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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둘이 그렇게 좋아?”
성재의 말에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사이 아이가 둘인 친구도 생겼고, 이혼한 친구도 있었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서진과 태준은 여전히 함께였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스물여섯에 결혼했으니, 친구들에게는 이제 두 사람이 붙어 있는 모습 자체가 익숙한 풍경이었다.
“연애한 것까지 합치면 몇 년이지?”
누군가 묻자 서진이 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올해로 십오 년 됐어.”
“한 사람을 십오 년이나 보고 어떻게 안 지겨워?”
“태준이도 나 십오 년 봤거든. 왜 나만 지겨울 거라고 생각해?”
다시 웃음이 터졌다.
서진도 따라 웃다가 자연스럽게 옆자리를 바라봤다.
태준은 십오 분쯤 전 전화를 받으러 나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마시다 만 맥주잔이 놓여 있었고, 의자 등받이에는 벗어둔 재킷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
생각보다 통화가 긴 모양이었다.
그 정도만 생각했을 뿐 누구와 통화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서진에게 태준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대단하다. 나는 한 사람이랑 십오 년은 자신 없다.”
친구의 말에 서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살다 보면 지겨울 때도 있지. 그래도 강태준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사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빈말이 아니었다.
태준은 서진이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였고, 결혼한 뒤에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강태준이 옛날부터 윤서진한테는 끔찍했지. 기억나냐? 비 오는 날 학생회관 앞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렸던 거.”
성재가 옛날이야기를 꺼내자 서진이 바로 정정했다.
“두 시간 반이었어.”
“그걸 아직도 기억해?”
“내가 기다리게 했는데 당연히 기억하지.”
스무 살의 태준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면서 서진을 기다렸다.
군대에 갔을 때는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고, 서진이 취업 면접에서 연달아 떨어졌을 때는 새벽 두 시에도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결혼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잊은 적이 없었고, 오히려 서진보다 먼저 날짜를 기억해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곤 했다.
내일은 두 사람의 여덟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진도 굳이 먼저 꺼내지 않았다. 설마 잊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태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들어갈게. 다들한테 인사 전해주고 집에서 보자.]
서진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람이 잠깐 들어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문자만 남긴 게 조금 이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혹시 무슨 일인가 싶어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태준은 받지 않았다.
“태준이 안 온대?”
“응.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나 봐.”
서진은 별다른 의심 없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십오 년 동안 쌓인 믿음은 그런 것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다른 이유를 찾아낼 필요가 없었다.
모임이 끝났을 때는 비가 제법 거세져 있었다.
서진은 건물 처마 아래에 서서 택시를 호출했다. 도착까지 십이 분이 남았다는 표시가 떴지만, 그때까지도 태준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만 길게 이어지다가 끊어졌다.
한 번 더 걸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서진은 그제야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회사에 정말 큰일이라도 생긴 건지, 아니면 급하게 이동하다 사고라도 난 건 아닌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평소의 태준이라면 늦는다는 문자 한 줄이라도 남겼을 사람이었다.
결국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이어진 끝에 이번에는 연결됐다.
“여보세요?”
서진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여자였다.
서진은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어 화면부터 확인했다.
분명 ‘남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시 휴대전화를 귀에 대자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적어도 회사에서 받는 전화는 아니었다.
서진은 처마 끝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걱정했던 탓인지 머릿속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왜 태준의 전화를 모르는 여자가 받았는지, 급한 일이 있다던 사람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의심부터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 먼저 확인하는 게 맞았다.
“누구세요?”
서진이 묻자 상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여자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저…… 혹시 부장님 사모님이세요?”
처마 끝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왔을 때는 밤 아홉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태준이 계산하는 동안 먼저 나온 서진은 창가에 서서 야경을 바라봤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목걸이로 손이 갔다.조금 전 태준이 직접 걸어준 목걸이였다.“그렇게 마음에 들어?”돌아보니 계산을 마친 태준이 다가오고 있었다.“응.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들어.”“내가 당신 취향을 몇 년 봤는데.”“정확히 십오 년이지.”서진이 바로 정정하자 태준이 웃으며 어깨를 감쌌다.“그래. 십오 년.”두 사람은 나란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문이 열리는 순간 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태준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전화를 받지 않고 끊었다. 서진은 별생각 없이 그의 팔에 팔짱을 낀 채 함께 차로 향했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태준의 걸음이 살짝 느려졌다.“두 번이나 오는데 안 받아도 돼?”“응. 나중에 연락해도 돼.”“회사에서 온 거 아니야?”“맞아. 급한 일은 아니야.”대답이 자연스러워 서진도 더 묻지 않았다.차에 올라타자 태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년 결혼기념일 이야기를 꺼냈다.“아까 말한 여행 있잖아. 어디 가고 싶어?”“내년 여행을 벌써 생각해?”“미리 알아보려고. 당신은 닥쳐서 물어보면 또 아무 데나 좋다고 할 거잖아.”틀린 말은 아니어서 서진은 웃었다.“그럼 유럽 갈까? 스페인도 가보고 싶고, 이탈리아도 다시 가보고 싶어.”“둘 다 가면 되지.”“휴가를 얼마나 내려고?”“결혼 십 주년인데 그 정도도 못 해?”내년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 전 연달아 걸려왔던 전화도 어느새 머릿속에서 멀어졌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태준은 재킷을 소파 등받이에 걸쳐두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나 먼저 씻을게.”“응. 씻고 나와. 차 끓여놓을게.”“커피 말고?”“이 시간에 커피 마시면 또 새벽까지 못 자잖아.”태준이 웃으며 욕실로 들
호텔을 나설 때까지 서진은 이하린에 대해 묻지 않았다.태준도 조금 전 받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자연스럽게 서진의 손을 잡았고, 차에 올라서는 안전벨트가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한 뒤에야 시동을 걸었다.평소와 다를 게 없는 태준이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자 태준은 저녁 예약이 일곱 시라며 그전까지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는 서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손등을 쓸었다.“왜 그래, 새삼스럽게?”“그냥 좋아서. 결혼기념일이잖아. 오늘 정도는 연애할 때처럼 굴어도 되지.”서진이 웃으며 손을 빼려 하자 태준은 오히려 손가락을 얽어 잡았다.십오 년을 만났고 부부로 산 지도 여덟 해가 지났지만, 태준은 가끔 이렇게 연애할 때처럼 굴었다.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던 서진의 머릿속에 조금 전 호텔에서 봤던 이름이 떠올랐다.이하린.하지만 직원에게 메시지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태준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오늘 오전 반차까지 내고 자신과 결혼기념일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서진이 맞잡은 손에 힘을 주자 태준도 곧바로 손을 단단히 잡아왔다. 손바닥을 타고 익숙한 온기가 전해지면서 마음 한쪽에 남아 있던 불편함도 조금씩 가라앉았다.***저녁 일곱 시가 조금 되기 전, 두 사람은 태준이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서던 서진은 익숙한 풍경을 알아보고 걸음을 멈췄다.“여기였어?”결혼 전, 태준이 서진에게 프러포즈했던 곳이었다.그때보다 내부는 많이 달라졌지만 통창 끝에 놓인 둥근 테이블만은 예전과 비슷한 자리에 남아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 위로 실내의 은은한 조명이 겹쳐지고, 잔잔한 음악 사이로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서진은 잠시 그 자리를 바라봤다.스물여섯의 태준이 맞은편에 앉아 있던 그날도 꼭 이런 분위기였다.그날 태준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몇 번이나 물을 마셨다. 분명 준비한 말이 있었을 텐데 한참 동
다음 날 아침, 서진이 눈을 떴을 때 태준은 이미 일어나고 없었다.비어 있는 침대 옆자리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마침 방문이 열리더니, 태준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벌써 일어났어?”서진이 언제 들어왔냐고 묻자 태준은 한 시 조금 넘어서였다며,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다고 했다.태준은 서진이 좋아하는 라테를 협탁 위에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서진이 숙취는 괜찮냐고 묻자 어제는 별로 마시지 않았다며 얼른 씻고 나오라고 재촉했다.“왜 이렇게 서둘러?”“오늘이 무슨 날인데 계속 자려고 해.”커피잔을 들던 서진의 손이 멈췄다.“기억하고 있었어?”“내가 이걸 왜 잊어.”오늘은 두 사람의 여덟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어젯밤까지 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올해는 정말 잊었나 싶었지만, 서진은 굳이 먼저 묻지 않았다. 십오 년을 함께하는 동안 생일이며 기념일을 먼저 기억하고 챙긴 사람은 대부분 태준이었기 때문이다.“나 어제 조금 섭섭할 뻔했잖아.”“오늘 아침에 말하려고 일부러 아무 말 안 한 거야.”태준은 웃으며 서진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저녁 식당은 이미 예약해 뒀지만 혹시 다른 게 먹고 싶으면 바꾸겠다는 말에 서진도 웃었다.“예약까지 해놓고?”“오늘은 당신 먹고 싶은 게 더 중요하잖아.”익숙한 말과 손길을 받고 있자 어젯밤부터 마음 한쪽에 남아 있던 불편함도 조금씩 흐려졌다.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우유가 조금 많이 들어간 것까지 평소 자신의 취향 그대로였다. 오래 함께 살다 보면 무심해질 만도 한데, 태준은 여전히 이런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러자 어젯밤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린아, 그거 마시지 마. 너 아까 속 안 좋다며.서진은 손에 든 커피잔을 내려다봤다.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기억하는 남자가 함께 일하는 직원의 몸 상태를 기억한 게 뭐가 이상할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젯밤에는 자신이 괜히 예민했던 것 같았다.태준이 왜 갑자기 조용해
서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처마 끝에서 굵어진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호출한 택시가 도착하려면 아직 칠 분이나 남았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네, 맞는데요. 그런데 누구시죠?”상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멀리서 누군가 여자를 불렀다.― 하린아, 이거 네 거 아니야?“아, 네. 잠시만요.”하린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서진은 얼마 전 태준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새 프로젝트에 들어온 직원 중에 꽤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감각이 좋고 배우는 것도 빠르다며, 평소 직원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태준이 드물게 칭찬했던 여자였다.이하린, 스물넷.그때는 능력 있는 후배가 들어왔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그 여자가 태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혹시 이하린 씨예요?”― 네? 아…… 네, 맞아요.“강태준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부장님이요?“네. 제 남편이요. 지금 어디 있어요?”잠시 대답이 없었다.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장님은 지금…… 제 옆에 계세요.서진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봤다.태준은 분명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회사가 아닌 곳에 있었고, 그의 휴대전화는 스물넷의 여직원이 가지고 있었다.이상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팀원들과 함께 있을 수도 있었고, 회의가 길어져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 중일 수도 있었다.십오 년을 함께한 남편이었다.전화 한 통으로 의심하기에는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린아, 누구 전화야?태준이었다.― 이리 줘. 네가 왜 내 전화를 받고 있어.나무라는 말이었지만 목소리는 그다지 날카롭지 않았다.― 죄송해요. 계속 울리는데 부장님이 안 계셔서 급한 전화인 줄 알고…….― 됐어. 줘 봐.잠시 뒤 태준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늘 듣던 목소리가 들리자
“아직도 둘이 그렇게 좋아?”성재의 말에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대학을 졸업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사이 아이가 둘인 친구도 생겼고, 이혼한 친구도 있었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한 친구도 있었다.그런데 서진과 태준은 여전히 함께였다.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스물여섯에 결혼했으니, 친구들에게는 이제 두 사람이 붙어 있는 모습 자체가 익숙한 풍경이었다.“연애한 것까지 합치면 몇 년이지?”누군가 묻자 서진이 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올해로 십오 년 됐어.”“한 사람을 십오 년이나 보고 어떻게 안 지겨워?”“태준이도 나 십오 년 봤거든. 왜 나만 지겨울 거라고 생각해?”다시 웃음이 터졌다.서진도 따라 웃다가 자연스럽게 옆자리를 바라봤다.태준은 십오 분쯤 전 전화를 받으러 나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마시다 만 맥주잔이 놓여 있었고, 의자 등받이에는 벗어둔 재킷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생각보다 통화가 긴 모양이었다.그 정도만 생각했을 뿐 누구와 통화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서진에게 태준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그래도 대단하다. 나는 한 사람이랑 십오 년은 자신 없다.”친구의 말에 서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살다 보면 지겨울 때도 있지. 그래도 강태준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사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빈말이 아니었다.태준은 서진이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였고, 결혼한 뒤에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강태준이 옛날부터 윤서진한테는 끔찍했지. 기억나냐? 비 오는 날 학생회관 앞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렸던 거.”성재가 옛날이야기를 꺼내자 서진이 바로 정정했다.“두 시간 반이었어.”“그걸 아직도 기억해?”“내가 기다리게 했는데 당연히 기억하지.”스무 살의 태준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면서 서진을 기다렸다.군대에 갔을 때는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고, 서진이 취업 면접에서 연달아 떨어졌을 때는 새벽 두 시에도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