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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슥슥슥슥

Author: 엣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5 08:39:16

시아가 대답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씁쓸한 웃음을 짓고 도윤은 차를 출발했다.

숨 막히는 정적이 차 안을 메웠다. 오늘따라 도윤은 흥얼대지도, 라디오를 틀지도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 안 타는 건데.’

시아가 동아줄마냥 안전벨트를 양손으로 쥐어잡았다.

불편하게 회사까지 도착한 시아에게 도윤이 말했다.

“시간이 걸려도 돼요. 천천히 생각하세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은 채 시아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시아는 도윤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에게는 퀘스트가 있어서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시아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묘하게 도윤과 거리를 벌렸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태와 주여가 무언가 심각하게 상의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과장님.”

시아가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태가 사회용 미소를 걸고 다가와 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대리님, 저번에 올린 자료 말인데요.”

이태가 무어라 말을 거는지 시아의 귀에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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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8.이태와 저녁을

    집에 들어선 시아는 진지하게 내일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고민했다. 집 상태를 둘러봤다. 개판이었다. 그럼 그냥 이태의 집으로 가야지.짧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시아가 문자를 보냈다.‘제가 갈게요!’시아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버린 하루를 정리하며 자리에 누웠다. 어쩐지 몸이 너무 무거웠다. 시아는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해시태그 너무 많이 하면 큰일 나.][정신이랑 육체가 다 무너진다구!]시아 앞으로 파란색 채팅창이 스쳐 지나갔다.다음 날 시아는 오후가 돼서야 눈을 떴다.“이게 뭐야!”시아의 전화기에는 이태의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었다. 다시금 벨이 울렸다. 이태였다.“여보세요?”시아가 반쯤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딥니까.”오후 3시…….시간을 확인한 시아가 미안해져서 이태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인데 지금 일어났어요.”“하…… 문 열어주십시오.”시아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후다닥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이태가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아, 부장님. 언제부터?”통화를 끊은 이태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시아의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시아가 다급히 머리를 정리하고 이태를 집 안으로 들였다.집은 개판이었다. 잦은 야근으로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시아는 부끄러워져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소파가 딱히 없어서 이태를 침대 위에 앉혀두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옷장에 처박기 시작했다. 이태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쳐다보다가 시아의 브래지어를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려서 시아에게 건넸다.“이것도 있습니다.”“으아악!”시아가 소리 지르며 속옷을 낚아챘다. 재빨리 빨래 바구니에 봉인해버렸다. 이태가 그제야 눈꼬리를 부드럽게 내리며 빙긋 웃었다.“다 하셨습니까?”시아가 헉헉대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물을 틀어 다급히 눈곱을 떼고 얼굴을 정돈했다.‘지금 이 몰골로 부장님을 만나고 있던 거야?’물소리가 멈추고 욕실에서 시아가 머뭇거리며 나왔다.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7.시아의 부탁

    울고 있는 시아의 머리 위로 햇살 냄새를 머금은 담요가 덮였다.“아직 아무도 안 올라왔습니다. 부장실로 가시겠습니까?”담요 안에서 끄덕이는 시아를 확인한 이태가 시아를 부축해 부장실로 옮겼다. 그는 소파에 시아를 앉혀놓고 조용히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훌쩍이던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태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곧이어 담요가 스르륵 벗겨지고 퉁퉁 부은 눈을 한 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신 대리님, 도움이 필요합니까?”시아가 이태를 마주했다.매번 같은 말을 물어보는 저 남자가 어쩐지 도와줄 것 같았다.“네.”“부탁을 하시면 됩니다.”이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시아가 어디서부터 도와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그렇다면…….”“저랑 사귀어주세요.”[말도 안 돼!][이렇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한다고?][대단하다.]시아의 눈이 장난을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태는 당황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그게 신 대리님에게 도움이 됩니까?”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태가 천천히 다가가 시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그렇다면 사귀어보죠.”[세상에!][남자 주인공이랑 진짜 사귀다니!]‘딩.’[메인 퀘스트 완료 : 남친 획득]악녀들의 단톡방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숫자 세기를 포기했다. 온 세상을 단톡방이 채웠다.시아가 이태에게 90도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이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거렸다.“누가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인사를 합니까?”당황한 시아가 볼을 긁으며 말했다.“고…… 고마워요?”이태가 시아의 수줍은 모습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당당하게 사귀자고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시 눈치 보는 여자로 돌아간 시아에게 이태는 어쩐지 자꾸 눈길이 갔다.이태가 시아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이제 끝나고 같이 가고, 아침에 같이 출근하면 됩니까?”“아니.”[미쳤어?][넌 오늘도 거절을 거절해.][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네.]“저야 너무 좋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6.보여만 달라고

    시스템들은 시아에게 보이지 않게 자기들끼리 비밀 톡방을 만들었다.[86번 어떻게 된 거야.][86번이 사라졌어!][도대체 무슨 일이야.]악녀들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시아는 조금 빨개진 눈을 하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문을 나서는 순간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윤이 눈에 들어왔다. 시아가 갑자기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저 차를 타고 가면 그 커다란 저택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도윤이 그런 시아를 보고 놀라서 한달음에 달려 올라왔다. 쪼그리고 앉아서 흑흑대는 여자가 오늘따라 더 작아 보였다. 억지로 일으키지 않고 도윤이 그 앞에서 기다려줬다. 한참을 울던 여자가 눈물을 훔치며 일어설 때, 도윤은 시아의 팔을 잡아 부축해주었다.“출근할까요?”시아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올라탄 시아가 도윤에게 쉬지 않고 바로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네가…… 아닌 것 같아.”도윤이 몸을 움찔하고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그래서 울었어요?”시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여튼 미안하게 됐어.”시아가 차갑게 대꾸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도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시아는 해시태그를 봤을 때, 주여의 옆에 있던 사람이 권이태였다는 점에서 그를 남자 주인공이라고 판단했다. 권도윤도 나왔지만 무슨 역할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진짜 권이태로 할 거야?][권도윤파는 웁니다.][서브 남주도 남주로 인정해달라!]퀘스트 창이 혼란스럽게 시아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손을 흔들어 창을 없애고는 도윤과 말없이 사무실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퀘스트 안 줄 거야?’이번엔 시아가 먼저 퀘스트 창에게 말을 걸었다.[잠시만 기다려.][이런 적은 처음이라.]퀘스트 창이 버벅대며 말을 마치고는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시아가 일을 하며 계속해서 퀘스트 창이 뜨기를 기다렸다.시아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 탕비실로 향했다. 따뜻한 녹차 한 잔이 절실했다. 문을 열자 이태가 커피를 타고 있었다.‘딩.’[퀘스트 : 권이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5.해시태그

    자리로 돌아온 시아는 다시 열정적으로 손톱을 가꾸었다. 그녀의 반쯤 돌아버린 광기에 회사 사람들 모두가 이상한 건 알고 있지만 차마 말은 못 하는 상태가 되었다.‘딩.’[퀘스트 성공 : 남주 힌트]시아는 그 번뜩이는 광인의 눈으로 다음 퀘스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집에서 계속….]서바이벌 프로그램이냐고. 시아가 하늘을 향해 소리 없이 거친 욕들을 발사했다.[헐. 너무 막말 아니야.][이건 인격 모독 수준이라구.][솔직히 욕먹을 만함.]시아가 씩씩대며 네일 용품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윤이 시아를 말렸다.“오늘 도대체 왜 그래요?”“있어. 내일 봐.”시아가 가방을 챙겨 들고 빠르게 퇴근을 해버렸다. 주여가 시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대리님… 아직 할 일 많은데…….”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도윤이 마찬가지로 옷가지를 들고 시아를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시아를 빠르게 따라잡고는 지하층으로 버튼을 눌렀다. 시아가 도윤을 빤히 쳐다봤다.“데려다드릴게요.”시아는 오늘 정말로 거절하고 싶었다. 그런데 저렇게 애절하게 쳐다보는 댕댕이의 눈을 보니 차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도윤이 시아를 끌고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그러나 지금 시아는 눈이 돌아버려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 아무 생각도 없었다.‘퀘스트 이 개자식.’하루 종일 미친 사람 취급받은 것도 서러운데, 보상마저 나중에 줘? 이건 기만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분노가 시아의 이성을 앗아갔다. 집에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시아가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씻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보상 언제 줄 건데!”[!돌발 퀘스트! 해시태그를 완료하라. #물벼락]갑자기 시아의 눈앞에 또 다른 퀘스트가 떴다. 퀘스트를 완료했는데 또 다른 퀘스트를 줘? 이 괘씸한.또다시 한 바가지 욕을 하늘에다 퍼부었다. 시아의 의식이 저절로 스르륵 닫혔다. 침대 위에 시아가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시아가 눈을 떴을 때, 시아는 고급 레스토랑에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4.슥슥슥슥

    시아가 대답하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씁쓸한 웃음을 짓고 도윤은 차를 출발했다.숨 막히는 정적이 차 안을 메웠다. 오늘따라 도윤은 흥얼대지도, 라디오를 틀지도 않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 안 타는 건데.’시아가 동아줄마냥 안전벨트를 양손으로 쥐어잡았다.불편하게 회사까지 도착한 시아에게 도윤이 말했다.“시간이 걸려도 돼요. 천천히 생각하세요.”말을 마치고는 다시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은 채 시아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시아는 도윤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녀에게는 퀘스트가 있어서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시아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묘하게 도윤과 거리를 벌렸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태와 주여가 무언가 심각하게 상의하고 있었다.“안녕하세요, 부장님, 과장님.”시아가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태가 사회용 미소를 걸고 다가와 시아에게 말을 걸었다.“대리님, 저번에 올린 자료 말인데요.”이태가 무어라 말을 거는지 시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옆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도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신 대리님?”이태가 멍때리는 시아를 불렀다.“네?”“제 말 듣고 계십니까?”이태가 도윤과 시아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시아가 제대로 답을 못 하고 얼버무리자 이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이태는 차분히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설명해주었다.시아가 이번에는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아무리 봐도 주인공은 이태 같은데.][난 도윤이 더 심쿵인데.]퀘스트들이 호들갑을 떨었다.‘딩.’[퀘스트 : 하루 종일 일 안 하고 손톱 다듬기성공 시 - 남주 힌트 / 실패 시 - 손톱 다 깨짐]시아가 할 말을 잃었다. 대규모 프로젝트라 바빠 죽겠는데 성공하기도 싫고 실패하기도 싫은 퀘스트를 주다니. 도윤을 힐끔 쳐다보았다.‘남자 주인공을 알면 확실하게 대할 수 있겠지.’시아가 바로 손톱을 들여다보았다. 기왕 하는 거 손톱이라도 완벽하게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43.고백

    새로운 게임 런칭을 앞두고 회사가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아는 그 사이 정강이뼈가 붙어 깁스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시아는 퀘스트 성공으로 다행히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신 대리님, 자료 다시 가져오세요.”주여가 제법 단호하게 시아에게 말했다. 업무가 많아져서 그런지 다들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딩.’[퀘스트 : 주여 앞에서 울며 약한 척하기성공 시 - 주여 죄책감 +1 / 실패 시 - 야근 +2시간]시아가 당장 눈에 힘을 줬다. 눈물이 나오지가 않았다. 고된 업무로 안구 건조증이 와버렸다.‘슬픈 생각.... 슬픈 생각.....’‘퇴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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