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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용하라는 남자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02 18:58:42

“계약이 왜 내 이름을 거부했죠?”

검은 제복의 남자는 지워진 글자를 살폈다.

“진명이 다른 게 아닙니다.”

“그럼요?”

“누군가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라는 이름을 황실 원부에서 봉인했습니다.”

평생 내 것이라 믿었던 이름이었다.

그런데 죽고 나니 그것조차 이미 다른 사람의 권한 아래 있었다.

남자가 은패를 내보였다.

까마귀와 저울 아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황실 장례감찰관 카엘 루시안.

“봉인한 사람이 누군지는 원부를 열어봐야 압니다.”

그가 계약서의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하지만 지금 누구의 죽음이 시작됐는지는 알 수 있죠.”

생명 회수 대상.

에드릭 벨리어드.

“내가 살아남아서 에드릭이 죽는다는 뜻인가요?”

“당신의 죽음을 보증했으니까요.”

카엘이 계약서 뒷면을 펼쳤다.

사망 이행 보증인, 에드릭 벨리어드.

“장례 계약은 죽음 하나가 완결될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계약 대상이 살아 있으면 미이행된 죽음은 보증인에게 넘어가죠.”

“언제 실행됩니까?”

“두 번째 종이 울리면 유언과 재산 승계가 확정됩니다.

세 번째 종과 장례청의 최종 봉인이 끝나면 이름이 생자 명부에서 지워지고요.”

첫 번째 종은 이미 울렸다.

남은 것은 두 번이었다.

“계약을 없애면요?”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도 공식 기록에 올라갑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죠?”

“법적으로 사망한 귀족이 신분을 숨기고 자기 장례식에 들어왔습니다.

장례 사기와 신분 조작 혐의로 체포될 겁니다.”

“내가 내 몸으로 살아 있는데도요?”

“제국법은 몸보다 먼저 작성된 기록을 믿습니다.”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멋진 나라군요.”

“동의합니다.”

카엘은 전대 공작부인 세 명의 사망 기록을 조사해왔다고 했다.

병명은 달랐지만 주치의와 재산 이전 시각은 같았다.

“리비아와 한패인가요?”

“아닙니다.”

“믿어도 됩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가 아래층의 리비아를 바라봤다.

“믿지 말고 이용하십시오.”

믿음은 배신당하면 끝나지만 거래는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에드릭을 사랑한 대가로 죽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이용하죠?”

“리비아 모렌은 장례 집행권을 가졌고,

당신은 그녀가 감춘 계획의 유일한 생존 증거입니다.”

“감찰관님은 무엇을 얻죠?”

“전대 공작부인들의 죽음을 연결할 증거.”

“그래서 나를 돕는 겁니까?”

“증거를 보존하는 겁니다.”

대예배실 중앙에서 사제가 두 번째 장례종의 줄을 잡았다.

에드릭은 위조 유언장을 다시 펼쳤다.

“이의가 제기됐는데도 종을 울릴 수 있나요?”

“이의서가 황실 원부에 등록되기 전까지는 가능합니다.”

카엘의 눈이 장례청 서기에게 향했다.

서기는 아직 약병과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공작은 그 짧은 틈을 노리는 겁니다.”

사제가 줄을 당기려는 순간 유리 깨지는 소리가 예배실을 갈랐다.

리비아가 잔을 떨어뜨렸다.

붉은 포도주가 종줄에 묶인 흰 봉인띠와 집행 기록서 위로 쏟아졌다.

“봉인 식별이 불가능해졌네요.”

리비아가 젖은 띠를 들어 보였다.

“장례청에서 새 봉인을 발급하기 전까지 두 번째 종은 집행할 수 없어요.”

사제의 손이 멎었다.

에드릭의 얼굴에서 애도가 사라졌다.

“비켜.”

“싫어요.”

리비아는 약병과 이의서를 서기에게 밀어주었다.

“지금 원부에 등록하세요.”

서기가 황급히 인장을 찍었다.

카엘이 계약서를 접었다.

“시작했군요.”

“무엇을요?”

“당신의 장례식이 아니라.”

그의 시선이 에드릭에게 향했다.

“저 남자의 장례식을.”

리비아가 난간을 올려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

함께 칼을 들자는 신호였다.

그 순간 카엘의 계약서 뒷면에서 자색 문양이 번쩍였다.

에드릭의 보증인 서명 아래 숨겨져 있던 황후궁의 인장이었다.

“대상 변경이 황실 원부에 전송됐습니다.”

“황후궁이 왜 이 계약에 연결돼 있죠?”

카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공작이 죽으면 함께 공개되는 황후궁 기록이 있는 모양입니다.”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몰려왔다.

자색 봉인이 찍힌 명령서를 든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에는 황후궁의 문장이 달려 있었다.

“황후 폐하의 명입니다.”

명령서가 펼쳐졌다.

생환 시신 회수 및 진명 검증.

아델라인 로엔베르크 이름 보존권 황실 직권 관리 전환.

카엘이 내 앞을 막아섰다.

“거부한다면?”

“두 번째 종을 지금 울리겠습니다.”

여자가 에드릭을 가리켰다.

“세 번째 종과 최종 봉인은 황후궁에서 집행하죠.”

“황후가 원하는 건 에드릭의 목숨입니까?”

“아닙니다.”

여자는 명령서의 마지막 항목을 내게 보였다.

소유권 회수 대상.

아델라인 로엔베르크.

“황후 폐하께서 회수하라 하신 것은 시신이 아닙니다.”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 박혔다.

“당신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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