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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95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7 10:48:15

“저… 유진 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윤정이 결국 의대 실험실 안쪽까지 직접 발걸음을 해 찾아왔다.

평소라면 올 리가 없는 장소였기에,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든 유진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서늘함을 느끼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휴대폰만을 다급하게 챙겨 쥐고,

복도로 걸어 나와 윤정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어…? 윤정아, 여기까지… 갑자기 웬일이야?”

유진이 애써 담담한 척 물었지만,

윤정의 안색은 며칠 밤을 지새운 듯, 처참하게 굳어 있었다.

윤정이 가방끈을 꽉 쥔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제안했다.

“시간 좀 있으면… 나랑 아래 내려가서 커피 한잔만 마시자, 유진아.”

“근데… 나 지금 실험실 오래 못 비우는데. 교수님 실습 리포트도 정리해야 하고…….”

유진은 윤정의 입에서 어떤 잔인한 이야기가 흘러나올지 두려워,

비겁한 변명을 대며 그녀를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들었다.

바로 그때,

실험실 무거운 철제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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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1

    “오늘…… 뭐 해?”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토요일 아침 7시 정각.유진의 얌전하던 휴대폰 화면 위로 징하는 진동과 함께 요스케의 짤막한 톡이 띄워졌다.암전되어 있던 침실 안, 푸르스름한 새벽빛을 받으며 눈을 뜬 유진은 액정을 확인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슥 올라가며 얼굴 가득 화사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선배… 이렇게 이른 아침에 벌써 일어난 거예요?”유진이 베개에 고개를 묻은 채 답장을 보내자, 요스케로부터 기다렸다는 듯 즉각적인 답이 날아들었다.“우리 브런치 먹으러 갈래, 후배님?”“몇 시에 요?”“바로 지금!”“네?! 나… 아직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밍기적거리고 있는데……”유진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톡을 보냈다.어젯밤의 격정적인 사랑의 여파로 전신이 노곤하게 풀려 있었다.“그럼… 계속 침대에서 누워서 잘 거야? 많이 피곤해?”“조금요? 가만히 시간을 계산해 보니까… 우리 어제 밤늦게까지 함께 있었잖아요. 겨우 고작 5시간 전까지 우리 같이 붙어 있었네요, 선배.”유진이 살짝 민망함을 담아 톡을 쏘아붙이자, 화면 너머 요스케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답장이 도착했다.“알았어. 그럼 억지로 안 깨울 테니까… 계속 편하게 자.”“네. 그럼…”“문만 열어줘!”“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유진이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키자, 요스케의 거침없는 직진 대시가 문장으로 박혔다.“아니, 문 열 필요 없고 그냥 현관 비번만 톡으로 불러줘. 넌 침대 이불 속에서 계속 달콤하게 자고 있으면 되니까.”“선배, 지금 도대체 어디인데요?”유진의 다급한 물음 끝에, 곧바로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어 화면을 채웠다.낯익은 디지털 도어락과 네이비 컬러의 문틀.다름 아닌 지금 유진이 누워있는 이 오피스텔 호실의 현관문 바로 앞이었다.요스케는 이미 그녀의 집 문앞에 있었다.유진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분 좋은 설렘에 잠시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가녀리고 작은 손가락으로 그에게 톡을 전송했다.[ 9230*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100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한옥 침실 안,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까무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번쩍 눈을 떴다.순간 밀려오는 당혹감에 놀라, 급하게 어두운 스탠드 옆 시계를 가만히 확인했다.밤 11시 35분.이미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기 직전의 늦은 밤이었다.유진은 심장이 조바심으로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침대 밑바닥에 허물처럼 나뒹굴고 있던 자신의 얇은 옷가지들을 서둘러 주워, 몸에 급하게 걸치기 시작했다.옷을 다 챙겨 입은 유진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침대 위에서 자신으로 인해 지쳐 이미 단잠에 깊이 빠져 있는 요스케의 조각 같은 얼굴을, 잠시 동안 애틋한 시선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유진의 심장은 쿵쿵,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방망이질 쳤다.유진은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이 남자… 이 다정한 남자의 넓은 품 속에 영원히 갇혀서 안겨 있고 싶어. 이 가혹한 현실을 전부 다 잊어버린 채, 이대로 오늘 밤을 온전히 함께 지새우고 싶어…’하지만 유진은 찰나의 이기적인 갈망을, 서둘러 머릿속에서 지워내며 포기했다.자신이 이 남자에게 영영 눌러앉아 그를 망칠 수는 없었다.유진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아주 조심스럽고 고요한 걸음으로 그의 한옥 집을 슬며시 빠져나왔다.가로등 불빛만이 쓸쓸하게 내려앉은…한적한 순라길 밤거리를 홀로 걸어 집으로 가는 길,유진의 머릿속은 온통 요스케의 생각 밖에는 채워지지 않았다.뇌리 구석구석이 전부, 그의 다정한 눈빛과 목소리로 가득 차 숨을 쉬기조차 벅찼다.바로 그때,정적을 깨고 유진의 손바닥 안에서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그의 이름.유진이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르자마자,수화기 너머로 잠에서 막 깨어 거칠고 낮게 가라앉은 요스케의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왜 나 안 깨우고 혼자 갔어? 너 지금 도대체 어디야?”그가 자신을 걱정하며 다그치는 목소리를 들은 순간,유진의 눈가에서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99

    현관 미닫이문이 닫히고,혜경이 완전히 안심한 얼굴로 한옥을 떠나자마자,요스케는 곁에 가만히 세워두었던 유진의 가녀린 몸을 부서질 듯,그대로 다시 한번 강하게 감싸 안았다.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그의 거대하고 단단한 악력에 유진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가만히 원망 섞인 나직한 목소리를 뱉어냈다.“선배…… 왜 이렇게 갑자기 무모하게 일을 크게 키우면 어떻게 해요? 우리 엄마한테 사귀는 사이니 뭐니 그런 엄청난 폭탄을 덜컥 던져버리면 어떡하냐고 요…….”유진이 전전긍긍하며 그를 밀어내려 버둥거렸지만,요스케는 아무런 말도 받아치지 않은 채,그저 묵묵히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더 꽉 안고만 있을 뿐이었다.그의 품 안에서 심장 박동이 위태롭게 뛰어대고 있었다.“……요스케? 선배? 왜 그래요, 진짜?”이상하리만치 무거운 그의 침묵에…유진이 의아함을 느끼며 그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붙잡았다.한참 동안 유진의 살결에 고개를 묻고 있던 요스케가,마침내 지독하게 낮고 물기에 가득 잠겨 있는 서글픈 목소리로 어렵게 입술을 뗐다.“너……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차가운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던 거야?”“네……? 갑자기 그게 무슨……”“아까 너희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돈 한 푼 없이, 휴대폰도 없이 길거리에 맨몸으로 쫓겨났었다며. 너…… 겨우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잖아. 그 어린 나이에 차가운 거리에서 도대체 며칠이나 견뎌낸 거냐고, 서유진?”그의 잠긴 목소리 틈새로…억누를 수 없는 지독한 분노와 유진을 향한 눈물겨운 연민이 고스란히 묻어 흘러나왔다.유진은 그의 의외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하니 가슴을 들썩였다.“……4일 동안요.”“4일……?”요스케의 팔 근육이 일순간 거대하게 경직되었다.“자그마치 4일씩이나?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길바닥에 혼자 버려져 있었다고? 그럼 그 시간 동안 먹는 건 대체 어떻게 해결하고… 잠은 어디서 자고 어디서 씻었던 거야?”“그냥…… 계속 멍하니 걷다가, 엘리치 본사 건물 주변만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98

    혜경은 요스케가 주방에서 다과를 준비하는 동안,안내받은 한옥 내부를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둘러보았다.1층에는 아늑하면서도 은밀한 기류가 감도는 침실과 탁 트인 거실,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주방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었다.이어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층에는,고급 호텔을 연상케 하는 넓은 게스트룸과 묵직한 원목 책상이 놓인 서재,그리고 최고급 홈시어터 시설이 갖춰진 미디어룸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안쪽에는,피로를 녹여줄 커다란 자쿠지와 은은한 편백 향이 감도는 사우나 시설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다.지독할 정도로 근사하고 완벽한 공간이었다.전체적으로 아주 모던하면서도 동양적인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젠(Zen)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디자인이 혜경의 감탄을 자아냈다.거기다 가구 표면이나 바닥 그 어디를 보아도,먼지 한 톨 발견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이 집 주인인 요스케라는 남자의 깔끔하고 철두철미한 성향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였다.얼마 후, 소매를 단정하게 걷어붙인 요스케가,정성스레 우려낸 은은한 녹차와 신선한 계절 과일,그리고 얇게 썬 바게트 위에 재료를 얹은 작은 한입 크기의 브루스케타를 다이닝 테이블 위로 보기 좋게 세팅했다.갑작스러운 손님맞이였음에도, 다과 상차림 마저 흐트러짐 없이 너무도 정갈했다.혜경은 감탄 섞인 눈빛으로 요스케를 바라보며 잔을 잡았다.“사전에 연락도 없이 이렇게 무작정 왔는데… 대처가 어쩜 이래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를 했어요?”“아닙니다, 어머님. 연락 없이 모신 것도 송구한데, 급하게 준비하느라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요스케는 낮고 신사적인 음성으로 대꾸하며 의자를 뒤로 빼주었다.혜경은 그가 정성스레 준비한 브루스케타를 조심스레 들어 한입에 쏙 넣었다.바삭한 빵과 상큼한 토핑이 입안 가득 퍼지자, 혜경의 눈이 커졌다.“어머나… 정말 맛있네요. 아직 점심 전이라 속이 좀 꺼칠했는데… 어쩜 이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97

    유진이 미리 주문해 두었던 신선한 식재료들이 한옥 문앞으로 정갈하게 배달되었다.한바탕 격정적인 소동이 지나간 후,유진은 요스케를 위해 아주 오랜만에 주방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도마 위에서 경쾌하게 야채를 써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이내 고소하고 달콤한 양념 냄새가 온 집안을 채웠다.유진이 정성스레 차려낸 저녁 상차림은 정갈하기 짝이 없었다.잘 구워져 육즙이 흐르는 된장구이 맥적과.매콤새콤하게 버무린 부추 배 겉절이,그리고 깊은 맛을 내는 따뜻한 소고기뭇국이 다이닝 테이블 위를 화사하게 수놓았다.요스케는 테이블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보며, 감탄 어린 눈빛으로 숟가락을 들었다.한 입 크게 베어 물어 맛을 본 그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너… 진짜로 음식을 잘하는구나? 난 솔직히 처음에 너가 나 꼬시려고 내숭 부리는 줄 알았는데.”“치, 금방 들통나버릴 얕은 내숭을 내가 왜 떨어요?”유진이 눈을 흘기며 음식을 집어 들자, 요스케가 픽 웃으며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아니, 내 경험상 여자들 대부분이 그래.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요리 잘하는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척하거나, 아니면 기회를 만들려고 일부러 술 취한 척 널브러지거나... 이게 여자들 기본 장착 필수 템이거든.”그의 거침없는 연애관이 흘러나오자,유진은 짐짓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뭇국을 한 모금 삼켰다.“암튼… 누가 과거에 화려했던 바람둥이 아니랄까 봐, 틈만 나면 이렇게 은근슬쩍 여자 경험 많은 티를 내요. 내 앞에서 과거사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좀 조심 좀 하시는 게 어때요, 선배님?”“너 지금… 그 귀여운 입술로 질투하는 거지? 네가 나 때문에 질투해서 쏘아붙이는 거,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데...”그의 집요하게 파고드는 다정한 눈빛에 유진은 가슴이 간지러웠지만,짐짓 차갑게 철벽을 치며 밥그릇을 툭툭 쳤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얼른 먹어요. 괜히 나 심통 나게 만들어서 숟가락 내려놓게 만들지 말고.”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96

    파르르 떨리던 무거운 눈꺼풀이 마침내 천천히 열렸다.희미하게 번져가던 초점 속에서,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침대 곁을 지키고 서서 굳은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요스케의 실루엣이었다.낯선 천장과 서늘한 공기에 잠시 몸을 떨었지만,그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가슴을 짓누르던 거대한 공포가 기적처럼 가라앉으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유진은 밤새 겪은 격정과,방금 전 윤정의 임신 고백이 남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마디마디 부서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슬러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웅크린 그녀의 하얀 팔목 위로,차가운 수액이 흘러 들어가는 투명한 링거 바늘과 줄이 꽂혀 있는 것이,그제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유진은 마른 입술을 간신히 열어 나직하게 물었다.“나…… 도대체 얼마나 이러고 잠들어 있었던 거예요?”“1시간 정도…….”요스케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수액의 속도를 조절해 주었다.유진은 다급하게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나…… 설마 윤정이 앞에서 갑자기 정신 잃고 쓰러진 건 아니죠?”“걱정 마. 윤정이는 몰라, 너 이곳에서 실신해서 쓰러졌던 거. 걔 가고 나서 곧바로 정신 놓은 거니까.”요스케의 담백한 확답이 떨어지고 나서야,유진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안도의 한숨이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 선배 덕분에… 선배가 옆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버텨줘서 나도 간신히 정신 차린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선배.”유진이 눈물을 머금은 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자,요스케는 잠시 아무런 말 없이...그녀의 뺨 위로 흘러내린 부드러운 옆머리를 커다란 손가락 끝으로 정성스레 정리해 주었다.그리고 세상에 오직 그녀 하나만을 구원하겠다는 듯,너무도 깊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유진을 가만히 바라봐 주었다.거칠고 위태로운 지옥 속에서,유진은 그가 보내는 무조건적인 온기 어린 시선 하나에 완벽하게 위로받는 것을 느꼈다.요스케는 부들부들 떨리는 유진의 하얀 얼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85

    “나… 사실 좋아하는 오빠가 있어.”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윤정의 집에서 열린 둘만의 파자마 파티.윤정이 잔뜩 수줍은 표정으로 두 뺨을 붉힌 채 가만히 고백을 털어놓았다.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리다,이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녀를 향해 장난스럽게 빙긋 미소를 띠며 은근히 놀려댔다.“뭐야… 너… 이미 눈치채고 다 알고 있었어?”윤정이 부끄러운 듯 쿠션을 꼬아 쥐며 툴툴거렸다.유진이 턱을 괴며 다정한 어조로 물었다.“그래서, 그 오빠에게 고백이라도 받아낸 거야?”“아니. 내가 먼저 고백했어.”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84

    오후 3시. 요스케와 만나기로 한 시간…유진은 시계의 똑딱거리며 지나가는 초침을 바라보며 초조했다.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오후 4시. 이미 약속 시각으로부터 한 시간이나 훌쩍 지나버린 때였다.갑자기 멀쩡하던 하늘이 짓빛으로 어두워졌다.그때 후두둑 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사정없이 두드리기 시작했다.유진은 잠시 멍한 눈으로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다가…이내 무거운 한숨과 함께 우산을 챙겨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거칠게 쏟아지는 빗줄기 너머로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의 훤칠한 실루엣이 보였다.비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83

    화면 위로 초록색 알림창이 반짝였다.유진은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 있다가 진동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들어온 톡 메시지를 가만히 확인했다.“몸은 좀 어때?”요스케였다.실험실에서 선호에게 강제로 끌려 나간 이후 그가 보낸 첫 메시지였다.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유진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자판을 눌렀다.“괜찮아졌어요”답장을 보내기가 무섭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메시지가 화면을 채웠다.요스케 역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그때… 실험실… 남친이니?”예상했던 질문이었지만 활자로 마주한 순간

  • 나쁜사랑에 빠지다   EPISODE 82

    열린 실험실 문틈으로 들어선 것은…다름 아닌 선호였다.순간 좁은 실험실의 공기가 얼어붙으며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날카롭게 격돌했다.바로 어제 오후 정혁의 카페에서 만난 유진의 남자…선호는 그를 서늘하게 노려보며 세상이 무너질 듯한 질투를 뿜어냈다.그리고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그때 요스케의 등에 무력하게 업혀 있는 유진이 보였다.그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그녀의 가녀린 몸을 거칠고 난폭하게 빼앗았다.그리고 자신의 품에 안아 들었다.선호의 억센 악력에 짓눌려 유진의 나직한 신음을 뱉었다.하지만 선호에게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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