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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주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4 20:04:01

아르텐시아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그 불꽃 속에서 언제나 빛나고 다정했던 에테르가 보이는 듯해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가 바랬던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는데….’

평화로운 작은 에테르의 동산과 푸른 숲과 생명력이 넘치는 세계가 그려졌다.

눈이 부셨었다. 감히 천상의 신들에게 붙이는 찬란함을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 붙일 만큼.

아르텐시아는 그것들에 눈이 부셔 에테르의 품에 숨어 지혜를 내리던 때도 있었다.

“그랬었는데….”

그랬던 이 땅에, 무엇이 남았나.

삿된 것을 쫓아내어 항상 태양 빛만 가득하던 이 땅에.

그때 아르텐시아의 푸른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

아르텐시아는 마저 손을 떼어냈다.

작아진 심장은 그녀의 손바닥보다는 길고 잘 벼려진 창보다는 짧았다.

이 이상 힘을 받아들인다면 그 작은 조각마저 잃을 것이 뻔했다.

그녀는 잠시 잃어버렸던 숨을 토해냈다.

“…에테르, 에테르.”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고 갈라진 그 틈새에 이마를 갖다 대며 속삭였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자신의 마음에 스미는 분노가 이끼처럼 끼어 가는 것을 느끼며.

“이대로, 잃을 순 없어.”

아르텐시아는 그 분노가 살기가 되어 인간을 향해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아이작이 살아있지?”

그녀의 입가에서 들이키지 않은 낮은 숨이 새어 나왔다.

“내 죽음 이후, 지난 300년 동안의 모든 것들을 알아야겠어.”

그녀는 이대로 광명을 되찾을 수 없었다.

혼자서만 돌아갈 수 없었다.

“우린, 함께여야 하니까.”

아르텐시아는 나무와 맞닿은 이마를 통해 조금씩 빛과 함께 되찾은 힘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서서히 그녀의 머릿속에 에테르의 기억이 쏟아져 내렸다.

세계 에테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을 할퀴고 짓밟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먼저 보인 것이 있었다.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에테르를 돕고자 선택했던 다섯 현자였다.

신의 힘을 담을 그릇이었던 아미노와 강인한 정신을 가졌던 르완.

짐승의 지혜를 가진 텐죠우와 숲의 요정 시시.

그리고 에테르를 대신해 눈이 되어준 아이작까지.

아르텐시아는 저도 모르게 토기가 올라와 급하게 입을 막았다.

자식과도 같았던 이들에게 느꼈던 치욕과 배신의 결과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믿었다.

그들이 여신에게 보여준 애정과 신뢰를.

그렇기에 시작은 창대했다.

[에테르를 도와 세계를 지탱하는데 그 사명을 다하라.]

그들에게 자신의, 신의 힘을 나누어 줄 정도로.

정말 그들을 믿었다.

하지만 끝은 어떠했나.

[여신님! 비를 내려주세요!]

[여신이라더니, 신관보다도 못하지 않은가.]

[신은 무슨 신! 죽은 자도 살리지 못하는 게!]

[아미노님을 유혹하려 내려온 악귀구나!]

“초라하구나.”

강림과 동시에 힘을 잃은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심연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었다.

아르텐시아는 구역질을 삼키고 이제 자신이 죽고 사라진 세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세계는 여전히 평화롭고 번창했다.

여신의 죽음 이후 현자들은 추앙받으며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단 한 명, 아미노를 제외하고.

뿌드득.

아르텐시아는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턱에 힘이 들어가고 숨이 가쁘게 쉬어졌다.

분명 처음 마주한 진실과 감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강림당했을 때에도, 많은 인간에게 돌팔매질을 당했을 때에도.

비참함 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충격과 공포가 에테르의 기억으로부터 느껴지며 그녀를 잠식했다.

에테르는 그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근간이 흔들리고 그것이 아미노에게 향하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부터.

한 인간에게서 느끼기엔 과분한 감정이었다.

“본질은 한낱 인간 따위가 대체하지 못하거늘.”

그만큼 아이작을 통해 본 아미노에 대한 에테르의 기억이 너무나 끔찍했다.

아르텐시아는 자책했다.

“아둔한 것은 나였구나….”

세계의 본질, 근원의 자리를 탐내는 인간의 이면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그의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에서 지배자로서의 야욕과 최상위 포식자의 탐욕을 찾아내지 못한 자신을!

그래서 맹세했다.

감히 신의 힘을 받은 인간이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을 탐낸 대가를 치루게 할 것을.

결국에는 모든 원인은 인간 그 자체에 있으니까.

“…내 힘을 되찾아야겠어.”

우선 거두어야 했다.

인간의 욕심을 부추겨 영광을 누리기 위해 에테르를 죽음에 이르게 하여 죄를 짓게 만든 그 힘을.

“모조리 빼앗고 갈취하여 피와 살에 가뭄이 일게 할 테다.”

자비와 순정의 여신은 이제 없었다.

“전부, 다.”

아르텐시아는 이마를 떼어냈다.

“죽일 것이다.”

멸망시킬 것이다.

그들을 살렸던 신의 힘으로.

아르텐시아의 처연한 얼굴 위로 분노가 폭포가 되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후회와 절망의 파도에 휩쓸려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 눈물의 끝은 어디일까. 이 끝에 에테르가 있을까.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르텐시아는 그 끝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함을 알았다.

“에테르….”

아르텐시아의 새까맣게 변한 손이 에테르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뽑아냈다.

날 선 심장은 그녀의 손 아래서 작은 울림과 미약한 빛을 내뿜었다.

“에테르….”

그와 동시에 근원을 잃은 나무가 점차 바람을 타고 나부끼며 흩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르텐시아는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

통한에 젖은 애절함이 손끝에 묻어 에테르에 닿기를 소망하며.

그녀는 점차 땅이 요동치고 잿빛 하늘이 휘몰아치기 시작해도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에테르. 내, 내 사랑이여….”

이 가련한 작은 심장은 내가 가져갈게. 마지막까지 날 지켜 봐줘.

부디, 내가 저들의 목을 베고 심장을 뽑아내어 우리의 사랑을 추억할 수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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