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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짐승 취급한 두 여자를 길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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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혜진

001화. 돌아온 짐승

Author: 혜진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02 07:06:48

001화. 돌아온 짐승

수도 성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들린 건 환호가 아니었다.

종소리였다.

낮고 무거운 종이 세 번 울렸다.

전쟁에서 돌아온 승전군을 맞이하는 종과, 죽은 황제를 수도로 들이는 장례의 종이 같은 날 울리는 일은 제국 역사에서도 드물었다고 했다.

나는 말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성벽 위로 검은 조기가 늘어져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축축해 보였다.

오래 타오른 봉화 냄새와 마른 먼지, 말의 땀 냄새 사이로 수도 특유의 향료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여섯 해 만이었다.

도망치듯 떠났던 도시로, 나는 선황의 관을 끌고 돌아왔다.

내 아버지의 관이었다.

“폐하.”

옆에서 말을 붙여 온 근위대장이 한 박자 늦게 입을 다물었다.

아직 그 호칭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전쟁터에서는 대장군이었고, 국경의 병사들 사이에서는 칼리아 장군이었다.

어렸을 때 황궁에서는 황녀 전하라는 호칭 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했다.

황후의 눈밖에 난 선황의 장녀라는 이유로, 나는 언제나 호칭보다 먼저 사람들의 눈치를 배웠다.

그런 내가 이제 황제였다.

나는 말고삐를 짧게 당겼다.

검은 군마가 속도를 늦추자 뒤따르던 기병대의 발굽 소리도 차츰 가라앉았다.

수도 중심대로 양옆으로 늘어선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내 이름을 불렀다.

전쟁을 끝낸 사람에게 보내는 환호였다.

하지만 나는 그 얼굴들을 오래 보지 않았다.

내 시선은 행렬 한가운데를 따라오는 검은 마차에 머물렀다.

아버지의 관.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는 살아 있었다.

내게 동부 전선으로 가라고 명령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황궁에서 온 부고는 전쟁이 끝나기 두 달 전에 도착했다.

급성 심장병.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한 번 읽고 접었다.

그리고 전쟁을 끝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까.

성문에서 황궁까지 이어지는 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어린 시절 창문 너머로만 보던 시장, 벨리사가 원하는 게 생기면 마차를 세우던 보석상, 오델린이 황실 체면을 이야기하며 내 손에서 빵 봉지를 빼앗아 하녀에게 넘기던 광장.

그 기억들은 오래된 상처처럼 갑자기 아프지 않았다.

그저 위치를 알고 있는 흉터 같았다.

황궁 정문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소리가 줄었다.

군중은 바깥에 남았고, 안쪽에는 황실 근위대와 귀족들이 정렬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계단 위에 두 여자가 서 있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오델린 베르시아.

그리고 벨리사 아르젠티아.

내가 여섯 해 동안 한 번도 잊지 않았던 두 얼굴.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델린이었다.

검은 상복은 목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장식은 거의 없었다.

머리카락도 예전처럼 복잡하게 말아 올리지 않고 낮게 정리했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자세는 여전히 곧았고, 가늘고 긴 목과 어깨선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황후였던 여자.

내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

그리고 내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내 일상을 거의 전부 정했던 사람.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무엇을 먹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색의 옷을 입는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울 앞에 세워 놓고 다시 웃게 했던 여자.

그녀는 지금도 웃지 않았다.

옅은 회색 눈만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옆의 벨리사는 달랐다.

검은 상복을 입었는데도 시선이 갔다.

밝은 금갈색 머리카락은 검은 천 위에서 유난히 선명했고, 선명한 녹색 눈은 멀리서도 빛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벨리사가 어떤 방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대화를 끊었다.

예뻐서.

그리고 자신이 예쁜 걸 너무 잘 알아서.

입술 끝을 조금만 올리면 상대가 무엇을 허락하는지, 고개를 어느 각도로 기울이면 화난 사람이 풀리는지, 손을 어디까지 내밀면 남자가 먼저 잡는지.

벨리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칼리아, 그거 갖고 싶어?”

열세 살의 벨리사가 손에 든 설탕 과자를 흔들었다.

나는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한 날이었다.

배가 고팠다.

그녀는 내가 과자를 보는 걸 알아챘다.

“그럼 예쁘게 부탁해 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벨리사가 웃었다.

“싫어? 그럼 먹지 마.”

과자는 바닥에 떨어졌다.

벨리사의 구두 끝이 그 위를 밟았다.

바삭.

아주 작았던 소리가 지금도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폐하.”

근위대장의 목소리에 현재로 돌아왔다.

황궁 계단 아래였다.

나는 말에서 내렸다.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말의 목을 한 번 쓸었다.

여섯 해 동안 전쟁터에서 나를 태운 말은 사람보다 눈치를 덜 봤다.

그래서 좋았다.

뒤에서 관을 실은 마차가 멈췄다.

황실 의장대가 앞으로 나왔다.

“선황 폐하의 영구를 모십니다!”

낭독관의 목소리가 넓은 황궁 앞뜰에 울렸다.

오델린의 눈이 처음으로 내게서 벗어났다.

관을 봤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짧은 순간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슬픔인지.

죄책감인지.

혹은 계산인지.

아직은 판단하지 않았다.

벨리사도 관을 봤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금방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 애는 예전부터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자기 목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나는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군화 밑창이 대리석을 누를 때마다 뒤에서 갑옷과 검집이 부딪히는 소리가 따라왔다.

예전에는 이 계단이 길었다.

열두 살 때는 너무 길어서 중간에서 발이 아팠다.

오델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황족은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치맛자락을 쥐고 뛰듯 따라갔다.

벨리사는 계단 위에서 웃었다.

“느리다.”

지금은 달랐다.

내가 올라갈수록 두 여자는 가만히 기다렸다.

마침내 같은 높이에 섰다.

오델린과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서 보니 눈가에 아주 얕은 선이 있었다.

예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놀랄 만큼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차분했고.

여전히 자기가 무너질 때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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