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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Penulis: 소담결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3-04 14:39:38

“뭐, 그래. 알았어. 카페는 알아본 거야?”

“응. 근데 차 타고 몇 분 가야 해. 괜찮지?”

“응, 상관없어.”

식당을 나서며 펠은 거침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서아는 문득 어제의 기억을 더듬었다.

‘참, 영화관 올 때도 펠의 차를 타고 왔었지.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딱딱한 보도블록의 촉감이 구두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억지로 밀어 넣었던 발바닥과 발가락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려. 주차장에서 차 가지고 나올 테니까.”

“그래.”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서아는 식당 앞에 서서 욱신거리는 발을 달래기 위해 꼼지락거렸다.

펠이 빨리 차를 끌고 나오길 기다리며, 서아는 남모르게 제자리걸음을 하며 통증을 분산시켰다.

매끄러운 엔진음과 함께 육중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아 앞에 멈춰 섰다.

스르륵, 창문이 내려가며 핸들을 잡은 펠의 조각 같은 옆얼굴이 드러났다.

“타.”

서아는 홀린 듯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실었다.

먼지 하나 없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한 실내를 보니, 펠의 성격이 다시금 짐작되었다.

‘차까지 검은색이라니. 무슨 어둠의 자식이라도 되나?’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서아가 보기에도 제법 비싸 보이는 차였다.

펠은 시트에 몸을 깊게 묻은 서아를 힐끗 보더니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조용하고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를 찾았어. 드라이브, 좋아해?”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버스 타고 창밖 구경하는 건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 해도 되겠지?”

“다행이네.”

펠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서아는 그가 앞을 보는 사이, 구두 속에서 욱신거리던 발을 몰래 빼냈다.

해방감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발가락 사이를 스치자 이제야 살 것 같았다.

구두 위에 발을 살짝 올리고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발, 많이 아팠나 보네.”

“……!”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지나치게 세심한 건지.

서아는 화들짝 놀라 다시 구두 안으로 발을 밀어 넣으려 허둥댔다.

“괜찮아. 아무 냄새도 안 나니까.”

“야! 너 진짜!”

서아의 얼굴이 폭발할 듯 붉어졌다.

“사람 창피하게 만드는 건 남자의 매너가 아니야, 이 미친놈아!”

“아, 그건 몰랐네. 여자를 잘 몰라서. 미안. 근데 아가씨, 나 미친놈 아니래도?”

펠은 여유롭게 장난을 받아치며 액셀을 밟았다.

“그래, 그래.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지금까지는 멀쩡해 보여서 같이 있어 주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 보이면 바로 도망갈 거야.”

“뭐야, 지금까지 날 ‘따라다닌다’라고 생각한 거야? ‘함께’ 다니는 게 아니라?”

콕 찌르는 질문에 서아의 양심이 찔렸다.

“아, 아니! 표현이 그렇다는 거지, 표현이!”

애써 변명하면서도 서아는 은근히 펠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그가 서운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아주 조금, 발톱만큼 들었기 때문이다.

“창문 좀 열어봐. 산들바람 쐬려고 드라이브하는 건데, 꽁꽁 닫아두면 아깝잖아.”

서아가 버튼을 누르자 창문이 내려가며 선선한 바람이 차 안으로 들이닥쳤다.

바람 끝에 묻어온 향긋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길가에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이 초록빛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잎사귀 사이로 잘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

“어때, 시원하지? 나름 산림욕이야.”

펠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지금까지 중에 제일 만족스러워!”

서아의 진심 어린 대답에 차 안의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5분 뒤, 차는 숲과 어우러진 우드톤의 아담한 카페 앞에 멈춰 섰다.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기분 좋은 냉기만이 감도는 완벽한 장소였다.

펠의 정체만 멀쩡하다면, 이건 그야말로 완벽한 데이트의 마무리였다.

우리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 옆 사람의 방해 없이 오로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뭐 마실래?”

직원이 다가오자, 펠이 서아의 의사를 먼저 물었다.

“밀크티.”

“밀크티 한 잔이랑, 얼그레이 티 한 잔 주세요.”

주문을 마친 펠이 식탁 위에 두 손을 모았다.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호화로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서아의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며 독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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