다.“전부 풀지는 않습니다.”상단 책임자가 물었다.“가격이 더 오르면요?”“그래도요.”엘로이즈는 배급안을 작성했다.〈허가 제분소 및 제과업자 우선.〉〈업체별 일일 구매 상한 적용.〉〈최근 7일 평균 도매가 기준 공급.〉〈재고량과 당일 출고량을 매일 두 차례 공개.〉한 상인이 말했다.“재고를 공개하면 더 몰릴 수도 있습니다.”“숨기면 없는 줄 압니다.”엘로이즈가 답했다.“지금 필요한 건 값싼 곡물이 아니라, 내일도 곡물이 있다는 확인입니다.”수도 행정청이 공동 게시에 동의했다.다만 한 항목이 남았다.변경군 비축분.엘로이즈는 그 수량을 민간 방출 계산에서 제외했다.잠시 뒤 군무원에서 자료가 도착했다.제출
최신 업데이트: 2026-09-04
Chapter: 그의 이름을 거치지 않는 것
공고가 게시된 날 아침,황태자부로 오던 첫 번째 문서가 돌아갔다.〈수신 권한 없음. 군무원으로 이관.〉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황실 인사 추천안.〈권한 정지에 따라 황실 행정청으로 이관.〉세 번째.수도 근위대 교대 보고.〈군무원장 및 귀족원 군사위원회 공동 검토.〉카시안의 책상에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어제까지 그의 직인이 필요했던 문서들이,오늘은 다른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황태자부 직원들도 재배치 명령을 받았다.인사 담당은 황실 행정청.예산 담당은 재무원.군사 연락관은 군무원.남은 것은 별도 임명장으로 유지된 변경 방위 관련 업무뿐이었다.정오 무렵,그 권한을 확인할 첫 문서가 도착했다.북부 제3보급로에서 마수 무리가 관측됐다는 보고였다.예상 이동 방향대로라면 이틀 뒤 보급 수레와 겹쳤다.군무원장이 말했다.“변경 최고지휘관의 의견이 필요합니다.”엘로이즈도 같은 회의실에 있었다.제3보급로에는 에버하르트가 공급하기로 한 곡물 수레가 지나갈 예정이었다.카시안은 보고서를 읽었다.“현재 병력을 움직일 필요는 없어.”한 의원이 물었다.“위험하지 않습니까?”“아직 이동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 병력을 먼저 보내면 오히려 수레와 퇴로가 겹친다.”그가 지도를 가리켰다.“정찰대를 둘로 나눠 확인하고, 수레는 여섯 시간 늦추는 게 낫다.”군무원장이 기록했다.엘로이즈가 물었다.“여
최신 업데이트: 2026-09-04
Chapter: 공개할 수 있는 문장
황태자 직인이 회수된 다음 날,황후궁 법무실에서 이의서가 도착했다.그러나 권한 정지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은 아니었다.〈황태자 고유 권한의 사용이 정지되었다면 해당 사실은 황실 각 부처와 지방 관청에 즉시 고지되어야 함.〉〈비공개 처분은 제3자가 무효한 명령을 적법한 것으로 오인하게 할 위험이 있음.〉귀족원 법무관이 말했다.“틀린 주장은 아닙니다.”황태자 직인은 사라졌다.그런데 밖에서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카시안의 이름으로 도착한 문서를 어디까지 집행해야 하는지,각 기관이 알 방법이 없었다.로웬이 이의서를 읽고 말했다.“황후 폐하께서 숨겨 주겠다는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군요.”엘로이즈는 답하지 않았다.의도가 무엇이든,현재 필요한 건 공고였다.문제는 문장이었다.첫 초안이 올라왔다.〈황태자 카시안 발렌티스의 계승 자격에 관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엘로이즈가 바로 멈췄다.“의혹이 아닙니다.”법무관이 그녀를 봤다.“그럼 무엇으로 적습니까?”“확인된 사실만 적으세요.”두 번째 초안.〈카시안 발렌티스의 황후 소생 출생 등록과 실제 출생 기록 사이에 불일치가 확인됨.〉그다음.〈별도 친자 인정 및 황족 편입 절차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음.〉〈이에 최종 계승 자격 판단 전까지 황태자 고유 권한 및 직인 사용을 임시 정지함.〉엘로이즈가 끝까지 읽었다.“여기까지입니다.”한 의원이 물었다.
최신 업데이트: 2026-09-03
Chapter: 누구의 이름으로 남길 것인가
귀족원은 다음 날 임시 심의를 열었다.쟁점은 하나였다.카시안의 계승 자격이 확정될 때까지,황태자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법무관이 먼저 읽었다.〈황후 소생 등록의 진정성에 중대한 의문 존재.〉〈별도 친자 인정 및 황족 편입 절차 미확인.〉〈최종 계승 자격 판단 전 임시 처분 필요.〉반대파 의원이 말했다.“황태자 권한을 전부 정지해야 합니다.”군무원장이 바로 반박했다.“북부 국경 지휘 체계까지 비웁니까?”“황태자가 아니라면 지휘권도 없는 것 아닙니까?”“아직 황태자가 아니라고 결정된 것도 아닙니다.”두 말 모두 현재로서는 맞았다.엘로이즈는 논쟁을 듣다가 물었다.“지금 카시안 전하의 권한 중, 계승 자격을 전제로만 존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법무관이 목록을 내놓았다.황실 인사 추천권.황태자부 예산 집행권.귀족원 긴급 소집 요구권.황제 부재 시 일부 재가 대행권.그리고 황태자 직인.엘로이즈가 다시 물었다.“군 지휘권은요?”군무원장이 답했다.“일부는 황태자 지위에서 옵니다. 일부는 현역 최고지휘관 임명장에서 나옵니다.”“분리할 수 있습니까?”“가능합니다.”반대파 의원이 말했다.“공작 영애께서 전하에게 남겨 줄 권한을 고르시는 겁니까?”엘로이즈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아닙니다.&rdqu
최신 업데이트: 2026-09-03
이혼한 날, 엄마 수첩에 재벌 남편의 이름이 있었다

이혼한 날, 엄마 수첩에 재벌 남편의 이름이 있었다

3년짜리 계약결혼의 종료일, 한서윤은 오만한 재벌 남편 차태오에게 이혼 서류를 내민다. 사랑은 없다고 선을 그었던 남자는, 그녀가 떠난 뒤에야 깨닫는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죽은 엄마의 수첩에서 차태오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서윤은 알게 된다. 그 결혼은 단순히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한 거래가 아니었다. 태경그룹의 비리를 덮기 위해, 그녀의 인생을 침묵시키려 만든 입막음이었다. 진실을 파헤칠수록 태오는 자신이 서윤의 삶을 얼마나 외면해 왔는지 깨닫고, 처음으로 아버지와 자신이 속한 세계에 맞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 늦게 후회한 남자에게, 서윤은 다시 사랑을 허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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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외전 5화] 내일도 보는 사이
외전 5화. 내일도 보는 사이금요일 밤 열 시 십삼 분.두 사람은 서윤의 작업실 앞에 서 있었다.태오가 데려다주겠느냐고 묻지 않은 첫날이었다.서윤이 택시를 잡으려 하자 자연스럽게 말했다.“제가 데려다드리겠습니다.”“그래요.”그게 전부였다.허락을 받아냈다는 안도도, 선을 넘었다는 긴장도 없었다.차 안에서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했다.서윤이 다음 주에 들어갈 현장.태오의 자문사에서 처음으로 받은 장기 프로젝트.점심으로 먹었던 국수가 생각보다 맛없었다는 이야기까지.작업실 앞에 도착하자 태오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서윤이 그를 올려다봤다.“내일 뭐 해요?”“오전에 운동할 생각입니다.”“그다음은?”태오가 잠시 생각했다.“별일 없습니다.”“그럼 나랑 화분 보러 갈래요?”이번에는 그의 대답이 바로 나왔다.“좋습니다.”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안 물어보네요.”“뭘 말입니까?”“제가 정말 같이 가고 싶은 건지.”태오가 웃었다.“같이 가자고 먼저 말했으니까요.”“많이 늘었네.”“교육비가 비쌌으니까요.”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백십억짜리 농담은 이제 두 사람 사이에서 꽤 자주 쓰였다.“그럼 내일 열한 시.”“어디로 가면 됩니까?”“우리 집 앞으로 와요.”태오가 아주 잠깐 멈췄다.서윤이 곧바로 말했다.“또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화분 사러 갈 거예요.”“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얼굴이 했어요.”
최신 업데이트: 2026-08-10
Chapter: [외전 4화] 이번에는 연애부터
외전 4화. 이번에는 연애부터서윤이 태오의 사무실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작은 기업 자문사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더 작았다.대표실도 따로 없었다.유리벽 안쪽의 가장 평범한 책상이 태오 자리였다.“진짜 여기서 일해요?”“네.”“대표인데?”“대표가 제일 넓은 방을 써야 할 이유가 없어서요.”서윤이 피식 웃었다.“사람이 너무 바뀐 거 아니에요?”“불편합니까?”“또 물어본다.”태오가 입을 다물었다.그때 회의실에서 나오던 직원 하나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순간 표정이 굳었다.서윤의 얼굴을 알아본 모양이었다.“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한서윤 대표님입니다.”태오의 정정은 빨랐다.직원도 바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한 대표님.”서윤은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받았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 탄 뒤 태오에게 물었다.“사모님이라고 불리는 거 싫어할까 봐 바로 고친 거예요?”“그 호칭은 지금 사실이 아니니까요.”“예전에는 사실이었고?”태오가 잠시 침묵했다.“법적으로는요.”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다.그렇다고 없던 일로 만들지도 않았다.둘은 근처의 작은 와인바로 갔다.서윤이 먼저
최신 업데이트: 2026-08-09
Chapter: [외전 3화] 놓지 않아도 되는 손
세 번째 금요일에는 서윤이 장소를 골랐다.호텔도, 유명한 레스토랑도 아니었다.작업실에서 십 분쯤 떨어진 작은 야외 정원이었다.태오가 입구의 안내판을 바라봤다.“여기였습니까?”“왜요. 싫어요?”“아닙니다.”그가 정원 안쪽을 바라봤다.“한서윤 씨가 만든 곳이라서요.”개장한 지 한 달 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이었다.태오는 그 사실을 알고도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서윤이 보여 주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기다렸다.“궁금하지 않았어요?”“많이 궁금했습니다.”“그런데 왜 안 왔어요?”“당신이 일하는 곳까지 제가 마음대로 들어가는 건 싫었습니다.”서윤은 잠깐 그를 바라보다 먼저 걸었다.“오늘은 내가 초대한 거예요.”“네.”“그러니까 마음대로 봐도 돼요.”태오는 그제야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정원 한가운데에는 낮은 수로가 있었고, 돌 사이로 늦여름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예전의 서윤이 만들던 정원과 달랐다.화려한 꽃이 채우던 자리에는 바람이 드나드는 여백이 남아 있었다.식물과 돌 사이의 빈 공간마다 늦여름의 공기가 천천히 지나갔다.무언가를 끝까지 채워 넣지 않아도 완성된 정원이었다.“달라졌네요.”태오가 말했다.“뭐가요?”“예전에는 중심을 먼저 만들었습니다.”서윤이
최신 업데이트: 2026-08-09
Chapter: [외전 2화] 허락하지 않아도 되는 것
금요일 오후 여섯 시 오십칠 분.서윤이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태오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정확히는 입구에서 세 걸음 떨어진 곳이었다.서윤이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왜 안에 안 들어가 있었어요?”“같이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그것도 물어보려고 기다린 건 아니죠?”태오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서윤은 한숨처럼 웃었다.“설마.”“먼저 들어가도 되는지는 못 물어봤으니까요.”“차태오 씨.”“네.”“이러다 나중에는 숨 쉬어도 되냐고 묻겠어요.”태오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얼굴이었다.서윤은 먼저 식당 문을 열었다.“들어와요. 이건 허락 안 받아도 돼요.”예약한 자리는 창가였다.지난번 카페와 달리 이번 식당은 태오가 골랐다.서윤이 메뉴를 펼치며 말했다.“여기는 왜 골랐어요?”“작업실에서 가깝고, 예약할 때 알레르기나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만 물어봐서요.”“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식당은 피한 거고요?”“네.”“왜요?”“다시 좋아하는지 모르니까요.”서윤은 메뉴 너머로 그를 바라봤다.“그럼 오늘부터 다시 알아가려고요?”“그럴 생각입니다.”“조사하듯이?”“그건 자신 있습니다.”서윤이 웃었다.“그건 좀 무섭네요.”태오도 이번에는 농담인 것을 알아들었다.식사가 시작된 뒤 서윤은 일부러 예전에는 잘 먹지 않던 매운 요리를 주문했다.태오가 물을 건네며 말했다.“매운 거 싫어하지 않았습니까?”“요즘은 좋아해요.”
최신 업데이트: 2026-08-08
Chapter: [외전 1화] 다시 묻는 사람
카페 문을 먼저 연 사람은 서윤이었다.태오는 뒤따라 들어왔지만 자리를 고르지 않았다.창가와 안쪽 테이블 사이에서 서윤이 잠시 둘러보자 그가 물었다.“어디가 좋습니까?”서윤은 웃을 뻔했다.삼 년을 함께 살았던 남자가 처음 만난 사람처럼 물어보고 있었다.“창가요.”두 사람은 창가에 마주 앉았다.태오가 종이봉투에서 메뉴 카드를 꺼내 테이블 가운데 놓았다.“뭘 마실래요?”그 질문에도 서윤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예전의 태오라면 묻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아침마다 마시던 커피도, 싫어하던 향도 알고 있었으니까.“내가 뭘 마시는지 알잖아요.”“알았죠.”태오가 메뉴를 내려다봤다.“삼 년 전의 한서윤 씨가 뭘 마셨는지는.”서윤의 시선이 멈췄다.“지금도 같은지는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서윤은 메뉴를 넘겼다.“오늘은 라테요.”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아메리카노로 하겠습니다.”“그건 그대로네요.”“네. 바꿀 이유가 없어서.”“모든 걸 바꾸려고 애쓰는 줄 알았는데.”태오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잘못한 것과 원래 좋아했던 것까지 전부 버리는 건 다른 일이니까요.”서윤은 처음으로 소리 내 웃었다.아주 짧았지만 태오의 눈이 멈췄다.그는 그 웃음의 의미를 묻지 않았다.주문한 음료가 나온 뒤에도 둘은 한동안 평범한 이야기를 했다.서윤의 새 작업실.최근 맡은 호텔 정원 프로젝트.태오가 요즘 하고 있는 일.그는 태경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최신 업데이트: 2026-08-08
Chapter: 계약서 없는 시작
여섯 달 뒤.차명환은 증거인멸 교사와 사문서위조 교사,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윤재헌은 자신이 보관한 지시 기록을 제출했지만 실행자로서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정현수와 강유라 역시 각자가 관여한 범위에 따라 재판과 조사를 받았다.한기석도 예외가 아니었다.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은 참작될 수 있었다.그러나 한미정이 쓰러진 것을 알고도 채무 약정에 서명하고, 딸을 계약의 대가로 넘긴 선택까지 지워 주지는 못했다.서윤은 아버지의 사과문을 받았다.읽었지만 답하지 않았다.용서하지 않겠다는 선언조차 더는 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한미정의 원본 녹음은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됐다. 사건과 관련된 구간만 법정에서 검증됐고, 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비공개 상태로 봉인됐다.서윤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세상의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았다.태경의 이사회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분리하는 내부 통제안을 통과시켰다. 회장실 비상 권한은 폐지됐고, 주주 정보 접근과 전자 서명 복구에는 외부 감사인의 승인이 필요해졌다.태오는 그 과정에 직함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대표이사도, 전무도, 후계자도 아니었다.자신의 의결권으로 개편안에 찬성한 뒤 주주석에서 일어났을 뿐이었다.백십억 원의 상환도 개인 자산으로 마쳤다.그가 잃은 것은 아버지가 허락한 자리였다.그가 남긴 것은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은 자기 이름이었다.서윤은 태경과 관련된 마지막 합의서를 검토했다.[한서윤에 대한 채무·혼인·비밀유지 관련 모든 부속 약정의 효력 부인.][향후 어떠한 명목으로도 권리 포기 또는 침묵을 요구하지 않음.]그녀는 서명하지 않았다.서윤의 외부 변호인이 의아한 표정
최신 업데이트: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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