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013화.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황궁 정문이 닫히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마차 바퀴가 돌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 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금갈색 머리카락을 자꾸 얼굴에 붙였고, 나는 손등으로 그것을 밀어내면서도 뒤를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칼리아가 계단 위에 그대로 서 있을 것 같아서. 정말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첫 번째 교차로에서는 기분이 나빴다. 두 번째에서는 우연히 뒤를 봤다. 세 번째에 이르렀을 때는 아예 창문을 조금 열고 거리를 확인했다. 검은 군복도. 황실 근위대도. 없었다. 칼리아는 약속을 지켰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하.” 마부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어디로 모실까요?” 황궁을 나올 때는 갈 곳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많아야 했다. 같이 차를 마셨던 사람. 내 생일마다 보석을 보내던 사람. 별장에 놀러 오라고 몇 번이고 말했던 사람. 내가 골라 준 드레스를 입고 사교계에 데뷔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을 말했다. “라세른 공작저.” 마차가 방향을 틀었다. 리아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첫 사교계 데뷔 날에는 내 손을 붙잡고 울기까지 했다. 벨리사, 네가 없었으면 나 진짜 망했을 거야. 그러니까 평생 잘해. 내가 웃으며 했던 말에 리아나는 진지하게 고개까지 끄덕였다. 그 기억은 라세른 공작저의 철문 앞에 서기 전까지는 꽤 믿을 만했다. “황녀 전하.” 경비병이 나를 알아보고 허리를 숙였다. 목소리가 조금 굳어 있었다. 나는 못 들은 척했다. “리아나에게 왔다고 전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경비병 하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철창 사이로 보이는 저택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현관 앞에는 손님용 마차까지 두 대 서 있었다.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며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돌아온 사람은 경비병이 아니라 늙은 집사였다. 나를 어릴 때부터 보던 사람이었다. “황녀 전하.” 그가 철문 너머에서 허리를 숙였다. “아가씨께서 오늘 몸이 좋지 않으십니다.” 나는 저택 이층 창문을 봤다. 커튼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가 멈췄다. 리아나 방이었다. “많이 아파?”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들어가서 얼굴만 보면 안 돼?” 집사의 입술이 잠깐 굳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예전 같으면 나는 이쯤에서 웃었을 것이다. 조금 난처한 얼굴을 만들고, 집사가 거절하기 어렵게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알았어.” 돌아섰다. 마부가 문을 열었다. 마차에 타려는데 뒤에서 집사가 다시 불렀다. “전하.” 나는 돌아봤다. “죄송합니다.” 그 말이 싫었다. 차라리 문을 닫는 편이 나았다. “당신이 왜.” 대답을 듣지 않고 마차에 올랐다. 두 번째는 하르트 백작저였다. 그곳에서는 문이 열렸다. 백작 부인은 직접 나와 손을 잡아 주었고, 따뜻한 차도 내왔다. “세상에, 벨리사. 얼굴이 상했잖니.”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나는 그 다정함이 진짜라는 것도 알았다. 적어도 절반은. “며칠 있어도 돼?” 찻잔을 내려놓는 손이 한 박자 늦었다. 아주 작은 차이였다. 대부분은 못 알아봤을 것이다. 나는 알았다. 평생 그런 순간을 보고 살았으니까. “물론이지.” 백작 부인이 웃었다. 그리고 곧 덧붙였다. “오늘 밤은 당연히 묵어도 되고. 내일은 상황을 조금 알아본 다음에…….” 오늘 밤. 나는 그 뒤를 듣지 않았다. “됐어.” “벨리사.” “차 잘 마셨어.” 일어나자 백작 부인의 얼굴에 안도가 아주 잠깐 스쳤다. 그것도 봤다. 오히려 그래서 화가 나지 않았다. 황제가 바뀐 지 며칠도 되지 않았다. 선황의 죽음을 조사하는 중이고, 황후와 황녀가 황궁에 사실상 묶여 있다는 소문도 이미 퍼졌을 것이다. 그런 나를 집에 들이는 건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달랐다. 나는 그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내 일이 되니까 기분이 더러웠다. 그날 오후에는 두 곳을 더 갔다. 한 곳에서는 주인이 외출했다고 했다. 마당에 그 사람 애마가 묶여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집사가 문밖까지 나와 사과했다. 예전이었다면 그런 집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나를 초대했는지까지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연회 좌석으로 갚아 줬을 것이다. 지금은 그 계산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내가 아니라, 내가 더 이상 칼리아의 보호 아래 있는 황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나는 세 번째 거짓말부터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아예 찾아갈 집 이름을 부르다가 그만뒀다. “실버 로즈로 갈까요?” 마부가 물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급 여관이라면 돈만 있으면 된다. 적어도 거기서는 내가 어느 편인지 묻지 않을 것이다. 실버 로즈는 나를 받았다. 주인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도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계산서를 먼저 내밀었다. 나는 그게 차라리 편했다. 보석함을 열었다. 현금. 몇 개의 반지. 귀걸이. 팔찌. 황실 계좌는 동결됐다. 개인 마차도 없었다. 그래도 당장은 살 수 있었다. 며칠. 조금 아껴 쓰면 몇 주. 보석을 팔면 더 길게. 침대 끝에 앉아 계산하다가 손을 멈췄다. 그다음은. 머릿속에서 자꾸 같은 말이 나왔다. 그다음은? 나는 거울 앞으로 갔다. 금갈색 머리카락은 아직 흐트러지지 않았다. 화장도 멀쩡했다. 녹색 눈도, 입술도, 내가 수없이 이용해 온 표정도 그대로였다. 예뻤다.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칼리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예쁜 건 알아. 그래서? 나는 거울에서 시선을 뗐다. 다음 날 아침에는 여관을 나왔다. 계속 머무를 수도 있었다.036화.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오델린의 턱이 굳었다.나는 손을 빼 무릎 위에 올렸다.숟가락도 내려놓았다."말 안 하면 여기까지예요. 수프는 식을 거고."오델린은 한동안 나를 보았다.회색 눈이 차갑게 정돈되어 있었다.그 눈이 먼저 꺾였다."...보지가, 젖었습니다.""얼마나.""...질척입니다.""잘했어요."숟가락을 들어 다시 먹였다.수프는 미지근해지고 있었다.오델린이 삼키는 사이, 나는 손을 팬티 안으로 넣었다.애액에 미끄러운 손가락으로 보짓살을 더듬자 오델린의 허벅지가 떨렸다."지금 뭐가 느껴져요?""...""말해요. 먹고 싶으면.""...손가락이, 느껴집니다.""어디에.""...보지에.""보지가 벌어지고 있어요?""....네."손가락을 음핵 위에 올렸다.천천히 동그랗게.오델린의 몸이 움찔 떨렸다."하...""음핵이 어떻게 됐는지 말해요.""...단단해졌습니다.""잘했어요."음핵을 문지르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나는 빵을 오델린의 입술 사이로 넣어 주었다.오델린은 씹으면서도 숨을 참고 있었다.음핵을 만지면서 먹는 사람의 호흡은 그렇게 참는 법이다.손을 뺐다.손가락에 묻은 애액이 실처럼 늘어졌다.오델린의 눈이 그 손가락을 따라왔다."배고프다고 했잖아요. 이것도 저녁이에요."손가락을 오델린의
035화. 먹어도 되겠습니까드레스가 오델린의 몸을 다시 사람처럼 만들었다.정확히는, 황후였던 여자처럼.목까지 올라온 단정한 깃, 장식 없는 긴 소매, 허리를 지나 곧게 떨어지는 치맛자락.조금 전까지 벽에 고정되어 밤을 버틴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오델린은 빠르게 자기 자세를 되찾았다.무너진 채로 두면 다음에 무너뜨릴 것이 없다.목에 남은 검은 형벌환만 아니었다면, 누군가는 아직도 그녀를 황후라고 불렀을지도 몰랐다.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식사는 내 침실 안쪽 작은 응접실에 차려져 있었다.창가에 놓인 둥근 탁자 하나와 의자 하나, 그 맞은편에 원래 발받침으로 쓰던 낮은 의자.은제 접시에는 달걀과 부드럽게 구운 빵, 잘게 찢은 닭고기, 따뜻한 수프가 놓여 있었다.오래 굶거나 몸이 지친 뒤 먹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로 골랐다.향이 퍼지자 오델린의 걸음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나는 모른 척했다."저기 앉아요."오델린은 아무 말 없이 앉았다.치맛자락을 가지런히 무릎 아래로 모으고 등을 세웠다.낮아진 것은 자리뿐인데, 앉는 사람은 아직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날 기억나요?""어느 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서류철을 열었다.황실 교육일지, 제국력 317년 서리월 열이틀.오전 검술 수업 불참, 오후 예법 수업 중 자리 이탈, 저녁 식사보류.사유, 태도 교정."기억나요?""기억합니다.""그래서 굶겼죠.""식사를 늦춘 것입니다.""얼마나.""그날 저녁 한 끼였습니다."나는 한 장 더 넘겼다."다음 날 아침도 보류. 점심도. 저녁은 먹었네요."오델린은 말하지 않았다."뭐라고 해야 줬죠?"오래 걸렸다.오델린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서로 맞물렸다가 천천히 풀렸다."예쁘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그게 교육이었어?""교육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좋아요. 첫 번째."나는 접시를 가리켰다."사흘 동안 식사 전에 허락을 구해요. 웃지도 말고, 목소리 바꾸지도 말고. 그냥 정확하게 말해요
034화. 그 몸은 이미 내 것이었다"……""어제 꺼냈는데. 다시 도망갔어."배.옆구리.허리.골반.수건이 내려갈수록 오델린의 긴장이 높아졌다.허벅지 안쪽에 닿자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들었다.나는 그 긴장을 보면서도 천천히 닦았다."벌려.""……""내가 벌려줄게."한 손으로 보짓살을 벌리고, 다른 손으로 수건을 질 안쪽까지 밀어 넣었다.오델린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수건이 밤새 쌓인 것을 닦아냈다.어제 내가 넣고, 그녀가 흘리고, 마르고 다시 젖은 것들.질 안쪽까지 천천히, 깨끗하게."아…… 윽……!""소리 내도 돼. 아무도 안 들으니까.""그, 그만……!""아직 안에 남았어."두 번째 수건. 다시 넣었다.오델린의 허리가 프레임에서 떠올랐다가 내려앉았다.목 고정대가 덜컹거렸다.질 안쪽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손을 빼자 물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바닥에 떨어졌다."입 벌려."오델린이 망설였다.나는 턱을 잡아 벌렸다.수건을 그 안에 넣고, 혀와 잇몸, 입천장을 닦았다.어제 그녀가 삼킨 것들.침과 섞여 마른 것들."뱉어."그녀가 침을 뱉자 물에 섞여 바닥으로 흘러내렸다.마지막으로 양동이에 깨끗한 물을 다시 받아 몸 전체를 헹궈 줬다.물이 흐르는 동안 오델린은 눈을 감고 있었다.고개를 조금 들어 물이 얼굴을 타고 내려가게 했다.그 모습은 어쩐지 기도하는 사람 같았다.수건으로 다시 닦아냈다.이번에는 물기였다.젖은 살이 마르면서 오델린의 몸이 원래 색을 찾았다.어제의 흔적이 지워졌다.그런데 지워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닦는 손길이 닿을 때마다, 보지가 다시 축축해지고 있었다.수건이 스칠 때마다 젖었다.나는 그걸 보고 웃지 않았다.다만 알았다.이 몸은 이제 내 손을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걸."옷 입혀줄게."벽장에서 새로 가져온 옷을 꺼냈다.회색 속옷.자주색 드레스.속옷부터."들어 올려."오델린이 엉덩이를 조금 들었다.발목이 고정된 채라 그게 한계였다.나는 그 틈으로 팬티를
033화. 고귀한 가축철문을 여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먼저 나를 맞았다.창문도, 천도, 침대도 없는 방은 소리를 삼키지 않는다.냄새도 마찬가지였다.하룻밤 동안 오델린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들이 벽과 바닥과 내 콧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달콤하게 쉰 암컷 냄새.그 밑에 깔린 지린내.둘이 섞여 방 전체를 적셔 놓았다.오델린은 어제 내가 잠근 이후 자세 그대로였다.손목은 머리 위로, 발목은 따로, 목은 고정점에 연결된 채.한 번도 풀리지 않았다.그녀는 서서 밤을 보냈다.잠든 건지 깬 건지, 그 경계조차 모호했다.축 늘어진 어깨, 풀린 무릎, 목 고정대에 기댄 채 조금 숙여진 고개.눈두덩이 부어 있었고, 입술은 마르고, 짙은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발밑 바닥에는 오줌이 흘러 배수구 쪽으로 길게 번져 있었다.가까이 가자 지린내가 더 진해졌다.허벅지 안쪽에는 애액이 마르고 다시 젖어 하얀 줄무늬를 만들고 있었다.고귀한 사람이 흘릴 냄새가 아니었다.나는 문을 닫았다.찰칵.열쇠는 다시 주머니."잤어?"오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입에는 어젯밤 내가 물린 속옷이 그대로 있었다.천이 짙게 젖어 무거워 보였다.내 애액과, 그녀의 애액과, 침이 섞여 천을 적셨다."안 잔 모양이네."나는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맨발부터 시작했다.발가락.발등.복숭아뼈.손가락을 세워 살갗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냄새를 음미했다.밤새 몸에 밴 땀과 애액과 오줌이 섞여 발효된 냄새.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발목, 종아리, 무릎 안쪽.올라갈수록 짙어졌다.허벅지 안쪽에 손을 대자 오델린의 다리가 움찔 떨렸다.발목 고정대가 덜컹거렸다.나는 멈추지 않았다.손바닥을 살에 붙인 채 천천히 올렸다.마르고 다시 젖은 것이 찐득하게 손바닥에 붙었다.보지 앞에서 멈췄다.두 손가락으로 보짓살을 벌렸다.어제처럼 적나라하게.안쪽은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다.벌렸다 닫혔다, 벌렸다 닫혔다.오줌과 애액이 마르고 다시 축축해져 거
032화. 내 손을 기억하게 만들 거예요피할 곳이 없었다.그제야 보지 쪽을 확인했다."젖었네요.""……아니야.""아니긴. 흘러내리고 있잖아요."허벅지 안쪽이 축축하게 번져 있었다.나는 손가락으로 보지 입구만 살짝 문질렀다.깊이 넣지 않고, 입구에 붙은 애액을 떠내듯."하……!""입구만 만졌는데 이 정도예요?"떠낸 애액을 유두에 발랐다.미끈하게 윤이 났다.나는 그 위를 다시 빨았다.오델린의 허리가 프레임에서 떠올랐다.목 고정대가 그 움직임을 막았다.떠오르다가 되돌아오는, 짧고 절망적인 움직임."아, 아…… 그만……""벌써? 아직 시작인데."보지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두 손으로 보짓살을 벌렸다.양옆으로, 적나라하게.그 안이 그대로 드러났다.위에는 음핵.그 아래, 오줌이 나오는 작은 구멍.그리고 가장 아래, 숨 쉬는 것처럼 벌렸다 닫히는 보지 입구.오델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발목 고정대가 덜컹거릴 만큼. 피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그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보지가 천박하게 숨을 여는군요.""……!""입은 아니라고 하는데, 여기는 계속 여닫고 있네요."고개를 숙여 음핵에 입술을 댔다.오델린의 몸이 일순간 굳었다.그리고 천천히 핥았다."아……! 거, 거기……!""여기가 어디예요.""그, 그런 데……!""이름은 안 가르쳐 드릴게요. 가축은 말을 배우면 안 되니까."혀끝으로 음핵을 눌렀다.작게, 동그랗게.오델린의 신음이 짧게 끊겼다.이빨로 참으려는지 입술을 깨물었다.나는 그 입술을 보다가, 다시 혀를 내밀었다.이번에는 음핵을 감싸고 빨았다."윽……! 아, 아……!"허벅지가 떨리며 조여 왔다.그러나 발목이 고정되어 있어 다리는 벌어진 채였다.오므리려는 힘과, 움직일 수 없는 구속이 싸우는 모습.허벅지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위로 묶인 손이 쇠 고정대를 움켜쥐었다.손가락 마디가 하얗게."참아요. 아직 허락 안 했으니까
031화. 첫 시식철문은 잠겨 있었다.열쇠는 내 주머니에.방 안에는 나와 오델린뿐이었다.형벌대에 고정된 채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양팔은 머리 위로, 양발은 따로, 목까지 연결된 채. 가릴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자세였다.그런데도 눈은 피하지 않았다."고문이면 시작하시죠."오델린이 먼저 말했다.목소리는 차분했다.매질도, 화상도, 굶기는 것도 견디겠다는 듯한, 준비된 사람의 목소리였다."고문은 지루해요."나는 잠긴 벽장 앞으로 걸어갔다.허리춤의 열쇠로 잠금을 풀었다.안은 정돈되어 있었다.쇠사슬.집게.가죽 끈.밀랍.맨 아래 칸에 재단용 가위 하나.천을 자르는 얇고 날카로운 가위였다.오델린의 시선이 가위를 따라왔다.이해하지 못하는 눈이었다.형벌에는 더 익숙한 여자였다.그런데 그 도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읽지 못하고 있었다."벗길 거예요."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고문과 모욕은 기다렸죠. 그런 건 다 아버지한테 배웠을 테니까."나는 가위를 손에 익혔다.차가운 금속."오늘은 그런 거 안 해요. 오늘은 벗길 거예요.""벗기면 뭐가 달라집니까.""당신은 모르겠죠."그녀 앞에 섰다.드레스는 두 팔이 머리 위로 묶인 탓에 어깨와 가슴 위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깃을 살짝 올리자 천이 목을 조였다.오델린은 숨을 참았다.나는 그것을 보며 가위를 깃에 대었다.시원하게 갈라지는 소리.천이 목 아래로 벌어졌다."오늘부터 가축이에요. 가축은 옷을 입지 않아요."두 번째 칼집이 쇄골까지 내려갔다.나는 천천히, 한 올 한 올 자르듯 가위를 밀었다.쇠가 살갗에 닿지 않게.가까이, 그러나 닿지 않게.그 간격이 오델린을 더 긴장시켰다.숨이 얕아졌다.가슴 위에서 천이 갈라지며 살이 드러났다.어깨.쇄골.가슴골.그리고 속옷."속옷은 남겨 둘게요. 천천히 벗길 거라서."소매를 따라 가위를 넣자, 머리 위로 묶인 팔 때문에 천이 완전히 벗겨지지 않았다.그래서 더 잘라야 했다.옆구리.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