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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골목에서 덮어준 코트

Auteur: 박쏭쏭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7-15 19:37:16

창밖에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모자는 어떡하죠? 저 오늘 바쁜데."

그 말에 나는 벌떡 일어나 동호 손에서 모자를 낚아챘다.

"그래? 그럼 내가 오늘 가져다 줄게."

"아, 그럴래요?"

동호가 해맑게 좋아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왜 나는 이렇게 구실을 만들어서 유혁을 다시 만나려 하는 건지.

참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날 저녁.

나는 빵모자를 종이가방에 넣어 조수석에 올려두고 차를 몰았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불이 꺼져 있었다.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벌써 퇴근했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관리소장이 다가왔다.

나는 얼른 쓰고 있던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유 사장 찾아온 거요? 벌써 집에 갔는데. 연락처 없어요? 급하면 근처에 사니까 찾아가 봐요."

오지랖 넓은 관리소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차에 올라 핸들을 잡았다.

잠깐 고민했다.

그냥 돌아가면 되는데.

그런데 차는 이미 관리소장이 가르쳐 준 골목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참, 내가 왜 이러는지.

경사진 골목길을 천천히 올라가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유혁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얇은 옷 차림으로,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급박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갓길로 차를 세웠다.

유혁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내려오는 사람들.

다섯 명.

중년의 남자들.

눈빛이 좋지 않았다.

설마 쫓기고 있는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유혁은 갈라진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뒤쫓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골목을 살폈다.

이윽고 그들은 결국 못 찾겠다는 듯 골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이었다.

나는 이곳저곳을 살폈다.

몸이 작은 유혁.

분명 어딘가 웅크리고 있을 텐데.

그때.

후미진 골목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귀를 틀어막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유혁이었다.

이 겨울에

얇은 셔츠 하나라니.

손가락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저러다

감기 들겠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다.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그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유혁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아.

숨이 멎었다.

겨울 골목,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유혁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람과 안도가 뒤섞인 눈빛.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얼굴.

그런데 그 눈가에 맺힌 것이 있었다.

눈물이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바로 그 순간,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유혁의 어깨 위로, 내가 덮어준 코트 위로, 조용히 쌓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나..., 왜 이러는 걸까?

유혁 앞에 서면 왜 이렇게 심장이 제멋대로인 건지.

남자인데.

남자인데.

"…우석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유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였는데, 어딘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천천히 무릎을 굽혀 그의 눈높이에 앉았다.

그리고 흘러내릴 것 같은 코트 깃을 양손으로 여며주었다.

"일단 일어나요."

낮고 조용하게 말했다.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이 눈부터 피하고.

#

아침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동시에 울었다.

불길한 건지, 길한 건지. 아무튼 뭔 일이 생기긴 생기겠다 싶었다.

그 예감이 이렇게 빨리 맞아떨어질 줄은 몰랐지만.

아직도 어깨에 남아 있는 코트의 온기.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방 안을 훑었다.

탁자 위에 흩어진 독촉장 몇 장, 계산기 옆에 끄적여둔 이자 메모.

눈에 보이는 것들을 허겁지겁 서랍 속으로 밀어 넣은 후 옥탑방 현관문을 열었다.

고개를 잔뜩 구부리고 들어서는 차우석.

하필이면 이 사람이 그 순간에 나타나다니.

나는 급하게 거실 탁자 앞에 방석을 끌어다 놓았다.

"여, 여기 앉으세요."

앉아라, 그리고 제발 주위를 둘러보지 마라.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으흠- 정말 관리소장님이 여길 가보라고 하셨다고요?"

나는 포트에 물을 올리며 짐짓 손님에게 묻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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