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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모든 걸 제자리로

Author: 도수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9 04:32:01

데미안은 루시아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려 했으나 번번히 셀레나에게 막혔다. 일개 시녀가 제 앞을 막다니, 말도 안됐다. 그러자 더 험악한 표정의 하우젠 대공이 벨루아 공작부인의 방에서 나왔다.

데미안의 눈썹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이혼하자던 이유가 눈앞의 남자 때문이리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탓이었다.

“환자의 방에 들이닥치려거든 나부터 꺾어야 할 겁니다. 공작.”

분명, 경어였는데도 욕지거리를 들은 것처럼 불쾌함이 치솟았다. 에이든은 신분으로 상대를 누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시아를 위해서 그가 못할 일은 없었다.

“대공 전하께서 부부의 일에 관여하시렵니까?”

데미안이 대공을 밀치고 들어서려던 순간 에이든이 그의 손목을 세게 쥐었다. 이대로 루시아를 만나면 무슨 소리를 지껄일지 몰랐다. 데미안은 내심 당황스러웠다. 베일에 감싸인 대공은 그 실력을 숨기고 있던 모양이었다. 제국 제일의 기사인 제 손목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채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대치전이 끝도 없이 길어지려는 찰나 문이 열리고, 대공의 뒤에서 그가 아는 얼굴이 조금 창백해진 채로 나타났다.

“각하.”

호칭만은 지극히 낯선 채였다. 데미안은 어제부터 여자가 낯설었다.

“부인.”

에이든의 앞이라서 일부러 고른 호칭은 어쨌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했다. 이제는 대공이 제 얼굴의 불쾌한 표정 하나 숨기지 못했으니까.

“둘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데미안이 눈짓으로 대공을 가리켰다. 루시아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여 에이든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였다. 데미안의 턱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알았어. 앞에서 기다릴게.”

대공이 루시아의 어깨를 잡았다 놓았다. 루시아는 그런 손길이 익숙한 것처럼 굴었다. 데미안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걸 뒤따라온 기사들만 알았다. 아니 루시아는 알고도 모른 체했다. 소문이 빨리 돌수록 좋았다. 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을 수 있다면 어떤 추문이라도 감당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더 떨어질 곳도 없었다. 방문이 닫히고, 복도에는 벨아의 기사들과 에이든이 남았다.

이방인. 외부자라는 위치가 지독히도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곧이었다. 이제껏 기다렸으니 조금 더 기다린다한들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과 별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은 저열한 충동은 여실했다.

“각하.”

“...그 호칭은 집어치우지 그래?”

루시아는 데미안이 이제와 이러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 벨루아의 명예에 흠이라도 갈까봐 이러는 거겠지.

“이혼은 당신이 말할 게 아니지.”

감히. 데미안이 생략한 말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언제는 정략결혼이어도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남자를 사랑할 사유가 되었다.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더는 그가 그녀의 3년을 모욕하게 둘 수 없었다.

“방출이어도 괘념치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그녀를 내보내고, 이혼을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아이를 못 낳는다는 명분도 있겠다. 얼마든지 데미안이 원한다면 공작부인의 자리에서 루시아를 내쫓을 수 있었다.

“그대는 내 아내야. 벨루아의 일원이고.”

으드득, 이가는 소리가 났다.

여자는 언제나 그가 이성을 잃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마리아와 달리.

“아이를 낳지 못하는 기혼 여성에게는 제국 법에 따라 결혼 취소를 청할 수 있지요.”

주치의의 진단서는 이미 받아놨다. 아니 이미 황궁으로 결혼 취소 서류와 하께 셀레나의 편으로 보냈다. 지금쯤 접수되었을 것이다. 늦어도 보름이면 지리멸렬한 싸움이 끝날 것이었다.

“무슨 짓을.”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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