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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مؤلف: 주 한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소우연은 의서를 읽고 있었고 정연은 곁에서 찻잔을 정리하면서 은근슬쩍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 덕빈 마마께서 저택을 떠나시면서 왕야께 왕비님을 모시고 궁으로 들어가 주상께 인사를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주상?

소우연은 오늘 아침 정연이 이육진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말을 소우연 앞에서 한번 더 꺼내는 걸까?

소우연이 정연을 힐끔 쳐다보자 정연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 찻잔 정리에 집중했다.

조금 전까지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던 소우연은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소설 속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덕빈은 아들 이육진을 끔찍이 아낀다고 했는데 이렇게 소우연을 데리고 궁에 들어오라고 한 걸 보면 단순히 인사만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만약 이육진이 소우연을 데리고 궁에 들어가기 싫어한다면 그것은 곧 이육진이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이육진이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덕빈은 절대 소우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소설 원작에 덕빈이 소우연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지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신부를 함부로 바꾼 소씨 가문뿐만 아니라 소우연도 저번 생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이육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소우연은 고개를 들고 정연을 쳐다보았다. 보통 시녀와 달리 얼굴도 예쁘장한 정연은 남다른 기품이 느껴졌고 말과 일 처리도 깔끔하고 확실했다.

“정연, 혹시 내가 지금 서재에 왕야를 만나러 가도 되겠느냐?”

소우연의 물음에 정연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대답했다.

“왕야께서 왕비님은 뭐든 하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씨 가문의 장녀가 시녀한테까지 말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한다고?

정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고 소우연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연에게 물었다.

“혹시 부엌에 다과 같은 건 있느냐?”

“있습니다. 왕야께 드리실 겁니까?”

“그래.”

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연이 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한편, 혼자 남은 소우연은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어찌어찌 지금까지 살아남기는 했지만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이민수이다.

이 소설 속 최대 악역인 이육진은 결국 이민수 손에 살해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회남왕비인 소우연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소우연은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소우연은 이번 생에 회남왕 저택에서 도망치지도 않았고 덕빈 마마에 의해 손발이 잘려 소씨 저택 대문 앞에 버려지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혹시 이육진과 소우연 그녀의 결말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소우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왕비님, 이건 왕야께서 평소에 즐겨 드시는 한과입니다.”

이때, 정연이 한과를 담은 그릇을 들고 방에 들어왔고 소우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밖으로 향했다.

“그럼 이제 서재로 가야지.”

정연은 한과를 손에 든 채 소우연의 뒤를 따랐고 가는 내내 길을 안내했다.

한편, 서재 밖을 지키고 있던 진규는 소우연과 정연을 보자 살짝 의아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왕비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진규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리자 소우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왕야를 만나 뵈러 왔다.”

고개를 끄덕인 진규는 돌아서서 문을 두드렸다.

“왕야, 왕비님께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소우연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육진이 거절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들라 하거라.”

차가운 이육진의 목소리가 서재 안에서 울려 퍼졌고 진규는 이내 문을 열었다.

소우연은 돌아서서 정연 손에서 한과 그릇을 받은 뒤,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서재 안에서 뭔가 굉장히 익숙한 향이 느껴졌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던 소우연은 이게 바로 자신이 만든 진정향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소우연은 단 한번도 이 진정향을 시중에 판매한 적이 없는데 이육진은 어디에서 이 진정향을 구한 것일까?

소우연이 주위를 훑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육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우연에게 꽂혀 있었다.

‘지금 뭘 저렇게 자세하게 훑어보고 있는 거지? 난 분명 성격이 난폭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널리 알려졌는데 왜 저 여자는 날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지?’

“부인, 뭘 그렇게 찾으시는 건가?”

서늘한 이육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재빨리 다가가 손에 한과를 든 채 인사를 올렸다.

“왕야께 인사를 올립니다. 조금 전에는 잠시 딴 생각하느라 실례를 범했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의자에 앉은 이육진은 취조하듯 소우연에게 물었고 덜컥 겁이 난 소우연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왕야께 감사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소우연은 뭐든 상관없었다. 만약 이육진이 정말 소문처럼 그리 난폭하고 잔인하고 악한 사람이었다면 저번 생에 소우연의 시신을 거둬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묻던 이육진은 소우연이 들고 있던 한과를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

“그 한과는 부인이 직접 만든 것이오?”

“아, 아닙니다. 부엌에서 만든 것입니다.”

“우리 부인은 이런 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건가?”

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은 난감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음에는 제가 직접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소우연의 맑은 눈망울에 멈칫하던 이육진은 바로 고개를 돌리며 대충 대답했다.

“그래.”

소우연은 그제야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았고 이육진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병서에 집중한 채 더 이상 소우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 남자가 병서를 읽고 있네?’

소설 속 내용에 의하면 회남왕 이육진은 현재 왕위에 계신 황제의 유일한 아들로서 당연히 황위계승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육진은 얼굴이 망가지고 두 다리도 영원히 걸을 수 없게 되었기에 황제는 평서왕 이남진을 황태제로 임명해야 할지 아니면 이남진의 아들 이민수를 황태자로 임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황제는 아직 마흔 살 초반밖에 되지 않은 나이라 아들을 더 낳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황위계승 자격이 가장 충분한 이육진은 몸이 망가진 탓에 황위를 물려받지 못한 것에 원망과 불만이 생겨 남자주인공인 이민수와 싸우다가 결국 이민수의 손에 살해된 것이다.

소우연은 눈앞에 앉아있는 이육진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만약 이육진이 본래의 얼굴을 되찾고 다리도 나아진다면 이민수를 이기고 소설 결말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혼인 첫날밤 회남왕 관저에서 도망치다가 결국 소씨 가문 대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소우연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말이다!

“더 할 말이 남은 것이오?”

이육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앞에 조용하게 서있던 소우연을 쳐다보았고 소우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왕야께서 다치신 다리나 얼굴 흉터를 제대로 치료받아본 적 있으십니까?”

팍!

이육진이 병서를 탁자 위에 던지더니 언성을 높였다.

“부인은 이제야 내가 몸을 제대로 못 쓰는 불구자인 게 생각난 것인가?”

이육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우연을 쳐다보자 소우연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연신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전 그저 왕야가 걱정돼서 물어본 말입니다.”

이육진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소우연을 보며 그녀를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저렇게 겁을 먹고 이육진 그를 이토록 무서워하면서 왜 자꾸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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تعليقات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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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희
잼나게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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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민
너무 재미 있네요 남자 주인공 이욱진이 정말 멋진 남자일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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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lla Lee
재밌게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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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9화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다만 누구도 감히 인정하지 못했을 뿐이다.“이제 다들 그만 쉬도록 하자. 내일은 초상화도 그려야 하니, 모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지. 아무래도 외삼촌의 그림 실력이 워낙 뛰어나고 실제와 똑같으니까.”이천이 말했다.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그러다 이내 하나둘 자리를 떴다.이천과 심연희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다.두 사람은 달빛 아래 손을 맞잡은 채, 이천의 처소가 있는 뒤뜰로 이어지는 돌길을 천천히 걸었다.“부군, 용 대인께서도 정말 더는 붙잡아 둘 방법이 없는 걸까요?”심연희가 고개를 돌려 이천을 바라보았다.평소에도 무뚝뚝한 이천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굳어 보였다.이천이 걸음을 멈췄다.그는 곁에 선 심연희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래서 영이와 진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심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도 알아요. 폐하와 월왕 전하도 분명 알고 있을 거예요.”그랬다.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이천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가슴 한구석이 자꾸만 저려 왔다.심연희는 이천의 손을 놓더니 그대로 그를 끌어안았다.생로병사는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자연스러운 이치였다.하지만 용 대인처럼 좋은 사람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졌다.이천은 품에 안긴 심연희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어쩌면 이것이 하늘이 내린 벌인지도 몰랐다.그가 하늘의 뜻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었기에 소우연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이육진 또한 하늘의 운명을 거슬러 한 나라의 군주가 될 수 있었으니…*한편.이영과 심초운 역시 처소로 돌아왔다.심초운은 이영의 세수를 도와주며 그녀를 달랬다.“태후마마 말씀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 남아서 그분들을 지켜드리는 것이죠. 어차피 황제의 자리는 윤이가 지키고 있으니, 큰일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그랬다.이영은 애초에 황제의 자리를 중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8화

    밤이 깊어 갈수록 달빛은 더욱 밝아졌다.소유와 소록은 온몸이 땀에 젖도록 신나게 놀다가 소우연과 정연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두 아이는 할머니에게 안아 달라며 애교를 부리더니, 말랑말랑한 몸을 품에 꼭 파고들었다.소우연과 정연은 번갈아 두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졌다.“소유야, 소록아. 이제 늦었으니 어서 쉬어야지.”소우연은 아이들을 데리러 다가오는 이진을 얼른 손짓으로 막았다. 그리고 이진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둘 다 벌써 졸린 듯 하구나.’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옆에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는 정말로 소우연과 정연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그럼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이진은 말하며 소우연의 품에서 소록이를 받아 안으려 했다. 하지만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주익선이 소록이를 받아 들었다.소우연은 소록의 작은 뺨을 살며시 쓰다듬은 뒤, 정연의 품에 안긴 소유를 바라보았다.“그래.”이천과 이영, 심연희와 심초운도 함께 작별을 고했다.모두가 떠나고 나자 소우연과 이육진, 용강한 세 사람만이 남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그러나 아무것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결국 세 사람은 바둑판을 가져와 바둑을 두며 한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이영과 이천, 이진 일행은 용부를 나선 뒤 두 아이를 진우와 정연에게 맡기기로 하였다.그리고 남매끼리 별채에 모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오라버니, 아무래도 이상해요.”이영은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영남에서 상운국까지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 무공을 익혔으니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외삼촌까지… 정말 이상해요.”“그래. 어마마마께서도 초상화를 그리자고 하셨지.”“아바마마와 외삼촌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어마마마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묵묵히 따르기만 하셨고요.”“오라버니, 외삼촌과 아바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7화

    진우가 빙긋 웃었다.“그럼 제가 손주들 연 날리는 걸 도와주겠습니다.”이육진이 말했다.“나도 같이 가마.”“좋습니다.”이육진은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금방 다녀오마.”소우연이 말했다.“아이들이 실컷 놀았거든 데리고 돌아오세요. 저와 오라버니도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으니까요.”“걱정 말거라.”곧 이육진과 진우는 두 손녀의 연 날리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이진과 심연희도 소우연과 용강한에게 인사를 올린 뒤 아이들을 따라갔다.이천과 심초운은 두 어린 손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이윤과 경단이 남매를 떠올렸다.이영이 말했다.“시현이가 태어나고 나면 언니가 셋에 오라버니까지 하나 있으니, 정말 행복하겠어요.”그녀는 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예전의 진이처럼요. 저와 오라버니가 곁에서 아껴 줬으니까요.”이천이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윤이와 경단이, 소유와 소록이도 분명 막내인 담이를 아주 예뻐할 테니까.”심초운은 말없이 이영의 손을 꼭 잡았다.아이들은 모두 이육진과 진우가 소유와 소록과 함께 연을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소우연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용강한이 가볍게 기침하자, 소우연은 좀처럼 거두지 못하던 아쉬운 시선을 거두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물었다.“바람이 너무 세서 추우신 거예요?”“아니다.”그저 자신의 명이 다해가고 있을 뿐이었다.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쇠약해진 이 모습이야말로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정연이 말했다.“바람이 제법 세게 부네요. 이왕이면 방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안에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보일 테니까요.”“그래, 그게 좋겠구나..”소우연은 정연과 함께 용강한을 부축해 곁채 안으로 들어갔다.경문은 누렁이에게 배불리 먹인 뒤, 자신도 서둘러 몇 술 뜨고 돌아왔다. 마당이 한창 떠들썩한 것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용 대인과 태후마마, 그리고 정연이 모두 곁채에 들어가 있었다.경문은 서둘러 부엌으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6화

    며칠 전, 소우연이 박 의원에게 맥을 짚어 달라고 했었다. 박 의원 역시 그녀의 몸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다만 그 사실만큼은 아직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옆에 있는 이천을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윤이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저희가 영남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윤이가 몇 번이나 서신을 보내 돌아오라고 재촉했다면서요? 저희가 더 늦게 돌아가면 윤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니 어린 이윤조차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에게 안부를 묻는 서신을 보내올 줄 알았다.“어마마마?”이영은 어마마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었다.다만 어마마마가 자신들이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한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아바마마와 외삼촌도 이번에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이 이곳에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듯했다.이진이 말했다.“천하가 태평하고, 상운국의 근간을 뒤흔들 사람도 더는 없습니다. 오라버니, 언니. 그러니 조금 더 머물다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이영은 이천을 바라보았다.“그럼…”이천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최근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용강한의 명성이 모두 쇠미해지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천은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사실 그 역시 상운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럼 좀 더 머물자.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도 분명 윤이를 도와주실 테니.”이천이 말했다.“정말 잘됐어요!”이진은 이영을 와락 끌어안았다.“언니, 우리 조금 더 놀다 갈 수 있겠네요!”이영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몹시 아팠다.임신해서 더욱 예민해진 탓인지 모르겠다.왠지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외삼촌이 자신들과 오라버니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소우연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 도문에서는 못하는 일이 없다면서요. 그림도 제법 잘 그리시겠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5화

    소우연은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오라버니는 어찌 점점 이리 부끄럼도 모르시는 건가요?”“왜냐하면 내가 깨달은 게 있거든.”“무엇을 깨달으셨는데요?”용강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떼를 쓰고 울며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원하는 걸 먼저 얻는 법이라는 걸.”소우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정, 정말 그런가요?”“그래. 저잣거리에서도 우는 아이 젖 먼저 준다는 말이 있지 않더냐.”이토록 세속적인 속담까지 용강한이 알고 있을 줄이야. 소우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가슴에 기댔다. 두 사람 모두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알겠어요.”그때가 오면, 그들 모두를 동시에 만날 수 있기를...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짙은 가을로 접어들었다.요며칠 소우연은 국정을 돌보는 시간 외에는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반면 용강한은 이제 방 밖으로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두꺼운 옷을 겹겹이 걸친 채, 하루 종일 기력 없는 모습이었다.그녀는 황위에 오른 뒤 따로 황부를 봉하지 않았다. 이영의 배가 제법 부풀어 오르자, 그들이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도 본격적인 안건으로 올라왔다.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소우연은 이영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며 물었다. “아이 이름은 지었느냐?”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둔 건 몇 개 있는데, 아직 확정하진 못했습니다.”이육진이 곁에서 거들었다. “어떤 이름들이냐? 말해보거라, 우리도 함께 보아주마.”“'이시현', '이명현' 두 이름 중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이의 이름과 항렬이 맞으니 마치 친형제 같지 않습니까.” 이영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둘 다 참 좋은 이름이구나. 그중 하나로 정해 보렴.”하나로 정하라니? 이영의 마음속에 문득 묘한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마마마께서 복중 아이의 이름을 지나치게 서두르시는 듯했다. 얼마 전에는 '담이'라는 아명을 지어주더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704화

    “저도 그렇게 된다고요?”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 놓고는 이내 스스로도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 생각했다.그 작가라는 자가 그들을 보내려는 곳이 어디던가. 결국 영성 대륙이 아니었던가. 죽음을 맞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영성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겠는가.소우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침상 가에 앉아 용강한의 품에 가만히 기대었다.“무서워하지 말거라.” 용강한이 달래듯 소우연의 등줄기를 가만가만 다독였다.“무섭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미 한 번 죽어 보기도 했는걸요.”그러자 용강한이 황급히 손을 올려 그녀의 입을 막아섰다. “너는 죽지 않는다. 영원히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작가는 소우연을 유독 편애하고 있었다. 단지 그 편애의 방식을, 그가 차마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소우연은 그녀의 입을 막은 그의 손을 끌어내려 살포시 입을 맞춘 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네, 저 안 죽어요. 오라버니도 안 죽고, 저희 둘 다 절대 안 죽을 거예요!”“그래, 우리 모두… 안 죽는다.”용강한이 나지막이 말을 마친 바로 그 순간, 소우연의 눈가에서 눈물 한 줄기가 툭 떨어져 내렸다. 목소리마저 파르르 떨려 나왔다.용강한은 순간 당황하여 급히 물었다. “연아…”소우연이 목이 메어 중얼거렸다. “그저 지금까지 와서도, 우리가 여전히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게 가슴 아파서 그렇습니다.”이 시련들을 다 치르고 나면 먼 훗날 평온을 얻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용강한이 그녀를 가슴 깊이 안아 주려던 순간, 소우연이 콜록거리며 가볍게 기침을 해 대었다. 그는 깜짝 놀라 황급히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소우연은 오히려 그를 놓칠세라 꽉 끌어안은 채 밀려나지 않았다.“오라버니, 밀어내지 마세요.” 붉어진 눈시울로 그녀가 나지막이 애원했다.“하지만 내 온몸이 서리처럼 차가운데, 이렇게 붙어 있다간 네가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싫습니다!” 그녀가 고집스레 떼를 썼다.“연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5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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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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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진을 떠올리자,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은근히 저려왔다. 그가 두 사람의 인연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미안함은 여전히 얇은 그림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용강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보따리를 풀어 수통과 몇 가지 다과를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이 야명주는 마계를 떠날 때 챙겨온 것이긴 하나, 폐하의 물건은 아니다.”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디서 난 건가요?”“혼돈에게서 얻은 것이란다.”순간 소우연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혼돈이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237화

    “그렇지. 이 모든 것은 공적에 따른 보상이다.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자를 멸하리라.”이육진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기 장로가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마존께서 품행이 단정한 자들을 인간 세상에 정착하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마계는 줄곧….”“인간과 마족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이육진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마족은 타고난 힘이 강하고 수련 또한 용이하다. 인간 세상에 나가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누르고자 하는 자가 반드시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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