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03화. 무릎 꿇어
“이번엔 내가 정해.” 말이 끝난 뒤에도 누구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황궁 정문 앞 계단에는 아직 장례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검은 천을 두른 관이 의장대의 어깨 위에서 천천히 안쪽으로 옮겨졌고, 장화 소리와 갑옷이 스치는 금속음이 일정한 박자로 이어졌다. 그 소리 사이에서 오델린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아주 조금. 고개를 숙인 것도 아니고, 패배를 인정하는 몸짓도 아니었다. 그저 내 군화 끝을 한 번 내려다본 뒤 다시 얼굴을 들었다. 예전의 오델린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벨리사는 더 노골적이었다. 녹색 눈이 내 얼굴과 계단 아래 근위병들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갔다. 지금 여기서 내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그것이 얼마나 공개적인 굴욕이 될지 계산하고 있었다. 벨리사는 아픔보다 남들 앞에서 자기 위치가 낮아지는 걸 싫어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폐하.” 오델린이 입을 열었다. “선황 폐하의 장례가 먼저라면, 저희는 어디에 머무르면 되겠습니까.” 또 질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선택지를 묻는 방식은 아니었다. 내가 정한 범위 안에서 자기가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찾는 말투였다. 나는 계단 아래로 한 걸음 내려갔다. 오델린과 같은 높이. “황후궁은 통제한다고 했죠.” “들었습니다.” “서궁도.” “그렇다면 임시 처소를 준비하겠습니다.” “누가?” 오델린이 잠깐 멈췄다. “시종장에게 지시하면—” “황후가 지시해요?” 이번에는 대답이 늦었다. 황후. 그 자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박탈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오델린은 내 질문이 단순히 직무를 묻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들었다. 자기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명령할 수 있다고 믿는지 묻는 것이었다. 오델린의 오른손이 상복 자락 위에서 다시 한 번 접혔다. 평정심이 흐트러질수록 움직임이 줄어드는 여자. 손가락 하나가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했다. “현재로서는.” 오델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폐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줬다. 오델린은 바로 고치지 않았다. 쉽게 굽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볼 가치가 있었다. “장례 기간 동안은 북궁 객실을 쓰세요. 시종은 최소 인원만.” “알겠습니다.” “개인 서신은 전부 검열하고.” 이번에는 벨리사가 먼저 반응했다. “잠깐.” 오델린의 시선이 딸에게 갔다. 벨리사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있었다. “개인 서신까지?” 나는 벨리사를 봤다. 지금도 화를 낼 때 예뻤다. 입술이 조금 벌어지고, 눈썹이 올라가면서 큰 눈이 더 선명해졌다. 다른 사람 앞이었다면 저 표정 하나로 설명을 부드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겐 아니었다. “왜?” “그건 감금이랑 다를 게 없잖아.” “아직 감금한 적 없는데.” “궁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장례가 끝날 때까지.” “그게 감금이지.” 벨리사가 말끝을 세웠다. 오델린이 낮게 이름을 불렀다. “벨리사.” “괜찮아요.” 내가 막았다. 그리고 다시 벨리사를 봤다. “그래. 감금이라고 생각해도 돼.” 그 애의 눈이 커졌다. 아마 변명이나 명분을 기대했을 것이다. 황실의 안전을 위해서라든지, 조사가 필요하다든지. 그런 말은 아직 필요 없었다. “싫으면?” 벨리사가 물었다. 나는 뒤쪽 근위대장을 불렀다. “로웬.” “예, 폐하.” “황궁 정문 열어줘.” 오델린의 시선이 바로 움직였다. 근위대장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정문을 개방하라!” 육중한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돌바닥 아래에서 낮은 진동이 올라왔다. 햇빛이 문틈을 따라 길게 들어와 검은 대리석 위에 밝은 선을 만들었다. 나는 벨리사를 봤다. “나가.” “뭐?” “싫다며.” 벨리사는 열린 문을 봤다. 수도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그대로 보였다. 근위대도 막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 손짓도 하지 않았다. “지금 나가도 돼.” 오델린이 처음으로 눈에 띄게 표정을 바꿨다. “폐하. 장례 중입니다.” “그래서?” “벨리사는 선황 폐하의 딸입니다.” “그러니까 참석할지는 본인이 정해야죠.” 오델린의 입술이 굳었다. 그녀가 알던 나는 언제나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였다. 그래서 정말로 문을 열어 주는 방식이 낯선 모양이었다. “정말 나가도 된다고?” “응.” 짧은 대답 뒤로 더 붙이지 않았다. 벨리사는 열린 문을 봤다. 발끝이 움직였다. 한 걸음. 그리고 멈췄다. 시선을 먼저 보낸 건 오델린 쪽이었다. 황후였던 어머니가 아무 말 없이 딸을 보고 있었다. 가지 마.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벨리사는 다시 문을 봤다. 지금 나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그 애가 더 잘 알았다. 선황의 장례를 버리고 떠난 황녀. 승전하고 돌아온 새 황제와 불화를 일으킨 황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소문은 수도 전체에 퍼질 것이다. 그게 진짜 선택이었다. 선택에는 결과가 따랐다. 벨리사는 한동안 문을 보다가 발끝을 돌렸다. 나가지 않았다. 나는 근위대장을 향해 말했다. “닫아.” 문이 다시 움직였다. 빛의 선이 점점 좁아졌다. 벨리사는 그걸 끝까지 보고 있었다. “내가 가도 된다고 했잖아.” 그 애가 고개를 돌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나가.” “그건 네 판단이지.” “칼리아.” 또 이름이었다. 주변 귀족 몇 명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는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폐하라고 불러.” 벨리사의 표정이 굳었다. “아까는 편하게 말하라며.” “말은.” 나는 옆을 봤다. “호칭까지 편하게 하라고는 안 했어.” “진짜 성격 더러워졌네.” “고마워.” 벨리사는 코웃음을 치려다 말았다. 나는 그 애를 지나 오델린 앞에 섰다. “당신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가고 싶어요?” 오델린은 열린 문이 있었던 쪽을 보지 않았다. “아닙니다. 선황 폐하의 장례를 치러야 합니다.” “그럼 남아요.” “그럴 생각입니다.” “좋아.” 나는 계단 위쪽을 바라봤다. 선황의 관은 이미 황궁 안쪽으로 들어갔다. 귀족들도 그대로 서 있었다. 이제 장례당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오델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충분히 눈치를 챘다. 오델린이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행동을 했다. 상복 자락을 한 손으로 정리했다. 무릎이 대리석에 닿았다.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054화.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풀렸던 눈동자가 다시 초점을 찾았다.그래도 눈의 흑자는 계속 위로 치솟았다."크흑……! 아……!"그리고 나는 천천히, 젖소의 젖을 짜듯 양쪽 젖꼭지를 잡고 짜내기 시작했다.힘을 주고, 비비고, 끝을 눌렀다.오델린의 어깨가 떨렸다.나는 그 어깨를 살짝 깨물고 빨았다.흠집이 남게."하아……아……!"오델린은 완전히 축 늘어진 육체를 내 쪽으로 기댔다.등이 내 가슴에 닿았다.심장이 전해졌다.미친 듯이 뛰는 심장."잘했어요."오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숨을 몰아쉬며 내게 기대어 있었다.목의 형벌환.흐트러진 검은 머리.젖은 허벅지.짐승의 자세로 시작한 밤이, 짐승처럼 기대는 밤으로.오델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내 어깨에 기대는 무게는 조금 더 깊어졌다.처음으로, 저항하지 않는 무게였다."그런데 하나만 더. 오늘의 마지막이에요."오델린이 고개를 들었다.눈이 흐릿했다.나는 축 늘어진 그녀의 젖꼭지를 그대로 잡아 들어 올렸다.힘없이 처지던 살이 손끝에 당겨졌다.오델린의 목에서 짧게, 하아,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무, 무엇을……""배변 교육이에요. 짐승은 오줌도 주인 눈앞에서 눠야 하니까."구석에 있던 낮은 대야를 끌어왔다.목욕물을 받는 놋쇠 대야.차가운 테두리가 돌바닥에 닿으며 쇳소리를 냈다.오델린의 시선이 대야를 따라 내려갔다.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얼굴이었다.그리고 이해한 순간, 굳었다.지금까지의 어떤 벌보다 단단하게."……그것만은.""왜죠.""그것만은, 싫습니다."처음 나온 '싫습니다'였다.짐승의 자세를 하고, 항문을 내주고, 절정 직전에서 굶겨도 버티던 여자가, 그 문장 앞에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앉아요. 등을 대고, 무릎을 세우고, 허벅지를 벌리고.""……""손은 머리 뒤로. 싸는 걸 내가 다 보게."오델린은 한동안 나를 봤다.눈빛이 흔들렸다.그래도 천천히 움직였다.등을 차가운 돌바닥에 대고, 무릎을 세우고, 허벅지를 양
053화. 오늘은 진짜 짐승으로 만들어줄게요오델린이 처음으로 나를 짐승이라고 부른 날을 나는 냄새로 기억한다.마구간.마른 건초.말의 체온.안장에 밴 기름 냄새.길들이는 중인 어린 말을 타려다 떨어졌다.팔꿈치가 까지고 손바닥에 흙이 묻었다.오델린이 왔다.화난 얼굴이 아니었다.너무 차분했다.그게 늘 더 무서웠다."말 안 듣는 짐승도 너보다는 관리하기 쉽겠구나."어린애는 비유를 비유로 듣지 않는다.나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말보다 못한 아이.관리해야 할 상태.그날 이후 내 이름은 상태가 되었다.관리해야 할 아이.왜 이렇게 다루기 힘드니.이름보다, 통제해야 할 상태가 먼저였다."기억나요?""마구간. 예.""뭐라고 했어요."오델린은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열었다."말 안 듣는 짐승도, 황녀보다 관리하기 쉽겠다고 했습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그 말대로 해줄게."오델린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무슨 말입니까.""당신이 나를 짐승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럼 오늘은 진짜 짐승으로 만들어줄게요."단추를 풀었다.목까지 올라온 깃이 벌어지며 속살이 드러났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내가 직접 벗겼다.어깨에서 끈을 밀어 내리고, 천이 가슴을 지나 허리로 미끄러졌다.치마자락이 바닥에 쌓였다.속옷까지.이제 방 안에 남은 것은 목의 형벌환과 손목의 기본 구속구뿐이었다."엎드려요.""……""짐승은 두 발로 서 있지 않아요. 손과 무릎으로. 엎드려."오델린은 한동안 나를 봤다.눈빛은 꺾이지 않았다.그래도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손이 돌바닥을 짚었다.무릎이 바닥을 받쳤다.구속구가 돌에 부딪혀 딱, 하고 울렸다.허리는 일자로, 엉덩이는 위로.황후였던 여자의 몸이 짐승의 자세를 했다."그래. 그게 짐승이지.""……입 닥치시죠.""벌칙 정할게요. 힘이 빠져서 무릎이 꿇리면 벌이에요. 당신이 엉덩이를 들 수 없으면, 몸은 끝날 때까지 내가 가지고 놀아요."뒤로 돌았다.엎드린 몸은 뒤에서
052화. 둘은 아직 서로를 믿고 있었다“엄마한테 말했어?”“아니.”“갑자기 열어도 돼?”“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니까.”벨리사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나는 문을 열기 전에 덧붙였다.“그래도 먼저 부를 거야.”그리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오델린.”안에서 잠깐 정적이 흘렀다.“예, 폐하.”목소리는 평소와 비슷했다.조금 낮고.아주 조금 느렸다.“들어갈게요.”“알겠습니다.”그제야 문을 열었다.*오델린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회색 형벌복.목의 검은 형벌환.머리는 자개 핀 하나로 낮게 묶여 있었다.정리되어 있었다.너무 정리되어 있어서 오히려 눈에 들어왔다.등은 곧았고,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했다.옷깃도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평소의 오델린 베르시아라고 해도 될 만큼 단정했다.다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얼굴빛이 조금 옅었다.눈 아래에는 잠을 덜 잔 사람처럼 얕은 그늘이 남아 있었다.손가락이 완전히 힘을 되찾지 못한 듯 한 번씩 천천히 접혔다 펴졌다.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몸을 일으킬 때도 평소보다 반 박자 늦었다.방 안에는 목욕 뒤의 비누 냄새가 났다.그 아래에 침실에서 맡았던 것과 비슷한 희미한 단내가 남아 있었다.벨리사가 문턱에서 멈췄다.이번에는 허락 때문이 아니었다.“엄마.”오델린의 얼굴이 바뀌었다.아주 잠깐.정말 잠깐이었다.회색 눈이 커지고, 입술이 열릴 듯하다가 멈췄다.그리고 곧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고고하고.차분하고.딸 앞에서 한 번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여자의 얼굴.“벨리사.”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흔들리지 않았다.벨리사는 들어오지 못하고 서 있었다.내가 말했다.“들어가도 돼.”그제야 한 걸음.두 걸음.벨리사는 오델린 앞까지 가지 않았다.서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멈췄다.오델린의 시선이 먼저 딸의 얼굴을 훑었다.머리.귀걸이.드레스.손목.목.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기 전에 딸부터 보는 사람의
051화. 엄마는 어디 있어?벨리사는 내 침실 구조를 알고 있었다.모를 수가 없었다.며칠 전에도 제 발로 들어왔고, 어제는 더 오래 머물렀다.침대가 어느 쪽에 놓였는지, 창가 소파가 어디 있는지, 안쪽 벽에 문 하나가 더 있다는 것까지 이미 봤다.그 문 뒤에 오델린이 있다는 것도 안다.고해 시간이 되면 내가 직접 문을 열고 데리고 나온다는 것도.그러니 오늘 벨리사가 묻고 싶은 건 위치가 아니었다.“엄마, 괜찮아?”아침부터 가져온 서류철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였다.나는 첫 장도 펼치지 않고 벨리사를 봤다.밝은 크림색 드레스에 금빛 갈색 머리를 반쯤 묶었다.귀에는 작은 초록 보석이 흔들렸다.겉으로는 늘 보던 벨리사였지만 손끝이 서류 모서리를 괜히 두 번 쓸었다.“어떤 의미로.”“그냥 괜찮냐고.”“벨리사.”이름만 부르자 입술이 조금 비뚤어졌다.“그렇게 보면 꼭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지금은 반쯤 하고 있으니까.”벨리사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잠깐 나를 노려보다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고해할 때 봤잖아.”“누구를.”“엄마.”나는 기다렸다.벨리사는 자기가 어디까지 말하고 싶은지 고르는 중이었다.“네가 엄마 방 안에서 계속 뭘 하는지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마지막 말만 조금 빨랐다.“그런데 고해할 때는 밖으로 데리고 나오잖아.”“응.”“손 풀어줄 건 풀어주고. 물도 주고. 시간 정해놓고. 끝나면 끝났다고 하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벨리사는 그런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생각보다.”그녀가 손가락을 깍지 꼈다.“선을 지키더라.”이상한 말이었다.내가 오델린에게 선을 지킨다는 말.틀린 말도 아니었다.고해 시간에는 특히 그랬다.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오델린이 정확한 문장으로 인정하게 하고, 정해둔 벌이 끝나면 끝냈다.시간을 늘리지 않았고, 대답을 바꿀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도 않았다.그게 벨리사에게는 중요해 보였다.자기 어머니가 바로 내 침실 안쪽에 갇혀 있다는 사실
050화. 서로를 묻히고 시작했다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르게.오델린의 허리가 떠올랐다가 내려앉았다.발목의 쇠가 덜컹거렸다."아, 아...! 안, 돼...!""안 돼?""거, 거기...! 그렇게 하면...!""그렇게 하면 뭐.""....!""말해. 그러면 뭐.""...가, 갈 것 같습니다.""가면 네가 지는 거야."오델린이 이를 악물었다.나는 멈추지 않았다.음핵을 문지르고, 튕기고, 다시 문지르고.오델린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묶인 팔이 머리 뒤에서 떨렸다."아, 아아...!"절정 직전.오델린이 시계를 봤다.눈이 커졌다.아직 한참 남았다."아직 십 분도 안 됐어.""....!""참아. 네가 이기려면."천천히, 더 천천히.음핵 위에서 동그랗게.오델린은 참았다.숨을 멈추고, 허벅지를 떨며, 이빨을 악물고.절정 직전에서 버텼다."하... 하...!""잘 참네.""....!""그래서."나는 손을 뗐다."여기서 끝.""아...!"오델린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절정 직전에서 끊긴 몸이, 그 자리에서 떨고 있었다.눈이 흐려졌다."끝났습니까...""아직 안 끝났어.""....!""십오 분은 아직 남았고. 네가 직접 해."오델린의 눈이 커졌다.묶인 손이 머리 뒤에서 움직였다.내려가고 싶어 움직였다.하지만 팔꿈치가 걸렸다.닿지 않았다.거울 속에서 그녀는 자기 손이 자기 몸에 닿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만지고 싶어?""...만지고 싶습니다.""직접 해."나는 손목의 구속구를 풀었다.쇠가 쇠에서 빠지는 소리.찰칵.팔이 내려왔다.오델린은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형벌 이후 처음으로, 자기 몸을 만질 수 있는 손."거울 봐.""....""네가 지금 무슨 꼴인지."오델린의 손이 내려갔다.배.골반.그리고 보지 바로 위에서 멈췄다.손끝이 떨렸다.닿기 직전에 멈췄다."허락해 주십시오.""뭘.""...제 보지를, 만지게.""네 몸인데?"오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049화. 거울 앞에서 상 줄게요거울을 먼저 들여보냈다.사람 키만 한 전신 거울.나무 틀도, 장식도 없는 맨 거울.창문 없는 회색 방 한가운데 세우자 방이 통째로 비쳤다.벽, 세면대, 욕조, 그리고 잠긴 도구함까지.그다음 시계.거울 옆 탁자 위에 올렸다.초침이 도는 게 보이는 시계였다.오델린은 방 구석에 서 있었다.내가 부르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다.어제부터 몸에 밴 규칙이었다.아니, 벌써 며칠째인지도 모르겠다.물어보고, 허락받고, 움직이는 것.그게 몸에 배었다."나와."발목의 쇠가 바닥을 스쳤다.찰랑."거울 앞에 서."오델린이 거울 앞에 섰다.회색 형벌복.목에는 검은 형벌환.머리는 자개 핀 하나로 낮게 묶여 있었다.무릎 벌을 하고, 고해를 하고, 그래도 그녀는 자세를 놓지 않았다."옷 벗어."손이 형벌복 끈으로 갔다.그리고 멈췄다."전부입니까.""전부."형벌복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속옷까지 벗어 발밑에 내려놓았다.나는 그 옷들을 발로 한쪽에 밀어 두고, 오델린을 거울 앞에 정확히 세웠다."다리 벌려. 발 하나만큼."발목의 연결쇠가 허락하는 만큼 벌렸다."손."오델린이 두 손을 머리 뒤로 올렸다.나는 손목의 구속구를 서로 맞물렸다.쇠가 쇠를 끼우는 소리.찰칵.팔을 내리려 하면 팔꿈치가 머리 옆에서 걸렸다.완전히 내릴 수 없는 각도였다.거울 속에 오델린이 섰다.팔은 머리 뒤로 묶이고, 다리는 벌어지고, 가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제모된 보지가 거울 빛에 번들거렸다.이후 내 손이 매일 닦아 낸 몸이었다.회색 눈이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쳤다.나는 그 옆에 섰다.거울 속에서 우리 둘이 나란히 비쳤다."오늘 게임이야.""게임.""십오 분. 그 시간 동안 안 가면 네가 이겨.""이기면요.""오늘 밤 침대에서 자."오델린의 눈이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나흘째 자고 있는 바닥.차갑고 단단한 돌."지면?""아침까지 내가 이 방에 있어."오델린은 잠깐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