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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취한 진심, 들켜버린 거짓말

Author: 박쏭쏭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5 19:34:46

서울로 돌아온 나는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께서 만나길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는군요."

"…그렇군요. 그럼 물어봐 주셨습니까?"

"네."

"뭐라 하시던가요?"

짧은 침묵.

나는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후회한 적 없다고. 그렇게 전해달라고.

그 말이 입 끝까지 올라왔다가, 그대로 멈췄다.

사실대로 전하면, 왠지 담담한 그가 무너질 것 같았다.

"…가슴이 많이 아프셨다고 합니다.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고요. 지금도 많이 걱정하신다고. 그러니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수화기 너머로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예상치 못한 말이 돌아왔다.

"저랑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

"네?"

"저랑 술 한잔 하자고요."

왜 그러자고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윽고 내 사무실 앞으로 고급 세단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매니저가 나를 태워 간 곳은 고층 빌딩 안의 프라이빗 바.

조명이 낮고 조용한 공간.

우석은 이미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가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아! 유혁 씨! 여기요."

그는 이미 꽤 취해 있었다.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성큼 다가와 내 손목을 덥석 잡는 게 아닌가.

당황해서 빼내려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옆자리로 이끌었다.

"여기 여기 앉아요."

그리고 바짝 옆에 앉았다.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술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그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습니까?"

"…뭘요?"

"어머니가 하셨다는 말. 그거요."

나는 작게 숨을 들이쉬고는 아까 전화로 했던 말을 다시 천천히 읊었다.

그가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들었다.

잔을 손에 쥔 채로,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그의 얼굴이 있었다.

터무니없이 가까운 거리.

나는 순간 굳어버렸다.

"거짓말."

낮고 나직한 목소리였다.

"네?"

"유탐정님,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잘하시는군요."

"그… 게…"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었다.

내가 쓰고 있던 빵모자를 휙— 벗겨냈다.

그의 눈이 천천히 내 얼굴을 훑었다.

"어떻게 제 마음을 그렇게 꿰뚫어 보고, 그런 거짓말을 해주신 겁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솔직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어머니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을 거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어요."

나는 말을 잃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듣고 싶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그가 다시 술잔을 입에 댔다.

천장을 잠깐 올려다보더니, 짧게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웃음 같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속는 셈 치고 의뢰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유혁 씨는 다른 탐정들이랑 달랐어요. 어머니 말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해주셨으니까."

아. 그건…

나는 뭐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가 흐흐, 낮게 웃으며 고개를 앞으로 떨구었다.

그리고 그대로—천천히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술이 많이 취했는지, 그는 그대로 내 품에 실려 잠이 들었다.

나는 굳어버린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조용한 바 안에 잔잔한 음악만 흘렀다.

잠든 그의 얼굴은 텔레비젼이나 사무실에서 보던 것과 달랐다.

단단하게 다져진 표정이 사라지고, 여린 얼굴이었다.

다섯 살 때 엄마를 잃은 아이가, 아직 그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심장이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뛰고 있었다.

차우석, 또다시 그에게 이렇게 맥없이 흔들리다니.

나라는 존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는 예감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다.

#

낑낑거리며 나는 우석을 부축해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집까지 태워다 준 매니저에게 급한 연락이 온 게 주차장에서였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만취한 우석을 그대로 내게 떠넘긴 채 사라졌다.

덕분에 나는 혼자 이 덩치 큰 남자를 붙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을 열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데까지 온몸을 써야 했다.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자, 차우석 씨. 제발 좀 정신 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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