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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Author: 소담결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04 14:38:51

미친놈인 줄만 알았던 이 남자는 오늘따라 지나치게 정상적이고, 심지어 세심하기까지 했다.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툭툭 내뱉는 다정함이 서아의 마음을 자꾸 건드렸다.

안내받은 가게는 사방이 화사한 꽃장식으로 가득한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어, 저는 까, 까르보나라요.”

입에 붙지 않는 생소한 이름에 말을 더듬은 서아가 민망함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스테이크를 주문한 펠이 주문서를 넘기고 직원이 사라지자, 펠이 턱을 괴며 물었다.

“까르보나라가 그렇게 먹고 싶었어?”

“응. 그 이름을 제일 많이 들었거든. 다른 파스타보다 훨씬 궁금했어.”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

펠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서아는 순간 ‘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뻔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보던 서늘한 미소와는 달랐다.

인간이 아닌,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눈부신 미소였다.

서아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네 정체는? 오늘 알려준다며.”

“너도 성격 참 급하구나? 천천히 알아가자고. 먹기도 전에 정체를 알아버리면, 그 까르보나라가 무슨 맛인지 느낄 새도 없을걸.”

“뭐, 얼마나 대단한 분이시길래.”

서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던 그때, 펠의 커다란 손이 서아의 얼굴을 향해 쑥 뻗어 왔다.

“뭐, 뭐 하는 거야?”

놀란 서아가 의자 뒤로 몸을 젖혔지만, 펠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아의 입술 옆을 쓱 문질렀다.

그의 손끝엔 작은 가루 하나가 묻어 있었다.

“팝콘 부스러기.”

펠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것을 보여주었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먹긴 먹었나 보네.”

‘아, 진짜… 나 오늘 왜 이러니. 모양 빠지게!’

서아는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네가 보기에 오늘의 난 어때?”

“멀쩡했어. 아주.”

서아가 새침하게 대답하자 펠이 자신만만하게 덧붙였다.

“거봐. 날 알면 미친놈 소리 안 나온다니까?”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노란빛이 도는 꾸덕꾸덕한 크림소스가 담긴 파스타.

서아는 생전 처음 맛보는 까르보나라를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입안에 퍼졌지만, 동시에 피클이 왜 필수인지도 단번에 이해되는 맛이었다.

“어때?”

“응, 괜찮네. 근데 약간 느끼해.”

“크림파스타가 원래 좀 그렇지. 나도 그래서 이건 안 먹어.”

“스테이크는 좋아하고?”

“그럼. 고기잖아.”

펠이 다시 한번 소년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너, 생각보다 잘 웃는다?”

서아의 말에 펠의 눈동자가 잠시 멈췄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사는 게 지루해 미치겠는 내가 잘 웃는다고? 차라리 개가 말을 한다는 걸 믿겠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펠을 보며, 서아는 거울이라도 있다면 지금 그의 표정을 비춰주고 싶었다.

본인이 지금 얼마나 예쁘게 웃고 있는지 정작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아서.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잦아들 무렵, 서아가 포크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자,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 너에 대해서 말해봐. 자꾸 뜸 들이지 말고.”

서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술이 펠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펠은 여전히 느긋했다.

그는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아내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카페 갈까? 데이트의 마지막 코스는 분위기 좋은 카페라던데.”

“너, 지금 장난해?”

결국 서아의 참을성이 바닥을 드러냈다.

어제는 취기 때문이었다 쳐도, 오늘은 맨정신이었다.

그런데도 이 미스터리한 남자의 페이스에 휘말려 여기까지 온 스스로가 한심해지려던 찰나였다.

“어제부터 계속 장난으로 날 가지고 논 거지? 술기운에 장단 좀 맞춰줬더니 내가 우스워 보여? 이제 더는 안 맞춰 줄 거니까 당장…!”

“여기보단 조용한 카페가 나을 것 같아서 그래.”

살짝 높아졌던 서아의 목소리가 펠의 낮은 저음에 가로막혔다.

펠은 농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눈빛으로 서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얘기를 듣고 나면 진정시킬 음료가 필요할지도 모르거든. 혹시 모르니까.”

“…….”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빛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서아는 욱해서 치밀었던 부아가 민망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며 큼큼,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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