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니야]
[결백해] [니 몸이 쓰레기인 거라구]마지막 악녀의 말은 좀 선을 넘었다. 시아가 허공을 향해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아무리 악녀라도 그렇지 쓰레기가 뭐야! 말 똑바로 해라?”
한참을 혼자 발을 구르다가 제풀에 지친 시아는 꾸역꾸역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분명 반차를 썼는데 다크서클이 왜 생긴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거울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느릿느릿 세안을 했다.
정신은 엄청난 속도로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몸은 정작 따로 놀고 있었다. 파운데이션을 칠할 힘도 없었지만 시아는 초인적인 힘으로 화장만은 해냈다.
24개월 할부로 산 명품백을 들고 직장인의 지옥철로 향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아를 치는 사람들이 많은지, 시아는 이리 픽 저리 픽 나뒹굴며 회사에 도착했다.
이미 퇴근할 때의 컨디션으로 사원카드를 찍은 시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사무실의 버튼을 누르고 구석에 자리 잡은 뒤 천장을 향해 목을 꺾었다.
‘어, 힘들다.’
누군가 먼저 눌러둔 지하 3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왜 내려가지? 모르겠다…….’
생각하기도 포기한 시아였다. 그저 모퉁이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었다.
지하 3층에서 권이태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모퉁이에서 세상을 짊어진 듯한 시아를 발견하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시아는 그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태는 혹시 회식 날 자신이 실수한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분명 그날 아침 시아는 그의 품안에서 일어났다.이태가 시아의 옆으로 가서 큼큼 목을 다듬었다.
시아가 눈을 내려 옆을 봤을 때, 권 부장이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사람 좋은 미소로 대답하는데 왜 이렇게 그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이는 걸까? 이게 다 피로도 때문에 세상이 비뚤게 보이기 때문이리라.
“큼. 혹시 회식 날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시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권 부장을 바라봤다.
“아뇨?”
“아,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길래 혹시나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시아는 지금 부장이고 나발이고 당장 자리에 가서 앉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 좀 피곤하네요. 호호.”
말을 마치고 번개같이 사무실로 향한 시아는 자리에 앉아서 늘어져 버렸다.
부장이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처럼 환하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저 미소에 많은 사원들이 녹아내렸었지. 하지만 어쩐지 시아는 저 미소가 선을 긋는 미소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니가 남자주인공인 이상 결말은 여자주인공이랑 이어지는 거 아니냐?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오전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몰라서 물어보는 도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했지만 힘들어서 자꾸 식은땀이 났다.
결국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키보드를 치우고 책상 위에 엎드리는 시아였다. 도윤은 주여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고, 시아는 한숨 잘 예정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시아의 등에 담요를 덮어줬다. 따뜻한 햇살냄새가 나는 담요였다. 담요 끝자락을 정리해주는 손가락이 잠깐 어깨를 스쳤다.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미 시아는 반쯤 수면 상태에 접어들었다. 시아는 그 누군가 덕분에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주여가 사무실에 들어오며 비타민 음료와 샌드위치를 건넸다.
“시아 씨 피곤한 것 같아서 사 왔어요. 좀 먹어요.”
도윤이 음료를 받아서 뚜껑을 깠다.
“대리님 다크서클이 장난 아니에요. 비타민이 좋대요.”
해맑게 웃으며 비타민 음료를 들이밀었다.
시아는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고…. 고맙습니다.”
[주인공이 사다 준 걸 먹으면 어떻게 해?]
[악녀답지 못한걸?] [그치만 얘 지금 뒤질 것 같은데?]오늘도 악녀창은 한 명이 아닌 듯 자기들끼리 싸워댔다.
[퀘스트 : 여자주인공이 준 음식 안 먹기
성공 시 - 안전한 퇴근 / 실패 시 - 배탈]시아의 얼굴에 빠직마크가 붙었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아무리 악녀라지만 남의 호의를 무시하는 쓰레기로 만들려는 거 아니냐고.
시아는 일단 음식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한쪽 구석으로 조용히 치워놨다. 도윤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 드세요?”
“배가 안 고파서, 호호.”
시아는 힘들어서 경련이 오는 눈으로 최대한 웃어 보이며 상냥하게 말했다.
‘힘들어. 말 걸지 마.’
마음속의 말이 밖으로 들렸는지 도윤은 그 뒤로 다시 말을 걸진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위장에서는 꼬르륵꼬르륵 난리가 났다. 주먹으로 배를 내리치며 진정시켜봤다.
급한 대로 탕비실로 가서 구비되어 있는 과자를 몇 개 와구와구 먹었다. 그때 도윤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렇게 배고프신데 그냥 드시지 그러세요?”
말투는 상냥한데 눈은 싸늘하게 식어서 시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게 사정이 있어서 못 먹게 됐어라고 하면 네가 알아들을 거냐!’
“배 안 고파요, 호호호.”
“혹시 주여 과장님이 사 오신 거라 안 드시는 거예요?”
그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시아는 힘이 들어서 나는 건지 곤란해서 나는 건지 모를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대답했다.
“네, 맞으니까 그만 좀 물어봐요.”
웃으면서 신경질을 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너도 어차피 남주라서 여주한테 목맬 거잖아? 잘 보일 필요가 있나. 피곤해 죽겠는데 지가 산 것도 아닌 걸 왜 저렇게 캐물어대는지 모르겠다.
눈앞에 있는 과자 몇 개를 더 바스락바스락 까먹었다.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도윤의 눈을 애써 무시하고 다시 자리로 향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샌드위치와 비타민 음료가 시아를 원망하며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목 밑으로 무언가 꽉 막혀 내려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시아는 음식에서 눈을 돌려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도윤도 자리로 돌아와 말 한마디 없이 업무를 이어갔다. 시간은 차곡차곡 흘러 퇴근 준비를 할 때가 됐다.
도윤이 시아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같이 저녁 드시고 가실래요?”
“네?”
의외의 물음에 시아가 당황했다.
[당연히 가야지]
[도윤이는 사랑입니다.] [얘가 남주라구!!] [퀘스트 : 권도윤과 저녁 식사하기 성공 시 - 권도윤 호감 +1 / 실패 시 - 권도윤 호감 -100]미친것들.
“당연히 먹고 가야죠.”
“어떤 걸로 드실래요?”
생각 안 해봤는데 최대한 회사에서 가까운 집을 떠올려보자. 짜장면집밖에 생각이 안 난다. 망했다.
“나가서 생각하죠?”
도윤이 피식 웃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시아도 덩달아 같이 나갈 준비를 했다. 주여에게 인사를 하고 시아와 도윤은 그렇게 같이 퇴근했다.
밖으로 나가니 휘황찬란하게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오피스 상가라 그런지 회식할 만한 집들이 곳곳에 있었다.
“양꼬치 드실래요?”
도윤이 먼저 시아에게 물어보았다. 시아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빨리 뱃속에 아무거나라도 넣어달라고 또 신호를 보내기 일보 직전이었다.
회사 근처 양꼬치집으로 들어가자 도윤이 말없이 물잔에 물을 따라 시아에게 먼저 건넸다. 자연스럽게 수저를 건네고는 양손을 깍지 끼어 그 위에 턱을 얹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얼굴이 더욱 또렷해 보였다.
“그래서 주여 과장님이 왜 그렇게 싫으신 건데요?”
그가 시아를 보는 눈빛엔 그 어떤 악의도 담겨있지 않았다.
“신 대리님은 남고 도윤 씨는 나가보세요.”이태가 권력으로 찍어 눌렀다. 도윤이 유치한 행태에 기가 차서 혀를 차고는 부장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태가 시아에게 천천히 다가와 손으로 어깨를 털어주기 시작했다.“부장님, 뭐 하시는 거예요!”“더러운 게 묻었습니다.”시아가 이태의 손을 낚아챘다.“진짜 조심해주세요. 회사 조용히 다니고 싶다고요!”이태가 잡힌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알겠습니다.”시아는 두 번 세 번 약속을 받아낸 뒤 부장실 밖으로 나섰다. 이상하게 모두가 시아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래서 오늘 점심은 어디에 앉을 건데요?”도윤이 소근소근 시아에게 물었다.“닥.쳐.”시아도 웃으며 소근소근 욕했다.갑자기 자리를 바꾸겠냐. 점심시간이 되자 당연하다는 듯 도윤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번엔 이태의 눈이 세모가 되었다. 도윤이 그를 비웃으며 시아의 입에 간식으로 나온 바나나를 먹여주었다. 젓가락을 쥔 이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신 대리님은 아무거나 잘 받아서 드시네요.”시아가 흠칫 놀라 황급히 주여를 살폈다. 다행히 주여는 이 대화에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아, 이제 안 먹을게요. 호호호.”눈치껏 시아가 이태를 달랬다. 그의 예의 있는 말투에 희한하게 질식사할 것 같았다. 시아가 대충 밥을 먹다 말고 식판을 정리하러 일어섰다. 이태가 뒤따라 나갔다.도윤도 따라 나가려는데 주여가 도윤의 손을 잡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도윤이 허탈한 듯 주저앉으며 웃었다.“과장님도 눈치챘어요?”주여가 바나나를 입에 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탕비실로 들어간 시아를 이태가 쫓았다.“부장님! 지금 엄청 티 난다고요!”몸을 휙 돌린 시아가 이태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태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아에게 다가갔다.“무슨 티를 냈다는 건지 모르겠는데요?”시아가 당황해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태는 놓치지 않고 더욱더 시아에게 밀착해서 다가갔다.“그러니
이태의 집으로 가는 차 안은 적막했다. 이태가 무언가를 생각하며 허공을 응시하듯 운전했다. 시아는 딱히 할 말도 없어 애꿎은 핸드백만 꽉 껴안았다. 무거운 침묵이 끝나고 이태가 주차했다. 안전벨트를 풀고 달려 나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시아가 이태의 손을 잡고 차 밖으로 나왔다. 이태가 조심스럽게 시아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태가 현관으로 가서 도어락을 열며 시아에게 보란 듯이 비밀번호를 공개했다. 최소한의 가구만 있는 이태의 삶에 시아가 한 걸음 내디뎠다.“침대 있는 방에서 주무십시오. 저는 소파에서 자겠습니다.”시아가 손사래를 쳤다.“아뇨, 아뇨. 제가 소파에서 자겠습니다.”이태가 시아의 양팔을 잡고 진지하게 대꾸했다.“시아 씨, 침대에서 주무십시오.”그의 무언의 눈빛에 시아가 작게 네, 하고 대답하고는 침대방으로 들어갔다. 이태는 피곤한지 한숨을 내쉬고는 손으로 미간을 잡았다. 시아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며 상황을 정리했다.‘그러니까, 지금 부장님이 남자친구고 나는 부장님 집에서 자고 같이 출근하는 거야?’손으로 이불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해서 몸을 침대 위에서 뒹구르르 굴러댔다.‘똑똑.’밖에서 이태가 방문을 두드렸다.“네!”화들짝 놀란 시아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시아 씨,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시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이태는 시아를 데리고 식탁으로 가 앉혔다. 물을 한 잔 따라주고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양손을 움켜쥐었다.“시아 씨,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미리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까?”스무고개를 하기 시작했다.“네.”“무언가를 하고 계시기는 하는군요. 그렇다면 혹시 시아 씨에게 위험한 일입니까?”시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위험한 일이기도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시아의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태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시아 씨에게 위험하지 않다면 ‘원한다’고 말해주실 수 있겠습
이태의 집요한 손놀림에 시아의 몸이 뒤틀렸다. 이태가 더 이상 참지 않고 시아의 가운데 자리했다.“시아 씨…….”시아가 소리 내지 않고 양팔로 이태의 목을 감싸 안았다. 이태가 무언의 허락을 받고는 허리를 움직였다.“부장님! 너무 커요!”이태가 시아의 귀에 대고 ‘쉬’ 소리를 내며 천천히 허리를 올렸다 내렸다. 시아의 눈에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조용한 방에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태와 시아의 신음 소리가 뒤섞여 방 안을 달궜다. 시아가 입을 막으며 잘게 경련했다. 안에서 진동하며 달라붙는 느낌에 이태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속도를 올리며 시아의 허리를 양손으로 쥐었다. 시아가 먼저 기운이 빠져서 늘어졌다. 뒤이어 이태도 밖에다 사정하고는 시아의 몸 위로 겹쳐 누웠다. 둘은 헉헉대며 한동안 같이 숨을 골랐다. 이태가 휴지를 가져와 시아의 몸에 묻은 자신의 정액을 깨끗이 닦아서 버렸다. 그리고는 시아의 옆에 누워 그녀를 꼭 껴안았다.“시아 씨, 이제 못 무릅니다.”시아가 고개를 돌려 권이태를 쳐다봤다. 간질거리는 눈동자에 바로 눈을 내리고 주섬주섬 이불로 몸을 가렸다. 시아는 단단하고 따뜻한 이태의 품에서 나른함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딩.’[퀘스트 : 해시태그 #임신]눈을 뜨자 시아는 만삭의 산모가 되어 있었다.‘딩.’[퀘스트 : 친자 속이기성공 시 - 남자 주인공과 결혼 / 실패 시 - 친부 발각]이태가 시아의 앞에 서 있었다.“내 진짜 친자식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너랑.”시아가 배를 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집 안인 듯한데 누구의 집인지 몰랐다. 이태가 친자 확인서를 사정없이 구겨버렸다.“그럼 내 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방에서 시아의 아버지가 나왔다. 시아의 눈에서 반사적으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배를 잡고 있는 손이 떨려왔다.“아…… 빠.”시아가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이번엔 바보같이 울다가 끝나지 않으리라. 시아는 아버지를 양팔로 꽉 껴안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당황해서
이태가 얼른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떠왔다.“천천히 드십시오. 체합니다.”시아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손을 들어 물잔을 받았다.[이제 다음 진도 빼야지?][그걸 하면 우리도 자유로워질 거야!]‘딩.’[퀘스트 : 권이태를 덮치시오성공 시 : 여주력 +1 / 실패 시 : 권이태 호감도 -1]‘풉!’물을 마시던 시아가 그대로 물을 뿜었다. 이태의 가슴팍에 시아가 뿜은 물과 밥알이 잔뜩 붙었다.손을 입으로 가린 시아가 급하게 휴지를 뽑아 이태의 옷을 닦아주었다.“죄송…… 죄송합니다.”시아가 다급하게 밥알을 털었다. 이태가 천천히 시아의 손을 잡아서 멈췄다.“시아 씨, 괜찮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시아의 손에서 휴지를 가져와 이태가 옷을 툭툭 털었다. 시아가 퀘스트를 향해 소리 없이 욕을 했다.[왜?][악녀 사이에선 별거 아니야.][더 심한 것도 많은데.]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변태 모쏠들 같으니라고, 밥 한 번 먹고 그러는 게 쉬운 줄 아나.시아가 어질러진 밥상을 정리했다. 괜스레 혼자 민망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걸어 다녔다. 이태가 피식 웃고는 먹은 것을 들고 개수대로 가져갔다.“제가 설거지할게요.”시아가 이태를 몸으로 살짝 밀치며 고무장갑을 꼈다. 이태가 한 발 옆으로 물러서서 물끄러미 시아를 내려다봤다. 뽀득뽀득 하나씩 깨끗이 닦는 시아를 조용히 눈에 담아내고서는 한 번 더 웃음을 흘렸다. 열심히 설거지에 집중하는 시아의 머리카락이 스르륵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태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정리해줬다. 시아의 귀가 빨개졌다. 이태가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시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다 했습니까?”너무 가까워진 얼굴 탓에 시아가 고개를 더욱더 깊게 숙였다. 위에서 쿡쿡대며 웃고 있는 이태가 느껴졌다. 고무장갑을 벗은 시아가 시계를 힐끗 보고서는 이태를 보내려고 했다.[퀘스트 : 권이태를 덮치시오성공 시 : 해시태그 / 실패 시 : 권이태 호감도 -1]시아가 동작을 멈추고 허공을 응시했다
집에 들어선 시아는 진지하게 내일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고민했다. 집 상태를 둘러봤다. 개판이었다. 그럼 그냥 이태의 집으로 가야지.짧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시아가 문자를 보냈다.‘제가 갈게요!’시아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버린 하루를 정리하며 자리에 누웠다. 어쩐지 몸이 너무 무거웠다. 시아는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해시태그 너무 많이 하면 큰일 나.][정신이랑 육체가 다 무너진다구!]시아 앞으로 파란색 채팅창이 스쳐 지나갔다.다음 날 시아는 오후가 돼서야 눈을 떴다.“이게 뭐야!”시아의 전화기에는 이태의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었다. 다시금 벨이 울렸다. 이태였다.“여보세요?”시아가 반쯤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딥니까.”오후 3시…….시간을 확인한 시아가 미안해져서 이태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인데 지금 일어났어요.”“하…… 문 열어주십시오.”시아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후다닥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이태가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아, 부장님. 언제부터?”통화를 끊은 이태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시아의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시아가 다급히 머리를 정리하고 이태를 집 안으로 들였다.집은 개판이었다. 잦은 야근으로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시아는 부끄러워져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소파가 딱히 없어서 이태를 침대 위에 앉혀두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옷장에 처박기 시작했다. 이태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쳐다보다가 시아의 브래지어를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려서 시아에게 건넸다.“이것도 있습니다.”“으아악!”시아가 소리 지르며 속옷을 낚아챘다. 재빨리 빨래 바구니에 봉인해버렸다. 이태가 그제야 눈꼬리를 부드럽게 내리며 빙긋 웃었다.“다 하셨습니까?”시아가 헉헉대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물을 틀어 다급히 눈곱을 떼고 얼굴을 정돈했다.‘지금 이 몰골로 부장님을 만나고 있던 거야?’물소리가 멈추고 욕실에서 시아가 머뭇거리며 나왔다.
울고 있는 시아의 머리 위로 햇살 냄새를 머금은 담요가 덮였다.“아직 아무도 안 올라왔습니다. 부장실로 가시겠습니까?”담요 안에서 끄덕이는 시아를 확인한 이태가 시아를 부축해 부장실로 옮겼다. 그는 소파에 시아를 앉혀놓고 조용히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훌쩍이던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태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곧이어 담요가 스르륵 벗겨지고 퉁퉁 부은 눈을 한 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신 대리님, 도움이 필요합니까?”시아가 이태를 마주했다.매번 같은 말을 물어보는 저 남자가 어쩐지 도와줄 것 같았다.“네.”“부탁을 하시면 됩니다.”이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시아가 어디서부터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그렇다면…….”“저랑 사귀어주세요.”[말도 안 돼!][이렇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다고?][대단하다.]시아의 눈이 장난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태는 당황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그게 신 대리님에게 도움이 됩니까?”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태가 천천히 다가가 시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그렇다면 사귀어보죠.”[세상에!][남자 주인공이랑 진짜 사귀다니!]‘딩.’[메인 퀘스트 완료 : 남친 획득]악녀들의 단톡방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숫자 세기를 포기했다. 온 세상을 단톡방이 채웠다.시아가 이태에게 90도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이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렸다.“누가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인사를 합니까?”당황한 시아가 볼을 긁으며 말했다.“고…… 고마워요?”이태가 시아의 수줍은 모습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당당하게 사귀자고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시 눈치 보는 여자로 돌아간 시아에게 이태는 어쩐지 자꾸 눈길이 갔다.이태가 시아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이제 끝나고 같이 가고, 아침에 같이 출근하면 됩니까?”“아니.”[미쳤어?][넌 오늘도 거절을 거절해.][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네.]“저야 너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