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주 한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소우연은 의서를 읽고 있었고 정연은 곁에서 찻잔을 정리하면서 은근슬쩍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 덕빈 마마께서 저택을 떠나시면서 왕야께 왕비님을 모시고 궁으로 들어가 주상께 인사를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주상?

소우연은 오늘 아침 정연이 이육진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 말을 소우연 앞에서 한번 더 꺼내는 걸까?

소우연이 정연을 힐끔 쳐다보자 정연은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다시 찻잔 정리에 집중했다.

조금 전까지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던 소우연은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소설 속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덕빈은 아들 이육진을 끔찍이 아낀다고 했는데 이렇게 소우연을 데리고 궁에 들어오라고 한 걸 보면 단순히 인사만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만약 이육진이 소우연을 데리고 궁에 들어가기 싫어한다면 그것은 곧 이육진이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이육진이 소우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덕빈은 절대 소우연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소설 원작에 덕빈이 소우연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지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신부를 함부로 바꾼 소씨 가문뿐만 아니라 소우연도 저번 생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이육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소우연은 고개를 들고 정연을 쳐다보았다. 보통 시녀와 달리 얼굴도 예쁘장한 정연은 남다른 기품이 느껴졌고 말과 일 처리도 깔끔하고 확실했다.

“정연, 혹시 내가 지금 서재에 왕야를 만나러 가도 되겠느냐?”

소우연의 물음에 정연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대답했다.

“왕야께서 왕비님은 뭐든 하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씨 가문의 장녀가 시녀한테까지 말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한다고?

정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고 소우연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정연에게 물었다.

“혹시 부엌에 다과 같은 건 있느냐?”

“있습니다. 왕야께 드리실 겁니까?”

“그래.”

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연이 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한편, 혼자 남은 소우연은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어찌어찌 지금까지 살아남기는 했지만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이민수이다.

이 소설 속 최대 악역인 이육진은 결국 이민수 손에 살해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회남왕비인 소우연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소우연은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소우연은 이번 생에 회남왕 저택에서 도망치지도 않았고 덕빈 마마에 의해 손발이 잘려 소씨 저택 대문 앞에 버려지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면 혹시 이육진과 소우연 그녀의 결말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소우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왕비님, 이건 왕야께서 평소에 즐겨 드시는 한과입니다.”

이때, 정연이 한과를 담은 그릇을 들고 방에 들어왔고 소우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밖으로 향했다.

“그럼 이제 서재로 가야지.”

정연은 한과를 손에 든 채 소우연의 뒤를 따랐고 가는 내내 길을 안내했다.

한편, 서재 밖을 지키고 있던 진규는 소우연과 정연을 보자 살짝 의아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왕비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진규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리자 소우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왕야를 만나 뵈러 왔다.”

고개를 끄덕인 진규는 돌아서서 문을 두드렸다.

“왕야, 왕비님께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소우연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육진이 거절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들라 하거라.”

차가운 이육진의 목소리가 서재 안에서 울려 퍼졌고 진규는 이내 문을 열었다.

소우연은 돌아서서 정연 손에서 한과 그릇을 받은 뒤,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서재 안에서 뭔가 굉장히 익숙한 향이 느껴졌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던 소우연은 이게 바로 자신이 만든 진정향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소우연은 단 한번도 이 진정향을 시중에 판매한 적이 없는데 이육진은 어디에서 이 진정향을 구한 것일까?

소우연이 주위를 훑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 이육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소우연에게 꽂혀 있었다.

‘지금 뭘 저렇게 자세하게 훑어보고 있는 거지? 난 분명 성격이 난폭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널리 알려졌는데 왜 저 여자는 날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지?’

“부인, 뭘 그렇게 찾으시는 건가?”

서늘한 이육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소우연은 재빨리 다가가 손에 한과를 든 채 인사를 올렸다.

“왕야께 인사를 올립니다. 조금 전에는 잠시 딴 생각하느라 실례를 범했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의자에 앉은 이육진은 취조하듯 소우연에게 물었고 덜컥 겁이 난 소우연은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왕야께 감사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소우연은 뭐든 상관없었다. 만약 이육진이 정말 소문처럼 그리 난폭하고 잔인하고 악한 사람이었다면 저번 생에 소우연의 시신을 거둬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묻던 이육진은 소우연이 들고 있던 한과를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

“그 한과는 부인이 직접 만든 것이오?”

“아, 아닙니다. 부엌에서 만든 것입니다.”

“우리 부인은 이런 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건가?”

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은 난감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음에는 제가 직접 만들어서 드리겠습니다.”

소우연의 맑은 눈망울에 멈칫하던 이육진은 바로 고개를 돌리며 대충 대답했다.

“그래.”

소우연은 그제야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았고 이육진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병서에 집중한 채 더 이상 소우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 남자가 병서를 읽고 있네?’

소설 속 내용에 의하면 회남왕 이육진은 현재 왕위에 계신 황제의 유일한 아들로서 당연히 황위계승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육진은 얼굴이 망가지고 두 다리도 영원히 걸을 수 없게 되었기에 황제는 평서왕 이남진을 황태제로 임명해야 할지 아니면 이남진의 아들 이민수를 황태자로 임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황제는 아직 마흔 살 초반밖에 되지 않은 나이라 아들을 더 낳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황위계승 자격이 가장 충분한 이육진은 몸이 망가진 탓에 황위를 물려받지 못한 것에 원망과 불만이 생겨 남자주인공인 이민수와 싸우다가 결국 이민수의 손에 살해된 것이다.

소우연은 눈앞에 앉아있는 이육진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만약 이육진이 본래의 얼굴을 되찾고 다리도 나아진다면 이민수를 이기고 소설 결말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혼인 첫날밤 회남왕 관저에서 도망치다가 결국 소씨 가문 대문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소우연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말이다!

“더 할 말이 남은 것이오?”

이육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앞에 조용하게 서있던 소우연을 쳐다보았고 소우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왕야께서 다치신 다리나 얼굴 흉터를 제대로 치료받아본 적 있으십니까?”

팍!

이육진이 병서를 탁자 위에 던지더니 언성을 높였다.

“부인은 이제야 내가 몸을 제대로 못 쓰는 불구자인 게 생각난 것인가?”

이육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우연을 쳐다보자 소우연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연신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전 그저 왕야가 걱정돼서 물어본 말입니다.”

이육진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소우연을 보며 그녀를 점점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저렇게 겁을 먹고 이육진 그를 이토록 무서워하면서 왜 자꾸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걸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윤명희
잼나게 보고 있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현정민
너무 재미 있네요 남자 주인공 이욱진이 정말 멋진 남자일듯 하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arilla Lee
재밌게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9화

    “아니, 혹여 오라버니를 못 찾더라도 오히려 그분의 행방만 노출시키는 격이 될 수 있으니,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네요…”“모두 연이 네 뜻대로 따를 것이다.”방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들은 간석과 함향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선황 폐하, 태후 마마, 세숫물을 준비했습니다.”“음, 물러가거라.”“예.”간석과 함향은 황급히 물러났다.이육진은 평소처럼 소우연이 스스로 세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기로는, 지금 공무를 처리할 일이 별로 없으니 남은 생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아내만을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이렇게 해야 이번 생뿐 아니라 다음 생에서도 소우연이 다른 사내의 자잘한 애정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했다.소우연은 이육진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의 시선과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질리지도 않으세요?”“무엇이 질린다는 말이냐? 나에게 질렸단 말이냐?”소우연은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이육진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감히 질려 했다가는 용강한이 당장 나서서 그를 죽일 게 뻔했다!세수를 마친 두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밖에는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고 바람 소리가 몹시 커서 마치 비가 내릴 것 같았다.“점심 식사 후 우리는 바로 떠날 것이다.”이육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일까지 기다렸다가는 분명 비가 내릴 터였다.소우연이 '네' 하고 대답했다.함향이 다가와 말했다.“기 나인이 말씀하기를, 전하와 왕비마마께서 점심 식사 후 물고기를 구경하러 가셨다고 합니다. 제가 가서 알려드려야 할까요?”“그럴 필요 없다. 다른 이들을 짐짓 불편하게 할 것 없지 않느냐. 게다가 오늘 이후 그 두 사람이 잘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녀는 예전에 시어머니에게 시집살이를 당하지 않았으니, 지금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어떤 일도 아이들이 기쁘고 행복한 것보다 중요하지 않았다.“예.”두 사람이 식당에 도착하자 음식이 상에 올랐고, 절반쯤 먹었을 때 이천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8화

    “그만하세요…”심연희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이천은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굳이 사람을 보내 이런 일을 확인하실 리 없다. 그리고 연희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모든 여인에게 낙혈이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오직 너만을 소중히 여긴다. 너 말고는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자신이 너무 고지식하게 생각했다.두 사람은 씻고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후 침전 밖으로 나왔다.이 나인이 말했다.“전하, 왕비 마마. 방금 함 상궁께서 오셔서 먼저 식사를 하시라 전하셨습니다.”“응?”“요 며칠 전하와 월왕 전하의 혼례로 선황 폐하와 태후 마마께서 양쪽을 오가시느라 몹시 피곤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늦잠을 주무시는 듯합니다.”심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다. 그럼 우리 먼저 식사하러 가자.”이내 이 나인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뜰 안에는 이천과 심연희 둘만 남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 내기는 내가 이겼다.”심연희는 그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기억이 난 듯 말했다.“맞아요, 전하께서 이기셨네요.”“그렇다면 내기에서 진 사람이 줄 건…”“무엇을 원하시는데요?”이천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심연희는 고개를 흔들며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그녀가 발뺌하려 한다는 걸 알고 그녀를 붙잡아 가지 못하게 했다. 어젯밤에 끝내지 못한 '그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심연희는 얼굴이 붉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일은 수치심은 둘째치고, 막상 할 때는 정말 아팠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도 그 속에 흠뻑 빠져들고 싶었지만, 실제로 하려고 하면 정말 고통스러웠다.그녀는 눈을 들어 이천을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이천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그녀가 준비되는 그날까지 기다려야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7화

    도 나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쿠, 부인. 월왕 전하 곁을 지키는 염이가 직접 저에게 와서 말했답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습니다.”“그래, 알겠다. 바로 가서 준비하마.”정연은 서둘러 대답했다. 도 나인은 정연에게 바싹 붙어 눈짓을 하였고, 그제야 정연은 진우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도 나인이 소곤거렸다. “바꿔낸 침상보를 보니, 월왕 전하와 도련님께서 합방하신 듯합니다.”정연은 입을 벌렸다가 얼굴을 붉혔다. “또 무슨 말을 하려나 했네. 이 일은 밖에 절대 말하면 안 돼.”도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겠습니다.”정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태후 마마를 따라 의술을 배울 때부터, 여인의 정절은 결코 낙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낙혈은 여인이 어릴 때 찢어지는 등의 원인으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인의 나이가 들수록 낙혈은 더욱 드물어진다. 요컨대, 이런 구습은 황제 폐하께서 오래전에 폐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그래서 주익선과 이진의 합방 침실에는 낙혈포 같은 것이 없었다. 따라서 도 나인이 말한 것은 '침상보'였다.“가자, 아이들이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정연은 웃으며 진우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향 한 자루가 타들어 갈 시간이 지난 후, 이진과 주익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섰다.도 나인과 염이는 이미 폐백에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준비해 놓았다.염이가 찻물을 올리자, 도 나인이 말했다. “전하, 시부모님께 폐백 차를 올리십시오.”이진은 고개를 숙이고 막 무릎을 꿇으려는데, 정연이 서둘러 말했다. “무릎 꿇을 필요는 없단다, 진아.”“안 됩니다. 그래도 예절은 갖춰야지요.”이내 젊은 부부는 함께 어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도 나인이 찻물을 받쳤다.이진은 찻잔을 들어 올렸다. “며느리가 아버님께 차 한 잔 올립니다.”진우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찻잔을 받아 쟁반 위에 은표 두 장을 놓았다.“아버님, 감사합니다.”진우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6화

    “맞아, 그럼 말해 봐. 혼례날 밤에 오라버니께서 계율을 어기신 거야?”주익선은 이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형님 이야기는 그만해. 형님께서 진짜로 출가한 것도 아닌데 계율을 깼다고 볼 수 없지. 도문에서도 장가들 수 있거든.”“응, 네 말이 옳아. 내가 너무 고지식했어. 오라버니를 지나치게 군자답고 단정하게만 생각했네.”주익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좀 더 자자. 아버지랑 어머니는 절대 우리를 방해하지 않으실 거야…”“응, 네 말 들을게. 혹시 정연 이모가 뭐라고 하시면 네가 그랬다고 할게. 우리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는 거야!”“그래.”대답을 들은 이진은 정말이지 몹시 피곤했기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주익선은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편안하게 꿈나라로 향했다.세 시간 후, 해가 중천에 떴다.정연과 진우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뜰 안을 거닐면서 그 젊은 부부가 언제 일어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정연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정말 어질고 자애로우세요. 시부모 된 사람들에게도 연가를 주셨으니 말이죠.”진우가 대꾸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는 당연히 휴가를 줘야 하는 법이지.”“그러게 말이예요.”정연이 문득 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둘이 이렇게 함께한 지가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벌써 익선이까지 장가를 가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지 않나요?”“응, 내 생각도 같소.”“제 얼굴엔 주름도 한참 더 늘었어요.”진우가 정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어디 한번 보세.”“……”진우는 정연에게 바짝 다가가 아주 진지하게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말했다. “아니오. 부인은 예전과 똑같이 단정하고 기품이 넘치오. 나는 이 생, 다음 생에서도 당신을 잊지 못할 거요.”정연이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진우가 정연의 손을 잡았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정말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해야 했소. 게다가 경문 그 망나니에게도 감사해야 하고.”“……”“부인, 그때 경문이 그런 짓들을 하지 않았더라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5화

    장소검이 고개를 숙였다. “예, 죄인 명을 받들겠습니다.”이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장소검이 이명이라 할지라도, 그가 이제껏 진심으로 충성해 왔다면, 그는 사실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와는 달랐다. 그녀는 그를 악인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검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본래 성은 기억하고 있느냐?”검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원래 무슨 성이었더라? 그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마치 성이 이 씨였던 것 같기도 했다.이름은 무엇이었는지, 아주 먼 기억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이구단이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했다.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그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이영은 그의 표정을 읽고 말했다. “그렇다면, 너에게 소라는 성을 하사하겠다. 네 이름은 앞으로 소열이다.”검오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지만, 즉시 무릎을 꿇었다. “소인, 폐하께서 이름을 하사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좋다, 물러가거라.”내일 좌승상에게 정식으로 임명장을 내리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예, 소인 물러가겠습니다.”“죄인 물러가겠습니다.”소열과 장소검 두 사람이 물러난 후, 심초운이 말했다. “폐하, 장소검을 이토록 믿으십니까?”“그렇지 않으면 어찌하겠느냐?”심초운은 웃었다. 과연 그러했다.이영이 말했다. “외삼촌께서 이미 그 도사를 찾아 나서지 않았더냐. 그들 배후의 인물은 아마도 그 도사일 것이다.”“도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장소검, 장혁 등을 그대로 두면, 혹시 그 자가 낚여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 과연 현명하십니다.”이영이 심초운을 보며 말했다. “그들이 말한 대로, 그 도사가 구제하고 지원한 학자들이 적지 않다. 지금은 아무 단서도 없는 상황에 장혁, 우문월을 당장 잡아들인들,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 쓸데없이 뱀만 놀라게 할 뿐 아무 소용이 없다.”“폐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만약 장소검이 이 상황을 이용해 또 다른 계책을 꾸미는 것이라면 어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914화

    금융궁 어전.이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검오가 장소검을 압송해 오는 그 순간부터, 그녀는 장소검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느꼈다!심초운 역시 옷을 단정하게 갖춰 입고 어전에 당도했다.장소검의 일은 정사로 다룰 수도, 아닐 수도 있었으므로, 그도 배석한 것이었다. 그는 이 대담무쌍한 자, 감히 이영을 탐하려 했던 장소검이 정말 이명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만약 그렇다면, 그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의 모든 행동은 이영을 유혹하고, 현혹하며, 결국 이영에게 해를 끼치고 조정과 더 나아가 천하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일 뿐이었으리라!“죄인 장소검은 폐하와 심 대인을 뵙습니다.”장소검이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검오도 팔짱을 끼고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 “폐하, 심 대인.”이영은 길게 탄식하며 심초운을 바라보았다. “초운아, 그렇게 우뚝 서 있지 말고, 눈에 거슬리니 앉거라.”“……”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의자를 가져와 이영의 곁에 앉았다.검오는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을 상세하게 보고했다.이영은 책상 위를 손바닥으로 '쾅' 하고 내리쳤다. “장소검, 무슨 변명거리가 있느냐? 너는 대체 누구냐?”“소인이 죄를 압니다. 소인은, 소인은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죄인인 소인이… 이비의 아들입니다.”장소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눈을 감고 검오 팔뚝의 그 점에 대한 생각을 애써 지워버렸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자신이 이명이어야만 이 일이 매듭지어질 수 있었다. “죄인 이명입니다.”어전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다.오랜 침묵 끝에 이영이 말했다. “꽤나 빠르게 인정하는구나. 그렇다면 말해보거라. 이번에 장혁과 우문월 두 사람이 너를 찾은 목적은 무엇이더냐?”장소검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두 사람이 말했던 내용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아뢰었다. “그들 배후의 사부에 관해서는,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과거에서 합격한 많은 진사들이 그들의 사부 사람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 사부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